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2화 (312/605)

복잡한 세계 정세

2023년 9월 07일 10: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외부적으로 쿠르디스탄 공화국으로 인한 터키를 비롯한 중동국가와의 외교 문제와 홋카이도 이양으로 인한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 그리고 내부적으로 김정은 문제가 산적한 청와대와 외교부는 하루하루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추은희 대통령의 임기가 3년째로 들어서면서 대내외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이었기에 오늘은 해당 관계 부서 장관들과 청와대 일부 수석이 참석한 회의를 소집했다.

“대통령님! 중동 3국 중 적어도 터키와는 외교 관계는 꼭 개선되어야 합니다.”

요새 불철주야(不撤晝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외교부 강경희 장관이 회의의 서두를 열었다.

“당연하지요. 뭐 좋은 방안이 있습니까?”

“네, 대통령님, 사실 영토문제는 어떤 국가든 국운을 걸더라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과거 독도와 관련하여 일본과 보이지 않은 싸움을 계속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터키의 영토를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영토라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터키로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지요.”

추은희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사실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주장하는 영토는 대부분이 험준한 산악지대입니다. 그렇다고 국가 이익이 될만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에 저는 그러한 땅들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제안을 터키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 장관님! 파격적인 제안이라면 뭘 말하는 건가요?”

지난 동북아 전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고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강현수 안보실장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입니다.”

강경희 장관의 한마디에 회의실은 순간 정적이 흘렀고 잠시 후 안보실장이 고개를 흔들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강 장관님!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는 과학기술유출보호법에 따라 2050년까지 해외 수출이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현재 터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3개를 운영예정이며 2024년 두 번째 원자력발전소를 착공 및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2번의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에 170억 달러를 지출했고 세 번째 발전소 역시 8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를 무상으로 건설해준다면 어떨까요? 터키에 이 정도의 선물은 안겨줘야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영토를 평화적으로 이양할 것입니다.”

이때 북동아 전쟁에서 합참의장으로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강이식 국방부 장관이 의문의 질문을 던졌다.

“원자력발전소 비용인 80억 달러를 절약하고 120억 달러에 달하는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를 무상으로 얻는다고 과연 터키가 수용할까요?”

이에 강경희 장관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 자체를 돈의 값어치로 매겨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수억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더라도 우리 대한민국 외에는 건설할 수 없는 게 바로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입니다. 세계 그 어떤 국가도 돈으로 가질 수 없는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를 세계 최초 터키에 건설한다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향후 80년간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이 필요 없으며 이로 인해 국가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다면 터키 정부는 쓸모없는 동부의 땅을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내주지 않겠습니까? 더불어 방산무기 중 레일건 원천기술까지 내준다면요? 어떤가요?”

말을 마친 강경희 장관은 양팔을 벌려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에게 모여진 시선들을 둘러봤다.

“음, 강 장관 말을 들어보니 괜찮은 생각 같군요.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른 관료들의 의중을 물었다. 이에 강이식 국방부 장관이 손을 들어 의견을 제시했다.

“듣고 보니 저 역시 강경희 장관님이 제시한 의견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레일건 원천기술은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 건설 제안 이후 반응을 보고 안 먹힐 때 최후 카드로 사용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만으로도 합의가 된다면 굳이 레일건 원천기술을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음, 그 부분까지는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강경희 장관은 활짝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다른 장관과 수석들도 저마다 좋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저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찬성합니다.”

이에 결심을 굳힌 추은희 대통령은 강경희 장관을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강 장관님은 각 관계 부서와 추가 회의를 걸친 후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바로 터키를 방문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자! 다음 건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네, 다음은 홋카이도 이양 건입니다.”

“음, 골치 아프군요. 사실 홋카이도 얘기만 나오면, 서 전 대통령님이 너무 미워요.”

추은희 대통령의 농담에 회의실 분위기는 부드러워졌고 장관과 수석들도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 웃을 수만 있는 안건은 아니었다. 러시아가 최후통첩한 상태였기에 어떻게든 확답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홋카이도에 대한 최종 답변을 줘야 합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티토프 대사로부터 독촉 전화를 받고 온 상태입니다.”

터키와 관련해 현명한 방법을 제시한 강경희 장관은 홋카이도만은 두손 두발을 들고 싶었다.

“대통령님! 그냥 홋카이도를 러시아에 넘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종원 비서실장이 푸념하듯 내뱉었다. 홋카이도 건은 추은희 정권 내내 괴롭히고 있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그것이, 그리 쉬운 게 아닙니다. 전 정부에서 러시아와 비밀리에 체결한 문서에 홋카이도 이양이 합의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일본을 무시하고 작은 섬도 아닌 남주의 2/3에 달하는 크기의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기엔 파장이 너무 큽니다.”

강현수 안보실장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강 실장님! 그럼 홋카이도를 넘겼을 때의 파장과 합의 건에 대해 이행하지 않을 시 러시아가 버릴 파장! 어떤 게 더 크겠습니까?”

김종원 비서실장의 질문에 강이식 안보실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제가 볼 때는 러시아가 벌인 파장이 클 것 같습니다.”

이동현 정무수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도저히 러시아가 일으킬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음,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터키처럼 러시아에도 큰 떡밥을 제시하시죠?”

김종원 비서실장은 난제일수록 간단하게 생각해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떡밥을?”

외교부 장관이 물음에 비서실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러시아에도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를 건설하시죠.”

“그건 안됩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됩니다. 러시아는 플라스마 초광자발전소를 통해 어떻게든 원천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할 겁니다.”

강이식 장관이 손사래를 치며 말하자 이에 이윤연 국무총리가 푸념하며 말했다.

“이거 뭔, 도깨비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할 수도 없고, 홋카이도를 대신해 만족할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군요”

회의실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다들 머릿속에는 러시아에 던져줄 떡밥을 생각하는 듯했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추은희 대통령은 의자 손잡이를 툭 하니 치고는 말했다.

“러시아에 공을 넘기면 어떨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강경희 장관이 반문하자 대통령은 말을 이어갔다.

“홋카이도를 대신해 러시아가 원하는 걸 들어보는 거지요”

“대통령님 그러다가 큰일 납니다. 감당 못 할 요구를 하면 어찌합니까? 자칫 벼룩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성향을 아시잖습니까?”

강현수 안보실장 펄쩍 뛰며 만류했다.

“하하하, 강 실장님 진정하세요. 제가 말한 건 시간을 벌기 위함입니다. 일단 러시아가 요구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우리 역시 나름 시간을 갖고 떡밥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어때요?”

“아! 기발하십니다. 대통령님!”

박종원 비서실장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날 회의가 끝나고 강경희 장관은 에고르 티토프 대사를 통해 최후통첩에 대한 확답을 전했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뜻밖의 제안에 고심의 고심에 들어갔다.

“자! 다음 건으로 넘어갑시다.”

“네, 대통령님, 어제 만난 김정은과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오후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온 이윤연 국무총리는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당겨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잘 만나고 왔나요?”

“허허허,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이윤연 국무총리는 1시간가량 있었던 김정은과의 대화 내용을 함축하여 얘기했다.

“음, 김정은이 그리 머리가 나쁜 건 아니군요.”

“그건, 모르지요. 일부러 방심하게 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까요? 음, 예전에 했던 행동을 보면, 당연히 그럴 수도······.”

“ACS는 당분간 계속 진행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장관과 수석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의견들을 내세우며 회의는 정오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 ★ ★

2023년 9월 07일 19:00 (러시아시각 13:0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

“홋카이도를 대신할 다른 무언가의 요구라······.”

오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한 러시아 대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발레리 카르핀 외교장관은 예상 밖의 한국 제안에 어떤 심중이 숨어있나 잠시 고민을 했었으나, 이내 포기하고 바로 이곳 크렘린궁에 달려와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처음엔 말 같지 않은 소리라며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방방 날뛰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의 얼굴에는 홋카이도를 대신해 대한민국에 어떤 걸 요구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듯했다.

“음, 미국도 보유하지 못한 공격위성도 끌리기도 하고 또한 6세급 이상의 전투기 기술도 마음에 들고, 뭘 요구하면 좋을지 이거 결정이 안 되는군,”

“대통령님! 여러 장관과 회의를 통해 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특히 국방장관의 의견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그동안 가슴앓이를 해오던 발레리 카르핀 외교장관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음, 그래야겠지.”

조그마한 체구에서도 강인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푸틴 대통령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 인상과 어울리지 않을 미소를 보였다.

“대통령님, 언제쯤 회의를 소집하실 건가요?”

“음, 내일 오후쯤에 해야겠군”

푸틴 대통령은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 보좌관을 호출했다.

“보좌관 내일 오후 2시로 장관급 회의 소집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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