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7화 (357/605)

인위적 분란!

2023년 11월 17일 11:2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용성구 외곽도로.

검은 밴을 타고 복잡한 평양 시내를 빠져나온 오지완 일행은 임원동 창고로 가기 위해 용성구 외곽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 간나새끼 전화를 안받슴메”

강태우는 몇 번이나 구상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는 흘렀지만 받지 않았다.

“뭔 일 있갔어? 나름 준비하느라 못 받을 수도 있갔디”

뒷자리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있는 오지완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말했다.

“혹시, 이 간나새끼들 돈 가지고 토깐 건 아니겠디요?”

중성동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검은 밴, 김정은을 비롯해 민족노동당 의원 대부분을 폭탄 테러로 암살한 오지완 일행이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남상원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남상원이 네는 부하들을 믿지 못 하는기야? 된걱정(큰 걱정) 말고 거연히(태연히) 앉아 있으라우!”

“오 대장 동지! 구상식 그 아새끼래 그악하디(모질고 사답다) 않습네까?”

“내래 남상원 말에 동감함메”

강태우까지 남상원의 말에 동조하자 오지완이 눈을 뜨고는 일갈했다.

“이 간나새끼들이? 수년간 서로의 목숨을 의지하며 동고동락한 부하에게 할 소리네? 그만 닥치라우”

이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언제부턴가 은밀히 따라오는 두 대의 봉고차가 있었다. 짙은 썬팅을 한 봉고차들은 한산한 외곽도로에 진입하자 더욱 속도를 올려 검은 밴 양쪽으로 붙기 시작했다.

“저것들 뭐이네?”

조수석의 남상원이 바짝 붙은 봉고차를 보고 말했다. 그때 양쪽의 봉고차 창문이 열리더니 검은빛의 총구가 보였다. 그리고는 연사 사격을 가하며 검은 밴은 벌집으로 만들었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파팟파팟파팟!

끼이이긱!

운전하던 권혁균이 머리와 어깨에 총상을 입고 즉사하자 검은 밴은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더니 이내 가드레일을 박고 퉁겨져 몇 바퀴를 구른 후 뒤집힌 상태로 멈췄다.

으윽! 으윽!

뒤집힌 상태의 검은 밴 안에서는 신음이 울려 퍼졌다.

오지완 역시 어깨총에 총상을 당한 후 여러 군데에 머리를 박아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오 대장 동지! 괜, 괜찮습메?”

조수석에 타고 있던 강태우가 고개만 살짝 돌려 오지완을 불렀다. 그의 머리에는 시꺼먼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괜, 괜찮아야. 네는 어떤네?”

“일 업습. 쿠욱!”

강태우는 말하다 말고 한 줌의 피를 토했다.

입에서 시꺼먼 피를 토한 강태우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내래 틀렸슴메. 오 대장 동지라도 날래 벗어나야함메. 내래 엄호 하겠. 슴, 메,”

“일 없어야. 같이 가자우!”

거꾸로 매달려 있던 오지완은 안전벨트를 풀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양쪽을 살피자 왼쪽에 앉아있던 남상원은 목이 꺾여 죽어있었고 오른쪽 오길수는 머리가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 오지완이 살았던 이유가 양쪽에 앉았던 두 명이 총알받이이자 쿠션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뒤쪽 짐칸에 쪼그려 앉아있던 박성식은 가드레일과 충돌할 때 밖으로 튕겨 날아가 있었다.

짧은 시간, 상황을 파악한 오지완은 창문 너머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확인했다. 봉고차에서 내린 자들은 검은 복면을 쓰고 개인화기를 무장한 상태였다.

“날래 벗어나시라요. 내래 엄호하갔슴메”

강태우가 말할 때마다 한 줌의 피를 토했다. 그러면서도 즉사한 권혁균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고는 양손으로 권총을 쥐고는 무장괴한에게 사격을 가했다.

타탕! 타탕! 탕! 탕! 탕!

설마 살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달려오던 무장괴한들은 깜짝 놀라며 엄폐물을 찾아 사방으로 뛰었다. 몇 명은 강태우의 권총에 맞고 쓰러졌다.

“이때임메. 어서 뛰메!”

말할 때마다 피를 토하는 강태우는 힘이 떨어지는지 권총을 쏠 때마다 반동에 온몸이 들썩거렸다.

“강태우이! 꼭 살아있으라우 살아있으면 꼭 찾아가겠어!”

“알겠음메! 쿠억! 어떻게든 살아있을 테디 날래 가야함메!”

피를 토하는 강태우의 외침에 오지완은 깨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와 그대로 가드레일을 넘었다. 그러자 가드레일에도 여러 발의 탄환이 날아와 크고 작은 불꽃이 튀었다.

가드레일에 몸을 숨긴 오지완도 권총을 꺼내 들어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무장괴한의 수는 어림잡아 10명! 자동화기로 무장한 상대를 권총 한 자루로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반격을 가하면서도 오지완은 안전한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때 검은 밴이 폭발하며 시뻘건 화염이 솟구쳤다. 아마도 연료계통이나 무장괴한의 수류탄에 폭발한 듯했다.

“이 종간나 새끼들! 내래 기필코 복수해 주갔어!”

악에 받친 오진완이 권총으로 반격하자. 접근하던 무장괴한 한 명이 쓰려졌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이제 혼자만 남게 된 오지완 쪽으로 집중 사격이 가해졌다. 무장괴한들은 좌우로 흩어지며 오지완의 배후를 치려 했다. 이에 새로운 탄창으로 교환한 오지완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바로 대응 사격을 가하면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용수로로 뛰었다.

타타타타탕! 팟팟! 타타탕! 타타타앙!

지그재그로 뛰며 빗발치는 총알 사례를 피한 오지완은 그대로 용수로에 몸을 날렸다. 사람 키 높이 정도로 깊은 용수로는 겨울이라 흐르는 물은 없었다. 이에 오지완은 있는 힘을 다해 앞만 보고 내달렸다.

★ ★ ★

2023년 11월 17일 11:2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형제산구 신미동 어느 건물(전 정찰총국 은신처).

“어찌 됐네?”

말끔한 양복으로 차려입은 조명록이 방에서 나오며 조원진에게 물었다.

“현재 창고 쪽 기습조는 산으로 달아난 한 놈을 쫓고 있습네다. 다른 한 놈은 자기들끼리 내분이 있었는지 총에 맞고 죽어 있었습네다.”

“오지완 쪽은?”

“그쪽 기습조 역시 중구를 빠져나오는 오지완을 기습 공격하여 현재 3명 사살, 나머지 2명을 쫓고 있습네다.”

“뭘 그리 쫓는 게 많네? 확실히 못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됐다우. 중간 상황은 계속해서 보고하고 우리는 이만 뜨자우!”

“네, 밖에 차량 준비 했습네다.”

정찰총국의 은신처 건물 앞에는 여러 대의 자동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챙길 건 확실히 챙겨갔디?”

“네, 필요 없는 건 모두 소각했고 나머진 중요한 건 요원들이 차량에 모두 실어 놔습네다.”

“알갔어. 가자우”

이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자동화기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타탕! 타타타탕! 타타탕!

“뭐기야?”

밖으로 나가려던 조명록이 깜짝 놀라며 조원진에게 소리쳤다.

“조 국장 동무! 잠시만 기다려 주시라요. 내래 알아보고 오갔습네다.”

조원진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2층에서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두고 요원들이 대응 사격 중이었고 1층은 최루탄 가스로 가득했다.

잠시 후 1층에서 최루탄 여러 개가 날아왔다.

투웅! 투웅! 파앗! 쉬이이이이익~

2층 바닥에 떨어진 최루탄 4개가 순식간에 가스를 내뿜었고 이내 2층 전체로 퍼져나갔다.

방독면이 없는 요원들은 숨을 멈추고 대응 사격을 이어갔지만, 눈에 들어온 가스로 인해 시야가 방해되면서 하나둘 대응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아무리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이라 해도 눈에 들어온 가스의 고통은 참기가 힘들었다.

음!

조원진 역시 손으로 입을 막고는 다시 3층으로 올라왔다.

“뭐네?”

코물 눈물을 흘리며 올라온 조원진을 향해 조명록이 다급히 물었다.

“모, 모르갔습네다. 남조선 특수부대인지 경찰······.”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순간, 2층까지 총성이 울려댔다.

방독면을 쓰고 올라온 자들이 최루탄 가스에 대응능력을 상실한 요원들을 사살했다. 저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려졌다.

“이 종간들······. 대체 뭐이가?”

넥타이까지 풀어 제친 조명록은 직접 권총으로 계단 쪽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 현재 은신처에 있는 요원은 조원진을 포함해 고작 6명이었다. 나머지 요원들은 대외1공작대를 제거하기 위해 모두 나간 상태였다.

살벌하게 울려대는 총성이 순간 멈췄다. 아무래도 2층에 있던 요원들이 모두 사살당한 듯했다.

“네들 뭐네?”

조원진이 벽을 등지고 계단을 향해 소리쳤다. 방독면을 쓴 자들은 대답을 최루탄으로 대신했다.

쉬이익! 쉬이익!

계단을 타고 날아온 최루탄이 바닥에 떨어지자 이내 역겨운 가스를 내뿜으려고 하자 조원진이 몸을 날려 최루탄 하나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창문에 던졌다.

쨍그랑!

그리고 이내 두 번째 최루탄을 집으려는 그때 깨진 창문 너머에서 묵직한 탄환 한 발이 날아와 조원진의 머리에 가격했다.

퍼억!

대인 저격총에 사용하는 12.7mm 탄환은 조원진 머리를 수박 터뜨리듯 박살을 내자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튀었다.

은신처 건물의 모든 창문은 검은 종이를 발라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원진이 최루탄을 던져 창문이 깨지면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저격수에게 당한 것이었다.

“우욱!”

참혹한 광경을 코앞에서 본 조명록은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네들 정체가 대체 뭐네? 이야기 좀 하자우!”

혼자 남게 된 조명록은 탄창을 교환한 후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지완 일행만 깔끔히 제거하고 러시아로 도망만 가면 앞으로 돈 걱정 없이 호화롭게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놈들 때문에 일이 틀어지자 조명록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렸다.

하지만 역시 2층에서 방독면을 쓰고 있는 자들의 대답은 없었다. 이번에도 대답은 최루탄 여러 발이었다.

파팟! 파팟! 파팟!

연달아 강력한 빛과 굉음이 발산했다. 이것은 최루탄이 아닌 섬광탄이었다. 이에 조명록은 순간 시력을 상실한 듯 심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기고 말았다.

으윽!

조명록이 두 눈을 감싸고 바닥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는 사이 2층에서 방독면을 쓴 여러 명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내 조명록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댔다.

“네, 니들 정체가 뭐네? 돈이 필요한 기야? 돈은 얼마든지 주갔어. 그러니 살려 달라우”

조명록은 전 정찰총국의 국장답지 않게 죽음 앞에서 비굴했다. 엎어진 자세로 머리를 조아렸다.

시력은 물론 고막까지 굉음에 멍멍거리는 상황에서 방독면을 쓴 자들이 말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것은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이었다.

‘이거이 웬 떼놈들이야?’

이들의 정체가 중국인 것을 알게 된 조명록은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리며 권총을 집었다. 그리고는 연속 동작으로 한 놈당 한발씩 정확히 목 부분에 총알을 날렸다.

탕! 탕! 탕! 탕!

정확하고 민첩한 사격에 방독면을 쓴 사내들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지푸라기 쓰러지듯 바닥에 꼬꾸라졌다.

섬광탄이 터질 당시 조명록은 신속한 동작으로 두 눈을 감고 팔로 감싸면서 강렬한 섬광탄의 빛을 어느 정도 막았다. 그리고는 일부로 섬광탄에 당한 것처럼 연기했다.

기막힌 연기와 방독면을 쓴 자들의 순간 방심에 죽을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조명록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자동화기를 들었다. 예전이 많이 사용했던 AK-47 소총이었다.

이때 2층에서 중국말이 들려왔다. 어느 정도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조명록은 대충 알아듣기로는 지금 3층 바닥에 너부러져 쓰러져있는 동료에게 처리했으면 바로 내려오라는 말이었다.

‘네놈들이 어디서 왔는지 확실히 밝혀내 모조리 죽여주갔어’

조명록은 죽은 자들한테서 수류탄과 섬광탄을 챙겨 들고는 자연스럽게 2층으로 내려갔다. 방독면 때문에 들킨 일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조명록에게 말을 걸었다. 자치 어설픈 중국말로 말했다가 억양 때문에 들킬 수 있단 생각에 조명록은 그대로 몸을 돌려 말 건 자의 가슴에 총구멍을 냈다.

탕!

그리고 연이어 360도로 회전하며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부터 대충 적들의 위치를 파악한 상태였다.

“지금 뒈진 놈들이 5명이고 3층에서 뒈진 놈들이 4명이니 총 9명 이구만 기래!”

이때 1층에서 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뭐기야? 1층에 또 있었네?’

거실 쪽 벽에 기댄 조명록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살폈다. 아래층에 있던 자들은 중국말로 위층 상태를 확인하고자 소리치며 물었다.

이에 조명록은 수류탄의 클립과 안전핀을 제거하며 중국말로 소리쳤다. 대충 별일 아니니 1층 수색이나 마저 하라는 말이었다.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라 본토 억양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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