소설리스트

362화 (362/605)

이념 충돌!

2023년 11월 17일 20:3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현재 모든 방송국에서는 평양에서 일어난 시위와 관련된 내용이 속보 형식으로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30분 전, 평화광장의 시위대를 향해 화기를 사용한 군부대에 대한 보도가 가장 비중 있게 전해졌다. 이러한 유혈사태를 접한 국민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먼저 보수성향의 국민은 국가전복을 꾀려는 좌파 일당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반응이었고 진보성향의 국민은 또다시 국민을 보호할 군대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눠 제2의 518 광주 유혈사태가 재연되었다며 정치성향에 따라 국민은 각자의 생각으로 북주 연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통일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사라졌던 이념적 이데올로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국민의 가슴속에서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평양 폭탄 테러에 폭동에 가까운 시위로 인해 NSC(국가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8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또한, 시위와 관련된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추은희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통일 후 대한민국 최초 통합 대통령에 당선되어 그동안 무리 없이 국정을 운영하여 국민으로부터 70%대의 지지를 받아왔던 추은희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최대위기였다.

“대체 그 인간은 시위현장에서 자신이 뭘 하겠다고 갔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강현수 안보실장이 안동태 주지사를 그 인간이라 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주지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추은희 대통령은 이마에 손을 짚고는 힘없는 소리로 말하자 연방광역수사국 강혁 국장이 즉시 대답했다.

“현재 저희 수사요원들이 긴급 체포하여 서울을 향해 막 출발했다고 합니다.”

“경호대와 마찰은 없었나요?”

“실랑이는 있었으나, 긴급 체포 영장에 물러섰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경호대도 시위현장에서 모두 물러났나요?”

청와대로부터 긴급 호출을 받아 회의에 참석한 신성용 합참의장은 송구스러운 듯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현재 지휘계통을 통해 경호대 병력을 시위현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아직 2곳에는 철수 명령이 전달되지 않았는지 지금도 무력진압 작전이 수행 중입니다.”

“아니? 아직 이라니요. 현장에 연락이 안 되면 직접 찾아가 명령을 전달해야지 않습니까?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할 일입니까?”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던 추은희 대통령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질타했다.

“대통령님! 그러잖아도 진압현장에 인원을 보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위현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아직 전달되지 않은 듯합니다. 잠시만 기다······.”

“지금 기다릴 시간이 어딨습니까? 지금도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죽어 나가지 않습니까?”

급기야 대통령은 기다란 회의 탁자를 양 주먹으로 내리쳤다.

콰앙!

신성용 합참의장을 거들려던 강이식 국방부 장관까지 대통령에게 질타를 받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왜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합니까? 현 상황에서 진압현장 지휘관에게 연락이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여러분 역시 이렇게 일 처리를 하는 것도 참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순간 NSC(국가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김 실장!”

“네! 대통령님!”

임종원 비서실장이 대답했다.

“1시간 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이니 준비해주시고 국회의장에게도 담화 발표에서 국가총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 ★ ★

2023년 11월 17일 21:00 (러시아시각 15:0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회의실).

긴급 소집 명령에 따라 대통령 회의실에 참석한 러시아 각 부처의 장관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SVR(대외정보국)에서 한국을 흔들리기 위해 진행했던 내용으로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이 브리핑했다.

현재 장관급 관료 중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유일했다. 나머지 장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의 브리핑이 끝나서 장관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있었다.

몇 시간 전, 김정은과 북주 출신의 정치인 수십 명이 폭탄 테러에 모두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지만,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자국의 SVR(대외정보국)였다는 건 충격이었다.

저번 이란 테헤란에 있었던 강경희 장관의 암살 테러보다 이번 사건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성공만 한다면 대한민국 정세를 뒤흔들 엄청난 계획이었고 현재 브리핑 내용으로 보자면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조명록의 체포였다.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볼 수 있는 조명록이 국가정보원에 체포됨으로써 모든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것이 밝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장담했다. 절대 조명록은 러시아에 있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한가지 놓친 게 있었다. 국가정보원에는 자백을 유도하는 특수약물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큰소리로 장담한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푸틴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쭉 둘러보고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나는 절대 홋카이도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대뜸 홋카이도라는 단어가 나오자 장관들은 저마다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지레짐작을 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홋카이도는 예전부터 우리 러시아의 영토입니다. 지금이 고토 수복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제2차 세계 대전 전까지 홋카이도를 비롯해 사할린섬의 남반부와 쿠릴 열도 전체까지도 일본령이었다. 18세기 말부터 일본과 러시아가 차례로 이 지역을 탐사하면서 아이누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대립했다. 그러다가 1855년 러일화친조약에 따라 일본이 쿠릴열도 남부 4개 도서를 영유하게 되었고 그 이북은 러시아가 가지게 되었으며, 사할린(일본명 가라후토)은 러일 양국 주민의 공동 거주지로 하였다. 일본이 차지한 쿠릴열도 남부의 4개 섬은 홋카이도 일부로 삼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동방 진출 압력에 의해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러시아에 사할린을 전부 넘기는 대신 일본은 쿠릴열도 전체를 받기로 했다. 이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쿠릴열도 전체가 홋카이도 소속이 된다. 이후 러일전쟁이 터지고 일본이 승리하면서 일본은 그 보상으로 전 사할린을 요구했으나 결국 사할린은 남북으로 쪼개서 남부를 일본이 가지게 된다.

사할린 남부는 일본의 외지의 일부인 '가라후토'로 통치되다가 2차대전 중인 1943년에 일본 본토로 편입되었다. 2차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에는 일본이 소위 '본토 결전'을 앞두고 지방 총감부라는 것이 설치됐었는데, 삿포로에 북해 지방 총감부가 설치돼 홋카이도와 가라후토(남사할린)을 담당하게 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사할린 남부와 쿠릴 열도는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소련은 심지어 홋카이도에 대해 분할 통치를 요구했고 더 나아가서 홋카이도 전체를 병탄하려 했지만 실패했지만, 러일전쟁에서 빼앗긴 사할린 남부와 쿠릴열도 중북부까지는 획득할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은 1855년부터 일본의 땅이었던 쿠릴열도 남부의 4개 섬에 대해서 러시아로부터 변환 요구를 하면서 영토분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홋카이도를 완전히 정복함으로써 여러 영토분쟁을 끝내려 했다.

“현재 홋카이도를 비롯한 일본 영토의 방위는 한국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법무부 빅토르 오노프코 장관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늘어놨다.

“그걸 누가 모르는가? 쟤네 말대로 일본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이 홋카이도에 대한 이양을 약속하지 않았었나?”

푸틴 대통령은 빅토르 오노프코 장관의 부정적인 의견에 기분이 상했는지 내뱉은 말투에서 표가 났다.

“그건, 저번에 테헤란 테······.”

“오노프코 장관! 내가 지금 예전 일을 듣고자 당신을 부른 거 같아?”“죄, 죄송합니다.”

빅토르 오노프코 장관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입을 다물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은 당분간 내부 혼란에 휩싸여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말이야. 지금이 한국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 하······.”

푸틴 대통령은 말끝을 흐리며 장관을 둘러봤다.

“맞습니다. 대통령님! 현재 동부관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언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른 국방부 미하일 이바노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그의 말을 거들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바로 흡족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대통령님! 당장 한국을 공격하시려는 겁니까?”

비상대책부 이고르 셈쇼프 장관이 놀란 눈으로 푸틴 대통령을 바라봤다.

“당장은 아니지······. 하지만 곳이겠지! 현재 한국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큰 혼란에 빠질 거니까 말이야. 그때를 노려야지. 또한, 중동에서도 확실하게 흔들어주고 말이야.”

푸틴 대통령은 작은 체구임에도 카리스마를 풍기며 소파에 몸을 저치며 말을 이었다.

“셈쇼프 장관은 비밀리에 국가총동원을 내리고 각 관계부서와 은밀히 협조해 전쟁에 따른 준비를 하게.”

“네, 알겠습니다.”

“이바노프 장관!”

“네, 대통령님!”

“자네는 동부관구의 전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혹 지원할 부분이 있으며 타 군관구로부터 즉각 지원하도록 하게”

“네, 대통령님 알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푸틴 대통령은 뒤쪽 벽에 있는 러시아 대형지도에서 한곳에 시선을 주시하며 말을 흘렸다. 바로 일본 홋카이도였다.

“한국이 대외적으로 정신없을 때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 ★ ★

2023년 11월 17일 21:3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춘추관-프레스 센터).

폭탄 테러 사건 직후 대국민 담화 발표를 통해 사과했던 추은희 대통령은 몇 시간도 안 되어 또다시 춘추관에서 제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담화의 주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폭탄 테러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에 대한 보고발표였고 두 번째는 시위와 관련하여 총기를 사용한 무력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발발한 내용에 대한 대국민 사과였다.

추은희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프레스 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기 10분 전, 이영진 국정원장으로부터 이번 폭탄 테러와 관련하여 중대한 사실 몇 가지를 보고받았다.

바로 조명록으로부터 획득한 귀중한 정보였다. 조명록을 취조하던 대외정보국 1과 이자성 과장은 계속되는 완강한 조사 불응에 어절 수없이 자백용 약물을 사용했다. 아무리 강한 의지력으로 사실을 숨기려 해도 약물 주입 시 자백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약물이었다.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약물 주입 시 매우 적은 확률로 시신경 세포를 파괴되어 사망하거나 반병신이 되는 부작용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되도록 자백용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으나 계속되는 조명록의 취조 불응과 현재 흘러가는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영진 국정원장은 약물 사용을 승인했고 이에 조명록으로부터 몇 가지 사실을 자백받았다. 하지만, 러시아에 있는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조명록은 무의식중에서도 100% 사실을 자백하지 않은 무서운 정신력을 보여줬다.

무거운 마음으로 프레스 센터의 단상에 올라온 추은희 대통령은 발표문을 단상 탁자에 올리고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정면에 있는 중앙 카메라를 주시하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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