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9화 (359/605)

인위적 분란!

2023년 11월 17일 15:00 (러시아시각 09:0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

크렘린궁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SVR(대외정보국)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 간의 은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건가?”

“네, 대통령님! 지금 평양은 그야말로 화산지대입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래, 1개월을 준비했는데 당연히 성공해야지”

소파에 앉아 흐뭇한 표정을 지은 푸틴 대통령은 담배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시고는 이내 내뿜었다.

“조명록은 뒤처리를 완료한 후 우리 요원들과 함께 오늘 중으로 러시아로 넘어올 것입니다.”

“그 친구! 러시아로 돌아오는 대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네.”

“네, 모든 준비는 끝마친 상태입니다. 러시아로 오는 순간 확실하게 제거하겠습니다.”

“아마 이런 걸 두고 동양에서는 이렇게 말한다지? 토끼를 잡은 후 필요 없는 사냥개는 잡아먹는다고 하하하”

“그런 말이 있습니까? 대통령님! 동양 문학도 아시고 대단하십니다.”

지금까지 여러 일을 말아먹고 푸틴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던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이번 기회로 다시금 신임을 얻을 수 있었기에 아부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뭘, 그런 거로 대단하기까지야. 후후후”

뻔한 아부성 발언이라는 것을 아는 푸틴 대통령이었지만 대업이 성공했다는 보고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기분 좋게 차를 마시면서 여러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 레베데프 국장이야.”

“뭐? 정말이야?”

“그래서······.”

“이런, 알았다.”

조금 전까지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하며 싱글벙글하던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전화를 끊고는 순간 안색이 180도로 바뀌었다. 이에 눈치챈 푸틴 대통령이 물었다.

“뭔가?”

“그, 그것이······.”

“빨리 얘기해 봐!”

“조명록이가 아무래도 평양을 벗어나려다가 한국 정보국에 잡혔다는 소식입니다.”

순간 담배 맛이 떨어진 푸틴 대통령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끄고는 소리쳤다.

“뭐야?”

“평양에서 러시아 국경선까지 동행하려고 했던 요원의 연락입니다.”

“조명록 그놈은 대체 어떻게 했길래 잡힌단 말인가? 혹, 사전에 정보가 흘러간 건가?”

1개월 전, 이란 테헤란에서 강경희 장관을 암살했던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였다는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걸리면서 조용히 무마시키기 위해 홋카이도 이양 건을 포기한 푸틴 대통령과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새로운 계략을 준비했었다.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이용한 대한민국의 내부를 흔들고자 했다. 먼저 SVR(대외정보국)은 김정은의 측근인 민족노동당 김형원에게 접근하여 엄청난 조건을 제시했다.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은 물론 향후 북주가 연방에서 탈퇴하고 자치적인 독립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군사적 지원까지 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대신 조건으로 김정은의 암살을 제시했다.

이후 암살을 수락한 김형원이 조명록이란 인물로 하여금 암살 준비에 들어가자 러시아 SVR(대외정보국)은 김형원이 모르게 조명록에게도 접근하여 뿌리치지 못할 조건을 제시하며 유혹했다.

사실 조명록은 현 정부와 현재 잘나가는 과거 북한 관료 출신자들에게 불만이 가득했었다. 통일 후 북한 출신의 관료 대부분이 통일 정부에서 한자리하며 잘나갔으나 자시만이 낙동강 오리 알 마냥 대우받지 못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생각에 극도의 복수심이 가득 해 있었다.

그러던 중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깨어나면서 다시금 기회가 주어진 그에게 러시아 SVR(대외정보국)은 그동안 쌓여있던 복수심에 불을 지폈다. 김정은은 물론 김형원과 민족노동당 의원들을 모두 폭탄 테러로 암살하면 러시아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돈 걱정 없이 모든 가족이 살 수 있게끔 해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조명록은 가족들을 비밀리에 러시아로 보낸 후 김형원이 내린 지시를 수정하여 김정은과 김형원 등 취임식에 참석하는 모든 주요 인사에 대한 암살을 대외1공작대에게 지시했다. 이후 암살이 성공하면 대외1공작대를 정찰총국 출신의 요원들이 제거하고 함께 러시아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은신처를 벗어나려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신중국 PLA(인민해방군 특수부대)와 교전을 벌이면서 탈출 시기를 놓쳤고 이후 이자성 과장과 대테러특임대에 잡히고 말았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암살도 실패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일이 꼬이게 되어 죄송합니다.”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또다시 푸틴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대체 하는 일마다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앙? 그 조명록이가 정보국 놈들에게 알고 있는 사실들을 털어놓으면 어찌할 건가? 우리와 연관된 정보를 말이야.”

“그,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혹,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미리부터 조명록의 가족을 우리 요원들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와 관련된 사실을 불면 자신 가족의 목숨이 위험해진 거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의 말에 반신반의했다.

“자네는 그 조명록이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인물로 보는가?”

“음,”

예브게니 레베데프 국장은 선뜻 말을 못 했다.

“왜 말을 못 하지?”

“아, 아닙니다. 분명 자기를 희생할 겁니다.”

“그건 자네 생각일 뿐이야. 자네 말만 믿고 있다가 저번 테헤란 사건처럼 한국놈들에게 뒤통수를 당할 순 없어!”

푸틴 대통령은 양 눈을 가늘게 뜨고는 탁자 위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삐익!

- 네 대통령님!

“오후 2시까지 장관들 소집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다음 계획을 앞당겨야겠어!’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린 푸틴 대통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 ★

2023년 11월 17일 16:00,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4시간에 걸친 NSC(국가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끝날 때쯤 비서실장의 보좌관이 급히 NSC 회의실에 들어왔다.

보안 1급에 해당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유동훈 보좌관은 창백한 얼굴로 보고했다.

“지, 지금 평양에서 폭동이 일어나 북주 주지사가 대통령님과의 긴급 연락을 하고자 합니다.”

“폭동요? 시위대도 아니고 폭동입니까?”

놀란 나머지 말문을 잃은 대통령을 대신해 임종원 비서실장이 질문을 던졌다.

“네, 분명 폭동이라는 단어를 섰습니다.”

현정 역사상 독재자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는 있었어도 폭동이라 가리킬 시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폭동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바로 연락하세요.”

순간 놀랬지만 바로 침착함을 보여주는 추은희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

“네,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비서관은 대답과 동시에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NSC 회의실의 중앙 스크린이 켜지면서 당혹한 기색에 안절부절못하는 안동태 주지사와 평양시 김규진 시장의 모습이 비쳤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대통령의 질문에 인사를 건넨 김규진 시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님 큰일입니다. 현재 10만에 이르는 대규모 폭동이 평양 시내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현재 자치 경찰 2만 명이 긴급 투입되어 폭동 진압에 나섰지만, 폭동이 너무나 격렬해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폭동 인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때 안동태 주지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주지사로서 폭동 진압을 위해 북주 방위군을 투입하려 합니다. 재가 바랍니다. 대통령님!”

비상상황 발발 시 주 방위군의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동태 주지사였지만, 어쨌든 군대를 움직이려면 대통령의 최종 승인은 필요했다.

“군대까지 투입할 정도로 심각합니까?”

대통령을 대신해 강현수 안보실장이 되물었다.

“네, 폭동 가담자 중 개인화기를 소지한 자도 있다는 제보도 있으면 시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주지사의 말이 끝나자 스크린은 분할 화면으로 바뀌고는 한쪽 화면에서는 마스크를 쓴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각종 쇠파이프와 각목 그리고 깃발을 들고 몰려다니며 상가는 물론 공공건물의 시설들을 닥치는 대로 방화하고 부수고 다녔다. 잠시 후 또 다른 영상이 보였다.

왕복 12차선 도를 가득 메운 붉은 머리띠를 한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글씨가 쓰여 있는 깃발이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깃발에 쓰여있는 문구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죽인 현 정부는 물러나라!’, ‘북주 정치 말살의 배후 현 정부는 물러나라’ 등등 현 정부를 질타하는 수많은 문구가 쓰여있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이윤연 국무총리는 화면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은 지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는 물었다.

“현재, 사태 파악 중이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심각한 것은 현재 수많은 사람이 평양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경찰만으로는 힘들 거 같습니다. 주 방위군을 투입하겠습니다.”

안동태 주지사는 대통령의 승인을 재촉했다.

“안, 안됩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를 도리어 국민을 제압하는데 동원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안동태 주지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반대임에도 끝까지 주장을 펼쳤다.

“대통령님, 영상을 보셨지 않습니까?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국가를 전복하려는 폭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서 끝내 승인을 안 하신다면 주지사의 권한으로 북주에 대한 1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하겠습니다.”

“안 주지사! 정말 이럴 겁니까?”

안동태 주지사의 말에 화가 난 대통령이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저는 이만, 제가 할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안 주지사! 그만 하세요.”

추은희 대통령은 자리에서까지 일어나 말했지만 안동태 주지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바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이에 옆에 있던 김진규 시장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다급히 국방부 강이식 장관이 소리쳤다.

“김 시장님! 당장 주지사를 잡으세요. 막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평양 시민들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제가 북주 방위군 사령관에게 연락하는 동안 어떻게든 막으세요.”

“아! 예! 예! 제가요? 제가 어떻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으세요.”

다그치는 강이식 장관의 말에 김진규 시장이 대답했다.

“알,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대답한 김규진 시장은 인사도 없이 화면에서 사라졌고 안동태 주지사를 부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안 주지사 저 사람 지금 제정신입니까? 아무리 폭동이라 해도 군대를 동원하겠단······. 강 장관님 당장 전화하세요.”

과거 폭동이란 이름으로 무고한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사건 바로 518 광주사태라는 비운의 역사를 겪은 대한민국, 문민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는 정말 그들이 폭동자라 해도 결코 군대를 움직여 제압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네, 대통령님!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강이식 장관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합동참모본부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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