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9화 (319/605)

예견된 위기2

2023년 10월 01일 23: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민족노동당 당사 주변.

야심한 시각, 민족노동당 당사건물 맞은편 건물 5층에는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 여러 명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국가정보원 소속의 ACS C팀으로 근래 북한 출신의 고위관료들의 잦은 미팅에 주목하고 있었다. 24시간 감시체제로 움직이는 ACS의 C팀은 이곳 민족노동당 당사건물에서 있었던 3번의 미팅 감청에 실패하여 매우 초조한 상태였다.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 3번의 미팅에 대한 감청 실패에 C팀 김국신 팀장은 오늘은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성공해야만 했다. 어제 윤수길 실장한테 혼이 빠지도록 갈굼을 당했다.

“애들아 오늘 감청 성공 못 하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라!”

약간 벌어진 커튼 사이로 당사건물을 훔쳐보던 김국신 팀장은 각가지 첨단 장비를 조작하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VR-M보다 투시력이 5배나 좋은 VR-M2 광학 장비를 통해 보이는 당 건물 내부의 3층 한 회의실에는 12명의 인형이 각가지 발광색을 띄며 노트북 디스플레이에 보였다. 그리고 한 차원 더 진보된 성능 때문인지 또 다른 투시 모드로 조작하자 이내 누구인지 얼굴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 영상으로 보였다.

당 대표인 김형원을 비롯해 요 그래 자주 모였던 인물 대부분이었다. 특히 오늘은 김여정 상원의원도 참석했다. 그만큼 오늘은 어떻게든 감청에 성공해야만 했다.

“감청 어떻게 되가?”

“아! 오늘도 힘들 거 같습니다. 출력 강한 장비로 바꿔왔는데도 어떤 방해전파인지 잡히질 않습니다.”

접시 모양의 안테나와 연결된 노트북을 조작하는 오승태 대리가 머리를 끌쩍거리며 죄인처럼 고개를 떨궜다.

“최신장비로 가져온 거 맞아?”

“네, 어제 제가 직접 국정원에서 받아 온 겁니다.”

“이런 제길!”

이마를 매만지며 고심하던 김국신 팀장은 뭔가 결심을 했는지 팀원을 불렀다.

“김 주임! 침투 슈트 들어있는 가방 가져와!”

“네? 팀장님 직접 들어가시게요?”

“그럼 어떻게 해? 감청장비가 먹통이면 직접 가서 듣든가 녹음해와야지. 어서 가져와”

김국신 팀장은 옷을 벗고는 김형호 주임이 가져온 검은 가방에서 침투 슈트를 꺼내 들고는 신속하게 입었다. 그리고 손목에도 X-C02 단말기를 장착했다.

“팀장님! 혹 침투하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이거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 사정이니 뭐니 하면서 국정원장님은 물론 대통령님까지 탄핵당할지 모릅니다.”

오승태 대리가 만류했다.

“그걸 누가 몰라? 절대 안 들켜야지”

최종적으로 복장과 침투 시 필요한 장비를 점검한 김국신 팀장은 X-C02 단말기에서 TCS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한순간 투명인간으로 변했다.

“혹, 내가 실패하면 나는 바로 자결할 거야. 내가 어디 기관소속인지 모르게 말이야. 그러니 자네들도 바로 자리를 뜨도록 해”

“아! 정말 팀장님 이건 너무 무모한 짓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잖아?”

투명상태에서 말을 마친 김국신 팀장은 로프가 감겨있는 커다란 총을 들고는 건물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한걸음에 옥상에 도착한 김국신 팀장은 이내 로프를 옥상 시설물에 묶은 후 그대로 반대편 당사건물 옥상에 화살촉을 발사했다.

뜌웅!

약간의 소음과 함께 로프와 연결된 화살촉이 그대로 당사건물 옥상의 벽면에 박혔다. 아래로 기울어진 팽팽한 로프에 고리를 건 김국신 팀장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쇄에에에엥~

50m 높이에서 로프를 따라 당사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고리를 푼 김국신 팀장은 내부로 통하는 잠겨있는 출입문을 레이저 절단기를 이용해 열었다.

- 이제 내부로 침투한다. VR-M2로 보고 있다가 일이 틀어지면 바로 뜨도록. 지금부터 통신 차단한다. 이상.

김국신 팀장은 내부 침투 전 마지막으로 통신을 마친 후 통신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는 바로 옥상 출입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건너편 건물의 C팀 팀원들은 VR-M2 광학 장비를 통해 투명화된 김국신 팀장을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계단을 타고 3층까지 내려온 김국신 팀장은 복도를 타라 회의실로 이동했다. 혹, 발자국이 들릴까 봐 까치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혹 복도를 따라 움직이는 당사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드디어 회의실 앞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출입문에 귀를 대고 내부 소리를 들으려고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투명화된 상태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사람이 회의실 문을 열 때는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 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이에 김국신 팀장은 모험할 수밖에 없었다. 문 아래 틈 사이로 좁쌀만 한 마이크를 회의실 안으로 집어넣어 감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혹 재수 없으면 안에서 미팅하는 자들에게 들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김국신 팀장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품에서 작은 권총 형태의 장비를 꺼내 들은 김국신 팀장은 복도 바닥에 엎드린 후 문틈 사이에 총구를 끼고는 눈을 질근 감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작은 실선으로 연결된 좁쌀 형태의 마이크가 문틈을 통해 날아갔다. 권총의 작은 화면에 10m 정도 날아간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권총 형태의 화면에서 몇 가지를 조작하자 이내 녹음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김국신 팀장의 헤드셋에도 녹음되는 회의실 안의 대화가 그대로 들려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회의실 내부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국신 팀장의 표정은 그야말로 큰 충격을 맞은 표정이었다.

★ ★ ★

2023년 10월 02일 19:00 (쿠르디스탄시각 13:0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 아제르바이잔 공원.

반주 전체를 담당하던 제7기계화보병여단은 3일 전,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공화국 수비대에 주요 도시와 마을에 대한 치안 임무를 위임하고 동부 국경선 일대에 대한 경계 임무에 모두 투입했다.

이에 그동안 3기계화보병중대가 사용하던 주둔기지는 여단 본부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3기계화보병중대는 마쿠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소대별로 돌아가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아제르바이잔 공원은 이제는 1정찰소대가 주둔하는 성격의 전초기지로 사용하게 되었다.

공원 한편에 임시 막사가 만들어지고 공병대의 도움을 받아 외곽 벽을 세워 나름 전초기지 모습으로 바뀐 이곳 아제르바이잔 공원에는 1정찰소대 44명과 공화국 수비대 40명이 하루 4교대로 경계 근무를 섰다.

이런 와중에 며칠 전부터 10km 떨어진 이란 소도시인 보자크에는 민병대 외에도 이란 정규군으로 보이는 군 병력이 모여들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지금까지 각종 정찰 장비를 이용해 확인된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자면 대략 2개 대대급의 보병과 각종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근거리 대공 장갑차 등 구세대 장비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냥 무시할 전력은 아니었다. 이에 여단 본부에서는 1정찰소대에 하루에 한 번, 보자크 5km까지 근접 정찰 및 수색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쿠르르르릉~

새벽 근무를 서고 오전에 휴식을 취했던 1정찰소대의 차륜형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 2대가 강렬한 엔진음을 울리며 막 전초기지의 위병소를 넘었다.

소대장이 탑승한 311호 장갑차와 312호 장갑차는 50mm 광자포를 좌우 산악지대로 지향하고는 혹시나 있을 매복 부대의 공격에 모든 신경을 곤두선 채로 서행 기동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첫 번째로 정찰할 마을인 온두라스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온두라스는 이란 최서단 서쪽 마을로 밤만 되면 이란 민병대의 활동이 왕성한 마을이기도 했다. 일반 주민들 역시 언제 민병대로 변할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한국군 장갑차 2대가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어린애들과 노인들은 집으로 급하게 도망치듯 들어갔고 젊은 사내들만이 한국군을 주시했다.

- 소대장이다. 312호는 이곳에서 혹시나 있을 무기에 대한 정밀 수색 후 2차 지점으로 이동한다.

소대 통신망으로 소대장 김은규 중위의 명령이 하달됐다. 이에 312호 단차장 고기준 중사가 대답했다.

- 312호 확인.

“한호야! 하차! 조심히 수색해라! 어제 4분대가 수색하다가 응사 당한 거 알지?”

어제 이곳 온두라스 마을을 수색하던 4분대 하차조 병사 2명이 이란 민병대로 보이는 한 사내의 AK-47 소총 난사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단차장에게 대답한 분대장 김한호 병장은 후방 해치가 열리자 분대원에게 하차 명령을 내렸다.

“분대 하차!”

장갑차에서 하차한 분대원 8명은 좌우로 갈라지며 사지경계를 펼쳤다. 이때 마을 촌장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다가와 알아듣지 못할 페르시아어로 말했다.

이에 왼쪽 손목에 찬 X-C02 단말기와 연결된 헤드셋을 통해 자동으로 통역된 한국어가 들려왔다. “이곳은 이란 영토다. 왜 매일 이렇게 찾아오느냐! 당장 나가라”였다.

이에 김한호 병장이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우리는 단지, 양국 간의 불필요한 교전을 없애고자 단순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한호 병장의 말은 그대로 자동으로 통역되어 가슴에 장착한 스피커를 통해 페르시아어로 흘러나갔다. 하지만 그 사내의 굳은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이에 옆에 있던 김성호 상병이 총구를 들이밀며 소리쳤다.

“야 자식아! 누가 네들 죽인데? 물러서 수색만 하고 갈 거니까?”

조금은 강압적인 말투와 행동에 굳어있던 사내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분대장님! 이놈들한테는 좋게 말하면 안 됩니다.”

나름 자신의 방법이 통하자 김성호 상병은 우쭐거리며 말했다.

“야! 김 상병이~ 애들 자극하지 말라고, 상부 지시상황이야 마!”

“아! 누가 그걸 모릅니까? 하지만······.”

“시끄러워!”

“넵”

눈을 부라려 김성호 상병의 입을 닫게 만든 김한호 병장은 나머지 분대원을 보고 지시를 내렸다.

“다음 2차 지점까지 가야 하니까 서둘러 수색한다. 부분대장!”

“네, 분대장님!”

“애들 데리고 6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정밀 수색에 들어가라”

“네, 알겠습니다.”

분대장의 명령에 부분대장 이진태 병장은 이동하라는 손짓을 하며 사주 경계 그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3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수색한다.”

한편 온두라스 마을을 통과한 311호 장갑차는 황량한 평야 지대로 접어들었다. 보자크까지 3.7km 떨어진 곳으로 지금까지 정찰 임무 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거리이기도 했다.

소대장이자 311호 단차장인 김은규 중위는 현시경을 통해 사방을 확인했다. 넓게 펼쳐진 황량한 평야 지대에는 이렇다 할 이란 쪽 병력은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앞으로 가보자!”

김은규 중위의 말에 포수 안강만 하사가 눈을 부릅뜨고는 만류했다.

“아! 소대장님! 앞으로 더 나갔다는 정말 위험합니다. 언제 어디서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이곳도 마찬가지야. 1km 더 간다고 달라질 거 없어!”

“아! 정말!”

“시끄럽고 이동해! 오 상병!”

포수 안강만 하사의 말을 무시한 김은규 중위는 조종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311호 장갑차는 다시 한번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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