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8화 (348/605)

숨바꼭질

2023년 11월 11일 11:00,

남주 인천광역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경제 대국 1위인 대한민국의 경제 원동력은 외계 첨단과학 기술에 힘입어 급성장한 자동차, 반도체, 항공업, 조선업, 정보통신, 미용 등등 너무나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더불어 통일 후에는 수십 년간 폐쇄되었던 북한이 개방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렸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에 유례없는 관광사업의 호황을 누렸다.

통일 전, 대한민국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연간 이천만 명이었으나 현재 2023년 10월까지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구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아시아 1위인 일본을 가볍게 뛰어넘은 세계 1위의 통계수치였다.

또한, 달라진 점은 예전 외국인 방문자 대부분이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주변국으로 국가 간 외교 문제에 따라 방문자 수가 크게 변동했다. 이에 대한민국 관광업은 호황과 불황이라는 줄타기를 타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방문자 분포를 보자면 주변국 3국의 비율은 40% 이하로 낮아졌고 나머지 60%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동남아와 남미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이처럼 관광업의 대호황 속에서 외국인들로부터 가장 선호하는 투어가 있었다. 서울과 북주의 주요 관광명소를 투어하는 피스 코리아 투어였다. 예전 수십 년간 폐쇄국가로 지낸 북한에 대해서 서방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어 중의 하나였다.

오늘도 피스 코리아 투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인산인해였다.

출입문이 열리고 입국 심사를 마친 한 무리의 신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나왔다. 나이와 성별이 다양한 신중국 관광객 30여 명이 특유의 극성스러운 수다를 떨며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의 팻말을 보고 모였다.

일반적인 관광객으로 보였으나, 관광객 무리 중에는 날카로운 눈빛을 발사하는 여러 명의 사내가 보였다. 이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관광객 행세를 하며 가이드를 따라 관광버스에 탔다.

이들의 투어 일정은 서울에서 3일간 맛집과 유명관광명소를 구경하고 3일째는 992㎢에 달하는 DMZ 생태공원 구경한 후 역사적인 판문점을 통과해 북주로 이동한다. 그리고 6일간 개성과 평양 그리고 금강산을 관광한 후 마지막 날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출국하는 9박 10일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남주와 북주의 주요 관광명소를 차례대로 투어하는 신중국 관광객 30여 명은 그렇게 관광버스를 타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벗어나 서울로 이동했다.

★ ★ ★

2023년 11월 11일 11:30,

남주 충청도 청주시 대한우주과학센터 파르테논 연구소.

이수진 박사와 얘기를 마친 후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당시 친했던 연구원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남궁원은 마지막으로 외계비행선이 있는 X-1 연구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X-1 연구실은 변함이 없었다. 또한, 중앙에 있는 외계비행선 역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다. 호큘라!”

남궁원은 손목에 찬 스마트 시계를 통해 호큘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외계비행체 외형에서 다양한 빛이 발산했다.

“오랜만에 왔구나. 남궁원!”

극초음파의 신호를 한국어로 변환시키는 스마트 시계 덕분에 지금은 호큘라와 대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맨날 통신으로 도와달라고만 말했지 자주 오지 못해 미안하다.”

“괜찮다. 나도 그동안 바빴다.”

“호큘라 안 본 사이에 너 말하는 게 인간 같다? 하하”

남궁원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바쁘다는 단어를 사용하자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환경에 영향을 받아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인간과 함께한 지 7년이 넘었다.”

“와!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이 넘었구나.”

“남궁원!”

“응 말해!”

“너희 인간들의 공식 입장은 어떤가?”

호큘라는 남궁원이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음, 사실 우리는 호큘라 네가 3년 정도는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건 어렵다. 남궁원! 난 너와 처음에 약속했었다.”

“알아!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나 역시 네가 스플리스 성인을 데리고 고향별로 가길 원해”

“남궁원! 인간들이 나를 3년간 더 있길 바라는 이유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과학기술 때문인가?”

인간이 대화하는 흉내를 내면서도 인공지능 시스템답게 호큘라의 질문은 단독집적이었다.

“맞아! 그 이유가 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스플리스 성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과학기술 자료는 현재 파르테논의 가이아 시스템에 저장해놨다. 암호 프로토콜은 너의 스마트 시계로 전송하겠다.”

“어? 정말이야?”

“1년 전 가이아 시스템이 개발됐을 당시에 모두 전송한 상태였다.”

“음, 그렇구나! 호큘라 우리를 너무 이기적인 인간으로 생각진 말아줘!”

“당연하다. 나는 남궁원을 알게 되어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보고 싶을 것이다.”

남궁원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맺혔다.

남들이 듣기에 호큘라의 음성은 매우 건조하고 억양 없는 기계 음성으로 들렸겠지만, 남궁원에게는 마치 친한 친구가 진심으로 말하는 거처럼 들렸다.

“나, 나도 네가 무척 보고 싶을······.”

남궁원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 ★ ★

2023년 11월 11일 12:30,

남주 서울특별시 중구 연방광역수사국(국장실).

점심 약속을 핑계로 국장실에 들은 홍기수 차장이 소파에 앉으며 작은 디스크 하나를 건넸다.

“뭔가?”

“우병후 특수관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그래? 뭐라도 알아냈나?”

슈트를 입으려던 강혁 구장은 급한 마음에 다가와 디스크를 건네받았다.

“하하, 아이고 뭐 그리 급하시다고. 일단 옷이라도 입으시지······.”

“안 급하긴 이 사람아, 지금 청와대와 국정원은 난리 난 상태야.”

“디스크에 국장님께서 알아보라는 부분과 추가로 1개월간 우병후의 동향 내용입니다.”

“수상한 거라도 있었나?”

“네, 근래, 평양에 자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역시, 이놈 뭔가가 있었군”

강혁 국장은 은빛의 디스크를 손에 쥐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우병후 이 친구 생각보다 너무 주도면밀하게 움직여서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수고했어, 부하들한테 입단속은 했겠지?”

“그럼요. 제 최측근 요원들한테만 지시했었습니다.”

“알겠네, 그럼 이만 점심이나 하러 갈까?”

“네, 맛난 거 사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가세나”

★ ★ ★

2023년 11월 11일 19:0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테러수사 3과 사무실)

국가정보원 모든 부서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신의주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대외공작대를 추적하는 대테러수사 3과 사무실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다.

국내 모든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 그리고 개인 IC 카메라까지 해킹해 대외공작대의 얼굴과 매칭하는 작업에 착수한 지 3일 만에 평양의 한 룸살롱에서 얼굴 매칭이 70%에 달하는 결과가 나온 수상한 인물이 확인했다.

3일간 날밤을 새우며 국내 모든 카메라에서 촬영된 영상을 취합해 얼굴 매칭작업을 하던 박기웅 팀장의 눈이 커졌다.

기억도 안날만큼 수많은 영상이 돌아가며 자동으로 얼굴 매칭작업이 돌아가던 모니터에서 70%라는 수치가 표기되며 정지된 영상 화면의 누군가의 얼굴이 확대되었다.

이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박기웅 팀장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번도 허탕이기만 해봐라! 혀 깨물고 죽으련다.’

앞서 이와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최종적인 정밀 매칭결과는 다른 인물로 나왔다. 이에 박기웅 팀장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조바심이 커졌다.

70%로 매칭된 얼굴은 국경선 출입국에서 제출한 신분증 얼굴과 신의주까지 확인된 얼굴을 차례대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70%라는 매칭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좋아! 찾았다.”

박기웅 팀장은 양손을 들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에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매칭작업에 열중하던 모든 요원이 우르르 박기웅 팀장에게 몰려왔다. 그리고는 이내 모니터를 보며 한마디씩 던졌다.

“뭐야! 찾았어?”

“정말? 찾았어요?”

“어딥니까? 팀장님!”

“평양!”

매칭결과의 CCTV 장소는 모니터에는 평양 대성구 비파로(비파동) 716번지 황제 룸살롱으로 나왔다.

“뭐야? 룸살롱?”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요원들은 룸살롱 CCTV를 통해 추적의 실마리를 찾을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아나 개새끼들, 우리는 며칠간 집에도 못 가고 날밤을 새우며 개고생하는데 이것들은 룸살롱에서 처놀고 있었네?”

윤태진 2팀장이 허리에 양손을 집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이 과장님 언제 오신다고 했지?”

“10시는 돼야 온다고 하셨습니다.”

대테러수사 3과 선임인 하상만 대리가 대답했다. 현재 이혜진 과장은 과장급 이상 간부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다.

“음, 그렇다면 말이야. 일단 우리 팀만 지금 바로 평양으로 이동할게. 3과는 남아서 매칭작업을 계속해줘, 모두 함께 움직였다가 혹, 잘못된 정보였으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공조수사팀의 리더인 이혜진 과장이 부재인 상황에서 두 번째 선임인 박기웅 팀장이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좋아! 그럼 이 과장님한테는 평양에 도착하면 연락한다고 전해줘! 우리는 장비 챙겨서 바로 출발하자!”

★ ★ ★

2023년 11월 11일 22:2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대성구 비파동 비파거리(황제 룸살롱).

새롭게 개통된 편도 8차선 신서평고속도를 타고 2시간도 안 걸려 도착한 박기웅 팀장 일행은 비파거리 번화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긴 거 같은데?”

윤태진 팀장은 맨정신의 사람도 정신을 홀릴 정도로 최첨단 레이저 불빛이 번쩍거리는 고급 술집 하나를 가리켰다. 찾으려던 황제 룸살롱이었다.

“워! 강남 못지않게 화려한데요.”

함께 온 2팀 오혁수 대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이에 윤태진 팀장이 뒤통수를 날리며 야단쳤다.

“놀러 왔냐? 정신 차려 마!”

“아! 팀장님! 그냥 멋져 보여서 한 말인데 너무하십니다.”

“야 시끄럽고! 먼저 가서 저기 조폭 애들 좀 치워라”

황제 룸살롱 현관 앞에는 10여 명의 검정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버티고 서있었다.

“아니 저 새끼들은 무슨 가게 앞에서 저리 버티고 있으면 손님들이 졸아서 들어가겠나? 근데, 너무 많은데요? 팀장님?”

“아나! 뭘 많아? 10명밖에 더 돼?”

표정으로 갈구는 윤태진 팀장의 얼굴을 본 오혁수 대리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조폭들 앞으로 걸어갔다.

‘하! 두 팀장이랑 같이 오는 게 아니었어! 좋아!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조폭들 앞에 선 오혁수가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야! 지금부터 이곳은 우리 형님이 접수한다. 저 뒤에 형님들 보이지? 무서운 형님들이다. 무릎 꿇어 새끼들아!”

멀쩡하게 생긴 놈이 갑자기 나타나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자 조폭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넘어 험상궂게 인상이 구겨졌다.

“이런 쌍! 이 꼬맹이쉐켕이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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