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부는 바람
2023년 9월 04일 15:30 (쿠르디스탄시각 09:30),
쿠르디스탄 공화국 아리주 도우바야즛.
2022년 6월 15일, 대한민국의 지원 아래 중국의 대표적인 소수민족 티베트족, 위구르족, 후이족, 장족, 몽골족 등 10개의 소수민족이 독립하자 이에 자극받은 세계 최대의 유랑 민족, 또는 중동의 집시로 불리던 쿠르드족 중에 터기 동부 아라라트산을 기반으로 한 아라라트 민족수비대가 주면 일대의 작은 조직을 규합하여 마침내 2023년 2월 1일 쿠르디스탄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독립 국가임을 선포했다. 이에 이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의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해오던 단체들이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거점인 도우바야즛로 몰려들면서 점점 더 세력을 키웠다.
* 쿠르드족은 아리안계 인종으로 3000만~4000만 명의 단일 민족이 고유 문화·언어·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가 없이 중동 산악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 수니파이며, 유목 생활을 거쳐 현재는 중동 지역 곳곳에서 정착 생활을 하고 있다. ‘쿠르만주어’와 ‘키루다시어’라는 독자 언어를 쓰는 인도유럽어계 민족이며 약 4000년 전부터 쿠르디스탄에 거주하였는데,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의 전체 면적은 남한보다 조금 작은 8만k㎡ 정도다. 쿠르드족은 중세 때 아라비아의 통치를 받은 이후 이민족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 간 사이크스-피코 협정으로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등 인접 4개국으로 분할됐다. 1920년 열강제국은 쿠르드족의 자치를 약속했다가 곧 파기하였는데, 이 때문에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 쿠르드족은 1927년 터키 동부의 아라라트산 일대에 아라라트 공화국(Republic of Ararat)이란 국가를 세우기도 했지만 3년 만에 터키군의 침공을 받아 멸망했다.
* 현재 쿠르드족은 터키(1470만 명)와 이란(810만 명), 이라크(550만 명), 시리아(170만 명)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한편, 10여 년간 이어온 내전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시리아를 제외한 이란, 이라크, 터키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반대하며 대규모 군사적 행동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이에 쿠르디스탄 공화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지난 과거 세계열강 이해관계의 제물로 4,000만에 이르는 쿠르드족이 국가 지위와 영토를 잃고 100여 년간 주변 4개 국가에서 유랑 민족으로 전락해 크나큰 고통을 당해왔다며, 이제 그 고통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독립을 인정하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의 제소를 올렸다.
이에 UN 안전보장이사회에 안건이 상정되어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 인정에 대한 회원국들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회원국 중 쿠르드족의 비극과 직접적 관계에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과거 자신들의 치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다른 회원국에 암암리 교섭을 통해 상정 반대편으로 끌어들였고 이에 결과는 독립 인정 반대 12표, 포기 2표, 찬성 1표로 부결되었다. 포기는 미국과 러시아였고, 찬성 1표는 오직 대한민국뿐이었다.
찬성표를 던진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UN 안전보장이사회와 별개로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대한 독립 지원을 결정하고 9천만 국민에게 쿠르드족이 100여 년간 겪어온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한편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과 정상적인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과 함께 치안유지를 위한 군대 파견 건에 대해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과거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강점기 35년의 쓰라린 역사를 보냈던 국민은 쿠르드족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을 인지하고 중앙정부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에 힘입어 하원과 상원 국회는 신속하게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23년 4월 10일 대한민국은 쿠르드족의 쿠르디스탄 공화국 재건을 위한 재정지원금은 물론 복구사업과 치안유지를 위한 3만에 달하는 피스부대를 UN과 상관없이 파병을 추진했다. 그동안 수차례 세계 여러 국가에 파병을 해왔지만, 이번만큼 직접적 교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지역의 파병은 처음이었고 이에 사병부터 부사관, 장교까지 100% 지원자에 한하여 선발했다. 파병 규모는 군단급으로 복구사업을 위한 6개의 공병여단, 쿠르디스탄 공화국 내 치안유지 및 외곽 정찰 임무를 수행할 2개의 기계화보병여단, 마지막으로 만일의 사태인 타 국가의 대규모 정규군에 대응할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 이외 1개의 항공단과 수송, 통신, 의무 등 여러 지원부대가 포함되었다.
이처럼,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대한민국 파병부대가 도착하면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려던 터키, 이란, 이라크 3국 중 이란과 이라크는 잠시 국제 정세의 흐름을 주시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터키 내부 정세는 심상치 않았다. 현재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독립을 선포하고 주 영토로 주장하는 곳이 아라라트산 일대를 기준으로 터기 동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영토문제로 터키는 대한민국에 강력히 항의하며 외교 관계는 한순간 험악해졌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고 형제국으로까지 발전했고 2018년 ‘6·25 참전국 보은지원단’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는 물론 참전 유가족 보은 지원과 민간기업의 투자로 인해 한국과 터키의 관계는 혈맹국 이상으로 발전했었다. 하지만, 이번 쿠르디스탄 공화국 문제로 양국의 관계는 악화하였고 이에 대한민국 외교부는 모든 외교수단을 총동원하여 관계 개선에 노력했지만, 영토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급기야 현 터키 여당이자 극진우파인 정의개발당은 대한민국과의 모든 외교 관계를 청산하고 그동안 실행하지 못한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이어갔다.
이런 터키의 반응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지켜보고 있던 이라크와 이란 역시 자국의 영토를 요구하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에 대해 재차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금까지 중동문제에 있어서 한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정책으로 일관했던 대한민국이 이처럼 중동국가와의 관계까지 틀어지고 극기야 내정간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쿠르드족의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이유에는 사실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아라라트산 일대에 리퀴드메탈 합금의 주재료인 리퀴드 암석매장량이 상당하다는 사실이었다. 오직 한국에서만 제철 및 생산되는 리퀴드메탈 합금은 대한민국 방산무기와 플라스마발전소 등 여러 첨단장비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금속이었다.
그동안 아프리카 몇 개 국가에서 비밀리에 여러 자원을 공급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요를 충당할 수 없었다. 이에 새로운 공급장소가 필요했고 마침 상당한 리퀴드 암석이 매장되어 있는 아라라트산 일대에서 쿠르드족이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이 기회를 살리려 했다. 과연 대한민국에 득으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실로 들어올 것인지는 현재로선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에는 불길한 기운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우바야즛, 시민 대부분은 쿠르드족이었고 터키 아리주에 속한 국경도시였으나 작년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독립하면서 수도가 되었고 35개 도시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쿠르르르릉~
한때 죽어버린 땅으로 불리기도 한 험악한 아라라트산 아래에 있는 도우바야즛의 도로에는 대한민국 태극기를 꽂은 수많은 장갑차와 중장비 행렬이 줄을 이으며 도로를 따라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바로 5월 1일 쿠르디스탄 공화국 재건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파병한 피스부대였다. 현재 피스부대는 쿠르디스탄 공화국 수도인 도우바야즛을 중심으로 외부 도시와의 도로확장 공사는 물론 주요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데 전념을 다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민간기업과 각 분야의 전문가 1,000여 명이 참가한 상태였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아라라트산 중턱에서도 공병대는 암석 채굴작업도 진행하고 있었다.
“오 하사님! 오늘도 안전하겠죠?”
제11공병여단 55대대 소속의 박수일 상병은 며칠 전 아라라트산 근처에서 채굴작업을 하다가 정체불명의 무장 단체에 공격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를 매만졌다.
“아나 박 상병, 너는 보호 슈트까지 착용하고 뭔 겁이 그리 많냐? 콩알탄 몇 방 맞는다고 안 죽는다.”
소대장 오경민 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쉽게 말을 내뱉었다.
“콩알탄도 맞으면 아픕니다. 저 그때 왼쪽 어깨 맞고 아파 죽을 뻔했습니다.”
“엄살 심한 놈이 뭐하러 이곳에 지원했어!”
“하하, 제대 전에 목돈 좀 벌라고 말입니다.”
“그냥 본국에서 복무해도 목돈 벌지 않냐?”
“제대 후 사업하려면 부족합니다.”
“대단한 놈이네. 네 나이에 벌써 사업할 생각하고 뭔 사업인데?”
“그게 말입니다. 개인 사업···”
덜컹거리는 병력수송장갑차에 몸을 싣고 시답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덧 제11공병여단 55대대는 아라라트산 중턱에 있는 채굴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리퀴드 암석이 매장된 장소로 3개월 전부터 55대대 공병대와 민간이 300명이 매일 출퇴근으로 채굴작업을 하고 있었다.
소수의 경계 병력만 24시간 상주하며 철통같은 경계를 펼치고 있는 이곳 여의도 크기의 채굴 장소에는 수많은 중장비가 가동되고 있었고 리퀴드 암석을 제철하는 용광로까지 갖춘 작지 않은 규모의 제철소와 같았다. 이렇게 1차 제철 된 리퀴드 금속은 일주일에 한 번 10여 대의 중갑형 5톤 트럭으로 도우바야즛 공항에 실어날랐고 쿠르디스탄 공화국 정부의 묵인하에 수송기를 통해 대한민국 본토로 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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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05일 17:00, (러시아시각 11:00)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
이번 연도 말을 기준으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푸틴 대통령은 하루하루 심기가 불편했다. 홋카이도 영토를 이양받아 이와 같은 성과를 내세워 헌법 개정 강행, 그런 후 3선 대통령에 도전하려던 푸틴 대통령은 주한 러시아대사를 통해 최후통첩 따른 대한민국 중앙정부의 확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토프 대사로부터 아직도 연락은 없소?”
발레리 카르핀 외교부 장관을 크렘린궁으로 불러드린 푸틴 대통령은 집무실에 들어와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질책하듯 말했다. 이에 엉거주춤 상태로 발레리 카르핀 외교부 장관이 대답했다.
“아직은······.”
“내가 이곳으로 불렀을 때 그 건이라 생각하고 미리 연락을 해보고 왔어야지······. 그렇게 둔해서 외교부 장관을 해 먹을 수 있겠소?”
푸틴 대통령이 KGB 출신에 상남자 스타일이긴 해도 지금까지 장관급 관료에게 무리한 말투로 말하지 않았었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심기가 어떤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티토프 대사로부터 연락이 오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시오. 그리고 김정은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이까?”
현재 신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8년 만에 의식이 돌아온 김정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무슨 이유로 신중국이나 러시아가 김정은에 관심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대한민국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현재 비밀리에 여러모로 접촉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보기관에서 김정은은 물론 김여정과 추종자들에 대한 감시가 상당하여 신중히 진행 중입니다.”
“SVR(대외정보국)의 도움은 받고 있소?”
“네, SVR과 함께 진행 중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시가렛 하나를 꺼내 들어 입에 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에 하나, 대한민국이 홋카이도에 대한 영토 이행을 끝내 지키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그들의 내부를 휘저을 귀중한 열쇠가 될 것이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김정은과 접촉하여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 설득시키시오”
“네, 알겠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시가렛에 불을 붙이고는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이내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기분 나쁜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