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2화 (332/605)

태풍 16호

2023년 10월 29일 10:00,

서만주 요동(선양)특별차지시 북단 115km (요중고속도로(G1고속도로)).

요동(선양)특별차지시의 위성도시인 북단 55km에 있는 철령(테링) 일대가 주둔지인 제7기동군단의 제20기갑사단(결전)은 지난 20일 데프콘 2가 발령된 후 준전시 태세를 완전히 갖추고 주둔지 이탈 준비 상태였다. 그리고 금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북만주 주재도시인 강명(하얼빈)에 있는 임시 주둔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았다.

통일 후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편도 3차선에서 편도 5차선으로 확장되고 중춘(창춘)를 가로질러 강명(하얼빈)까지 연결된 요강고속도로(G1고속도로) 위에는 제20기갑사단(결전)의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각종 차량이 5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강명(하얼빈)을 향한 기다란 행렬을 이어갔다.

쿠르르르르릉~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동하는 제20기갑사단(결전)의 행렬 선두에는 지난 동북아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제60기갑여단 제26전차대대 7중대 전차들도 있었다.

“아! 이거 정말 언제봐도 장관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전차장님?”

한중전 당시 7중대 1소대 712호 조종수로 활약했던 염훈기 하사가 이제는 전차포수 선탑 자리에서 기동 중인 전차 행렬을 바라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염훈기 하사는 한중전 당시 일계급 특진을 한 후 만기 제대하려 했으나, 통일 후 직업군인의 연봉과 혜택이 웬만한 대기업 회사원 보다 웃돌자 망설임 없이 부사관에 지원했고 지금은 부사관으로 712호 전차포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야! 그러면 뭐해? 까딱 잘못하면 또 전쟁 난다. 아! 이럴 땐 제대하고 장가간 오 상사님이 부럽다.”

몇 개월 전, 8살 연하의 이쁜 아가씨와 전통 혼례식을 한 오영택 상사가 부러운지 전차장 선탑 자리에서 전방만 주시하던 전차장 김영주 중사가 입맛을 다졌다. 김영주 중사 역시 한중전의 활약으로 일계급 특진을 했다. 종전 후 전차장 교육을 이수한 김영주 중사는 오영택 상사의 뒤를 잇고자 상부에 요청하여 7중대 1소대 712호 전차장으로 보직을 부여받았다.

“에잇! 아직 20대 중반이면서 뭘 그리 부럽습니까?”

“얏마! 내가 장가 때문에 부러운 줄 아냐? 넌 벌써 잊었냐? 전쟁의 참혹함을?”

“아! 그걸 어떻게 잊습니까? 그때 어디냐? 맞다. 선양. 아니지! 요동 그 요동 남단 대평야에서 있었던······. 으~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국방부는 종전 후 전쟁에 참전한 모든 군인에게는 1개월간 전쟁 후유증에 대한 심신 치료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김영주 중사 역시 전쟁 후유증 치료를 받은 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취했지만, 다시금 전쟁의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김 중사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십쇼. 진짜 전쟁하려고 했으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동하겠습니까? 대대 본부에 있는 동기 말로는 러시아에 압박 시위성 기동작전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고”

“아! 예전 짱깨 전차를 무지막지하게 박살 내던 20사단 최고의 전차 스나이퍼 김 중사님은 어디 가셨나?”

“야! 시끄럽고 앞에나 봐!”

“네! 네!”

★ ★ ★

2023년 10월 29일 11: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

데프콘 2가 발령된 후 합동참모본부의 각 군 지휘관들은 합동지휘통제소 지하 B2 벙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준전시 체제에 돌입한 상태였다. 또한, 만에 하나 있을 군사적 작전을 모두 수립하고 하나하나 진행 중이었다.

먼저 육군은 러시아와 맞닿은 만주 국경선을 경계 중인 제5경계군사령부의 예하 부대인 제11군단과 제12군단, 13군단의 모든 기계화경계사단에는 데프콘 2에 맞는 경계강화 1호를 발령한 상태로 24시간 비상경계 중이었다.

또한, 북만주와 중만주, 그리고 북주 북단 일대를 책임지고 있는 제1야전군사령부 예하 부대 역시 모든 부대가 전진 배치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전투력 서열 1위인 제7기동군단의 모든 부대는 주둔지인 요동(구 선양)을 떠나 강명(하얼빈) 북단 지역으로 기동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내몽골자치주와 만주 3개 주의 연방군에도 동원 명령이 떨어져 주마다 4개에서 5개의 각종 사단이 완전 편제를 이룬 상태로 대기했다.

두 번째로 해군의 제1함대(동해함대)의 구축함과 제11기동잠수함전단의 호큘라잠수함은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부터 남단 250km까지 접근하여 해상 봉쇄령에 근접하는 해상작전에 들어갔다.

세 번째 공군과 항공우주군 역시 전투비행단마다 24시간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였다.

한가지 특이점은 육군, 해군, 공군 할 거 없이 모든 부대의 움직임과 군부대 병력 이동이 은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고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대규모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에서는 여러 개의 군사위성을 동원해 대한민국 모든 부대의 움직임과 위치 등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찰할 수 있었다.

이것은 합동참모본부 지휘부의 의도된 작전이었다.

강경희 장관의 암살 테러 사건과 관련하여 외교부에서 러시아에 최후통첩 형식으로 항의서한을 보낸 것이 단지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의도가 먹혀들었는지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한민국 국군이 당장이라도 국경선을 넘어 침공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전시 총동원령을 발령하고 신속한 대응 군사행동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내일 오후 2시면 1차 작전 안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러시아 군사 활동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대형 스크린 옆 단상에서 1차 작전 안의 브리핑을 한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은 스크린을 조작하는 부사관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스크린에는 현재 북만주와 국경선 일대의 러시아군 동향에 대한 지도와 각종 정보로 화면이 바뀌었다.

“스크린에 보시는 거와 같이 현재 러시아군의 동향은 국경선 일대 동부관구 4개 군과 철도군인 제7독립철도여단, 제50독립철도여단이 주둔지를 이탈해 각자 임시 주둔지로 이동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또한, 중부 군관구 소속의 전략 로켓군인 제92로켓여단과 제119로켓여단의 이동 발사차량이 모두 주둔지를 벗어나 현재 이동 중입니다. 위 두 로켓여단의 발사차량들은 현재 4개의 아폴론 정찰위성으로 실시간으로 이동 위치를 추적 중입니다.”

“러시아 극동함대 상황은 어떠하기요?”

북한 출신 장성이자 최호일 차수에 이어 합참차장에 오른 윤기윤 대장이 질문을 던졌다.

“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본항으로 둔 극동함대는 현재 남단 100km까지 남진하여 현재 우리 1함대와 150km 거리를 두고 대치 중입니다.

“음, 전력상 우리 함대가 밀리진 않겠디요?”

윤기윤 대장이 또다시 질문하자 이번에는 양민춘 중장을 대신해 해군참모총장인 이기형 대장이 대신 설명을 했다.

“현재 1함대가 한일전 이전의 완편 전력 아니라 1함대만으로 극동함대를 상대하면 지지는 않더라도 우리 측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현재 7기동전단이 제주항을 떠나 현재 울릉도 해군기지로 이동 중입니다.”

“혹, 7기동전단이 도착하기도 전에 극동함대와 일이라도 터지면 어찌합네까?”

“이번 작전의 첫 번째 의도는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러시아가 직접적 군사적 행동에 나선다면 1함대는 후방으로 빠지고 해심에서 잠항 중인 제11기동잠수함전대의 호큘라 잠수함이 견제 및 방어전략을 펼치고 이후 7기동전단이 도착하면 1함대와 함께 밀고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기형 대장은 설명하고 “자신이 너무 끼어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단상에 있는 양민춘 중장을 향해 가볍게 손 신호를 보내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에 양민춘 중장이 이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네, 맞습니다. 처음부터 극동함대와의 교전을 두고 작전을 수립했다면 1함대와 11기동잠수함전단, 그리고 7기동전단이 함께 전진 기동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렇구만, 잘 알았습네다.”

“그럼 다음은 이란군과 관련하여 브리핑하도록 하겠습니다.”

양민춘 중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크린은 이번엔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도가 나타났다.

“현재 이란은 쿠르디스탄 공화국 국경선 일대인 서부전선에 이란군은 물론 혁명수비대가······.”

2시간 후,

“마지막으로 이란과 관련해서는 한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금일 오후에 이란 정부가 주도한 아랍국가연맹의 군사상임위원회가 카이로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만약 군사상임위원회에서 2/3 이상이 이란 정부의 의결에 찬성표를 던져 가맹국 전체가 우리 대한민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이란과 관련한 추가적인 작전 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민춘 중장의 말에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치보다 종교적인 힘이 더 강력한 이슬람국가의 특징으로 봤을 때 이란 정부가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아랍국가연맹의 가맹국에 동정표를 얻을 수 있을 확률은 매우 커 보였다.

이에 줄곧 브리핑하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합참의장인 신성용 차수가 웅성거리는 군 지휘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예 예상 못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만, 과격한 중동국가 모두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큰 문제일 수도······.”

남주연방군사령관이자 합참차장인 김용현 대장도 역시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말도 끝나기 전에 신성용 차수가 질책하듯 말했다.

“하나하나 그렇게 걱정해서 어떻게 국가를 수호할 수 있겠나? 우리는 군인이야. 국가 수호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해결해야 할 사명이 있어! 브리핑이 끝나면 이란과 관련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수립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 ★ ★

2023년 10월 29일 13:0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형제산구 신미동 어느 건물.

생각보다 넓어 보이는 지하 2층에는 온갖 운동기구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기구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각자 땀을 뻘뻘 흘리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찰총국 출신으로 한때 최정예라는 소리를 듣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 요원들로 통일 후 조명록과 같은 이유로 통일 대한민국에 버림 아닌 버림을 받은 자들이었다.

단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던 전 정찰총국 요원들은 통일 후 한순간 직장을 잃고 막노동과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를 여명 하다 1개월 전 조명록의 연락을 받고 단숨에 모였다. 그만큼 이들의 마음속에는 대한민국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이 가득했다.

철컥!

지하 2층 출입문이 열리고 조명록이 모습을 드러내자 각자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던 전 정찰총국 요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열심히 하는구만! 동무들 조만 기다리라우! 얼마 남지 않았서야. 알갔네?”

조명록의 말에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던 전 정찰총국 요원들은 짧고 굵은 대답을 했다.

“예! 알갔습네다.”

“그래! 그럼 운동 계속하고, 조원진이 이리 오라우!”

조명록이 한 사내를 지목하자, 온몸에 크고 작은 상흔이 가득한 한 사내가 번개같이 튀어나와 조명록 앞에 섰다.

“네, 국장 동지!”

“어제 내려온 아들은 잘 만나봤네?”

“네, 보통강구 근처 안전가옥에서 쉬고 있습네다.”

“별다른 느낌은 없었네?”

“네, 다들 얼굴에 독기가 가득할 뿐 별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습네다.”

“그래? 알갔서. 이제 대업이 얼마 안 남았으니끼니 저녁에 각 조장들과 3층 회의실로 델꼬 오라우”

“네. 알갔습네다. 오후에 조장들 모두 집합시키갔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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