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8화 (318/605)

예견된 위기2

2023년 9월 26일 19: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민족노동당 당사.

통일 전 북한 정찰총국의 국장이었던 조명록은 통일 후 남과 북 행정부가 합쳐지면서 국장직을 내려놓고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이곳 민족노동당 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평양 폭탄 테러 이전까지 김정은의 총애를 받으며 대남공작을 진두지휘했던 조명록은 김여정 제1부위원장 정권에서도 국장직을 수행해왔었다. 하지만, 통일 후 남과 북의 행정부가 합쳐지면서 가장 먼저 정찰총국은 폐지되고 말았다. 통일추진위원회 위원 몇 명이 정찰총국 인재들을 국가정보원에 편입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통일 이전 시시때때로 잦은 대남공작을 벌여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경제를 뒤흔든 조직에 대한 반감이 남아있던지 반대의견을 내세웠고 끝내 정찰총국은 폐지되는 거로 결정되었다.

이런 보이지 않은 앙금 때문인지 북한 행정기관 중 유일하게 정찰총국은 통일과 함께 완전히 폐지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정찰총국의 간부와 직원 대부분은 타 기관이나 타부서로 인사발령도 받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정찰총국의 수장이었던 조명록 국장 역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통일로 인해 한순간 직장을 잃은 조명록 전 정찰총국장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일부 지급한 퇴직금과 통일 복구사업에 참여한 건설 중소기업에 취직하고는 지금까지 노부모를 포함해 7식구를 먹여 살려왔다. 한때 북한 서열 5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상위 1%의 삶을 살아왔던 조명록으로서는 남북통일은 안 하느니만도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일반 서민으로 돌아가 평생 해보지 않은 육체적 노동자로 전락한 조명록은 며칠 전 원산의 김정은과 면담을 하고 돌아온 후 오늘은 민족노동당 당사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당 대표실로 걸어들어왔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당 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조명록이 들어왔다. 이에 당 대표이자 상원의원인 김형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명록을 반겨줬다.

“이거이 얼마 만임둥?”

“김형원 위원장 동지 그동안 잘 지내셨습네까?”

“내래! 일 없었음둥.”

악수한 후 김형원이 조명록의 어깨에 짚고는 뒤돌아서서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동지들 조명록이래 잘 알디 않음둥? 다들 인사들 나눔 둥”

이에 조명록도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앉아있는 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한두 명 빼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자들이었다.

“다들 반갑습네다. 예전 정찰총국에서 국장을 지냈던 조명록입네다.”

조명록이 자기소개를 하자 앉아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나 손을 내밀며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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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01일 15:00 (쿠르디스탄시각 09:00),

쿠르디스탄 공화국 아리주 도우바야즛.

지난달 22일 터키 아르다 에브렌 대통령의 성명 발표 후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는 기존 터키 영토였던 아리주, 반주, 하카리주에 대한 영토 이양 절차에 들어갔다. 처음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는 터키 정부에 앞서 서술한 3개 주에 더불어 카르스주와 아르다한주의 영토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교부의 중재에 따라 양 국가는 3개 주만 이양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먼저 각 주의 행정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에서 파견 온 공무원은 지역 거주민과의 자치 회의를 걸쳐 거주민 중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한 행정 공무원을 충원하여 이양에 따른 공백의 공무원 자리에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또한, 주요 시설과 공공시설에 관한 운영과 인력에 대해서도 터키 정부와의 인계절차를 통해 큰 문제 없이 인수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3개 주 거주자 중 쿠르디스탄 국민으로 원하지 않은 터키 국민은 자국에서 마련한 거주지역으로 분할 이주에 들어갔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영토가 되어버린 3개 주가 확정되면서 대한민국 파병부대인 피스부대도 이에 맞게 관할 구역을 다시금 재설정하게 되었다.

6개 공병여단은 기존 계획대로 수도인 도우바야즛를 중심으로 도로 확장공사와 기반시설 공사 구역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전투 부대 중 제35기계화보병여단은 중대급으로 나뉘어 수도를 비롯해 아리주 전체에 대한 치안유지 임무로 전환했고 제7기계화보병여단은 반주를 주관할 구역으로 지정하고 마쿠를 시작으로 이란과의 국경선 일대에 대한 경계 임무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은 이란과 이라크 등 3국 국경지대인 하라카주의 유크세코바로 이동했다. 하카리주는 지리적 특성상 현재 가장 높은 확률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교전발발 위험 지역으로 이란군과 이라크군 역시 국경선 일대에 1개에서 2개의 사단급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특히 이란 국경선 일대에는 이란군 이외에도 혁명수비대로 불리는 전투 부대가 하루가 다르게 국경선 일대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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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01일 19:30 (이란시각 14:00),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타브리즈 공항.

5일 전부터 이란 서부 도시인 타브리즈의 민간 공항에는 러시아의 대형 군 수송기 20여 기가 매일 러시아에서 날아와 각가지 군사 물자를 수송해왔다. 오늘도 역시 이곳 타브리즈 공항의 활주로에는 IL-476 대형 수송기 여러 대가 착륙했고 화물 하역장으로 이동해 수송물자를 하역했다. 러시아 육군 마크가 찍힌 거대한 적재물은 하역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혁명수비대의 수송 트럭으로 옮겨졌다.

이란 최고 지도자의 직속 부대인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의 수송 트럭들은 적재물을 싣고는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와 이란 서부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모스크, 코이, 우르미아 도시였다. 대부분이 서부 국경선 일대의 주요 도시였다. 끊임없는 수송 트럭의 행렬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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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01일 20:30 (이란시각 15:00),

이란 마잔다란주 반다르에안잘리 항구.

카스피해 남부의 이란 최대 항구 도시인 반다르에안잘리 항구에도 러시아의 마하치칼라 항구에서 출항한 러시아 수송함 10여 척이 입항하여 각종 화물을 하역했다. 이중 에는 T-14B 아르마타 전차와 쿠르가네츠-25 장갑차, 대공 전력인 S-300 그럼블, S-400 트라이엄프, MI-28 하보크 공격헬기와 1인승 공격헬기인 Ka-50 블랙샤크 등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MSTA-S 2S1 자주포, 근거리 대공 방어 판치리-S KAMAZ-6560, 원거리 대공 방어 Tor-M2U와 부크 M2, 다목적 장갑수송차 라쿠시카, 차세대 보병전투차량 MD-4, 등 러시아에서도 최근에 실전 배치한 최첨단 무기들이었다.

한마디로 현재 반다르에안잘리 항구에는 러시아에서도 보기 어려운 최신예 전쟁 무기가 속속들이 하역 중이었고 이런 무기들은 하역과 동시에 이란 혁명수비대 수송 트럭에 인계되어 어디론가 신속하게 이동했다.

현재까지 하역된 물자만 보았을 때 적어도 1개 기갑사단을 운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하역을 마친 러시아 수송함은 즉시 반다르에안잘리 항구에서 출항하여 마하치칼라 항구를 향한 복항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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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01일 21:30 (이란시각 16:00),

이란 잔잔주 잔잔 공군기지.

한때 T-50 파크파(PAK-FA)로 불리며 미국 F-22 랩터의 대항마로 러시아에서 수십 년간 연구하여 실전 배치한 Su-50 파크파 전투기 24기와 Su-27 플랭커 58기가 이곳 잔잔 공군기지의 활주로에 줄줄이 착륙하여 대기 중이었다.

기존 잔잔 공군기지에서 운용 중이던 F-14 톰캣 전투기를 하마단 공군기지로 이동시켰다. 이에 빈 자리로 남은 격납고는 유도병의 신호에 따라 러시아의 4세대와 5세대 최신예 전투기가 차례대로 이글루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글루 수량보다 더 많은 전투기 수량에 나머지 러시아 전투기들은 임시로 만들어진 적외선 차단 위장막 안으로 유도했다.

현재 잔잔 공군기지의 전투기 전력은 이란 공군은 물론 주변 중동국가의 공군 전력까지 압도할 수 있는 엄청난 공중전력을 보유했다고 해도 무관했다. 하지만 이란 조종사들은 Su-27 플랭커인 경우는 2020년에 20기를 도입하면서 일부 조종사들이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Su-50 파크파 같은 경우는 최신예 전투기로 이란 조종사들이 직접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향후 문제 소지를 없애고자 Su-57 파크파 전투기의 조종사에 한해서 이중으로 이란 국적을 취득시켜 이란군 소속인 Su-57 파크파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편법을 취했다.

웬만한 중동국가의 공군 전력을 웃도는 공중전력까지 보유하게 된 이란 정부는 자신감이 상승했고 대한민국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이에 최고 지도자와 이란 대통령은 혁명수비대를 선봉으로 하여 서부 국경선 일대에 대한 탈환 작전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옮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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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01일 22: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CC 벙커 항공우주군 통제센터(우주정찰국).

2021년 동북아 전쟁이 끝난 후 국방부에서는 타 국가의 군 동향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항공우주군 소속의 해외정찰국을 창설했다.

아폴론 정찰위성부터 각종 정찰 전력을 보유한 우주정찰국은 평소에는 항공우주군 소속이었지만. 비상시에는 합동참모본부가 직할부대로 운영했다.

우주정찰국은 총 16개의 아폴론 정찰위성과 잠수함을 전문으로 탐지할 수 있는 아레스 초계위성 6개, 그리고 우주 무인정찰기인 CSRQ-100P 페가수스 24기를 운용했다. 모든 정찰 전력을 총동원한다면 세계 어느 곳이든 1분 안에 정찰할 수 있었고 주요 감시 대상 국가는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우주정찰국은 며칠 전부터 러시아와 이란을 주요 감시대상 국가로 지정하고 실시간으로 정찰하고 있었다. 수송기는 물론 수송함으로 러시아에서 이란에 각가지 군사 물자로 보이는 수많은 화물이 수송되고 있었고 러시아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Su-57 파크파 전투기 수십 기가 잔잔 공군기지에서 정찰되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화물 수송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우주정찰국 분석실에서는 현재까지 정찰된 정보를 가지고 러시아에서 이란으로 수송된 물자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대략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분석한 정보는 즉시 합동참모본부와 항공우주군 사령부에 보고되었다. 분석자료에는 부대를 운영할 수 있는 군 규모는 물론 각종 장비의 모델명까지 상세하게 입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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