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1화 (311/605)

중동에서 부는 바람

2023년 9월 06일 15:00 (쿠르디스탄시각 09:0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주 마쿠.

이란의 서쪽 국경지대에 있는 마쿠는 대부분 쿠르드족으로 이뤄져 있었고 다른 도시와 다르게 협곡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폭이 150m 이내에 길이는 10km에 달했다.

현재 마쿠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포함되어있었지만, 독립을 반대한 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기도 하는 치안이 매우 불안한 도시이기도 했다.

쿠르르릉~

고요한 아침을 깨우는 거친 엔진음과 함께 사막도색을 한 장갑차 4대가 일정 간격으로 마쿠-바자건 도로를 내달렸다.

이들 장갑차는 북동단으로 직선거리 10km나 떨어진 이란 서쪽의 끝, 국경 마을인 바자건에 주둔 중인 피스부대 3기계화보병중대 소속의 정찰소대였다. 바자건에서 전방 경계 및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했던 3기계화보병중대는 어제부로 치안유지 임무가 마쿠까지 확대되었고 오늘 첫 임무로 4대의 장갑차가 마쿠 정찰 및 치안유지 임무에 투입되었다.

차륜형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 4대가 마쿠 초입인 자유지대국제대학 정문을 막 통과하는 그때 소대 통신망으로 소대장의 명령이 들려왔다.

-소대장이다. 마쿠 초입이니 긴장 타도록, 그리고 312호는 이곳에서 공화국 애들과 조인 후 정해진 담당 구역까지 치안 임무 수행하도록 이상.

- 312호 확인!

잠시 후 장갑차 대열에서 이탈한 312호 장갑차는 마쿠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는 소대 장갑차를 뒤로하고 정차했다. 그리고 단차장의 하차 명령이 떨어지자 후방 해치가 열리고 하차조 보병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하차하며 좌우로 갈라져 사주 경계에 들어갔다.

-김 병장아! 공화국 애들 온다. FM대로 사고 없이 정찰 임무 마치고 돌아와라.

312호 단차장은 현시경을 통해 공화국 수비대의 무리를 확인하고 김한호 병장에게 알렸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통신을 마친 김한호 병장은 저 멀리서 한 무리 무장 병력이 다가오는 걸 확인했다. 실드 글라스에는 총 12명으로 확인되었고 X-K01 제어 단말기 화면에서는 모두 공화국 수비대로 표기되고 있었다. 그동안 공화국 수비대와의 피아식별이 가능한 인식 카드를 모든 공화국 수비대에 지급한 상태였다.

“분대장조 선두, 부분대장조 후방 좌우 경계 확실히 하고 이동!”

김한호 분대장은 분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공화국 수비대 쪽으로 걸어갔다.

“하발! 반갑습니다. 나는 공화국 마쿠 수비대장 아린 미르칸이라고 합니다.”

김한호는 깜짝 놀랐다. 흑발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30대 여자였다. 이곳에 오기 전 인터넷이나 뉴스로 들었던 바로 쿠르드 여성수비대 출신의 여전사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찰소대 분대장! 홍한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얼떨결에 거수경례를 한 홍한호는 뒤편에 있는 마쿠 수비대를 곁눈질로 살폈다. 아린 미르칸 외에도 한 명의 여전사가 더 있었다.

“김 상병님! 여잡니다. 여자! 워! 멋진데요?”

부분대장조 분대화기수 곽영환 일병이 유탄수 김성호 상병에게 슬쩍 다가가서는 속삭였다.

“그러게, 뉴스로 몇 번 봤는데 실제로 보니 이쁘다야.”

“아! 이거 임무가 즐거울 거 같습니다. 하하”

이때 부분대장 이진태 병장의 싸늘한 시선이 그 둘을 때렸다.

“야! 네들 사주 경계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한국군 보병 8명과 마쿠 수비대 13명은 한 조로 2.5km에 달하는 담당구역을 순찰 및 치안유지 임무에 들어갔다.

“분대 이동한다. 김 상병 탐색기 띄어”

“네, 알겠습니다.”

분대장의 명령에 탐색기 운용병 김길태 상병은 전투 배낭에서 케이스 하나를 꺼내 뭔가를 공중에 날렸다. 어른 손바닥만 한 원형의 비행선은 무음으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기존 중대급 이상에서 사용하던 스파이더-II 드론을 대신해 분대급에서도 공중 정찰을 할 수 있도록 초경량으로 개발된 정찰 드론이었다. 정식 명칭은 SI-Q(슈퍼아이 정찰 드론) 고도 3km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최대 8km까지 정밀 탐색이 가능했다.

“분대장님! 정상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디스플레이가 달린 조종기의 고리를 목에 걸어 가슴에 받친 김길태 상병은 조종 손잡이를 움직이며 보고했다.

“오케이! 김 상병 내 뒤에 붙어서 잘 따라오면서 한눈팔지 말고 탐색 잘해”

“네, 걱정하지 마십쇼.”

잠시 후 T자 형태로 갈라지는 교차로에 들어서자 분대장조와 부분대장조 그리고 마쿠 수비대 역시 2개 조로 갈라져 좌우로 흩어져 본격적인 마쿠 순찰 및 치안유지 임무에 들어갔다.

2개조로 갈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부분대장조의 김성호 상병이 분대 막내인 윤호진 이병의 어깨를 치며 턱으로 마쿠 수비대 여전사를 가리켰다. 이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윤호진 이병은 갈수록 험악해지는 윤호진 상병의 표정에 슬금슬금 목표로 한 마쿠 수비대 여전사에게 다가가 쥐구멍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기! 선, 선임이 물어보래서 물어보는 건데 말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윤호진 이병이 영어로 이름을 묻자 검은 두건을 쓰고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여전사는 못 알아들었는지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자 윤호진 이병은 천천히 다시 물었다.

“이름이요. 이름”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의 명찰을 가리키며 이름을 말하자 그제야 알았는지 인사말을 건네며 자기 이름을 말했다.

“하발! 로사린!”

“아, 로, 로사린요. 나이는요?”

빡!

“야! 너희들 놀러 왔냐? 그리고 김 상병! 짬밥 값 좀 해라!”

부분대장 이진태 병장은 윤호진 이병의 뒤통수를 날린 후 김성호 상병을 째려봤다. 이에 선임 지시에 어절 수없이 따르다가 부분대장에게 혼난 윤호진 이병은 억울하다는 듯 김성호 상병을 쳐다봤다. 하지만 애써 시선을 피한 김성호 상병은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에잇! 정말 FM 병장 아니라고 할까 봐! 정말! 누구누구 때문에 군 생활 못 해 먹겠다.”

이때 분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헬멧 헤드셋을 통해 전해왔다.

“분대! 엄폐해라! 박격포 공격이닷”

분대 통신망을 통해 들려오는 분대장의 외침과 동시에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마쿠 시내 전체에 울림과 동시에 곳곳에서 불꽃 화염이 솟구쳤다.

쾅아! 쾅아! 쾅와앙!

2분대 보병들은 박격포탄에 직격만 맞지 않는다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방탄복도 없는 마쿠 수비대가 문제였다.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박격포탄이 급기야 부분대장조 근처에도 착탄 하자 폭발과 함께 파편이 비상했고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우두두두둑~

“저쪽, 저쪽으로 이동해 엄폐한다.”

부분대장은 여러 건물 중 단단해 보이는 건물을 가리켰고 부분대장조와 마쿠 수비대는 최대한 몸을 숙이고 달리기 지가했다.

콰앙! 쾅앙!

시간이 갈수록 마쿠에 떨어지는 박격포탄의 수량은 늘어났고 급기야 엄폐한 건물에도 착탄 하기 시작했다.

콰앙!

근처 거리에서 박격포탄이 터지자 흙 돌로 만들어진 건물이 흔들거리며 흙먼지가 쏟아졌고 잠시 후 천장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건물 잔해가 쏟아졌다.

“피, 피해 여기서 벗어난다~”

부분대장의 외침은 폭발음에 묻혔고 천장 반이 주저앉으며 온갖 건물 잔해가 쏟아내 내렸다. 이에 허물어진 건물 안에는 희뿌연 먼지가 휘몰아쳤다. 그리고 잠시 후 먼지가 어느 정도 거치자 몸을 숙이고 있던 부분대장이 조원들의 안전을 물었다.

“다들 괜찮냐? 다친 사람 있어?”

“아! 이병 윤호진 콜록! 콜록! 괜찮습니다.”

“일병 곽영환 이상 없습니다.”

“상병 김성호 다, 다리가······.”

“김 상병! 다리가 뭐?”

실드 글라스를 통해 김성호 상병의 위치를 찾았다. 김성호 상병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그 위로 온갖 건물 자재들이 쏟아져 쌓여있었다.

“곽 일병! 윤 이병! 이리 와서 도와!”

“네, 알겠습니다.”

반쯤 잘려나간 건물 기둥이 다른 잔해와 함께 김성호 상병의 다리를 짓뭉개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부분대장의 구호에 맞춰 커다란 기둥을 들어 올려 옆으로 치웠다. 이에 다리가 자유로워진 김성호 상병은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일어났다.

“괜찮냐?”

“저보다 여기······.”

김성호 상병이 일어난 자리에는 로사린이 쓰러져있었다. 박격포탄에 천장이 무너질 당시 김성호 상병은 몸을 날려 로사린을 감싸 안고 쓰러졌다. 이에 천장에서 쏟아진 잔해는 로사린을 감싼 김성호 상병을 덮쳤다.

“너 이 자식 저 여자 보호하려고······.”

“어떤지나 확인해주십시오.”

부분대장은 다리를 매만지는 김성호 상병에게 한바탕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꾹 참고는 마쿠 수비대 여전사를 살폈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고 쓰러질 때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은 듯했다.

“잠깐 의식 잃은 거 빼곤 괜찮아”

“아 다행입니다. 하하”

이때 분대화기수 관영환 일병이 슬쩍 다가와 김성호 상병에게 말했다.

“김 상병님! 대단하십니다. 사랑의 용기 존경합니다.”

“시끄러워! 그냥 위험할 거 같아서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거야. 짜샤!”

이때 멀리서 기동전투장갑차의 흑룡 미사일의 발사음과 함께 50mm 광자포 발사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분대장조의 SI-Q(슈퍼아이 정찰 드론)로 적 박격포 포대를 탐지하고 위치를 4대의 기동전투장갑차에 전송한 듯했다.

★ ★ ★

2023년 9월 06일 17: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대동강구 평양종합병원(구 조선고려의학병원) 특급입원실.

똑!똑!

“뉘기네? 들어오라우”

하루 2시간 회복 운동 외에는 침대에 누워서 TV만 시청하는 김정은의 입원실 문이 열리고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 여러 명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들어왔다. 이에 김정은은 힐끔 눈을 치켜뜨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안녕하십니까. 국무총리 이윤연라고 합니다.”

“국무총리? 이거이 드디어 높은 신 양반이 오셨구만기래. 어서오시오”

김정은은 침대에서 일어나 중년 신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네. 반갑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얘기 좀 나누시지요.”

“그럽세다. 앉으시오.”

원형 테이블의 의자를 가리켰다.

“그래 사전에 연락도 없이 이곳에 온 목적이 뭡네까?”

김정은은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내 들었다. 사실 김정은은 의식을 회복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남조선 정부의 고위관료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 있었다. 왠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김정은의 속마음을 간파했는지 김종원 비서실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동안 건강회복에 방해가 될까 해서 이제야 오게 되었습니다. 이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오신 용건만 간단히 말하시라요.”

“대통령님께서 조만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국방위원장님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게 뭔 소리입네까? 날개 꺾인 내랑 뭔 얘기할 게 있다고 말입네다. 그런거이 다 필요 없고 내 한마디만 하갔시오.”

김정은은 뚱뚱한 몸 때문에 의자가 불편했는지 한번 꿈틀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는 이제 더는 정치에 관심이 없시야요. 8년 만에 깨어난 내가 뭘 할 수 있겠시야요? 안그럽습네까? 그러니끼리 내래 앞으로 조용히 지낼 것이니. 그것만 대통령에게 확실히 전달해 주시라요.”

“네, 알겠습니다. 국방위원장의 말씀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김정은은 이윤연 국무총리의 방문목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일부러 듣고 싶어 말들을 늘어놨다.

“내래, 치료가 완료되면 원산 갈마별장에서 여생을 보내려는데 가능하겠소?”

통일 전,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이용하던 20여 개의 개인별장은 통일 후 대부분 민간기업이 사들여 리조트로 개조했다. 이 중에 갈마별장을 비롯해 혜산별장, 삼지연 포대별장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네, 그 부분도 대통령님께 말씀드려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준다니 고맙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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