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2023년 11월 01일 16:3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춘추관-프레스 센터),
지금 전 세계 모든 TV 채널은 이란 현지시각 09시에 발발한 대한민국의 이란 군사시설 폭격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각국의 방송사는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폐허로 변해버린 이란 군사시설 영상을 보여줬고 아나운서는 나름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중 영국 BBC 방송에는 켄트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로버트 워릭 박사가 패널로 나와 “2년 전, 동북아 전쟁을 일으켰던 대한민국이 지금은 화약고와 다름없은 중동에 거대한 불씨를 댕겼다며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도 번질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세웠고 부연설명으로 “이번 공격은 며칠 전 있었던 아랍국가연맹의 제3차 오일쇼크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지 않을까?”라는 국제관계 전문가답지 않은 수박 겉핥기식의 설명을 늘어놨다.
이렇게 각기 다른 추측성 보도가 난무한 가운데 세계 언론 동향을 파악한 국민소통수석실에서는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은 이란 공격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과 세계 모든 국가에 알리기 위해 춘추관 단상에 올랐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금일 14시, 대한민국은 이란에 선제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세계 언론매체에서는 정확한 사실근거를 모른 채 자국의 입장에서 난무한 보도행위가 일러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이 왜 이란에 군사적 행동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평소에는 인자한 성품으로 널리 알려진 추은희 대통령은 지금은 여성 특유의 카리스마를 풍기며 카메라를 직시했다.
“지난 10월 16일 강경희 장관이 이란 방문 당시 테헤란 정부청사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미사일에 의한 암살 테러를 당한 것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이란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IS 테러 단체의 소행이라 하였지만, 우리 정보기관이 알아낸바, 이번 암살 테러의 배후에는 이란 최고 지도자의 재가를 받은 이란 정부가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증거자료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길게 숨 한번 쉬고는 재차 담화문을 읽어나갔다.
“국가가 만들어진 옛 고대국가부터 지금까지 국가 간 외교를 위해 방문한 상대국의 외교관 암살 시도는 외교역사에 있어 절대 있어선 안 될 불문율이며 극치의 악행입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란 정부에는 비공식적으로 항의서한을 보냈고 10일이라는 답변기일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끝내 아무 답변 없이 기일을 넘겼고 말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기 전, 다시 한번 이란 외교부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은 처음과 같은 IS 소행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순간, 춘추관 프레스 센터는 웅성거렸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대한민국은 B방송사의 패널 말대로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원흉도 아니며, 제3차 오일쇼크를 조치한 아랍국가연맹에 대한 보복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외교부 수장인 강경희 장관에 대한 암살 테러의 증거자료가 확실한데도 끝까지 IS 소행이라며 발뺌을 하는 이란에 대한 정당한 군사적 조치라는 것입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단상까지 주먹으로 치며 규탄하듯 외였다.
“추악한 만행을 저지른 이란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답변과 사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평화적으로 독립을 선포한 쿠르디스탄 공화국에도 더는 군사적 압박을 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추악한 만행의 이란 정부와 뜻을 함께하려는 중동국가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아시고 동조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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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7: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추은희 대통령은 소파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에 함께 따라온 임종원 비서실장이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대통령님! 담화문 발표 정말 임팩트였습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한가지 마음 같아선 러시아 소행도 확 밝히고 싶은 심정이었네요.”
“하하, 그러셨군요.
러시아로부터 비공식적인 인정과 사과, 그리고 피해보상으로 홋카이도의 포기에 추은희 대통령은 러시아의 가담내용을 대국민 담화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아쉬웠지만, 수년간 홋카이도 이양 건으로 골머리를 썩였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만족했다.
“감정 조절을 하느라 진이 다 빠진 느낌입니다.”
“대통령님! 잠시 차라도 마시면서 쉬시지요.”
“그래요. 잠시 쉬어야겠어요.”
비서실장과 대화하는 가운데 집무실 문이 열리고 국방부 장관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대통령님! 조금 전, 합참으로부터 보고입니다. 이란군이 쿠르디스탄 방향으로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합니다.”
강이식 장관의 말에 추은희 대통령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쳤다.
“대체 이란이라는 나라는 생각하면 할수록 대책이 없군요. 그렇게 알아듣게 대국민 담화까지 했는데······.”
“대통령님, NSC 소집할까요?”
임종원 비서실장이 다가와 물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강 장관님!”
“네, 대통령님”
“합참에는 사전에 승인한 대로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에 들어가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1시간 후,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에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었고,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하원국회에 이란과의 전쟁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하원국회와 상원국회에서 의결된다면, 대한민국과 이란은 공식적으로 전면전에 해당하는 전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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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7: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상황실 정면에 설치된 메인 스크린에는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와 동아제르바이잔주 전체가 보이는 지도가 보였고 지도안에는 여러 색깔의 아이콘들이 빼곡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파란색 아이콘은 대한민국 피스부대였고 녹색 아이콘은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비대, 마지막으로 빨간색 아이콘은 이란군이었다.
현재 빨간색 아이콘들이 서서히 서단 방향, 즉 쿠르디스탄 공화국과 이란 국경선으로 볼 수 있는 서아제르바이잔주로 몰려들고 있었다.
어지러울 정도의 수많은 아이콘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또 다른 크고 작은 스크린에는 아폴론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으로 촬영한 영상이 UHD급 화질로 보였다. 즉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안방에서 이란군 전체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하나하나 모두 확인하고이었다.
“음, 저것이 혁명수비대 사단인가?”
3번 스크린에서 보이는 영상을 보던 신성용 합참의장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정보본부장 오동권 중장이 대답했다.
“네, 제6혁명기갑사단입니다. 기존에는 제1혁명기갑사단에 이어 전투서열 2위였는데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전차로 편제되어 전투력이 극대하게 올라간 부대입니다.”
혁명수비대의 기갑사단인 제6혁명기갑사단은 예전 소련제 T-72S 전차로 편제된 기갑사단이었다. 하지만 1개월 전, 러시아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T-14 아르마타 전차와 쿠르가네츠-25 장갑차, 그리고 후방에서 근거리 대공망을 책임지는 원거리 판치리-S KAMAZ-6560으로 편제를 완료했고 더불어 기갑부대에 저승사자라 불리는 MI-28 하보크 공격헬기를 직할부대로 운영하게 된 명실상부 이란군 내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부대로 환골탈태했다.
* T-72S 전차는 1991년 소련과 폴란드에서 생산한 전차로 T-72A급 전차를 성능 개량하였다. 야간 조준경은 TPN-3-49로 레이저 지정은 아니지만, 1K13-2보다는 100m가 더 조준할 수 있는 거리로써 능동시 1.3km를 조준할 수 있는 거리였다. 또한, 일반 125mm APFSDS탄도 사용하여 관통력이 500mm나 되었다. 현재 T-72S 전차는 혁명수비대와 이란 육군에서 총 561대를 운용 중이다.
“죄다 러시아제구만기래, 저거이 T-14B 아르마타라고 했나? 무인 포탑에 레일건을 사용하는······.”
옆에서 함께 보고 있던 윤기윤 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차장님, 레일건을 탑재한 건 T-14B이고 이란에 제공한 전차는 모두 다 T-14로 확인했습니다.”
“그거이 다행이구만기래, 예전에 미국 땅크랑 붙었을 때 레일건에 백호 땅크가 깨지는 거 보고는 심장이 벌렁거렸시야.”
예전 미국 전차와의 교전 당시의 일이 생각났는지 윤기윤 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하, 어울리지 않게 윤 차장도 소심한 구석이 있구만?”
듣고 있던 신성용 합참의장이 의외라는 반응으로 웃으며 말했다.
“내래 백호 땅크까지 피격시키는 레일건은 가히 적잖은 충격을 주었디요.”
윤기윤 합참차장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차장님 이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현재 개량사업을 마친 K-3A1 백호 전차는 미국의 워독 전차나 다른 어떠한 레일건에도 대응할 장치가 마련된 상태입니다.”
동북아 전쟁 당시 미국의 워독 전차의 레일건 금속탄에 반복적인 직격을 당하면서 피격이 되자 종전 후 백호 전차에 대한 성능 개량사업에 들어갔다. 이에 올림푸스 기지에서는 하이드리늄 장갑의 성능 계량은 물론 모듈 형식의 실드차폐시스템이 적용된 모듈 형식의 반영구적 실드(SD-1) 장갑을 개발했다.
즉, 기존 전차의 외형 장갑에 반응장갑을 붙이는 것처럼 백호 전차 외형 장갑에도 실드(SD-1) 장갑을 붙이는 형식이었다. 이로 인해 K-3A1 백호 전차는 최대 32MJ급 레일건의 금속탄에도 튕겨낼 수 있는 최강의 방호력을 갖추게 되었다. 단점이라면 기존 K-3 백호 전차 생산비용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다.
“양 중장! 그기야 내래 들었디. 하디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하디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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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7:40 (쿠르디스탄시각 11:4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 아제르바이잔 공원(1정찰소대 전초기지).
한 달간, 이곳 아제르바이잔 공원 전초기지에서 먹고 자며 최전방 외곽 경계 임무를 수행했던 1정철소대는 마쿠로 긴급 퇴각하라는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1정찰소대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퇴각준비 중이었다.
공화국 수비대 역시 임시막사 철거는 물론 각종 군자재 물건을 수송 트럭에 적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란군과 불과 1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군 전체가 국경선 일대로 기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이들의 손과 발은 빠르게 움직였다. 아닌 말로 지금 당장이라도 이란군이 마음만 먹으면 포격이 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야! 빨리빨리 움직여라! 20분 남았다.”
1정찰소대장 김은규 중위가 계속해서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중대장으로부터 18시까지는 무조건 퇴각에 들어가라는 명령 때문이었다.
“아이 시끄러워~ 저리 소리칠 시간에 자기도 뭐라도 나르던가.”
한쪽에서 30mm 스마트 유탄 박스를 장갑차에 나르고 있는 김성호 상병이 투덜거렸다.
“김 상병님! 여기는 저한테 맡겨두시고 여친이나 도와주시죠?”
“뭐?”
“저기요. 저기”
곽영환 일병이 싱글벙글한 채 공화국 수비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여성 수비대 출신의 로사린이 있었다.
“누가 여친이야 마?”
“에이~ 왜 그러실까? 엊그제도 부식품 한 아름 갖다 주고선”
“그, 그건 마! 먹다 남아서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준거지 마!”
“먹다 남으면 우리 후임들 주면 되지 왜 거길 줍니까? 쳇!”
“콱! 뭐 어쨌든 네가 여기 맡아서 한다고 하니, 난 가볼게.”
김성호 상병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을 털고는 곧바로 로사린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에 곽영환 일병이 피식 웃었다.
“크크크, 그럴 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