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2023년 11월 01일 10: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회의실).
본격적인 중동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보복 공격을 두고 청와대에 모인 여러 고위관료는 신중한 태도로 의사 결정에 들어갔다.
강경희 장관이 청와대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이란 외교부에 항의서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란 외교부는 모든 것이 IS가 꾸민 짓이라며 끝까지 우겼다. 이에 러시아의 공식 인정과 여러 증거 정황을 보였는데도 이란 정부는 끝내 인정과 사과를 거부하고 말았다.
“이란 정부가 이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보복 명분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즉시 이란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시지요.”
강현수 안보실장이 대통령의 결정 부담감을 덜어드리고자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 역시, 이번 보복 공격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 사전에 계획된 공격 수위를 조금은 내렸으면 합니다.”
임종원 비서실장 역시 대통령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은 취지로 말했다. 이에 강이식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임 실장님, 어느 정도를 말입니까?”
“사전 계획대로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은 감행하되 원유 시설과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은 잠시 미뤘으면 합니다.”
“민간시설은 그렇다 쳐도 석유를 무기 삼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원흉의 원유 시설의 공격을 하지 말자고요?”
“네, 그렇습니다. 아랍국가연맹서도 군사적 연합보다는 오일쇼크라는 카드로 대응해왔습니다. 그것은 아랍국가연맹도 우리나라와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괜히 원유 시설 공격으로 자극 줄 필요는 없을뿐더러 오일쇼크의 단기간 해결을 위해서는 원유 시설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이란 원유 시설이 모두 파괴가 될시 오일쇼크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재정비용은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 실장의 말도 일리 있는 말이군요. 그래요. 강 장관님! 이번 1차 보복 공격에서 이란 원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제외하고 실행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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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7:40 (쿠르디스탄시각 11:4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 아제르바이잔 공원(1정찰소대 전초기지).
현지시각 14시를 준하여 피스부대 전체에 전시체제로 전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동안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점령 지역의 치안과 외부 경계 임무가 주였다면, 지금부터는 정식으로 이란과 전쟁에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이곳에 파병 온 지 6개월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전역일도 얼마 남지 않은 병장 계급의 장병들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이번 파병에 지원한 장병들은 이왕 복무하는 거 파병부대에 지원해 한몫 단단히 챙기고 전역하자는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목숨을 위협하는 돌발적인 위험도 있을 수 있고 군인 정신으로 충분히 이겨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국가 간의 정규전은 이들이 생각하는 위험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란 혁명특전대의 새벽 기습공격 이후 계속해서 24시간 경계태세 들어간 전초 기지 제1정찰소대원들은 식사 때에도 분대별로 분대장조와 부분대장조가 번갈아 가며 경계와 식사를 해왔다. 오늘 점심 역시 부분대장조가 먼저 경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2분대 분대장조 4명이 식사를 마치고 다음 경계근무 투입까지 남은 시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임시막사에 들어왔다.
“아! 날씨도 덥고 모래바람도 지랄 맞고 분대장님이 부럽습니다.”
막사 개인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운 김길태 상병이 전역까지 1개월 남은 홍한호 병장을 보며 말했다.
“너, 지금 나 놀리냐?”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 부러워서 한 말인데 말입니다.”
“파병 나온 전역 예정자 모두 무한 연기되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아까 행보관님이 말해주더라.”
“헐! 그럼, 오늘 14시부로 이란과 전시체제로 돌입하는 것 때문입니까? 상황 해제될 때까지 그럼 여기서 전역도 못 하고 계속 복무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일단, 상부에서는 그렇게 지령이 내려왔나 봐!”
“와! 이거 난감합니다. 분대장님”
“뭐, 어절 수 있냐?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좀 더 충성심을 발휘하고 제대해야지”
“워! 그렇게 생각하시다니 멋지십니다. 난 개 난리 필 거 같은데······.”
이때 옆에서 개인 장구류를 손보던 나한진 일병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이! 김 상병님! 그러다가 상황 해제될 때까지 영창에만 있다가 제대합니다.”
“콱!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그렇게 하겠냐?”
“야! 잡소리 그만하고, 휴식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경계근무 나갈 준비들 해! 아 그리고 우리 경계 중일 때 전시체제 돌입하니까. 특히 개인 장구류 제대로 챙겨라?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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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30 (현지시각 14:00),
인도양 북위 22°50'3.93" 동경 62°46'30.04" 해상(제12항모전단).
이란 시스탄오발루체스탄주의 남단 항구 도시인 차바하르로부터 남단 340km 떨어진 아만만 입구의 해상에는 4일 전, 이곳 해상에 도착한 대한민국 해군 제12항모전단은 언제든 교전할 수 있는 준비태세로 대기 중이었다.
그러던 중 10분 전,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14시부로 이란에 대한 1차 보복작전에 들어가라는 최종 명령이 떨어졌다.
제12항모전단의 기함이자 백범김구함(CV-001)의 전방위에서 대잠, 대함, 대공경계를 맡고 있던 호큘라 중순양함인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승조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본 함, 함대지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 보고입니다.”
“김구함으로부터 피닉스 16기 이함 대기 중입니다.”
“박열함과 손병희함에서도 함대지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 보고입니다.”
본 함의 전투지휘실과 각 함정으로부터 날아온 보고를 오퍼레이터가 정리하여 보고했다. 이에 제12항모전단의 전단장 김기영 준장은 손목시계를 힐긋 보고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음, 시간이 되었군. 시작하자고.”
“본 함 함대지미사일 발사! 합니다.”
전단장의 공격 명령에 가장 먼저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함수의 48셀 K-VLS-II(수직발사대)에서 천룡A 순항미사일 여러 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꽃을 터뜨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하얀 항적을 그으며 하늘로 솟구친 16기의 천룡A 순항미사일은 상승 인계점에 도달하자 서서히 고개를 숙이며 목표 방향 해수면으로 날아갔다. 이러한 장면은 나머지 2척의 호큘라 중순양함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하 3.5에 이르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48기의 천룡A 미사일은 8개의 그룹으로 나눠진 상태로 해수면 위를 스치며 날아갔다.
또한, 백범김구함(CV-001)에서도 무인전폭기 CUF/A-29NP 피닉스 8기가 좌우 4곳에서 컨로드에 연결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컨로드가 분리되자 좌우 45도 각도로 수직 상승을 했다. 이어 두 번째 CUF/A-29NP 피닉스 8기 역시 컨로드에 연결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7세대로 분류된 무인전폭기 CUF/A-29NP 피닉스 16기는 최초로 실전에 투입되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2차 그룹까지 모두 일정고도까지 상승한 CUF/A-29NP 피닉스 16기는 자동으로 목표 방향으로 선회기동을 펼쳤고 어느 순간 마하 20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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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37 (이란시각 14:07),
이란 테헤란 13지구 공군기지
백범김구함(CV-001)에서 출격한 후 마하 20의 속도로 6분 만에 테헤란 공군기지 상공에 진입한 4기의 CUF/A-29NP 피닉스는 폭격 가능한 고도에 도달하자 내부 중앙 무장실을 개방했다.
철컥! 키이이잉~
톱니바퀴 형식의 컨로드 2개에 장착된 8개의 K-SDB-10(플라즈마 응집탄)이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차례대로 지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자체 GPS 유도방식의 K-SDB-10(플라즈마 응집탄)는 정확한 타격을 위해 꼬리에서 튀어나온 후미날개 4개가 작동하며 낙하지점의 궤도를 조정했고 투하 30초 만에 테헤란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강타했다.
콰앙! 콰앙! 쾅아아앙~
총 32개의 K-SDB-10(플라즈마 응집탄)는 테헤란 공군기지를 휩쓸었다. 활주로 곳곳은 거대한 웅덩이와 함께 수많은 파편으로 어지럽혀졌다. 기지 건물들 역시 거대한 화염에 이글거렸고 F-14 톰캣 역시 직격당한 이글루와 함께 거대한 화염에 불타올랐다.
더불어 가공할 폭발음에 주변 일대의 일반 거주지 건물의 창문들은 모조리 깨졌고 수백 미터까지 날아간 콘크리트 파편들은 사정없이 밀집된 가정집에 쏟아졌다.
일반 거주지와 근접해있는 테헤란 공군기지는 그야말로 지옥 화염이 이글거리는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이들에게 다행인 것은 일반 거주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테헤란 공군기지 공격 피닉스 무인전투기는 피해 범위가 넓은 K-SDB-20(플라즈마 확산탄)를 사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임무를 수행한 CUF/A-29NP 피닉스 4기는 결과물에 대한 영상 촬영을 끝마치자 이내 고도를 높여 귀환 기동에 들어갔다.
공군기지 내 연료탱크와 전투기, 그리고 각종 기재기가 연쇄 폭발을 하며 끊임없이 폭발음이 테헤란 도심 전체에 울려 퍼지는 그때가 돼서야 대공 경보 사이렌이 울리며 테헤란 대공을 담당하는 부대에서 엄한 하늘에만 대공포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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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38 (이란시각 09:08),
이란 잔잔주 잔잔 공군기지
테헤란 공군기지가 아비규환에 빠진 그때, 또 다른 CUF/A-29NP 피닉스 4기가 잔잔 공군기지 상공에 진입한 후 K-SDB-10(플라즈마 응집탄)과 K-SDB-20(플라즈마 확산탄) 32개를 선물했다.
마른하늘 날벼락 맞듯 갑작스럽게 폭격에 잔잔 공군기지 역시 테헤란 공군기지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폭발음과 절규 섞인 비명이 주변 일대로 퍼져나갔다.
특히 잔잔 공군기지는 지난 10월 1일 러시아로부터 들려온 최첨단 전투기가 즐비했다. 4세대급 전투기인 Su-27 플랭커 전투기와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인 Su-57 파크파 전투기였다.
평상시 모든 전투기는 이글루에 보관되어 있었지만 가공할 K-SDB-10(플라즈마 응집탄)과 K-SDB-20(플라즈마 확산탄)은 인정사정 두지 않고 모두 파괴했다.
다행인 것은 일부 전투기가 40여 기가 민간 공항 2곳으로 이동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이번 폭격에서 러시아표 전투기 전체가 몰살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사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1차 보복 공격 대상에 민간시설이 제외되었기에 공격하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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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40 (이란시각 09:10),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타브리즈 공군기지.
쿠르디스탄 공화국과 피스부대와 근접해있던 그래서 가장 위협을 줄 수 있는 타브리즈 공군기지에도 거대한 화염이 곳곳에서 솟구치며 맑은 하늘을 검붉은 연기로 덮고 있었다.
타브리즈 공군기지는 실전 배치한 지 50년이 넘어가는 3세대급 F-5E 타이거II 전폭기 50기를 운용하는 공군기지이지만, 거리상 쿠르디스탄 공화국과 피스부대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이러한 위협 부담을 줄여주고자 CUF/A-29NP 피닉스 4기를 투입 시켜 타브리즈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구형 전투기를 운용하는 기지답게 이글루 역시 튼튼하지 못했다. 32기의 K-SDB-10(플라즈마 응집탄)에 이글루와 전투기 역시 모두 파괴되었고 활주로 역시 한동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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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01일 19:40 (현지시각 14:10),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아가쟈리 공군기지.
타브리즈 공군기지와 더불어 쿠르디스탄 공화국과 피스부대에 위협적인 아가쟈리 공군기지에도 CUF/A-29NP 피닉스 4기의 파상적인 공격이 가해졌다.
지상군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이란 차세대 공격헬기인 AH-285 32기와 각종 지상공격기와 전투기를 운용하는 아가쟈리 공군기지에도 시꺼먼 연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공중에서 1차 폭발한 K-SDB-20(플라즈마 확산탄)의 자탄 수십 개가 지상에 대기 중이던 AH-285 공격헬기 여러 대를 덮쳤다.
파파악! 팡앙 콰앙! 콰콰쾅!
그리고 자탄의 2차 폭발과 함께 연쇄 폭발음이 울리며 지상으로 수많은 금속 파편이 날아갔고 이에 헬기들은 벌집 신세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