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2023년 11월 01일 19:30 (이란시각 14:0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보자크(제1혁명기갑사단).
제6혁명기갑사단과 마찬가지로 각종 러시아제 무기로 편제된 제1혁명기갑사단의 11기갑여단 5전차대대는 보자크 주둔지를 떠나 서단 국경선 방향으로 기동에 들어갔다.
5전차대대의 T-14 아르마타 전차 측면에는 혁명수비대 마크가 그려져 있었고 포탑 상단에는 검은바탕에 붉은 글씨가 새겨진 사단기가 펄럭였다. 개활지에서 표적탐지 거리가 무려 5km에 표적 공격 거리가 최대 8km인 T-14 아르마타 전차는 기동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협곡을 따라 이어진 도로에 진입했다.
한편 5전차대대 2km 후방에는 제5혁명수비보병사단 51연대 소속의 수송 트럭 백여 대가 줄줄이 이동 중이었다. 혁명수비대답게 보병사단이면서도 이동 시에는 수송 트럭으로 이동하는 차량화보병사단과 비슷한 편제였다.
좁은 협곡을 따라 양 국가 간 첫 교전이 급박해지는 가운데 상공에서는 3기계화보병중대에서 날린 스파이더-II 드론이 고도 5km 높이에서 모든 움직임을 촬영하고 있었다.
반대로 제5전차대대에서도 러시아로부터 받은 정찰 드론 여러 대가 마쿠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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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50 (쿠르디스탄시각 13:5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3기계화보병중대).
스파이더-II 드론으로부터 제1혁명기갑사단 소속의 5전차대대가 협곡에 진입한 것을 확인한 3기계화보병중대는 마쿠 서단 2km 지점을 방어지점으로 선정하고 총 14대의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로 교전 준비에 들어갔다.
나름 4.5세대급 T-14 아르마타 전차이고 수적으로도 불리했지만, 협곡의 좁은 길과 지형지물만 잘 이용한다면 대대 지원군이 오기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판단이었다.
“현재, 적 전차 정찰소대 전초기지 통과까지 1km 남았습니다.”
중대본부 드론 운용병은 드론으로부터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며 중계하듯 중대 통신망으로 알렸다.
전초기지 전방 600m 지점이 왼쪽으로 살짝 휘어진 탓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지만 휘어진 협곡만 통과하면 적 전차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3기계화보병중대 장갑차 포수들은 협곡 초입 지점에 광자포 조준점을 위치하고 기다렸다.
꿀꺽!
312호 장갑차 내에서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50mm 광자포 포수인 남강일 병장이었다.
“야! 남 병장! 긴장했냐? 긴장할 거 없어 그냥 훈련하던 대로만 하면 돼! 4세대 전차 정도는 우리 장갑차로 충분히 잡고도 남는다. 알았냐?”
저번에 드론과의 교전은 있었지만, 실제 목숨을 걸고 교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긴장을 안 해야 안 할 수 없기에 단차장 고기준 중사는 김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평소보다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알, 알겠습니다.”
그때 휘어진 협곡 초입에서 T-14 아르마타 전차 2대가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사방으로 연막탄 사출했다.
순식간에 십여 개의 연막탄이 허공에서 공중 폭발을 하자 자욱한 황토색 연기가 주변 일대를 덮었다. 그런 가운데 후방에 있던 T-14 아르마타 전차들이 줄줄이 튀어나오며 횡대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1개월간의 인수 및 운용 교육을 받는 거치고는 혁명수비대 기갑병들은 능숙 능란하게 아르마타 전차의 운용전술 능력을 보였다.
“아주! 저것들 좀 하는데요?”
적 전차의 예상 진공 지점에 조준점을 맞추고 대기했던 남강일 병장은 연막탄에 시야를 방해 봤자 영상 모드 콘솔을 조작하며 투덜거렸다.
“남 병장! 안 보여?”
“네, 지금 모드 변경하여 조준점 잡고 있습니다. 잠시 만 기다려주십시오.”
포수 조준경의 영상모드를 열화상 모드로 변경한 그때, LWR(Laser Warning Receiver) 경고음이 모든 장갑차에서 울렸다.
삐빅! 비삑! 삐빅!
연막 안에서 횡대 대형을 갖춘 12대의 T-14 아르마타 전차는 현무 장갑차에 대전차유도탄을 발사하기 위한 적외선 레이저를 쏘았기 때문이었다. LWR(Laser Warning Receiver) 경보음이 울림과 동시에 중대장으로부터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 중대장이다. 현 위치 이탈하여 회피! 주변 지형지물 이용!
간결한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장갑차들은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각자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T-14 아르마타 전차의 무인 포탑 양 측면에 장착한 2연장 Kornet-M 대전차유도탄을 발사했다. 총 12발의 대전차유도탄이 비스듬한 각도로 연막 안개를 뚫고 솟구쳤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순식간에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온 Kornet-M 대전차유도탄 12발이 회피 기동을 펼치는 3기계화보병중대 장갑차로 날아와 착탄 했다.
쾅앙! 콰앙! 콰콰아앙!
하얀 연기 꼬리를 물고 떨어진 Kornet-M 대전차유도탄 11발은 모두 장갑차를 비켜나가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단지 1발만이 2소대 소속의 장갑차의 측면 차륜을 직격하여 피격은 아니었으나 기동불능으로 만들었다.
1차 대전차유도탄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혁명수비대 T-14 아르마타 전차들은 본격적으로 연막탄 지대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125mm 활강포를 쏘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공기를 찌를듯한 파공음과 함께 십여 발의 ‘APFSDS(날개안정분리철갑탄)’ 일명 날탄이 붉은 선을 긋듯 날아와 3기계화보병중대 장갑차에 쏟아졌다.
콰앙! 콰캉! 콰아앙!
대전차유도탄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SECM(Super Electronic Counter Measures) 방출에 조준점 교란을 받은 날탄들은 다행히도 모두 빗나가 장갑차 후방 곳곳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이에 2번의 공격을 허용한 3기계화보병중대의 현무 장갑차에서 50mm 광자포으로 응징보복 사격에 들어갔다.
슈웅! 슈웅! 슈웅! 슈웅! 슈웅! 슈웅!
14개의 붉은 빛줄기가 뻗어 나가는 듯싶더니 이에 횡대 대형으로 날탄을 발사하고 재장전에 들어간 7대의 T-14 아르마타 전차 포탑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검붉은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
“예스! 한 놈 작살!”
남강일 병장은 자신이 조준한 T-14 아르마타 전차의 포탑이 박살이 나자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앞으로 중동역사에 길이 남을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전쟁은 대한민국 3기계화보병사단 소속의 3기계화보병중대와 이란 혁명수비대 5전차대대 간의 교전으로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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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20:10 (쿠르디스탄시각 14:10),
쿠르디스탄 공화국 하라카주 유크세코바(제11해병기동여단).
험준한 산악 한가운에 위치한 유크세코바에는 피스부대의 전투력 서열 1위인 제11해병기동여단의 주둔지로 160여 대의 각종 장갑차는 하루에 여러 번 험준한 산악 일대의 국경선 주변을 정찰 임무를 해왔다.
대부분 1,000m 넘은 산들로 이뤄진 산악지대에 산악보병이 아닌 해병기동여단을 주둔시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11해병기동여단 창설 당시 해병대사령부는 지형에 제약받지 않은 전천후 기동여단이 필요했다. 이에 올림푸스 기지에서는 바다와 지상 개활지는 물론 험한 산악지대에서도 기동이 가능한 전천후 장갑차를 개발했다.
바로 반중력 호버 시스템을 탑재한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였다. 수직이착륙 수송기 CMV-100 스카이버스의 파생형이자 미래형 전투보병장갑차로 개발된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는 최대 출력 시 10m까지 상승할 수 있었고 탑승 인원은 승조원 3명에 무장병력 8명이었다. 무장으로는 50mm 광자포, 하단 12mm 레이저 벌컨, 상단 8mm 레이저 벌컨, 16연장 50mm 플라즈마 활성탄, 포탑 좌우 각각 4연장(2X2) 40mm GTGAS-40 흑룡 미사일이었다.
이처럼 지형의 제한을 받지 않은 전천후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는 지형으로부터 1m 이상 부상한 상태로 험준한 하라카 남단 국경선 일대를 기동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지상 5m 높이로 하라카주 남단 국경선 일대를 정찰하는 111해병기동대대 5중대 소속의 1소대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 4대가 지상으로부터 5m 정도 부상한 가운데 정찰 중 대대본부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현재, 1소대가 정찰하는 남단 지역에 대수의 무장병력이 확인되었고 이에 확실히 정찰한 후 보고 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대대본부에서 출격한 스파이더-II 드론에 무장병력이 탐지되었고 마침 그곳 인근을 정찰하는 1소대에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1소대 511호 단차장이자 소대장인 김규환 중위는 최남단에서 정찰 중인 512호 장갑차에 하달된 명령을 전달했다.
- 호박꽃 둘! 카피!
통신을 마친 512호 단차장 양정석 중사는 헬멧을 고쳐 쓰고는 현재 위치와 정찰 위치를 디스플레이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때 무장병 김기동 병장이 양정석 중사에게 말을 건넸다.
“단차장님! SI-Q 띄울까요?”
“아냐! 직접 확인하란다. 박 상병아!”
“네, 단차장님!”
“현재 높이 유지하고 섹터 5-21로 이동해라.”
“네, 알겠습니다.”
조종수 박병우 상병이 조종 레버를 당기자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는 부상한 상태로 속도를 높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무게 30톤의 육중한 장갑차였지만 마치 비행기처럼 부드럽고 신속하게 비행했다.
512호 장갑차는 시속 120km의 속도로 달리자 몇 분 만에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와 이건 뭐 개미 떼입니다.”
험준한 산악 비탈길 따라 행군하는 이란군 보병을 확인한 김기동 병장이 혀를 내둘렀다.
“왜! 확 레이저 벌컨으로 갈겨주고 싶냐?”
단차장 양정석 중사가 놀리듯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을 그리 살벌하게 하십니까?”
“살벌하기는 마! 지금 전쟁 중이야 전쟁 중! 야! 박 상병이~”
“네, 단차장님!”
“좀 더 가까이 가보자!”
“네, 알겠습니다.”
“어라? 단차장님! 그러다가 미사일 맞습니다.”
김기동 병장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이에 양성석 중사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TCS모드로 접근해야지 마!”
“그래도 너무 가깝게 접근하면 소음이랑 틀어진 형체로 눈치채지 않을까요? 만에 하나 미사일이라도 쏘면······.”
“미사일은 무슨! 기껏 있어봤자 2세대급 휴대용이겠지! 그런데 생각하니 웃기네.”
“뭐가 말입니까?”
“이란군 저놈들 말이야. 만약 우리 발견하면 대전차로 공격할까? 아님. 대공미사일로 공격할까? 고민되겠지? 하하하”
“크크크, 단차장님 말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시답지 않은 대화가 오가는 사이 512호 장갑차는 TCS 모드를 활성화한 후 이란군 쪽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