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4화 (344/605)

안과 밖

2023년 11월 05일 16:2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용성구 중이동 어느 건물(대외1공작대 은신처).

이틀 전 조원진으로부터 선수금과 함께 최신지도를 전해 받은 오지완과 부하들은 ‘태풍 16호’라 불리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매일 8시간에 걸친 회의를 했고 오늘은 다양한 침투 경로에 관한 이견을 조율했다.

“이쪽은 일반인들도 출입이 가능한 구역으로 침투하는 데 문제가 없디만, 감시하는 눈들이 많슴메. 정보가 의하면 이런 행사에서는 경찰만 대략 500명에서 1,000여 명 정도가 주변 곳곳에서 치안 임무를 한다고 함메”

오지완의 오른팔로 불리는 1조대장 강태우가 레이저 포인트로 스크린의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 간나들이 일일이 불시검문도 한다고 하네?”

팔짱을 끼고 설명을 듣던 오지완이 질문을 던졌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지정된 위치에서 치안 임무만 서는데 상황에 따라 불시검문도 한다고 함메”

“그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다음 경로로 넘어가자우.”

“네, 그럼 다음 경로임메”

강태우가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장치의 버튼을 클릭하자 디지털 지도가 바뀌었다.

“이곳은 지하철 사고 시 사람들이 외부로 긴급히 피난 갈 수 있는 비상 통로임메. 평상시에는 잠겨있디만 잠금장치는 충분히 풀고 침투 경로로 활용할 수 있을 거로 보임메.”

스크린에는 지하철 선로를 따라 지상으로 연결된 여러 개의 비상 지하통로가 그려진 3D 입체도면이 보였다.

“그렇쿠만”

“보시면 알겠디만, 여기와 여기 이 두 곳이 우리가 침투하려 곳과 매우 가깝슴메. 특히 첫 번째 이 지하통로의 출입구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곳과 가장 가깝기에 내래 이곳이 가장 최적의 경로라 생각함메.”

“음, 괜찮구만 기래, 그런데 말이디. 두 번째 통로도 나쁜지 않쿠만 기래.”

오지완은 두 번째 통로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 대장 동지! 두 번째 통로도 나쁜지 않슴메. 하디만 문제가 있슴메, 나오는 통로 입구에 감시 카메라가 많슴메. 대략 6개 정도······.”

“뭐 그 정도면 껌이디 안습네까?”

다른 대원들보다 외소한 체형의 사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구 동무! 니는 남조선 감시 카메라가 떼놈들 카메라와 같은 줄 암메?”

강태우 말대로 구 동무라 불린 구상식은 십에 여덟은 고장이거나 아니면 작동이 되더라도 화질이 구린 중국 감시 카메라와 같을 거로 생각했다.

“그거이 감시 카메라라면 다 똑같디 않습네까?”

“모르면 닥치메! 남조선 감시 카메라는 행동인식 센서는 물론, 적외선과 자외선 기능이 있다함메,”

“아! 그렇습네까? 남조선 놈들 감시 카메라까지 첨담이구만요.”

구상식은 머리를 글쩍거리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너무 뭐라 하디 말라우, 몰라서 그럴 수도 있디, 계속하라우.”

이때 2조 부조장이었던 남상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말입네다. 저격총만 지원해줘도 이런 개고생은 안 할 텐데 대체 저격용 총을 지원을 안 해주는 겁네까?”

사실 그랬다. 암살이라면 먼 거리에서 저격총으로 저격하면 그만이었다. 또한, 탈출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의뢰자인 조명록은 확실한 성공을 위해 폭탄으로 암살하는 것을 선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장비 탓하디 말라우. 우리가 언제 장비 가지고 일했네?”

“그래도 너무하디 않습네까? 이럴 줄 알았으면 떼국에서 가져왔을 긴데 말입니다.”

“그건 의뢰자의 조건이야. 쉽게 저격총으로 끝낼 꺼면 뭐하러 우리에게 거금을 주갔어? 안 그러네? 그러니끼니 우는 소리하디 말고 회의에 집중하라우.”

“알갔습네다.”

“강태우 동무 계속하라우”

★ ★ ★

2023년 11월 05일 16:00 (이란시각 11:3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코이 남단(제7기계화보병여단 79전차대대).

라할을 우회한 79전차대대는 코이까지 펼쳐진 드넓은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야지 기동 중이었다.

10시 방향에는 차보쉬로호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2개의 마을이 더 있었지만, 라할과 마찬가지로 마을 내 이란군이나 민병대가 탐지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대대장 문기철 중령은 1개 중대를 보내려던 명령을 철회하고 코이 점령에 대대 전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코이로부터 7km 떨어진 지점, K-2A1 흑호 전차 43대가 2열 횡대로 대열을 갖추고 대대장의 진격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코이 상공에는 12대의 이글-I 드론이 고도 5km에서 도심 곳곳을 날아다니며 정밀 정찰 중이었다.

각종 영상모드로 정찰된 이란군은 남단 외곽 건물 사이사이에서 대기 중인 연대급 규모의 무장병력을 확인했다. 각종 차량에 탑재된 중화기와 보병, 그리고 건물 옥상에는 위장막들이 처져 있었다. 그리고 위장막 안에는 RPG-7을 비롯한 여러 중화기를 든 보병과 박격포 수십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글-I 드론에 속속들이 탐지된 정보를 안방에서 TV 구경하든 K-22 지휘장갑차에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문기철 중령은 생각보다 이란군 규모가 적어 의아해했다.

“이란군 병력이 저거밖에 안 되나?”

사전에 아폴론 정찰위성을 비롯해 각종 정찰 전력으로 확인된 코이 방어부대는 이란군 제2혁명차량화사단과 연대급 규모의 민병대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글-I 드론이 정찰한 결과로 봤을 때 훨씬 못 미치는 규모였다.

“그렇게 말입니다. 기존 정보에 의하면 적어도 1개 차량화사단과 연대급 민병대가 있어야 합니다.”

대대장의 질문에 태블릿 PC의 정보를 확인한 작전과장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하룻밤 사이에 나머지 병력이 어딜 갔다는 거야? 아니면 우리가 정찰을 제대로 못 하는 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코이 방어군의 규모 정보와 정찰된 규모가 큰 차이가 난 나머지 문기철 중령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지 쉽게 진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대대장님! 박 중위에게 좀 더 고도를 내려 정찰하라고 할까요?”

강호준 작전과장은 혹시나 ‘고도가 높아 지상 병력에 대한 탐지가 안 되었나’라는 생각에 말했다.

“그러다가 교전도 하기 전에 대공미사일 공격이라도 받으면 안 되지. 중요한 공중 전력인데 말이야.”

대대장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짐 상황에서 고민한다고 뾰족한 수단도 없고, 고지가 바로 앞인데 망설일 필요가 없을 거 같군! 진공 명령 내리게”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최종 지시가 떨어지자 강호준 소령은 대대통신망을 통해 각 중대에 진공 명령을 내렸다.

“작전과장이다. 지금부터 교전에 들어간다. 각 중대장은 사전 계획에 따라 진행할걸. 이상”

부르르르응~ 부르르르릉~

몇 분간 논바닥에서 거친 엔진음과 열기를 뿜어내던 K-2A1 혹호 전차 43대는 일제히 앞으로 튀어나갔다.

쿠르르릉!

79전차대대 전차들이 논바닥에 캐터필러 자국을 새기며 빠른 속도로 야지 기동에 들어가자 이글-I 드론을 운용하는 본부중대 오퍼레이터들도 공격에 들어갔다.

이글-I 드론은 사전에 정찰한 정보로 토대로 우선 공격 순위에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내리며 이란군을 공격했다. 가장 먼저 건물 옥상에서 위장막을 치고 엄폐하고 있던 이란군 대공화기 전력에 레이저 빛줄기를 뿌렸다.

쭈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쭈웅~

지상에서도 이글-I 드론을 발견하고 3열 총구의 23mm 대공포를 쏘며 요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조준하는 방식의 23mm 대공포에 요격당할 이글-I 드론은 아니었다. 지름이 80cm도 안 되는 크기에 자동회피시스템에 의해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날아다니는 이글-I 드론을 요격하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그 자체였다.

급격한 방향전환으로 날아오는 대공포 탄을 피하는 이글-I 드론은 지상을 향해 거침없는 회피 기동을 펼치며 레이저 빛줄기를 선사했다.

파파팟! 파칵! 콰카아악!

붉은 빛줄기가 지상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직격당한 대공포 사수는 사지가 찢어졌고 대공포는 벌집이 되며 폭발했다.

쾅아! 콰아아앙!

본격적인 교전에 앞서 갑자기 나타난 드론의 공격에 생각 이상의 피해를 보자 제2혁명차량화사단 본부에서는 향후 대공방어를 위해 대기시킨 모든 대공포 부대에 요격 명령을 내렸다.

뻐버버버벙! 뻐벙! 뻐버버버벙!

쿠이 도심 곳곳에서 또 다른 대공포가 불꽃을 터뜨리며 맑은 하늘에 탄줄기를 수놓았다. 35mm 록히샨 대공포였다. 스위스 오리콘 대공포의 짝퉁 버전으로 나름 대공 레이더와 사격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나 이글-I 드론의 강력한 재밍에 순간순간 레이더에서 사라져 정확한 사격이 불가능했다. 이에 이글-I 드론을 맞추기는커녕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졌다.

더불어 100mm 사이르 대공포까지 위장막을 벗기고 이글-I 드론을 향해 연신 대공포를 발사했다. 구소련에서 만든 KS-19 100mm 대공포를 토대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개량한 100mm 사이르 대공포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운용했다.

35mm 록히샨 대공포와 마찬가지로 100mm 사이르 대공포 역시 레이더와 광학조준장치로 비행물체를 탐지하며, 자동 사격통제 시스템과 자동장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탐지 시스템과 통제 시스템은 4대의 대공포와 연동되어 작동했다. 자동장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분당 12발에서 15발의 탄을 자동으로 장전하며 발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헬기나 항공기도 아니 조그마한 드론을 상대로 100mm 대공포 사격은 실소를 먹을 일이었다. 도리어 자신들의 위치만 드러낼 뿐이었다.

이날 제2혁명차량화사단의 대공포 전력은 고작 드론 12개를 잡으려다 모두 전멸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속담처럼 빈대 잡으려나 초가삼간 다 태운 꼴이었다.

이처럼 도심 상공에서 각가지 대공포와 이글-I 드론이 힘겨루기를 동안 남단 평지에서는 본격적인 양국 간의 기갑전이 시작됐다.

도심 외곽 건물 곳곳에서 엄폐하고 있던 제2혁명차량화사단의 기갑전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사단 직할 전차대대의 티암 전차가 선두로 튀어나오며 기동했고 그 뒤로 토산 경전차와 23mm 기관포를 탑재된 차륜형 락흐쉬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이를 향해 기동하던 K-2A1 흑호 전차들은 마치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티암 전차를 향해 120mm 활강포를 발사했다.

퍼엉! 퍼엉! 퍼엉!

우렁찬 발사음과 함께 포신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며 플라즈마탄이 날아갔다. 유효사거리가 6km에 달하는 K-2A1 흑호 전차의 플라즈마탄은 순식간에 선두에서 기동하던 티암 전차 여러 대를 박살 냈다.

플라즈마탄은 대전차고폭탄 형식이었지만, 관통 시 초고열의 플라즈마 에너지로 인해 4세대급 전차의 방호력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하물며 2.5대급으로 분류되는 티암 전차 정도는 어떠한 추가 장갑을 장착했더라도 소용없었다.

쾅아! 콰와앙! 쾅아앙!

플라즈마탄에 직격당할 때마다 티암 전차 전체가 들썩거리며 거대한 화염을 토했다. 1차 사격에 티암 전차 20여 대가 초탄도 쏴보지도 못하고 포신을 땅에 처박은 채로 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기동을 멈췄다. 이에 놀란 나머지 티암 전차들은 우왕좌왕하며 회피기동을 했다.

하지만 4.5세급의 K-2A1 전차 앞에서는 회피기동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컴퓨터의 정확한 조준으로 발사된 플라즈마탄은 사정없이 티암 전차를 격파해 나갔다.

반면, 유효사거리에서 크게 뒤처진 티암 전차는 5km 밖에서부터 쏘아대는 K-2A1 흑호 전차의 포화를 뚫고 어떻게든 유효사거리 안까지 진입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무사히 살아남아 유효사거리까지 도달할 전차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선두에서 티암 전차가 몸빵 역할을 하는 동안 후미에서 뒤따르던 토산 경전차와 락흐쉬 차륜형 장갑차는 탁월한 야지 기동력을 살려 좌우로 흩어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도심 상공에서 대공 전력은 물론 숨어있던 이란군을 격멸하던 이글-I 드론은 공격을 멈추고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드론에 장착된 플라즈마 전지팩의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상공에서 드론 공격이 잦아들자 이란군은 박격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커다란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온 박격포탄은 티암 전차를 짓밟는 K-2A1 흑호 전차를 덮쳤다.

슈우우우우우~ 슈우우우우우~

쾅앙! 콰아아앙! 쾅아앙!

120mm 활강포에서 불을 뿜으며 기동하는 K-2A1 흑호 전차 사이사이로 크고 작은 흙기둥이 솟구치며 사방으로 크고 작은 파편이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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