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3화 (333/605)

퍼즐

2023년 10월 30일 09: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세종관-국무회의실).

새벽 2시, 제3차 오일쇼크를 동반할 수 있는 아랍국가연맹의 결정에 따라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 발표에 청와대는 이른 아침 대통령의 주재하에 국무회의를 긴급소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금일 새벽, 아랍국가연맹의 주도로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의 원유가격 인상 발표 및 감산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조치가 중동 평화를 위협하고 이슬람교를 종교적으로 탄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면서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우리나라를 현 조치에 대한 원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니 좋은 의견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전에 먼저 다른 국가 상황부터 확인해봅시다.”

회의 시작과 함께 추은희 대통령이 서문을 열었다. 이에 강경희 장관을 대신에 회의에 참석한 오진명 차관이 대답했다.

“네, 대통령님! 발표 직후 세계적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여러 국가로부터 연락이 온 상태입니다. 그중 EU(유럽연합)가 이번 오일쇼크와 관련하여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전쟁 이후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대한민국에 밀리자 EU는 경제와 정치에 이어 군사적으로도 완전히 통합한 하나의 연합국가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대부분 선진국으로 구성된 EU(유럽연합)는 제3차 오일쇼크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EU(유럽연합) 외교부에서 가장 먼저 현 상황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향후 향방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그렇겠죠. 지금까지의 오일쇼크를 보면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유럽 국가들이었으니까요.”

“네, 그래서 그런지 EU 외교부에서는 평화적으로 해결을 위해 중동에서 철수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습니다.”

“다른 국가는 어떻습니까?”

“네, EU와 비슷합니다. 되도록 중동에서 철수해 달라는······.”

오진명 차관이 말끝을 흐리며 말을 끝내자 통일정책부 김영철 장관이 약간 화난 어조로 말했다.

“이래라저래라, 이거이 우리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이 아닙네까?”

“그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내정 간섭도 간섭이지만, 솔직히 저는 굳이 이렇게까지 쿠르디스탄의 독립에 우리나라가 관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발을 빼는 게 어떻겠습니까?”

처음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대한 지지와 관련하여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던 기획재정부 박병관 장관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발을 빼다니요? 쿠르디스탄 독립지지의 의미를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처음 쿠르디스탄 독립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던 교육부 김길진 장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박병관 장관을 보며 되물었다.

“허허, 이것 참, 누가 모른답니까? 하지만, 생면부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아무 관련 없는 민족에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십니까? 지금까지 무려 5조 원이 넘습니다. 하물며 모든 국가로부터 세계 대공황으로 갈 수 있는 원흉의 국가로 찍히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 아닙니까?”

“두 분, 진정들 하세요. 서로 간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의견을 모아 대책을 세우려는 게 아닙니까?”

회의 시작부터 회의 분위기가 과열되자 이윤연 국무총리가 자제를 시켰다.

“맞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보시고 판단하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산업통상자원부 고경택 장관이 말을 이었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이 기대 찬 얼굴로 물었다.

“좋은 의견이라도 있습니까?”

“네, 대통령님! 사실, 예상 못 한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부서에서 몇 가지를 미리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일단 가져온 영상 자료를 보시면서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고경택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대형 스크린 옆으로 가서 섰다. 그러자 미리 준비했는지 스크린 화면이 밝아지면서 대한민국 지도 전체가 비췄다.

“현재 보시는 지도 중 총 7곳에 표기된 곳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현재 지도상에 표기된 곳은 통일 전부터 석유매장 가능성이 있던 곳이었고 지금은 우리 시추기술에 의해 정확한 매장량을 파악하고 언제든 대량으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스크린 지도에는 북주 내륙인 온천분지, 안주분지, 평양분지, 길주분지와 서해 서조선만분지, 그리고 동해 인근의 경성만분지와 동조선만분지였고 중만주 백두산 위쪽에 있는 백두산분지가 표기되어 있었다.

“현재 위 7곳의 총매장량은 약 120억 배럴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매장 순위로 보자면 7위 정도 되는 매장량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내연기관에서 플라스마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원유에 대한 수요가 적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석유량만 산하기관인 KNOC(한국석유공사)에서 온천유전과 안주유전에서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고경택 장관이 설명속도에 따라 지도상에 표기된 2곳에 추가 정보가 표기되었다.

“우리나라는 산업 전반의 시설과 자동차 역시 플라스마 시스템으로 대부분 전환된 상태에서 100억이든 200억이든 수요량이 적어서 현 오일쇼크 사태와 상관없지 않습니까?”

행정자치부 김이겸 장관이 질문을 던졌다.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연 1억 배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앞으로 더 줄겠지요. 하지만,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오일쇼크 대책이 아닌 비산유국에 대한 대책 마련에 활용하자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통일 전 플라스마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 일일 석유소비량이 약 280만 배럴로 연으로 계산하면 약 10억 벨에 달하는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석유 소비국가였다. 그만큼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 중의 하나였다.

“만약 7개 유전지대의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일 4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와 공조하여 현재 일 250만 배럴의 생산량을 최대치 800만 배럴 이상 생산하여 비산유국에 현존 가격보다 10% 이하의 가격으로 제공한다면, 이번 3차 오일쇼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매장량이 무한대도 아니고 베네수엘라 역시 단기간에 일 800만 배럴까지 생산이 가능한 수치입니까? 또한, 추가 생산시설을 건설하는데도 시간이 쾌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시 한번 김이겸 장관이 질문하자 고경택 장관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석유 매장량은 추가 시추를 하지 않은 이상 120억 배럴이 한계이지요. 또한, 베네수엘라 역시 추가 생산시설을 건설하는데 빨라야 1년, 늦으면 2년의 세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조사한 바로는 베네수엘라의 일 생산량은 작심하고 생산에 들어간다면 800만 배럴까지 단기간에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김이겸 장관의 질문에 수긍에 가까운 대답을 한 고경택 장관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제3차 오일쇼크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끝내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과 싸움이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첫째로 우리 유전지대의 생산량을 단기간 최대한 늘려 비산유국에 저가격으로 제공하고 둘째로 베네수엘라의 기존 유전생산지역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린다면 현 중동 산유국이 차지하는 연 48%의 생산비율에 대해서 적어도 3개월 정도는 대략 20% 정도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경택 장관의 설명에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조금씩 긍정적인 표정을 보이며 집중해 나갔다.

“예전 1차나 2차 오일쇼크 때에는 석유수입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석유를 수입해야만 했습니다. 대책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가 최대의 생산량으로 그것도 값싼 가격으로 석유를 제공하고 더불어 베네수엘라의 모든 유전지대에 대한 일 1,5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생산설비를 대한민국이 투자하여 공동으로 건설한다는 대대적인 발표를 하게 된다면 석유 수출로 먹고사는 중동국가는 위축할 것이고 3개월 안에 극심한 재정난을 겪으며 제풀에 꺾여 손을 들 것입니다.”

짝짝짝!

오경택 장관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나머지 장관들도 따라 박수를 쳤다.

“고 장관님!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해왔습니까?”

추은희 대통령은 생각 이상의 대책 방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칭찬을 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합니다. 대통령님!”

여기저기에서 고경택 장관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하하, 아닙니다. 예전 교수직에 있을 때 오일쇼크와 관련된 연구를 했었고 며칠 전 이란이 아랍국가연맹 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듣고 혹하는 마음에 관련 부서와 산하기관 연구원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이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고경택 장관은 제자리로 돌아가며 그동안 있었던 일에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아무튼, 대단합니다. 이렇게 쉽게 대책 방안이 세워진 만큼 관련 부서에서는 상세한 로드맵을 완성해서 진행해 주세요.”

흡족한 표정으로 추은희 대통령이 말했다.

“네, 오늘 중으로 세부 보고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관련 부서에도 전달하겠습니다.”

★ ★ ★

2023년 10월 30일 13:0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1과).

“아! 역시 내 집이 최고야!”

금일 새벽, 러시아 VSR(대외정보국)의 중동 총책임자인 루슬란 니그마툴린을 연행해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박기웅 팀장은 오전만 쉬고는 오후에 출근하여 오랜만에 자신의 의자를 앉아 최대한 뒤로 제치고는 기지개를 켰다.

“그럼 뭐합니까? 중동에서 개고생하고 왔는데 오전만 쉬고 일해야 하는데요. 이 정도 공을 세웠으면 한 일주일은 휴가를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1팀 조동현 주임 입이 오리입처럼 튀어나와 불만을 털어놨다.

“야! 지금 시국에 무슨 휴가야? 지금 대통령 암살 계획이 있다는 정보에 타 부서는 개난리 났는데, 그리고 데프콘2가 발령 난 거 몰라?”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안기철 대리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애들아! 조금만 기다려라. 때가 되면 모두 다 한 달 정도 휴가 보내주려니까.”

투덜댄 조동현 주임을 보며 박기웅 팀장이 웃으면 말했다.

“정말입니까? 팀장님? 약속하는 겁니다.”

“속고만 살았냐? 못 지키면 내가 옷을 벗으마!”

“헐!”

점심 후 식곤증이 몰려오는 나른한 시간, 영양가 없는 얘기로 대화가 이어가는 그때 대외정보국 1과 사무실에 국가정보원에서도 한 미모하는 여성이 들어왔다. 이에 박기웅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어? 과장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입니까?”

사무실로 들어온 여성은 바로 남궁원의 와이프이자 대테러수사국 3과장인 이혜진이었다.

“안녕하세요. 이 과장님 계시죠?”

“아! 이 과장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 이번 중동 건으로 국장님에게 보고하러 갔습니다.”

“아! 그래요? 중동에서 돌아왔다고 하길래 인사나 하러 왔는데, 조금 기다려야겠네요.”

“아! 네, 여기 앉으세요. 뭐 커피 드시겠어요? 아님요. 괜찮아요.”

이혜진 과장은 남편인 남궁원과 친구라는 인연으로 알게 된 이자성 과장이 중동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에 남궁원의 소식도 알려줄 겸, 인사라도 건넬 겸, 겸사겸사 찾아온 이유였다.

타부서이긴 하지만 같은 기관 상관이 그것도 미모의 상관이 앉아있자, 사무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그때, 이혜진 과장이 박기웅 대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아! 맞다. 박 팀장님!”

“네, 과장님!”

“1과에서 북한 대외1공작대 출신들을 찾고 다니지 않았나요?”

“어! 그걸 어떻게?”

“신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국 현지 첩보원에 의하면 북한 대외공작대 출신으로 보이는 수상한 자들이 서만주로 넘어왔다는 첩보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우리 부서에서 잠정테러단으로 간주하여 뒤를 쫓고 있긴 한데,”

“정, 정말입니까?”

“네, 박 팀장님이 쫓던 사람인지는 100% 장담할 순 없지만, 대외공작대 출신이라는 것만은 확실한 듯해요.”

“그 정보 우리 과와 공유해줄 수 있습니까?”

“음, 그건 국장님 통해서 정식으로 공유 요청하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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