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분란!
2023년 11월 17일 16: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민족노동당 당사 앞 도로.
콰아아앙~ 챙그랑! 파왓!
얼굴에 검은 마스크를 쓴 한 사내가 양손에 들고 있는 화염병을 그대로 상가 유리를 향해 던졌다. 유리를 깨고 날아간 화염병은 이내 불이 났고 순식간에 상가 건물 전체로 번졌다.
이러한 장면은 평양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폭도들은 도로를 점령했고 도로에 주차한 자동차와 상가의 시설물을 닥치는 대로 박살 내고 방화를 저질렀다. 이들은 마치 성난 황소와 같았다.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과 북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민족노동당 김형원 전 당 대표가 중앙정부의 음모로 폭탄 테러에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평양 시민들은 일제히 폭동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평양 시내는 붉은 화염이 불타올랐고 하늘은 연기로 가득했다. 통일 대한민국에 있어 일대 위기로 볼 수 있었다.
평양 곳곳에서 평화광장으로 몰려드는 폭도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폭도들의 선두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를 쓴 사내들이 있었다. 이들은 쇠파이프와 각목 그리고 화염병을 던지며 폭동을 이끌었고 뒤따르던 일반 평양 시민들도 군중심리에 이끌려 서서히 과격한 행동을 보이며 폭도로 변해갔다. 그리고 지금은 마스크를 쓴 사내들보다 더욱 과격한 폭력성을 띠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갔다.
한편, 폭동 진압을 위해 보호 장비는 물론 전기 진압봉과 방패로 무장한 진압 경찰 166개 중대 병력은 평양광장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했다. 그리고 뒤에는 살수차와 기동타격대가 대기했다.
어느덧 50만에 육박하는 폭도들은 질풍노도로 모든 도로를 휩쓸며 행진했고 드디어 진압 경찰과 맞닥뜨렸다. 선두에 있던 검은 마스크 사내들은 각자 쥐고 있던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을 향해 달려들자, 뒤에서 따르던 폭도들도 달려들었다.
폭도들과 진압 경찰이 충돌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전기 진압봉에 맞은 폭도들은 감전이 되면서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반대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폭도들의 쇠파이프와 각목에 진압 경찰들도 타격을 입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경 진압을 자제하는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인해 진압 경찰은 상당한 애를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폭도들의 수는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이제는 폭동 진압은커녕 봉쇄라인이 언젠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폭탄 테러가 발생한 후 이번 폭탄 테러가 중앙정부의 음모이며 배후라는 출저를 알 수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 평양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동은 이제 본격적인 유혈사태로 번져갔다.
한편, 폭동 진압을 위한 주 방위군 투입 건에 추은희 대통령의 불승인에도 불구하고 안동태 주지사는 주 방위군사령관에게 연락했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주 방위군 사령관에게 절대 주 방위군을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합동참모본부에 속하면서도 북주 군령권자인 안동태 주지사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주 방위군 사령관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추은희 대통령의 명령이 최우선이었기에 주 방위군 사령관은 안동태 주지사의 명령을 거부한 후 예하 부대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병력을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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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7:1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북주 청사.
“대체 어쩌려고 그럽니까? 대통령님께서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김규진 시장은 안동태 주지사를 따라다니며 말렸다. 하지만 안동태 주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든 군대를 동원해 폭동을 진압하려 했다.
김규진 시장이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안동태 주지사는 강경했다.
“정말 이러다가 큰일 납니다. 지금 연방광역수사대에서 주지사님을 체포하려고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만하시지요.”
여기저기로 전화를 걸던 안동태 주지사는 잠시 통화를 멈추고 김규진 시장의 말에 대답했다.
“김 시장! 대한민국은 연방국가요. 북주의 총 책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나란 말이오. 감히 북주에서 나를 체포할 수 있다고 봅니까?”
콧방귀를 뀐 안동태 주지사는 다시금 전화를 걸었다.
“그래! 알았네,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여 즉시 강경 진압을 하도록 하게”
안동태 주지사가 간단명료하게 통화를 마치자 김규진 시장이 물었다.
“누구랑 통화를 하신 겁니까?”
“내 북주 경호대요.”
전쟁이나 비상사태 발발 시 가장 먼저 주시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부대로 평양 인근에 주둔하며 병력 규모는 2개 대대급이었다.
“네? 경호대를요? 지금 경호대로 하여금 시위대를 제압하려는 것입니까?”
“그렇소, 그리고 그들은 단순 시위대가 아니고 국가를 전복하려는 폭도들이오.”
“하! 주지사님! 정말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으실 겁니까?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북주가 예전 북한으로 돌아갈 순 없잖소”
“이정도 시위로 무슨 예전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하시는 겁니다. 이건 오바입니다. 오바 지금이라도 멈춰주십시오. 평양 시장으로써 부탁합니다.”
잠시 후, 저 멀리 상공에서 십여 대의 헬기 모습이 보였고 이내 북주 청사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안동태 주지사를 보호하기 위해 출동한 북주 경호대 헬기였다. 그리고 도로에는 각종 무기로 완전무장한 경호대 소속군인 700여 명이 기동차량장갑차에 탑승한 채 평양 시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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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8: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붉은혁명청년단 비밀 은신처.
몇 시간 전, 우병후로부터 연락을 받은 붉은혁명청년단의 만길수 단장은 그동안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극진좌파성향의 만길수 단장은 통일 후 정치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붉은혁명청년단을 만들었고 비밀리에 민족노동당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세력을 키워나갔다. 한마디로 민족노동당의 비밀결사대로 민족노동당에 대한 여론몰이와 각종 정치공작를 조작해왔었다.
만길수 단장은 생활이 궁핍한 자들과 동북아 종전 후 지금은 대한민국 땅인 만주에서 중국 국적으로 사는 중국인들을 돈으로 유혹해 꾸준히 세뇌해 왔다. 인원은 대략 10만 명에 달했고 오늘 평양 시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동의 선봉자들이었다.
“일은 차질없이 잘되고 있시야요.”
- 절대 신원이 들키면 안 됩니다. 절대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시라요. 치고빠지기 기술로 어느 정도 흔들어놓고 우리 단체원들은 빠지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습네다.”
- 잠시 후면 군인들이 투입되어 강경 진압에 나설 거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수고하시오.
“알갔습네다.”
만길수 단장이 통화한 자는 연방광역수사국의 특별수사관 우병후였다.
“각 행동대장들에게 연락하라우. 잠시 후면 군병력이 출동해 강경 진압에 나선다고 하니끼니 다들 은밀히 빠져나오라 전하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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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8:0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취조실.
사방이 검은 벽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방, 천장에 달린 조명에 한 사내가 수갑을 찬 상태로 앉아있었다.
바로 평양 은신처에서 음파탄에 맞고 정신을 잃었던 조명록이었다. 그의 얼굴은 매우 초췌해 있었고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지잉!
자동문이 열리고 이자성 과장이 들어왔다.
톡!톡!
“조명록씨 잠은 잘 잤습니까? 한 5시간 동안은 꿀잠을 자던데”
이자성 과장은 서류뭉치로 사각형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조명록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눈을 깔고 흐리멍덩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거, 음파탄 효과가 너무 강한 건가?”
이자성 과장은 조명록의 얼굴 앞에서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니는 뭐네?”
갑자기 조명록이 입을 열었다.
“오 이제야 정신이 듭니까? 우리 둘이서 할 얘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물 한잔하시고 바로 시작합니다.”
이자성 과장은 가져온 물병 하나를 건넸다.
쿠앙!
“이딴 거 필요 없고 왜 내를 잡아 왔는기야? 앙? 사람을 이리 함부로 잡아 와도 되네? 남조선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네?
조명록은 수갑을 찬 손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러자 물병이 넘어지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허허! 이거 참, 이 양반이 자기 입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논하네? 당신!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중국 놈들과 총질했어? 응?”
“신중국이? 그놈들이 신중국 놈들이야?”
“몰랐단 말이야?”
“내래 그걸 어케 아네?”
조명록은 교전 당시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이 중국인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시치미를 뚝 떼었다.
“훗! 그거야 차쯤 알게 되겠고······. 자 그럼 시작합시다.”
이자성은 가져온 서류봉투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탁자에 올려놨다.
“함 보시죠? 이 사진들을······.”
이자성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이 친구들 잘 아시죠?”
사진 속 주인공들은 현재 박기웅 팀장과 대테러수사과에서 쫓고 있는 대외1공작대 대원들이었다.
“그 간나새끼들이 누군데 나한테 물어보네?”
“허허! 이거 참! 다 밝혀질 걸 왜 이렇게 어렵게 가시려고 하시나? 조명록 씨! 좋게좋게 갑시다.”
“허튼수작하지 말라우! 내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서야. 그러니끼니 일 없어야. 당장 풀어 주라우!”
조명록은 두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이자성 과장은 조명록이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조명록 씨, 통일 후 모습을 감추고 그동안 뭘 했습니까?”
“뭘 감춘네? 그 딴거 몰라야. 난 그냥 평범하게 살았어야.”
“평범하게 어떻게 살았습니까?”
“그걸 내가 왜 동무한테 말해야 하네?”
“좋습니다. 김정은이 깨어난 후 김형원과 김정은을 만난 적 있죠?”
“내가 왜 그 인간들을 왜 만나야 하네? 그런 적 없어야.”
“없습니까? 이 사진을 보시죠.”
이자성 과장이 내민 사진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김형원과 그 측근들과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이게 나네? 어디서 수작이야? 이런 가짜 사진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기야?”
조명록은 무조건 발뺌했다.
“계속 부정하실 겁니까?”
“부정이 뭐네?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데 뭔 부정이네?”
이때, 취조실 문이 열리고 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바로 이영진 국정원장이었다. 이에 이자성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제지하며 계속하라는 손짓을 했다.
보통 취조실이 보이는 반대편 방에서 관찰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영진 국정원장은 직접 취조실까지 들어와 취조 사항을 지켜봤다.
조명록은 방금 들어온 중년의 남자가 국가정보원의 최고수장인 이영진 원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2년이 넘도록 은둔생활을 하였지만, 통일 대한민국의 주요 정치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시간 낭비할 거 없이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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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8: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천리마구 강선역 부근.
헉! 헉!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오지완은 앞만 보고 달렸다. 6시간이 넘도록 생사의 사선을 오가며 무장괴한 추적을 따돌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 어떠한 추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서해로 뻗은 대동강 줄기를 따라 이동한 오지완은 잠시 숲속에 몸을 숨기고 숨 고르기를 했다.
‘대체 저 간나새끼들은 어디서 왔다는것이네’
아무리 추리를 해봐도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지완은 무릎을 '탁' 쳤다.
‘이거이 혹시 조명록 짓이가?’
오지완은 생각을 할수록 조명록이 의심되었고 이제는 심중을 굳혔다. 폭탄 테러 후 은신처인 창고로 이동하는 경로는 대외1공작대 외 조명록 일당이 전부였다.
오지완 일행은 이동 중 가장 한적한 곳에서 기습을 받았다. 분명 이동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답은 뻔했다. 바로 조명록 일당이었다.
‘그렇다면 왜?’
‘조명록 이 간나 새끼! 부려먹고 없애버리겠다는 것이었구만 기래. 네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먹어 주갔어. 기다리라우’
조명록이 국가정보원에 잡힌 사실을 모르는 오지완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야겠구만기래’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자 오지완은 피로가 몰려왔다. 이에 해가 완전히 저물어 밤이 될 때까지 숲에서 숨어있다가 빠져나가기로 하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