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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0: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평화광장역 부근 평양광장.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에서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한참인 가운데 평양 평화광장역에는 민족노동당 당 대표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 당 대표인 김형원은 최고의원들과 함께 당 규정을 제멋대로 수정했다. 수정된 당 규정에는 기존 당 대표 선출방식을 선거가 아닌 현 당 대표가 새로운 당 대표를 추대하여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김형원은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민족노동당의 새로운 당 대표로 추대했고 한때 김일성 광장이라 불리던 지금의 평화광장에서는 김정은 당 대표의 취임식이 거창하게 진행되었다.
상원과 하원 그리고 당원들 모두 북주 출신으로 이뤄진 민족노동당은 대한민국 국회의 제3의 야당으로 북주에서만큼은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김정은 당 대표의 취임식이 진행되는 평화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마치 예전 북한 시절로 돌아간 듯 김정은 당 대표 취임식의 환호와 열기는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다.
한편, 민주주의에 입각한 공평하고 질서 있는 당 운영을 배제하고 마치 공산당 운영하듯 독재적이고 재 멋대로 운영한다는 여당과 야당의 빗발치는 비판성명이 연신 언론매체에서 다뤄졌고 중앙정부 역시 우려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 여론 역시 술렁거리며 민족노동당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형성되었고 대도시마다 민족노동당을 해체하라는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민족노동당과 김형원은 끝내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고 말았다.
잠시 후 김형원 전 당 대표가 민족노동당의 새로운 당 대표인 김정은을 소개했다. 그러자 단상 뒤쪽에 앉아있던 최고의원들을 비롯한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 북한 특유의 박수를 쳤다.
그러자 예전과 변함없는 헤어스타일과 옷을 입은 김정은이 뒤뚱거리며 단상으로 올라왔다.
와와와와!
10만에 달하는 군중들이 일제히 양손을 올리며 환호했다. 광장 일대가 울릴 정도의 대단한 환호에 김정은은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오랜만에 이러한 환호를 받은 김정은은 가슴이 벅차 목이 멨는지 바로 취임사를 하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친애하는 인민 여러분 반갑습네다. 그리고 감사합네다.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와 이렇게 위대한 환대를 받으며 민족노동당의 당 대표가 되니 감개무량 합네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합네다.”
8년 전이 지났음에도 김정은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단상 탁자의 양쪽을 힘주어 잡고 특유의 말투로 취임사를 이어갔다.
★ ★ ★
2023년 11월 17일 10:30,
남자 주인공 서울특별시 용산구 백범기념관.
그동안 암살위협으로 외부 행사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추은희 대통령은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 용산 백범기념관을 방문했다.
통일 후 대한민국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권 회복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거나 헌신하다 순국한 애국자와 독립운동가 등의 순국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존경을 표하는 순국선열의 날을 범국가적 기념식 규모로 거행했다.
식순은 개식, 국기에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국선열의 날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 축시 낭송, 순국선열의 날 노래 제창, 폐식 순으로 진행되었고 이제 대통령의 기념사가 막 시작하려고 했다.
한편,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는 백범기념관에는 청와대 경호원 전체는 물론 국가정보원의 대테러수사국과 대외정보국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요원을 곳곳에 배치해 철통같은 보안에 들어갔다.
더불어 특수전사령부의 707특임여단 소속 특전사까지 완전무장한 상태로 백범기념관을 기준으로 반경 3km에 해당하는 모든 지역에 투입되어 그동안 열린 경호가 무색할 만큼 조금은 살벌한 경호가 이뤄졌다.
대통령의 암살위협이 있다는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일부 언론매체와 시민들이 불만을 토하는 사태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강력한 투명 보호막이 쳐진 단상 위로 추은희 대통령이 올라왔다.
국민으로부터 지지율이 70%에 달하는 추은희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백범기념관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아줬다.
단상에 올라온 추은희 대통령은 가장 먼저 단상을 보고 앉아있는 호국선열의 후손과 국민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한 후 기념식 인사말을 시작했다.
“순국선열의 날 84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과거, 조국 해방을 위해 자기 자신의 목숨은 물론 피를 나눈 가족과 생이별을 하며 머나먼 만주와······.”
★ ★ ★
2023년 11월 16일 11:00,
북부 평양 특별자치시 용성구 임원동 어느 창고.
- 우리가 도착하면 바로 나를 준비는 되 있갔디?
통신장치의 수화기 넘어 오지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네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으니 일 끝나면 바로 오시면 됩네다.”
- 알았어야. 통신은 계속 개방해 놓갔어. 듣고 있으라우. 앞으로 2분 후이디, 2분 후 폭발 소리 들리면 바로 통신 장비 챙기고 기다리라우.
“알갔습네다.”
구상식이 대답을 하며 침을 한번 삼켰다. 그 역시 긴장되고 있었다.
2분 후면 한반도가 전체가 진동할 역대 사건이 터질 예정이었다. 지하철 비상대피통로를 이용해 목표지점 여러 곳에 침투한 후 IED(급조폭발물)을 설치한 수행조는 즉시 빠져나와 퇴각조인 오지완과 조우했다.
사전에 확보한 장소에서 오지완은 망원경으로 진행되고 있는 행사장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강태우이! 누르라우!”
오지완의 지시에 원격격발센서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1km 지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흙먼지가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쿠앙! 쿠르르르릉!
지하에 설치된 IED(급조폭발물)의 폭발위력에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이 날려가는 장면을 망원경으로 확인한 오지완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성공이야! 가자우!”
한편 통신장치로 폭발음과 함께 오지완이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구상식은 즉시 통신장치와 노트북을 작은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남구태에게 말했다.
“남 동무 성공했어야. 배낭 챙기라우!”
“성공했네? 알았어야!”
2억 원의 현금이 들어있던 8개 가방을 2개의 대형 배낭에 4개씩 나눠 담은 남태식은 신난 표정을 지으며 배낭을 멨다. 그리고 뒤돌아봤을 때 남태식의 인상은 심하게 구겨졌다.
“네, 네 뭐, 뭐 하는 거네?”
얼어붙듯 제자리에 멈춰버린 남구태는 자신을 향해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겨누고 있는 구상식을 향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뭐하기는? 내래 혼자 먹겠다는 거디. 모르갔어? 후후후”
구상식이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권총 방아쇠의 검지에 힘을 주었다.
“이 간나새끼!”
남구태의 욕설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튜웅! 튜웅! 튜웅! 퍼억! 퍼억! 퍼억!
순간, 남구태는 앞에 맨 배낭을 구상식에게 던졌다. 이에 구상식이 쏜 탄환은 운이 좋게도 남구태가 아닌 커다란 돈 배낭에 맞았다. 이 틈을 놓칠세라 남구태는 그대로 몸을 날려 구상식을 덮쳤다.
퍼억! 파악! 퍼억!
특수훈련을 받은 구상식과 남구태는 한 몸이 되어 바닥에 뒹굴면서 목숨을 건 혈투를 버렸다.
튜웅!
하지만 남구태의 운은 이내 끝나고 말았다. 나뒹구는 상황에서 총성 한 발이 울렸고 남구태의 가슴에서 시뻘건 피가 흘렀다.
“비끼라우 간나새끼야.”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는 남구태를 밀어제치고 구상식이 일어났다.
“으윽! 이 간나새끼! 어찌 나한테 이러네?”
“남 동무! 그만 조용히 가라우!”
튜웅! 튜웅! 튜웅!
탄환 3발이 정확히 남구태의 머리를 관통했다.
“아 새끼래! 조용히 갈 것이디······.”
수년간 동고동락한 남구태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죽인 구상식은 곳곳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는 조용히 떠나야갔디’
구상식은 커다란 돈 배낭을 앞뒤로 멘 후 스마트폰을 꺼내 112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내래! 방금 있었던 폭발 사건에 관련한 정보가 가지고 있으니 끼니 임원동 북쪽에 있는 파란색 지붕의 창고로 오라우! 이만 끊갔어!”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은 구상식은 스마트폰을 통신장치를 넣은 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는 창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창고 밖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을 느낀 구상식은 급히 몸을 숨기고 권총을 꺼냈다.
‘뭐기야? 벌써 왔다는 기야? 전화한 지 1분도 안 돼서? 아니디, 경찰일 순 없어야!’
구상식은 밖의 수상한 상대가 누구인지 머리를 짜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튜웅! 튜웅! 튜웅! 튜웅! 튜웅!
순간 자동화기에서 쏟아지는 여러 발의 탄환이 창고 벽을 뚫고 날아왔다.
“윽! 뭔 간나새끼야!”
구상식은 몸을 날려 벽기둥 쪽으로 몸을 재차 숨긴 후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탄환은 한 방향에서 날아오지 않았다. 구상식은 돈 배낭을 방패 삼아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환을 막아냈다.
푹!푹!푹!푹!푹!
돈뭉치가 가득 담긴 돈 배낭에 여러 발이 탄환이 박혔다.
“이거 엿 됐구만 기래!”
구상식은 방금 112에 전화한 것을 후회했다. 입구가 봉쇄된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저놈들한테 죽거나 아니면 출동한 경찰한테 잡힐 판이었다. 만약 112에 전화하지 않고 오지완 대장 동무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텼다면 한 가닥 살 기회는 있었다.
때늦은 후회를 하는 동안 방패막이로 사용했던 돈 배낭은 이제는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그때, 주변을 살피던 구상식의 눈빛이 반짝였다. 뒤쪽 창고 벽면에 살짝 금이 간 걸 확인했다. 70년도 더 된 낡은 창고였기에 어쩌면 벽을 뚫고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저쪽으로 튀어야 갔어’
구상식은 기회를 엿보던 중 잠시 총성이 멈추자 이때를 놓칠세라 너덜너덜해진 앞쪽 돈 배낭을 버리고는 그대로 뒤쪽 금이 간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악! 우두둑!
예상대로였다. 체중이 실린 구상식의 몸이 금이 간 벽은 허물어뜨리며 창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잔해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바닥을 한 바퀴 굴은 구상식은 민첩한 동작으로 일어나 돈 배낭을 메고 그대로 뒤쪽 산길로 뛰기 시작했다.
한편, 창고 입구를 막고 총알 사례를 퍼붓던 정체불명의 수상한 자들은 구상식이 뒤쪽으로 도망간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뒤쫓으며 사격을 가했다.
튱!튱!튱!튱!튱!튱!튱!
파팍! 파파팟!
연사로 날아가는 탄환은 도망가는 구상식에게 사정없이 쏟아졌고 바닥과 나무에 착탄 하며 파편이 튀겼다.
한편, 창고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서 주변 가옥들을 정밀 수색하던 박기웅 팀장과 평양지부 요원들은 어디선가 작게나마 들리는 총성을 듣고는 이내 차를 몰고 오고 있었다.
산으로 무작정 도망가는 구상식과 뒤를 쫓은 정체불명의 수상한 자들, 그리고 총성을 듣고 급히 차를 타고 오는 박기웅 팀장 일행,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지완 일행이 일으킨 폭탄 테러는 대한민국 전체에 대혼란을 초례 할 사건이 되고 말았다.
현재 방송국의 모든 채널과 라디오에서는 긴급속보로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고 있었다. 10분 전, 민족노동당 당 대표 취임식이 있는 평양 평화광장에서 엄청난 대폭발 사고가 일어나 취임식에 참석했던 김정은은 물론 전 당 대표인 김형원과 30여 명의 의원, 그리고 300여 명의 시민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었다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2015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천우신조로 8년 만에 깨어난 김정은은 기구한 운명인지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그만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