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2화 (322/605)

모래바람

2023년 10월 07일 17:4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대외정보국 회의실).

김정은과 관련하여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중동에서의 긴급 보고로 인해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에서는 한때 난리가 났었다.

이에 강기원 국장은 팀장급 이상의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란과 러시아 간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1과에서 1시간 전,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러시아로부터 수송 트럭 2대가 테헤란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도착했는데 수송해온 적재물이 전술핵으로 보인다는 보고다. 수량은 적어도 30개로 각가지 투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탄과 폭탄이라고 한다.”

강기원 국장은 이자성 과장으로부터 올라온 보고 내용을 가지고 직접 브리핑을 진행했다.

“러시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중동 이란에 전술핵을 가져오다니 즉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김진중 2과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좋은 의견들 있으면 말해들 보게”

팔짱을 낀 강기원 국장이 넓은 회의 탁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과장과 팀장들을 바라봤다.

“무리해서라도 당장 대사관에 침투하여 전술핵을 제거해야 합니다.”

김진중 2과장이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김 과장! 전술핵을 어떻게 제거하나? 현재 테헤란에 있는 1과 직원 중에 전술핵 관련 기술자는 없어! 자칫 전술핵 무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테헤란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는 걸 모르나? 또한, 침투 중에 우리 직원의 정체가 발칵 된다면 러시아와의 국제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지금 러시아와 홋카이도 관련하여 외교적으로 좋지 않은 거 잘 알고 있지 않나?”

권성운 부국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우리 하는 일이 항상 위험부담을 갖고 하는 일이 아닙니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부국장과 2과장이 서로의 의견으로 티격태격하자 강기원 국장이 끼어들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러시아 대사관에 침투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지만 말이야. 안 과장 말대로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고 보네,”

강기원 국장은 권성운 부국장의 의견에 손을 들어줘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이란에서 직접 사용하진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이란 정부나 이란군에 인계하지 않겠습니까?”

4과 오형준 과장이 손을 들며 말하자 강기원 국장이 바로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렇다면 전술핵은 러시아 대사관에 임시로 보관하는 장소일 뿐이고 분명 이란군이나 이란 정부 쪽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그때를 노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형준 과장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 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오 과장! 이동 중에 기습이라도 하자는 건가?”

러시아 대사관 침투를 주장했던 김진중 2과장이 질문을 던졌다.

“본국에서 전술핵 전문가를 비롯해 추가 인원과 장비만 신속하게 테헤란으로 보낸다면 이동 시 충분히 기습으로 전술핵을 확보하고 기폭제를 제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 과장 말대로 우리 쪽 인원이 보강되기 전에 대사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면?”

포기하지 않은 김진중 2과장이 반론을 내세우며 회의는 1시간가량 대사관 침투와 이동 시 기습 2가지로 이견으로 좁혀졌고 끝내 오형준 4과장이 제시한 이동할 때 기습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또한, 안봉태 과장을 비롯해 3과 요원 10명이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이에 강기원 국장은 이영진 원장에게 보고 후 함께 대통령에게 작전 재가를 받고자 청와대를 방문했다.

★ ★ ★

2023년 10월 07일 20:20 (이란시각 14:50),

이란 테헤란 11지구 주이란 러시아 대사관 주변.

전술핵 탐지 후 즉각 본국 국가정보원에 보고한 이자성 과장 일행은 추후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러시아 대사관을 3시간째 감시 중이었다.

“과장님 우리가 처리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대사관 앞에서 관광객으로 변장하고 있던 박기웅 팀장이 어느새 옥상으로 올라와 이자성 과장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박기웅 팀장은 2021년 미국 USSC건과 관련하여 임무를 마치고 이자성 과장과 줄곧 함께 활동해 왔다.

“뭘 어떻게 처리해?”

“TCS(투명은폐시스템)으로 잠입하여 전술핵 기폭장치만 박살 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박 팀장! 자네 핵폭탄 기폭제 제거할 줄 아나?”

“뭐! 일반 폭탄이랑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콱! 그러다가 여기 테헤란 전체가 날아갈 수 있어! 일단 본국의 지시를 기다리자고”

이렇게 두 사내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대외정보국과 직접 통신이 가능한 통신기를 가지고 있는 박원호 주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본부에서 통신입니다.”

터키온-Xnis 통신기를 내밀며 말했다.

“이자성입니다.”

- 수고한다. 국장이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네, 현재 수송 트럭에 실린 채 그대로 움직임은 없습니다.”

- 알겠네, 수고스럽지만, 현재 상태에서 계속 러시아 대사관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고 혹, 전술핵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 시 그때를 노린다. 추가 인원과 장비는 금일, 이란시각으로 22시에 도착할 예정이다. 책임자는 3과 안봉태 과장이다.

“네, 알겠습니다.”

- 혹, 변경 상황이 있다면 바로 보고하기 바란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짧게 통신을 마친 이자성 과장은 통신기를 박원호 주임에게 건넨 후 박기웅 팀장을 보며 말했다.

“역시 본국에서도 러시아 대사관의 직접 침투는 배제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지금부터 러시아 대사관에 대한 24시간 감시한다. 그리고 본국에서는 전술핵이 이동할 때를 노리라는 지시다. 이와 관련하여 금일 22시에 추가 인원과 장비가 도착한다고 한다.”

“아! 저한테 맡겨주시면 대사관에 들어가서 몽땅 작살 낼 수 있는데······.”

박기웅 팀장은 뭔가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국장님 명령이야! 박 팀장은 내려가서 팀원들 24시간 감시 체제 인원 배당하고 나머지는 일단 철수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날 밤 22시가 되자 사람 인척이 뜸한 테헤란 외곽에 2기의 비행기가 수직으로 착륙했다.

CMV-100 스카이버스의 파생형이자 개량형인 장거리 이동형 CMV-101 트레일러였다. 전술핵 기폭제 제거 기술자 4명과 함께 대외정보국 소속의 3과 요원 10명이 각가지 장비를 가지고 내렸다. 이자성 과장은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고는 바로 안전가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내 앞으로 있을 기습과 관련된 세밀한 작전 계획안을 조율했다.

★ ★ ★

2023년 10월 09일 15:30 (이란시각 10:00),

이란 테헤란 11지구 주이란 러시아 대사관.

이틀간 2인 1조로 러시아 대사관을 24시간 감시하던 이자성 과장 일행과 3과 인원은 드디어 전술핵을 실은 수송 트럭이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기존에 수립한 기습 작전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였다.

사실 목적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에 작전에 참여하는 요원들은 매우 긴장해 있었다.

- 대사관에서 표적 1번 2번 이동합니다.

대사관 근처 도로에서 검은 밴에 탑승한 채로 대기하고 있던 이자성 과장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경호 상황은?”

- 이란 경찰차 2대와 검은 밴 1대입니다. 아! 방금 이란군 장갑차 2대가 러시아 대사관에 도착했습니다.

“장갑차?”

전술핵 무기의 수송이라 적지 않은 호위 병력이 있을 거라고 이자성 과장은 예상은 했었다. 기껏 여러 대의 이란 경찰차와 러시아 정보국의 경호 차량이라고 생각했지 저렇게 이란군 장갑차까지 동원해 호위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네, 확인해보니 BTR-60 장갑차를 개량한 아가레브 장갑차로 보입니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구먼, 장갑차까지 상대해야 하고 말이야. 하지만 작전 변경은 없다. 기존 작전 안대로 진행한다. 이상”

- 네, 알겠습니다.

러시아 대사관의 정문이 열리고 수송 트럭 2대와 검은 밴 1대가 모습을 드러냈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란 경찰차 2대와 장갑차 2대가 앞뒤로 붙어 경호를 시작했다. 이들 수송 트럭 일행은 잠시 4차선 도로에 접어들자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소속의 요원들 역시 각자 탑승한 차를 이용해 조용하고 은밀히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테헤란 서부로 향하던 수송 트럭과 경호 차량은 카라즈카빈 고속도로 옮겨탔다. 한편 고도 3km에는 1과 요원이 조종하는 초경량 드론 SI-Q 슈퍼아이가 정찰 광학 센서로 촬영하여 비행하고 있었다.

★ ★ ★

2023년 10월 09일 16:30 (이란시각 11:00),

이란 알보르즈주 카즈빈 동단 37km 지점(카라즈카빈 고속도로).

테헤란을 벗어나 카라지를 지나 1시간 달려 카즈빈으로부터 37km 남겨진 시점, 후방 200m에서 따라가던 검은 밴 여러 대가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SI-Q 슈퍼아이를 통해 주변 일대를 확인하던 이자성 과장은 기습 작전을 실행해 옮길 최적의 장소를 탐색하고 있었고 지금 지점이 기습하기 최적의 장소로 판단해 요원들에게 작전 시작을 지시했다.

2대의 검은 밴이 속도를 높여 수송 트럭 옆으로 다가섰고 이내 2대의 장갑차와 속도를 같이하며 나란히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신호와 함께 검은 밴의 옆문이 열리고 강력한 레이저 빔 수십 발이 아가레브 장갑차 측면을 두드렸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강렬한 12mm 레이저 빔은 그대로 타이어는 물론 장갑차의 측면 장갑을 뚫고 들어가 내부를 휘저었다. 순간 벌집이 되어버린 장갑차 2대는 중심을 잃고 회전하며 그대로 고속도로 난간을 뭉개며 이탈했다.

순간 공격에 당황한 수송 트럭과 경찰차 그리고 러시아 요원의 검은 밴이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예상한 상태였다.

30분 전부터 앞서가던 5t 컨테이너 화물차는 조금씩 속도를 낮추어 거리를 좁힌 상태에서 후방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속도를 완전히 늦추고는 급격한 핸들링으로 4차선 도로를 가로막아 섰다.

이에 속도를 높여 도망가려던 수송 트럭과 경찰차 그리고 검은 밴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여러 대의 일반 차량 역시 급제동을 했고 고속도로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 지금이다!

다시 한번 통신망으로 이자성 과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도로를 막고 있던 컨테이너 측면 덮개가 열리자 안에는 CS7 레이저 벌컨 2대가 거치대에 장착되어 있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CS7 레이저 벌컨 2대가 서서히 돌아가며 소나기 쏟아지듯 레이저 빔을 뿌렸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이에 가장 앞에 있던 2대의 이란 경찰차는 그대로 벌집이 된 상태로 폭발했다. 검붉은 화염이 도로 한복판에서 연달아 일어나자 함께 멈춰섰던 일반 차량의 일반인들은 차에서 뛰어나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다.

타타아앙! 타타타타타탕! 타타탕!

이윽고 검은 밴에서 내린 SVR 요원들이 저마다 개인화기를 꺼내 들고는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대외정보국 요원들 역시 차에서 내려 레이저 라이플로 응수했다.

한편 수송 트럭에서도 무장병 10여 명이 후문에서 뛰어내려 전방에 있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향해 개인화기를 퍼부었다.

-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제압한다.

웬만한 차량은 관통하는 레이저빔의 위력에 차량 뒤에서 엄폐하며 사격하던 VCR 요원들은 하나둘 도로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나갔다. 전방의 무장병들 역시 원격 조종으로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레이저 빔에 하나둘 사지가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3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쯤 시끄럽게 울려대던 총격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앞뒤에서 레이저 빔을 뒤집어쓴 VCR 요원들과 이란 무장병들은 검붉은 피를 흘리는 시체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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