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3화 (313/605)

복잡한 세계 정세

2023년 9월 08일 15:30 (쿠르디스탄시각 09:30),

쿠르디스탄 공화국 아리주 도우바야즛 신정부 청사.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수도 도우바야즛 중앙청사 4층에서는 대한민국 피스부대 지휘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공화국 재건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은 2023년 안에 이라크 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남쿠르디스탄의 쿠르드자치정부(KRG)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쿠르드자치정부(KRG)에 있는 모든 유전지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기에 이라크에서는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대대적인 군사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현재 쿠르드자치정부(KRG)에는 페쉬메르가라는 무장조직이 있지만, 이라크의 보안군과 전투를 하기엔 역부족인 상태였다.

“대한민국의 재정지원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쿠르디스탄이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반드시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KRG)와 합병은 물론 유전지대를 꼭 차지해야 합니다.”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내무장관인 카네르 수바리는 피스부대 지휘관들을 보며 말했다. 이에 피스부대 사령관인 안국진 중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중전 당시 제20기갑사단 사단장이었던 한국진 중장은 진급 후 이곳 피스부대 사령관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수바리 장관님, 일단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안정화를 이룬 후 추후 쿠르드자치정부와 합병을 추진해야지 않겠습니까?”

쿠르드자치정부(KRG)의 합병도 문제지만 유전지대의 이권 문제는 중동국가에서는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

“현재 터키는 물론 이란과 이라크의 군사적 행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 킬로 떨어진 쿠르드자치정부(KRG)의 키르쿠크주까지 병력을 투하할 여력이 없습니다.”

계속된 안국진 중장의 의견에 공화국 정부 관계자들은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100여 년간 국가와 영토를 잃고 타국에서 유랑 민족처럼 비참한 삶을 살았던 쿠르드족의 염원인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드디어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독립이었다. 여러 국가에 흩어진 쿠르드족 자치 정부와의 합병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0여 년간 엉키고 설킨 중동 정세는 풀기도 어려웠고 또한, 허락하지 않았다.

“안 사령관님! 본국에 얘기해서 좀 더 우리 쿠르디스탄을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카네르 수바리 내무장관이 허리까지 숙이며 부탁했다.

그들은 절박했다.

지금까지 세계열강에 속아 이용만 당하다가 지금처럼 쿠르드족 전체가 완벽한 독립을 할 기회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바리 장관님! 현재 본국 외교부에서 터키와 외교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일단 터키와 외교적으로 어느 정도 풀어간 후 남쿠르디스탄의 쿠르드자치정부와의 합병을 시도하시지요. 그때는 한국 정부에서도 외교적이든 군사적이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것입니다.”

“터키와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공화국 외무장관인 사미 알 오와이란이 기대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네, 조만간 외교부 장관께서 터키를 방문할 것입니다. 아마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일단 터키만이라도 군사적 충돌만 없다면 이라크와의 군사적 충돌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안 사령관님”

공화국 수비대장인 파티흐 아브즈 대장이 양 주먹을 쥐고 테이블을 살짝 치며 자신감을 내세웠다.

“그렇게 되길 기다려야겠지요. 그러니 다들 도우바야즛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의 재건 사업과 치안유지에 신경을 쓰시지요.”

“네, 우리 공화국은 대한민국과 피스부대만 믿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네르 수바리 내무장관이 비장한 목소리로 회의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말했다.

★ ★ ★

2023년 9월 08일 16:00 (쿠르디스탄시각 10:0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바자건(3기계화보병중대 주둔지).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도인 도우바야즛으로부터 31km 떨어진 바자건 마을에 주둔 중인 3기계화보병중대는 금일 마쿠 정찰 임무에 2개 정찰소대가 준비 중이었다. 또한, 도우바야즛 공항에 주둔 중인 제30항공단 소속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4기도 공중엄호를 위해 바자건을 상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엊그제 이란 민병대 소행으로 보이는 박격포 공격 때문이었다. 100여 발의 박격포탄에 부서진 건물과 각종 편의시설의 보수작업을 위해 1개 공병대가 긴급 투입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경계 강화를 위해 추가로 병력이 투입되는 이유였다.

잠시 후 도우바야즛에서 출발한 제17공병여단 소속의 171공병대대 장갑차와 각종 중장비가 도로를 따라 길게 줄을 지어 바자건에 도착하자 3기계화보병중대의 1정찰소대 장갑차가 선두에 진입하며 호위 임무를 맡으며 마쿠로 달리기 시작했고 2정찰소대 장갑차는 후미에 붙어 호위 임무에 들어갔다.

총 100여 대가 넘는 긴 행렬이었고 하늘에서는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4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공중엄호 비행을 했다.

“김 상병님은 좋겠습니다. 생명의 은인이라고 기다려주는 여성도 있고 말입니다. 키키키”

곽영환 일병은 음흉한 웃음을 보이며 놀려댔다.

“이 자식 봐라! 선임을 놀려?”

“아 놀리는 거 아닙니다. 부러워서 그럽니다.”

“야! 그럼 너도 그 뭐냐. 수비대장 그 아줌마 구해라!”

“넹? 전 연상 싫은데 말입니다.”

엊그제 일로 농담을 주고받은 사이 어느덧 건조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던 정찰소대와 171공병대대는 마쿠에 들어섰다.

호위 임무를 맡은 1정찰소대와 2정찰소대 장갑차들은 마쿠 시내 곳곳으로 이동해 하차조 보병들을 하차시키고는 경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병력소송장갑차에서 하차한 공병대원들은 장교와 부사관의 지시에 따라 가장 먼저 수송 트럭에서 각종 건축 자재를 내렸다. 한편, 불도저와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들은 부서진 건물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작업을 시작했다.

마쿠 시내 중심가에서 하차한 1정찰소대 2분대 대원들은 보수 작업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시민 중 혹, 이란 민병대나 테러범이 있는지 실드 글라스를 통해 꼼꼼히 확인에 들어갔다.

“아쉬워서 어쩝니까? 김 상병님!”

“아! 뭐가?”

“로! 사! 린! 말입니다.”

“아나 이 자식! 네가 더 보고 싶은 거 아냐?”

“키키키”

김상호 상병은 반응은 그렇게 하면서도 혹, 로사린이 지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 ★

2023년 9월 08일 20:30 (러시아시각 14:3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

“다들 금일 회의 소집에 대한 안건은 미리 들어서 알 것이오. 각자 생각하고 온 것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단, 홋카이도를 대신해 요구할 목록이니 그 값어치를 생각하고 말해주시오.”

회의 서두를 푸틴 대통령이 열었다.

푸틴 대통령의 말은 홋카이도와 견주어 값어치가 떨어지는 목록은 아예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에 선뜻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관료 각자 머릿속에서는 제시할 의견이 푸틴 대통령이 말한 값어치와 상승하는지 계산하는 모양이었다. 서로 눈치는 보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장관이었다.

홋카이도를 대신해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할 목록을 정하기 위해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 은근 기대한 사람은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장관이었다.

지난 2021년에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이전받은 레일건 원천기술로 인해 현재 러시아의 국방력은 재래식 군사력으로 봤을 때 미국과 견줄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만큼 레일건 활용도는 매우 많았다.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구축함에 레일건을 탑재했고 심지어 전투기에도 4MJ급의 레일건을 탑재했다. 가능한 한 모든 군사 장비에 탑재하고자 했다.

이처럼 레일건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회의 소집과 안건을 듣고는 미리부터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레이저 라이플이었다.

“대통령님! 레이저 라이플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국군의 기본 제식총이라 볼 수 있는 KS2 레이저 라이플 같은 경우 고출력 모드에서는 웬만한 3세대급 장갑차의 정면장갑도 관통한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실로 믿기 힘든 충격적인 보고였다. 이에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무조건 레이저 라이플 기술을 원했다.

“음, 레이저 라이플이라 한국의 제식 총 말이오?”

“네, 맞습니다. 예전에 보고들이 적이 있습니다.”

“생각나는군”

“레이저 라이플 기술만 획득한다면 일반 보병 전력 역시 상당히 올라갈 겁니다. 더불어 레이저 라이플을 토대로 연구를 한다면 향후 대공방어 전력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대공방어 전력까지?”

“네, 레이저를 이용한 요격 시스템입니다. 현재 개발된 S-500을 대체할 수도 있고 국방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레이저 라이플 같은 경우는 플라즈마 충전팩이 있어야 하며 또한 플라즈마발전기가 있어야만 플라즈마 충전팩을 충전할 수 있었다. 즉, 레이저 라이플만 있어서는 지속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말 그대로 총은 있는데 탄을 만들 기술이 없다면 그 총은 장식품과 같은 거였다.

“이바노프 국방장관! 좋은 의견이오. 다른 분들 의견도 들어봅시다.”

푸틴 대통령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다른 회의 참석자들을 둘러봤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유리 니키포로프였다.

“대통령님! 뭐니 해도 재정지원금이 어떻겠습니까? 솔직히 군사 무기 기술이나 산업기술은 우리에게 제대로 기술을 이전해줄지 미지수입니다. 대략 2,000억 달러 정도의 재정지원금으로 요구하시는 게 저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음, 역시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장관답군”

푸틴 대통령은 재무장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천만년 살 것도 아니고 죽으면 끝나는 것을 재정지원금 2,000억 달러 중에 반만 비자금으로 챙겨도 은퇴 후 노후는 물론 후대까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과연 2,000억 달러를 지급할 능력이 되겠소?”

“현재 한국은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매년 1,7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피해보상금을 받고 있습니다. 충분히 지급할 능력이 있는 국가입니다.”

“좋습니다. 다른 의견들 들어보고 조율해 봅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각 부서 장관들은 분에 넘치는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오후 내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종 요구 목록은 재정지원금 1,000억 달러와 레이저 라이플 원천기술로 조율을 마쳤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며칠 후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대한민국 외교부는 실소를 머금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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