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6화 (346/605)

안과 밖

2023년 11월 06일 02:5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대성구 비파동 비파거리 번화가(황제 룸살롱 VIP룸).

“마시라우!”

평양 대성구의 번화가인 비파거리에서도 꽤 유명한 고급 룸살롱의 VIP룸에서 억센 어투의 사투리를 쓰는 사내 3명이 각자 파트너를 옆에 끼고 술에 취해 흥얼거리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오랜만에 회포 좀 풀고자 은신처에서 몰래 빠져나온 구상식과 오길수 그리고 남구태였다.

“크억! 오늘 마시고 죽는기야?”

“그렇디, 그렇디, 오늘 마시고 죽자우! 하하하”

난생처음 고급 룸살롱에 들어온 이들은 세상 모두를 가진 듯 흥청망청하며 한 병당 천만 원을 호가하는 로열살루트 50년산을 시켜놓고 소주 마시듯 연거푸 들이켠다. 그리고 옆에 끼고 있던 파트너에게 키스는 물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며 온갖 추태를 부렸다.

고급 룸살롱답게 점잖은 손님만 상대했던 호스티스들은 매너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거친 사내들의 추태에 억지웃음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니 피부가 곱구만 기래. 얼마나 고운지 함 볼까?”

구상식은 자기 파트너의 원피스를 걷어 올리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이에 파트너는 손으로 막으며 순간적으로 인상을 썼다.

“이 애미라이 손 안 놓네? 그리고 존 말 할 때 표정 풀라우. 안 푸네?”

구상식은 급기야 화가 났는지 호스티스의 턱을 쥐어 잡고는 손을 들어 때리려 했다. 그러자 놀란 파트너는 손으로 뿌리치고 비명을 지르며 룸에서 도망쳤다.

“이 애미라이가 뒈지고 싶네? 이리 안 오네?”

욕설을 내뱉은 구상식은 양주병을 들어 그대로 문을 향해 던졌다.

짜앙!

양주병이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크크, 저 애미라이~ 우리 강 동무 성격을 건드렸구만 기래. 니는 그러디 말라우”

남구태는 능글거리는 웃음을 보이며 자기 파트너에게 말했다.

“구 동무! 참으라우! 애미라이들이 한둘이네? 다른 애미라이 부르면 되니끼니 그만 앉고 술이나 마시라우”

오길수가 흥분한 구상식을 말렸다. 그리고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미모의 한 여성이 들어왔다.

황제 룸살롱의 얼굴마담인 송 마담이었다.

“오빠들! 점잖은 분들이 왜 이렇게 와일드하게 노실까? 호호호”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송 마담은 아양을 떨며 손님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옷차림이나 생김새는 현관에서부터 쫓겨날 정도로 볼품이 없었지만, 현관에서부터 백 달러짜리 지폐를 마구 뿌리며 들어오자 송 마담은 호구라 생각하고 동전 하나까지 홀딱 벗겨 먹을 생각으로 VIP룸으로 안내했었다.

“오빠들! 조금만 릴렉스~”

구상식이 반쯤 풀린 눈으로 송 마담을 이리저리 보고는 피식 웃더니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그대로 원피스를 끌어 내려 벗겼다.

끼악!

순간 속옷 차림이 된 송 마담이 가슴과 팬티를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이 애미라이 나이는 먹었어도 한 몸매 하는구만 기래, 니 오늘 내 아랫돌이 수청 좀 들으라우! 키키키”

송 마담의 비명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러 명의 건달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보니 VIP룸은 가관이었다.

한 놈은 속옷 차림의 송 마담을 억지로 소파에 눕히고 속옷마저 벗겨 강간하려 했고 나머지 두 놈은 각자의 파트너를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거렸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 뭐야! 술 처먹으러 왔으면 점잖게 먹고 갈 것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동네 양아치 짓이야 새끼들아!”

건달 중 눈에 칼자국이 난 거구의 건달이 송 마담을 덮친 구상식의 목덜미를 쥐어 잡고는 그대로 끌어내려 벽에다 내동댕이쳤다.

쿠앙!

벽에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진 구상식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자신을 집어던지 거구의 건달 앞에 떡하니 섰다. 그리고는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크크, 이 간나 새끼! 힘 한번 좋구만 기래? 존 말할 때 분위기 망치지 말고 꺼지라우. 앙그네? 크크크”

구상식은 고개를 돌려 남구태와 오길수를 보며 낄낄거렸다.

“아나! 이 존만 한 새끼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네?”

화가 끝까지 난 거구의 칼자국 건달은 구상식을 멱살을 잡고 그대로 들어버렸다.

“크윽! 니 죽고 싶니? 이 손 노우라우! 종간나 새끼야.”

멱살이 잡혀 허공에 대롱거리면서도 구상식은 악에 받친 욕설을 퍼부었다.

“애들아 이 새끼들 안 되겠다. 있는 돈 다 뺏고 내쫓아라”

“예! 형님!”

칼자국 건달의 지시에 뒤에 있던 건달들이 남구태와 오길수를 제압하려 했다. 그때, 멱살 잡힌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던 구상식이 양 주먹으로 칼자국 건달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으윽!”

급소인 관자놀이를 맞은 칼자국 건달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했고 멱살이 풀린 구상식은 그대로 점프해 무릎으로 명치를 가격한 후 연속 동작으로 손날로 성대를 가격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 건달의 머리를 구상식은 사정없이 오른발 뒤꿈치로 찍어버렸다. 순식간에 거구의 칼자국 건달을 때려눕힌 구상식이 뒤돌아보자 그쪽도 상황은 같았다.

건달 한 놈은 뭔가에 머리를 맞았는지 피를 흘리며 테이블 위에서 대자로 뻗어있었고 다른 건달은 오길수의 팔에 감겨 헐떡거리며 바둥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푹 떨구더니 기절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VIP룸, 호스티스 2명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구상식이 좃댔씨야. 어서 튀자우”

오길수는 기절한 건달을 옆으로 내팽개치고는 서둘러 윗옷을 입으며 말했다.

“맞다우, 얼렁 나가자우”

남구태는 황급히 뛰쳐나가 복도를 살폈다.

“아나! 간나들 때문에 올 만에 기분 좀 내려고 했더만 잡쳤시야.”

퍽퍽퍽!

구상식은 쓰러져 있는 칼자국 건달의 머리를 마구 밟으며 짓이겼다. 급기야 머리통이 함몰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뭐하네? 빨랑 나오라우!”

“알았씨야. 쌍!”

구상식 일행은 출입문 쪽으로 나가려 했으나 십여 명의 건달이 회칼과 쇠파이프를 들고 막고 있었다. 이에 반대편 비상구 쪽으로 냅다 뛰었다.

★ ★ ★

2023년 11월 06일 09: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에서는 코이 남단 제7기계화보병여단의 79전차대대가 치른 교전 결과를 가지고 브리핑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79전차대대는 제2혁명차량화사단과 보병 위주의 연대급 민명대, 그리고 러시아 무기로 무장한 제2혁명기갑여단을 상대로 전투에서 승리했다. 아군의 피해는 흑호 전차 8대 피격, 4대 기동불능, 본부중대 각종 장갑차 4대 피격 정도였다.

이란군 전력으로 봤을 때 아군의 피해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반대로 이란군은 일부 퇴각한 제2혁명기갑여단의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전멸하다시피 했다.

사실 79전차대대만으로는 이러한 성과를 낼 수는 없었다. 며칠 전, 합참의장인 신성용 차수가 강이식 국방부 장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요청을 드린 사항이 승인 났기에 가능했다.

국방부 장관을 통해 합참의장이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은 현재 파르테논 연구소에서 개발을 완료하고 최종 테스트 중인 지향성 음파로 하는 무기 AHD(Acoustic Hailing Device)를 쿠르디스탄 공화국 독립전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세계 모든 국가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핵폭탄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를 계속해서 개발하는 가운데 파르테논 연구소에서 개발한 AHD 즉 지향성 음파 무기는 폭넓은 지역을 공격하면서도 비살상 무기였다.

교전 시 폭발음에 의해 병사들이 일시적인 기절 상태에 빠지는 것처럼 인간이 기절할 정도의 소리를 출력 제어한 초음파에 실어 특정한 목표에만 전달한다면 비살상력으로 다수의 대상을 무력화할 수 있는 원시적이고 간단 하지만 현존 최첨단 무기였다.

이렇듯 지향성 음파 무기 AHD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무기였다.

이 기술의 관건은 기절을 시킬 수 있지만,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초음파의 음압을 제어해야 하고 방사 범위도 설정할 수 있어야 했다. 만약 방사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아군의 병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2일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합동참모본부는 즉시 파르테논 연구소에서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TB-AHD 120발과 현존하는 모든 장비에 탈부착이 가능한 발사대 4개를 쿠르디스탄 피스부대에 수송했다.

그리고 어제, 코이 남단 교전이 79전차대대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보고를 받은 피스부대 본부에서는 TB-AHD 발사가 가능한 발사대를 장착한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4기를 비롯해 총 8기를 긴급 투입했다.

포위된 상황에서 그것도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79전차대대가 고군분투하며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는 그때, 저 멀리 상공에서 10여 발의 TB-AHD가 장착된 미사일이 적 진형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사전에 초음파 음압과 방사 범위가 설정된 TB-AHD가 폭발과 동시에 전방위로 초음파를 방사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적 진형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맹렬한 기세로 기동하며 125mm 활강포를 발사하는 전차나 후방에서 각종 대전차유도탄과 30mm 기관포를 발사하던 장갑차들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논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서 있었다.

이렇게 침묵에 잠긴 적 진형을 79전차대대는 휘젓고 다니며 차례대로 제압해 나갔다. 이러한 이유로 초반에 피격된 전차를 제외하고 별다른 피해 없이 79전차대대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완벽한 개발이 아닌 테스트용이었기에 이란군 병사 중에는 소리를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즉사한 병사들이 있다는 보고였다. 이에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회의실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있었다.

“TB-AHD 영향으로 사망한 이란군 병사는 어느 정도라고 했지?”

브리핑이 끝나자 신성용 차수는 찹찹한 어조로 물었다.

“보고에 의하면 정확한 수는 아니지만, 대략 620여 명입니다.”

“음, 적은 숫자는 아니군,”

“합참의장 동지!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요. 땅크포에 죽던가, 그 TB-AHD인가 그것에 죽던가, 전장에서 뭘로 죽이든 간에 다 똑같디 않습네까?”

사실 윤기윤 대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상대방을 죽여야 승리하려는 전장에서 무엇을 사용하든 죽이려는 목적은 같다는 것이었다.

“하하, 그렇긴 하지요. 그런데 제가 염려하는 건, 비살상 개념으로 개발된 무기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혹여나, 대통령께서 사용 승인을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음, 그럴 수도 있갔디요”

처음 대통령에게 TB-AHD의 사용 승인을 요청했을 때 대통령은 테스트 중인 것을 고려해 최초 사용 시 그 효과와 결과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합참의장이 우려하던 대로 결과 보고서가 청와대에 보고된 후 대통령은 TB-AHD에 대해 향후 완벽한 성능 실험이 끝날 때까지 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 ★ ★

2023년 11월 06일 10:00,

북부 평양 특별자치시 용성구 중이동 어느 건물(대외1공작대 은신처).

전날, 사고를 치고 새벽에 들어온 3명은 아침 뉴스에 혹시나 자기들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한 심정으로 TV를 켰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침 뉴스에는 새벽과 관련된 어떠한 뉴스도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구만 기래, 괜히 쫄았서야! 흐흐”

남구태가 구상식의 옆구리를 찌르며 낄낄 됐다.

“뭐네? 아침부터 실실 쪼개네?”

화장실에서 나온 남상원은 의심의 눈초리로 둘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네다. 뉴스에서 웃기 얘기가 나와서리.”

“뉴스? 뉴스에서 웃긴 얘기가 나올 게 뭐 있네? 혹디! 네들 어제 나갔다 온 건 아니겠디?”

“무슨 소리입네까? 어제 구 동무한테 욕먹고 바로 잤습네다.”

구상식이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이거이, 뭔가 냄새가 난단 말이디. 정말 안갔······.”

“남 부조장 동지 대장 동지께서 회의실로 올랍네다.”

남상원이 추궁하려는 그때 오길수가 올라와 소리쳤다. 이에 남상원은 구상식과 오길수를 한번 쓱 하니 째려보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휴우! 좆될 뻔 했시야.”

구상식과 남구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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