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1화 (341/605)

안과 밖

2023년 11월 01일 20:40 (쿠르디스탄시각 14:4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3기계화보병중대).

1정찰소대 장갑차는 이란군 보병 사이사이로 질주해오는 픽업트럭을 향해 50mm 광자포를 발사했다.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광자포의 붉은 입자는 정확히 픽업트럭에 꽂혔다. 이에 픽업트럭들은 강력한 폭발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고 주변에 있던 보병까지 휩싸이며 날아갔다.

사방에서 흙먼지가 날리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방에서 질주하는 픽업트럭에서도 레일건이 발사되었다.

티엉! 티엉! 티엉!

2개의 도전용 레일 사이에서 발사된 금속탄은 초속 3km 이상의 속도로 날아와 1정찰소대 장갑차를 덮쳤다. 하지만, 전차나 장갑차처럼 정밀한 능동형(Semi-Active) ISU(In-arm Suspension Unit) 현수장치가 없는 픽업트럭의 흔들림 속에서 발사된 레일건의 금속탄은 불규칙적으로 회피기동을 펼치는 1정찰소대 장갑차를 피격하지 못하고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금속탄이 스치고 빗나갈 때마다 장갑차 승조원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다. 마치 허공을 찢는듯한 괴상하고 기분 나쁜 귀신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 중대! 장갑차 전원 1소대 지원하도록

생각지도 못한 레일건의 출현으로 후방에서 기동불능의 장갑차를 호위하던 장갑차까지 모두 교전에 투입되었다.

위험 1순위로 이란군 픽업트럭과의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군 보병들의 공격도 시작되었다. 각종 건물과 나무 등 지형을 이용해 엄폐한 보병들은 각자 개인화기로 공격을 가해왔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이란군 보병들의 개인화기인 AK-47 돌격 소총에서 발사한 무수히 많은 7.62mm 탄들이 빗발치며 장갑차를 덮쳤다. 하지만 현무 장갑차의 장갑은 모조리 튕겨냈다.

“많기도 하다. 자식들~”

312호 단차장 고기준 중사는 다가오는 픽업트럭을 순서대로 표적을 설정하며 일갈했다.

“제가 모두 접수하겠습니다.”

교전할 때마다 긴장했던 남강일 병장은 어느덧 전쟁에 적응했는지 자동시스템에 의해 조준경에 정해진 표적들을 순서대로 따라가 조준점이 맞출 때마다 발사 버튼을 사정없이 당겼다.

쮸웅! 쮸웅! 쮸웅!

급격한 회피기동 중에도 312호 장갑차에서 발사된 50mm 광자포는 한발 한발이 백발백중으로 픽업트럭을 차례대로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갔다.

한편 장갑차에서 하차한 전투 보병들 역시 각자 개인화기를 이용해 접근하는 이란 보병들을 정확한 사격으로 사살해 나갔다.

작은 건물 앞 공터 나무에 몸을 숨기고 400m까지 접근한 이란군 보병을 확인한 2분대 소속 곽영환 일병은 KS3 분대 화기를 양손으로 콱 지고는 숨 한번 크게 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실드 글라스로 살짝 엿보며 적 보병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무릎 사격 자세로 연발의 빛줄기를 뿌렸다.

쭈우우우우우우웅~ 쭈우우우우우우웅~

빛 속도로 날아간 8mm 레이저는 지그재그 형식으로 뛰어오던 소대급 이란 보병들을 학살했다. 레이저에 관통당한 이란군 보병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땅에 코를 박으며 꼬꾸라지거나 아니면 레이저 위력에 몸 전체가 허공에 붕 뜬 후 뒤로 나자빠졌다.

이러한 사격을 여러 번 반복한 곽영환 일병은 플라즈마 에너지가 다 닳은 300발짜리 플라스마 전지 A팩을 신속하게 교체했다. 그리고 재차 사격을 위해 새로운 이란 보병을 확인하려던 찰라, 뭔가의 공포감이 엄습해오듯 순간적으로 나무가 산산조각이 나며 큰 충격이 등 쪽에 전해졌다.

쿠아악! 콰앙!

커다란 나무를 사정없이 박살 낸 엄청난 충격은 그대로 곽영환 일병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순간,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곽영환 일병의 눈에 보이는 주변 광경은 마치 슬로비디오로 보였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흐르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그 슬로비디오는 끝이 났다.

“야! 곽 일병! 괜찮아?”

멀지 않은 곳에서 30mm 스마트 유탄을 날리다가 곽영환 일병이 날아가는 광경을 본 김성호 상병이 깜짝 놀란 눈으로 외쳤다.

“시발! 곽 일병! 대답해!”

대략 10여 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곽영환 일병은 미동도 없었다.

- 왜! 곽 일병 다쳤어?

분대통신망으로 부분대장 이진태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무래도 엄폐했던 나무에 레일건이 날아와 당한 듯합니다.”

- 레일건에? 많이 다쳤어?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제가 뛰어가서 확인할 수 있도록 엄호 사격 바랍니다.”

- 알았다. 2분대! 전방 집중 사격 요청!

잠시 후 2분대 전체가 책임진 구역의 전방을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 이에 잠시 틈이 생긴 김성호 상병은 몸을 날려 곽영환 일병 쪽으로 달려갔고 이내 반쯤 부서진 건물 뒤쪽으로 끌고 갔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거리며 곽영환 일병을 반듯이 눕혔다.

“야! 곽 일병! 정신 차려!”

곽영환 일병의 실드 글라스와 마스크를 제거하며 이름을 불렀지만, 미동도 없었다. 이에 곽영환 일병의 왼팔에 찬 컨트롤 X-K02 단말기를 조작했다. 몇 가지 버튼을 누르자 곽영환 일병에 대한 자가진단 시스템이 돌아갔다.

단말기 디스플레이 화면에 곽영환 일병의 신체 그림이 보이면서 오른쪽 어깨뼈와 오른팔이 골절되었다는 진단 정보가 나왔다. 아무래도 나무를 뚫고 들어온 레일건 금속탄이 곽영환 일병의 오른쪽을 비스듬히 가격하며 날아간 듯했다. 만약 금속탄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보호 슈트를 착용했더라도 곽영환 일병은 끔찍하게 죽었을 것이다.

- 김 상병! 곽 일병은 어때?

이번엔 분대장 홍한호 병장의 목소리가 통신망에서 흘러나왔다.

“자가진단 결과 오른쪽 어깨뼈와 오른팔 골절입니다.”

- 의식은?

“아직 의식은 없습니다.”

- 알았어. 그쪽으로 의무병 보낼 테니까 기다려!

“네, 알겠습니다.”

쮸웅! 쮸웅!

드드드드득!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콰앙! 콰아아앙!

양측 거리가 좁혀지며 교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후방 지대에서 요란한 엔진음이 울려왔다. 3기계화중대를 지원하기 위해 바자건에서 달려온 2기계화보병중대 장갑차였다.

14대의 장갑차와 110여 명의 보병이 지원을 오면서 불리했던 상황이 역전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란군 역시 52연대와 53연대 병력이 추가되었고 제5혁명수비보병사단의 직할부대인 33포병대대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1혁명기갑사단의 5전차대대가 중대급 규모의 한국군 장갑차에 어이없게 패전하자 제5혁명수비보병사단 본부에서는 52연대와 53연대를 추가 투입했고 직할부대 33포병대대에도 포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방열을 마친 33포병대대 HM-41 차륜 자주포 18문은 마쿠를 향한 포격을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HM-41 차륜 자주포는 IVECO Trakker 트럭 차체에 155mm HM-41 견인포를 장착하여 이란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차륜형 자주포였다. 기존 HM-41 155mm 견인포는 미국제 155mm M114 견인포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39구경장에 최대 사거리는 30km이며 분당 네발의 발사속도를 가졌다.

포대별로 W 형식으로 방열한 총 18문의 HM-41 차륜 자주포는 분당 네발에 가까운 속도로 끊임없이 포탄을 날렸다.

2기계화보병중대의 지원으로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3기계화보병중대는 증원된 2개 연대의 픽업트럭과 보병, 그리고 사정없이 착탄 하는 155mm 포탄에 다시금 불리해져 갔다. 특히 이러한 포탄은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던 하차조 전투 보병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장갑차 역시 레일건에 2대가 피격되고 3대가 포격에 포탑이 직격을 받아 광학장비가 망가지며 교전 불능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최신장비를 갖춘 기계화보병중대라 하여도 1개 사단 이상의 병력과의 교전은 무리였다. 이에 양 중대 통신망에서는 간부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부분 갈수록 교전 상황이 불리해지니 일단 퇴각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3기계화보병중대의 중대장 허상원 대위는 후퇴는 없다며 끝까지 방어지점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2기계화보병중대 소속의 장갑차 한 대가 레일건 금속탄에 직격을 받았다.

콰앙! 콰지지직!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동반한 금속탄은 다행히도 포탑 측면을 훑고 튕겨 날아갔다.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포탑 측면 장갑은 날카로운 칼로 그은 것처럼 깊게 패었다. 천만다행으로 천운이 따랐다. 만약 조금만 더 안쪽에 맞았다면 장갑차는 피격당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불리해지는 그때, 하늘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피스부대 직할부대인 제77항공단 소속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였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도우바야즛에서 로터를 접고 비행 모드로 날아온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16기 중 12기는 헬기 모드로 전환한 후 지상의 이란군을 향해 각종 화기를 퍼부었다.

슈웅~ 슈웅~ 슈웅~

콰앙! 콰와왕! 쾅!

그리고 4기 송골매 공격헬기는 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이란군 33포병대대를 공격하기 위해 서단으로 계속해서 날아갔다.

송골매 공격헬기 12기가 비스듬한 각도로 지상과 수평으로 날아가며 50mm 활성탄과 30mm 레이저 벌컨을 뿌리자 이란군 진형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 ★ ★

2023년 11월 01일 22:3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용성구 학산동 근처.

야심한 시각, 학산거리로부터 안쪽으로 100m 떨어진 어느 건물 2층에 두 명의 사내가 사각 탁자를 두고 앉아있었다.

대외1공작대 대장 출신인 오지완과 정찰총국 출신의 조원진이었다.

“준비는 잘하고 있네?”

다리를 꼬고 상체를 뒤로 저친 조원진은 감정 없는 어조로 물었다.

“준비라 할 게 뭐 있갔소?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안갔소?”

두 사내는 통일 전, 각자 조직의 특수요원 출신인 만큼 그들만의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벌어지고 있었다.

“하던 대로? 이 일의 중대성을 모르는 구만 기래! 만약 실패하면 니들은 다 뒈진 목숨이야. 아네?”

조원진은 안일하게 생각하는 오지완의 태도에 화가 났는지 탁자를 내려치며 호통쳤다. 그러자 조원진 뒤에 있던 2명의 사내가 움찔하며 양복 안쪽으로 손을 넣으려 했다. 조원진의 경호원으로 언제든 아차 하면 총을 꺼내 들어 오지완을 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 진작부터 눈치챈 오지완은 뒤에 있는 2명의 사내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거이 말 한번 잘못했다가 황천길 가갔서. 내래 산전수전 다 겪은 대외1공작대 출신이오. 실패한다는 걱정은 접으시라요.”

“흥! 그건 두고 보면 알갔디. 그런데 오늘 보자고 한 건 뭐이가?”

이에 양발을 벌리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있던 오지완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게 뭐기야?”

“선수금이 필요하오”

“선수금?”

“동무 말대로 실패하면 죽은 목숨 아이오? 그 정도 위험부담이면 적어도 선수금은 받아야지 아니되겠소?”

“얼마를 원하는 기야?”

“반은 줘야지 안캈소?”

“뭐? 이런 간나새끼! 중국에서 비렁뱅이로 사는 것들을 불러줬더니, 간땡이 부엇구만 기래”

조원진이 벌떡 일어나 욕설을 퍼붓자 뒤에 있던 2명의 경호원이 신속한 동작으로 권총을 꺼내려는 찰라, 오지완은 양손으로 탁자를 집어 던지며 시야를 방해했고 그대로 앞으로 구르며 왼쪽 경호원의 발등에 작은 단도를 꽂았다.

으악~

경호원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고 이때를 놓칠세라 오지완은 일어남과 동시에 웅크리는 경호원의 팔을 꺾어 권총을 빼앗았다.

파악!

깜짝할 사이, 오지완은 뺏은 권총으로 조원진을 겨눴고 오른쪽 경호원은 오지완을 겨눴다. 이에 조원진은 두 눈을 치켜뜨고는 오지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종간나 새끼, 니 뭐 하자는기야?”

몇 초간 정적이 흐른 후 오지완이 권총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이거이 정찰총국 출신이라 좀 하는 줄 알았디만 실망이오.”

“뭐이! 어드래?”

피식 웃은 오지완은 권총을 조원진에게 건네고는 출입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선수금은 반이니끼니 이틀 안으로 준비 바라오. 그리고 저번에 준 지도가 최근 지도가 아닌 듯하오. 지도 역시 최근 걸로 준비 바라오. 이틀이오. 조 동무!”

손을 흔들며 나가는 오지완의 뒷모습을 바라본 조원진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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