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1화 (361/605)

인위적 분란!

2023년 11월 17일 19: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평화광장.

진압 경찰의 1차 봉쇄라인이 뚫리며 평화광장에 폭도라 불리는 시위대가 평화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현재 다른 지역의 진압 경찰도 지원을 위해 긴급히 평양으로 모여들고 있지만, 그만큼 시위에 참여하는 평양 시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 사고를 수습 중인 장소까지 시위대가 몰려오자 참수리차 위에서 주변 일대를 파악하던 경찰 간부가 확성기에 입을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기 막아! 어떻게든 막으란 말이야.”

성난 파도처럼 몰려드는 시위대는 경찰 간부의 확성기 소리를 듣고 더욱 몰려왔다. 이에 1개 중대급의 진압 경찰은 방패를 치켜들고 전기 진압봉을 휘두르며 막아내려 했지만, 무리였다.

앞줄의 시위대가 전기 진압봉에 맞고 쓰러지면 뒤에 있던 수 배에 이르는 시위대가 달려들어 진압 경찰을 덮쳐다.

“제길,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참수리차 가동해!”

경찰 간부의 지시가 떨어지자 참수리차의 상단에 장착된 분출구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슈우우우~ 슈우우우~

지난 각종 집회·시위현장에 동원되면서 인권침해 논란 등 부정적 인식이 커지자 ‘물을 참되게 이용한다.’라는 뜻으로 살수차를 ‘참수리차’로 이름을 변경한 참수리차 4대는 사방으로 물줄기를 뿌리며 폭도들의 접근을 막았다.

아악! 아아아아악!

강력한 물주기를 맞은 시위대는 추풍낙엽 떨어지든 날아갔다. 이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로 전환되면서 폭도와 진압 경찰 간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자 시위대 속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사내들이 앞으로 나서더니 이내 가방에서 화염병을 꺼내어 불을 붙이고 그대로 참수리차에 던졌다.

후루루룩~ 후루루룩~

동시다발적으로 20여 개의 화염병이 참수리차 쪽으로 날아왔다.

파악! 파악! 파악!

일부 화염병은 물줄기에 맞고 대치 중인 중간지점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10여 개는 참수리차에 떨어졌다.

화르르륵~

참수리차에 떨어진 화염병이 터지면서 순간 불길이 참수리차에 번졌다. 한 개도 아닌 여러 개의 화염병을 맞은 또 다른 참수리차는 그대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고 안에 있던 승조원들은 불이 붙은 채로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야! 불! 불을 꺼!”

경찰 간부도 참수리차에서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와!”

참수리차 4대가 화염병에 당하자 대치 중이던 폭도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후, 후퇴! 다들 물러나!”

참수리차까지 사용을 못 하게 되자, 경찰 간부는 지시를 내려며 가장 먼저 후방으로 뛰었다. 이때 평화광장 남측 상공에 헬기 4대가 특유의 엔진음을 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북주 청사에서 안동태 주지사를 태우고 평화광장으로 날아오는 경호대 헬기였다.

그리고 경호대 헬기가 착륙하려는 지점에는 언제 왔는지 경호대 소속의 기동장갑차 수십 대가 줄줄이 평화광장 한쪽 편에 도착하더니 완전무장한 군인 300여 명이 레이저 라이플로 사주경계를 펼치며 하차했다.

C-161P 소형전술차에서 내린 김관준 대령은 밤인데도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평화광장을 바라봤다.

폭탄 테러가 났던 장소는 급히 진압 경찰이 물러나면서 폭도들이 가득했다.

“이 빨갱이 새끼들! 굶어 뒈질 놈들을 구제해졌더니 이제 살만하다고 저 지랄이구먼,”

우파 성향인 김관준 대령은 헬기 엔진음이 점점 더 가깝게 들리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거친 바람을 일으키는 헬기 4대는 경호대가 확보한 지점에 차례대로 착륙했다. 잠시 후 착륙한 2번째 헬기에서 안동태 주지사와 김규진 시장이 내렸다.

“단결! 경호대장 대령 김관준입니다.”

“김 대령! 신속하게 움직여서 다행입니다. 하하하”

안동태 주지사의 경호를 담당하는 경호대 김관준 대령은 주 방위군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했다. 거부했다 라기보다는 비상사태 시 주지사의 신변을 보호하는 부대로써 이런 임무 특성상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즉각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유일하게 주지사의 명령을 듣는 김관준 대령을 향해 악수하며 한 손으로 어깨까지 두드려줬다.

“현재 투입된 인원은 얼마입니까?”

김진규 시장과 마저 악수를 끝낸 김관준 대령이 절도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지사님 지도를 보시고 설명을 하겠습니다.”

김관준 대령의 말에 옆에 있던 부관이 태블릿 PC 화면을 내밀었다.

“이곳과 이곳 총 6곳에 각 50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이곳은 300명이 있습니다.”

평화광장의 폭도들을 제압하고 추가로 밀려오는 폭도들을 6곳 도로에서 막겠다는 작전이었다.

“좋습니다. 국가전복을 하려는 이놈들을 확실히 제압해 주세요.”

“주지사님! 화기 사용을 정말 승인하시는 겁니까?”

“전화통화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화기 승인입니다. 저런 폭도들한테는 뜨거운 맛이 먼지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안동태 주지사는 마치 폭도 중에 철천지원수라도 있는 거처럼 가차 없었다.

“그렇다고 화기 사용은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큽니다. 주지사님!”

김관준 대령은 화기 사용에 따른 향후 책임소재를 피하고자 마음에도 없는 의견을 안동태 주지사에게 제시한 이유였다.

주지사는 살짝 곁눈질하며 피식거렸다. 김관준 대령이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지금 북주는 비상사태입니다. 주지사로서 화기 사용에 대한 승인은 정당하니 어서 강경 진압을 시작하세요.”

“주지사님! 정말로 일을······.”

“어허, 김 시장, 계속 그렇게 방해만 할 것이오?”

안동태 주지사는 단호한 어조로 만류하는 김진규 시장의 말을 끊고는 재차 김관준 대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작하시오.”

“일단 시위대의 동향부터 파악한 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시위대는 무슨 폭도들이라니까. 비켜보시오.”

안동태 주지사는 시위대가 몰려있는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앞쪽에서 레이저 라이플로 사주경계를 펼치고 있는 군인들 사이로 지나쳐갔다.

“위험합니다. 주지사님!”

“허허, 대체 왜 그러십니까? 뒤로 오세요.”

김관준 대령과 김진규 시장이 동시에 말했다.

이때 시위대 쪽 뒤편 건물 옥상에서 먼가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이내 총성이 울리며 안동태 주지사가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저격이다. 2시 방향 15층 옥상이다.”

경호대 간부 중 누군가가 소리치자 경호대 군인들은 그 방향으로 레이저 빛줄기를 뿌렸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순식간에 15층 건물의 옥상은 벌집이 되었다. 한편 바닥에 나뒹군 안동태 주지사는 다행히도 보호 슈트를 입고 있어서 부상은 모면했지만, 충격에 따른 고통에 신음을 토했다.

“현 시간부로 각 중대는 진압에 들어간다. 화기 사용도 승인한다. 이상”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김관준 대령으로서는 방금 저격으로 인해 주지사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짐으로써 화기 승인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생각이 들자 즉각 명령을 내렸다.

쭈웅! 쭈웅! 쭈웅! 쭈웅!

쭈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쏟아지는 붉은 빛줄기에 몰려있던 시위대는 지푸라기 쓰러지듯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으아악! 아아악!

“놈들이 사격한다. 다들 도망가라!”

순식간에 수십 명이 바닥에 나뒹굴며 피를 뿌리자 시위대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가 국민을 향해 화기를 사용해 비극의 역사로 남겨진 5·18 광주사태가 이곳 평양의 평화광장에서 끝내 일어나고 말았다. 이 외에도 평화광장과 연결된 6개 도로에서도 경호대의 화기 사용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 ★ ★

2023년 11월 17일 20: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용성구 임원동 뒷산.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산속, 구름 사이로 비취는 달빛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산비탈을 타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9시간 전, 창고에서 정체불명의 무장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무작정 산속으로 도망온 대외1공작대 구상식이었다. 대략 9시간 동안 추격을 뿌리치고자 쉬지 않고 달여온 구상식은 이제는 걸을 힘도 없는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등에 메고 있던 돈 배낭은 빗발치는 총격에 여러 군데가 구멍이 나면서 너덜너덜해졌다. 당연히 배낭에 들어있던 현금 역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헉억! 허억!”

9시간 동안 밥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구상식은 작은 계곡물이 보이자 돈 배낭을 내팽개치고는 그대로 얼굴을 처박고는 물을 들이켰다.

“하앗! 이제야 살겠구만 기래”

실컷 물을 들이켠 구상식은 바닥에 벌러덩 누워 흐릿한 밤하늘을 바라봤다. 구름에 반쯤 걸린 달빛과 반짝이는 여러 별빛을 보자 구상식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수년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무들을 배신하고 지금은 도망자 신세로 이렇게 산속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을 보니 서글퍼졌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밀물 듯이 몰려왔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고 어떻게든 이곳에서 탈출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으로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각! 사각!

이때 저편에서 낙엽 밟은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특수훈련을 받은 구상식은 동물적 감각으로 사람의 발소리임을 직감하고 그대로 몸을 날려 나무 뒤쪽으로 숨었다.

‘이 간나새끼들 끝까지 쫒아오는구만기래’

속으로 중얼거린 구상식은 허리춤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 들고는 천천히 슬라이드를 당겼다.

구름에 가린 달빛은 10여 미터도 보이지 않았다.

‘뭐기야. 한 놈이 아니야?’

구상식은 최대한 귀를 쫑긋하며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낙엽 밟은 소리로 보자면 적어도 3명 이상이었다.

이때 뒤쪽 매우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났다. 이에 순간 몸을 돌려 총구를 가리키려는 그때 허공에서 뭔가가 달아오는 듯하더니 손에 크나큰 충격이 가해졌다. 뒤이어 얼굴에 묵직한 충격이 연신 날아왔다.

퍽! 퍽! 퍽!

사정없이 쏟아지는 묵직한 충격에 구상식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끝내 기절을 했는지 거목 쓰러지듯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그의 코와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쓰러진 구상식 위로 순간적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이내 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잡았습니다.”

박기웅 팀장의 목소리였다.

-아! 고생 끝나네. 잘했어!

-이제 산에서 내려가는 겁니까? 팀장님?

무음성 PM-1 통신기로부터 윤태진 팀장과 오혁수 대리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우리가 찾던 놈이면 내려간다.”

잠시 후 저 멀리에서 TCS 모드를 OFF 한 윤태진 팀장과 오혁수 대리가 달려왔다. 그들은 컴컴한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팀장님!”

오혁수 대리는 쓰러져 있는 구상식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고는 바로 얼굴 인식기를 갖다 대고 스캔했다.

지이이잉!

“오호라! 대외1공작대의 구상식이라는 놈입니다. 히야! 이놈 이거 황제 룸살롱에서 CC 카메라에 찍힌 놈인데요?”

“그래? 잘됐네. 그럼 이제 내려가자! 이 팀장!”

윤태진 팀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놈 어떻게 합니까?”

오혁수 대리는 미동 없이 땅바닥에 대자로 뻗은 구상식을 가리켰다.

“뭘 어떻게 해마! 네가 업어야지!”

“네?”

윤태진 팀장의 말에 오혁수 대리의 얼굴은 일순간 일그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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