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4화 (334/605)

퍼즐

2023년 10월 30일 17: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기자회견장).

오후 5시, 외교부에서는 금일 새벽에 있었던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 조치의 대응 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

단상에 오른 외교부 홍수경 대변인은 수많은 내외신기자가 바라보는 가운데 준비해온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외교부 대변인 홍수경입니다. 금일 새벽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의 조치로 제3차 오일쇼크로 불리게 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전 세계 범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번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답게 홍수경 대변인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아랍국가연맹으로 구성된 OAPEC는 석유를 무기 삼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올 수 있는 비 인류적 조치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치의 이유에 대해서 매우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지지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탄압이라는 것입니다.”

발표문을 읽어갈수록 홍수경 대변인의 말속에는 힘이 들어갔다.

“대한민국은 아랍국가연맹에 묻고 싶습니다. 어떠한 근거로 대한민국이 이슬람교를 종교적으로 탄압하는 것인지, 또한 100여 년 동안 강대국과 주변국의 힘의 논리에 나라를 잃고 난민 아닌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천만 쿠르드족 독립의 지지가 평화를 지향하는 중동에 어떤 잘못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홍수경 대변인은 정면에 있는 카메라를 뚫어지듯 바라보며 마저 발표문을 읽어나갔다.

“타민족을 억압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의의 잣대를 제멋대로 판단하는 아랍국가동맹국 여러분! 대한민국은 절대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지지에 대해 철회할 마음이 추호도 없으며, 또한 대한민국의 피스부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이 완성될 때까지 중동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 필요에 따라 대대적인 추가 파병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한민국의 강경한 반응에 내외신기자들 곳곳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외교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에 참석한 내외신기자들은 이번에는 대한민국 정부도 어절 수없이 중동에서 손을 떼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대변인의 발표내용이 정반대로 이어지자 충격 아닌 충격이 전해진 것이었다.

잠시 내외신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린 홍수경 대변인은 재차 발표문을 읽어 나갔다.

“이에 대한민국은 제3차 오일쇼크의 위기를 극복할 정책을 발표하겠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현 일일 석유생산량 30만 배럴을 1주일 안으로 최대 400만 배럴까지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며 가격 역시 OAPEC 조치 전 1배럴 당 60달러에서 20% 인하된 48달러로 전 세계 비산유국에 제공할 것입니다. 둘째, 대한민국과 협약한 베네수엘라 역시 1개월 안으로 최대 일일 80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것이며 가격 역시 1배럴 당 48달러로 비산유국에 제공할 것입니다. 셋째로 대한민국은 향후 1년 안에 베네수엘라 석유생산량을 일일 최대 2,0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생산기반시설을 무상으로 건설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와!

내외신기자들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자회견이 있기 전, 외교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긴급으로 베네수엘라 외교부와 접촉했다. 8년간 경제 침체로 인해 대공황에 허덕이고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어 무정부 사태 직전까지 내몰린 베네수엘라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시한 제안을 환영하며 추가 조건이 없이 수용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로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시한 제안은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의 단비와 같았다. 연 경제지원투자금 30조 원 투자, 800만 배럴까지 생산하여 인하된 가격으로 제공 시 그 차손금에 대해 150%로 현금 지급(12달러의 차손금을 18달러로 지급), 향후 일일 2,0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는 추가 생산시설설비의 무상 건설지원, 이외에도 베네수엘라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여러 대기업의 투자 약속이 포함되었다.

탄성과 웅성거림에 잠시 기자회견장이 시끄러워진 가운데 외신기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이에 발표를 모두 마친 홍수경 대변인은 손을 든 기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주디스 밀러입니다. 대변인님 베네수엘라와 협약은 정말 맺어진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2시간 전, 베네수엘라 주재 한국 대사가 정부 대표로 하여 공식적인 협약을 맺었습니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간단명료하게 질문에 대답한 홍수경 대변인은 질문하기 위해 손든 기자 중 아랍인으로 보이는 남성 기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왼쪽 3번째 줄에 계신 남성 기자님! 질문받겠습니다.”

“저는 이란 YTI 방송국의 에흐산 데자가 기자입니다. 질문하겠습니다. 대변인께서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만으로 이번 오일쇼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양 국가 생산량을 합쳐봐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밖에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퍼센트로 따지자면 OAPEC 총생산량의 40%도 못 미치는 수치인데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4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OAPEC의 조치로 인해 석유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OAPEC나 OPEC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에서 생산량을 늘리지 않겠습니까? 절호의 기회인데 말입니다. 부가설명을 드리자면 나머지 60%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 못지않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러시아나 자국의 석유매장량을 조절하며 생산해온 미국,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석유생산량을 늘려가는 중화민국과 신중국, 이외에도 많은 산유국에서 생산량을 늘리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부의 분석은 충분히 가능하다.입니다.”

사전에 준비한 답변이라고 생각할 만큼 홍수경 대변인은 에흐산 데자가 기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추가적인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에흐산 데자가 기자는 손가락 하나를 지켜 들고는 말했다.

“네, 질문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대부분 국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위해 파병 온 대한민국 군대로 인해 수년간 평화로웠던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OAPEC에서도 평화를 위해 이번 조치를 한 것이고요. 만약,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으로 인해 중동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대한민국도 그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음, 그 부분은 제가 대답할 사안은 아니듯 합니다. 단지 기자님에게 이 말은 해주고 싶군요. 평화라는 것은 평등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쳐 한쪽은 이익을 한쪽은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과연 그것이 평화이겠습니까? 그것은 평화를 위장한 힘의 억압이라고 봅니다. 이상입니다.”

홍수경 대변이 명답을 내놓자, 에흐산 데자가 기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10분 후, 질문 시간까지 모두 끝나자 내외신기자들은 앞다퉈 자국으로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요동치며 폭락했던 각 국가의 주가지수는 다시금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아랍국가연맹은 대한민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던 OAPEC 조치 파장은 24시간도 안 되어 막을 내리고 말았다.

★ ★ ★

2023년 10월 31일 15: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장관실).

러시아와 이란에 보낸 항의서한 답변 기일의 마지막 날인 오늘, 강경희 장관은 입원한 지 14일 동안 모든 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한 강경희 장관은 다음날인 오늘, 외교부에 출근했다. 추은희 대통령이 퇴원 후 1주일 정도 더 쉬라는 지시를 하였지만, 강경희 장관은 때가 때인 만큼 그럴 수 없다며 오전만 쉬고 오후에 출근했다.

입원 당시에도 외교부 직원들을 불러 주요 사안에 대해서 회의하고 확인했던 강경희 장관은 장관실에 오자마자 입원 기간 자신을 대신에 1차관과 2차관이 결정하고 진행했던 사항에 관해서 확인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15시에는 에고르 티토프 대사와 미팅을 하였다. 지난 21일 본국으로 추방당했던 주한 러시아대사인 에고르 티토프는 대한민국의 항의서한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 답변서를 가지고 오전에 입국했고 오후에 외교부를 방문했다.

“죄송합니다. 강 장관님! 몸은 어떠신지요?”

사건의 피해자인 강경희 장관을 만난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며 안부의 인사말을 전했다.

“보시다시피 몸은 괜찮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대사님!”

강경희 장관은 인자한 미소로 대답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장관님”

“항의 서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답변서는 가져왔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가져온 문서를 가방에서 꺼내어 내밀었다. 이에 문서를 건네받은 강경희 장관은 차근차근 읽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강경희 장관은 문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음, 비공식적으로 조용히 넘어가자 대신 홋카이도는 포기하겠다. 이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장관님”

“좋습니다. 문서에는 관련자에 대해 모두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데,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도 포함입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저를 암살하려는 작전에 설마 푸틴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아니겠죠? 분명 보고도 받고 재가도 했을 터인데, 그럼 푸틴 대통령도 관련자가 되는 거 아닙니까?”

“음, 그, 그건······.”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아! 그냥 해본 말입니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푸틴 대통령 자신이 자신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일단 러시아 정부의 공식 답변은 내부 회의를 걸친 후 회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대사관에 가셔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가지가 더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흘러내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뭔가요?”

“현재 대한민국 정보기관에 잡혀있는 루슬란 니그마툴린을 저희 쪽으로 인도해줬으면 합니다.”

“음, 그 부분 역시 추후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장관님! 그럼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래요.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가 나간 후 다시금 문서를 읽어내려간 강경희 장관은 홋카이도 포기라는 단어에 고정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보였다.

장관에 임명된 후 끊임없이 골머리를 썩였던 러시아와의 홋카이도 이양 건이 이제야 해결되었다는 안심의 미소였다. 어떻게 보면 강경희 장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결된 거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안심의 미소속에는 씁쓸함의 미소도 묻어있었다.

1시간 후 러시아의 공식 답변서는 그대로 청와대에 보고가 되었고 추은희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판단하여 수긍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와의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문제는 이란이었다.

이란은 끝내 답변 기일이 지나도록 항의서한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의 시점을 조율할 마지막 회의를 소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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