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9화 (309/605)

예견된 위기

2023년 9월 02일 11:00 (신중국시각 10:00),

신중국 베이징 공산당 당사(주석실).

한중 패전 후 4개 전구의 총사령원 결정의회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이념을 한 국가로 환골탈태하려던 중국은 각 전구의 이익 타산에 따른 의견 충돌이 자주 일어났다. 급기야 동부 전구는 2022년 10월 5일 자본주의를 표방한 동방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독립적인 자치 국가를 주장하면서 분열의 시작을 알렸고, 중부 전구 역시 시진핑 추종 세력으로 볼 수 있는 제38집단군 수뇌부가 쿠데타에 성공하여 중국 정치의 중심인 베이징은 물론 중부 전구 전체를 손에 넣었다. 이에 신군부세력으로 부상한 제38집단군 수뇌부는 곧바로 총사령원 결정의회를 탈퇴 후 기존 공산당 정치체제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2022년 12월 03일 신중화인민공화국 줄여서 신중국 독립을 선포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남부 전구와 서부 전구는 2023년 1월 1일 그동안 주장했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이념의 중화민국이란 이름으로 독립을 선포하여 결과적으로 중국은 3개 국가로 나뉘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2022년 6월 15일 독립한 소수민족 10개국과 한족으로 이뤄진 3개국으로 총 13개국으로 쪼개지도 말았다.

그리고 2023년 8월 5일 공산국가인 신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중화민국의 경제 도시 충징을 공격하면서 내전 아닌 내전이 시작되었다.

“부주석!”

제38집단군의 사령원이자 쿠데타의 주역으로 신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왕징위가 새롭게 건축한 공산당 당사 주석실의 의장에 앉아 거만한 태도로 중앙군사위원회 천웨이팅 부주석을 불렀다.

“네, 주석님!”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소”

“현재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알아보라고 한지 얼마인데 아직도 알아본다는 소리만 할 것이오?”

“죄송합니다. 정 안되면 리바우둥 외교부장한테 도움을 받아서라도 알아내겠습니다.”

“이런. 쯧쯧쯧, 외교부 통해 할 거면 뭐하러 당신한테 일을 맡겼겠소? 이건 외교부도 모르게 비밀리 진행해야 한다는 걸 벌써 까먹었소?”

“죄, 죄송합니다.”

“내가 저런 친구를 데리고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니······.”

천웨이팅은 쿠테타 당시 제38집단군의 작전참모관로 왕징위가 정권을 잡은 후 자연스럽게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주석이 되었다.

“그건 됐고. 빌어먹을 중화민국 놈들과의 전쟁 양상은 어떻게 돼가고 있소?”

현재 신중국과 중화민국은 대륙 중서부 지역의 경제 메카인 인구 2,880만에 21구 13현 4자치현으로 구성된 충징을 두고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예흥 국방부장의 보고에 의하면 앞으로 2주 정도면 충징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석님”

“2주일?”

“네”

“충징을 공격한 지 지금 1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2주일이오?”

“그것이, 산업시설의 피해를 최소화한 점령 작전을 펼치고 있어서···.”

“알았소. 이외 지역도 간단하게 보고하시오.”

“네, 다음은···.”

★ ★ ★

2023년 9월 02일 13: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대동강구 평양종합병원(구 조선고려의학병원) 특급입원실.

김정은의 의식이 돌아온 후 김여정과의 4번째 만남.

처음 친오빠인 김정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김여정 상원은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단숨에 달려갔다. 하지만, 김여정을 대하는 김정은의 행동은 원수를 만난 것처럼 온갖 욕설은 물론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 다행히 함께 있던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폭행은 당하지 않았다.

김정은 담당 주의치 소견은 현재 이 모든 사태(남북통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사라진 것)는 김여정 때문이라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어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현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김여정의 방문도 1주일에 한 번만 허락한 상태였다.

“여정아! 저번에 욕했던 건 미안하게 되셔야.”

아이러니하게도 저번 주와 다르게 김여정을 대하는 김정은의 말투, 행동, 대하는 눈빛은 확 바뀌어 있었다. 이에 입원실 분위기는 한껏 부드러웠다.

“오라버이! 이해합네다. 내 같아도 그랬을 거야요.”

“그러네?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구만기래. 니는 짐 어디서 사네?”

“서울에서 살고 있시야요”

그동안 불편했던 만남은 1개월이 지난 지금 예전 오빠와 동생 사이로 돌아간 대화가 오갔다.

“서울? 거긴 좋네?”

“네, 사람이 많은 거 빼고는 살 만 합네다.”

“네는 현재 삶에 만족하네?”

김정은의 질문에 김여정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뜸을 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만, 만족하고 있시야요.”

“뭔가 그래 만족하네?”

계속된 불편한 질문에 김여정은 작심한 듯 김정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바이! 남조선, 그러니끼니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입네다. 북주민들 역시 자유로운 삶에 현재 만족하고 열심히 살고 있시야요. 그러니끼니 오라바이도···.”

김여정은 하고 싶은 말을 끝내 다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안다는 듯 김정은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우리 김여정이 남조선 자본주의에 흠뻑 물들었구만기래. 내래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잘 알고 있시야. 그러니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우. 내도 현실을 인지할 정도의 정신은 남아 있서야.”

“정, 정말입네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야요?”

“기러테두, 그러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정말 다행입네다. 오라버니”

“그건 그렇구 말이야. 나는 앞으로 어찌 되네? 외국으로 추방당하네?”

이에 김여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네다. 오라바이, 일단 회복하는데 전념하시라요. 조만간 중앙정부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야요”

“지금 상황에서 좋은 소식이 뭐 있갔네?”

김정은은 현재 느끼는 찹찹한 마음을 내뱄었다.

“오라바이 그런 소리 하디 마시라요. 중앙정부에서도 오바라이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쓴다고 약속했시야요.”

“그기야 두고 볼 일이지 않네? 그런데 재들은 뭐네?”

김여정 어깨너머 서 있는 몇 명의 사내들 가리켰다. 2명은 김여정이 올 때마다 봤던 사내였고 나머지 2명은 오늘 처음 보는 사내들이었다.

턱을 치켜들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김여정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국정원 소속 사람들이야요.”

“국정원?”

“국가안전보위부와 비슷한 곳입네다.”

“감시하러 왔구만 기래. 저 남자래 잠시 할 야기가 있어 불러주라우”

“알겟시야요.”

잠시 후 김여정의 불음에 다가온 사내는 김정은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속하고 이름이 뭐네?”

“국정원 소속 홍혁준이라고 합니다.”

“그렇쿠만기래, 길게 말하디 안캈어! 잘 들으라우. 내래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어야. 그러니끼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상부에 그대로 보고하라우. 이제 와서리 내가 뭘 하갔어. 무슨 말인지 알겠네?”

“네, 알겠습니다.”

“알았으면 그만 가보라우”

귀중한 인생의 8년을 침대에서 낭비한 채 불혹의 나이가 되어버린 김정은은 예전 TV를 통해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이던 20대 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 ★ ★

2023년 9월 03일 11: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귀빈 접견실).

추은희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에 임명된 강경희 장관은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주한 러시아대사인 에고르 티토프 때문에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한일전 당시 러시아와의 비밀문서로 체결된 홋카이도 영토 이양 건이었다.

한일전이 끝난 지도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홋카이도를 이양받지 못한 러시아 정부 즉 푸틴 대통령은 남은 임기 안에 어떻게든 받아내겠다는 심상이었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강 장관님! 대체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러시아에 홋카이도를 언제 넘기려는 겁니까? 오늘은 어떻게든 확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 역시 시간 날 때마다 외교부를 방문하여 요구하는 게 지쳤는지 아니면 본국으로부터 심한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그의 얼굴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티토프 대사!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홋카이도 건은 어렵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대신 우리 정부에서 시베리아 자원개발에 180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은 2022년, 러시아 시베리아의 자원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목적으로 180억 달러(2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서부권보다 취약했던 동부권의 경제를 한순간 끌어올려 러시아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줬다.

“그건, 홋카이도와 별개지 않습니까?”

“별개라니요? 원래 투자 금액은 50억 달러였습니다. 홋카이도를 대신해 무려 130억 달러를 더 투자한 것입니다.”

“투자 건은 우리 러시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경제적으로 이익이지 않습니까? 그걸로 홋카이도 이양 건을 덮을 순 없지요.”

오늘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마음 단단히 작심하고 온 듯했다.

“좋습니다. 티토프 대사! 정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오직 홋카이도입니다. 지금 러시아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기존 약속을 이행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한층 더 목소리 톤을 높여 말했다. 이에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강경희 장관의 행동을 본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푸틴 대통령께서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홋카이도를 뺏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턱을 치켜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강경희 장관은 깜짝 놀라면 물었다.

“홋카이도를 침공하겠다는 겁니까? 그럼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을?”

“언제 대한민국과 전쟁을 하겠다고 했습니까?”

“홋카이도는 일본 영토 아닙니까?”

“티토프 대사! 우리 대한민국은 일본과 체결한 항복 조항에 따라 군단급 규모의 국군이 일본에 주둔하여 해산된 자위군 대신 영토 방위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홋카이도에도 우리 국군이 주둔 주입니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럼 홋카이도에서 철수하시면 되겠군요.”

“티토프 대사!”

러시아의 본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자 외교부 접견실의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양 국가 간 체결된 약속을 이행해달라는 겁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강약조절을 하듯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다시 정중한 어투로 바꾸어 말했다. 외교 전문가답게 밀고 당기는 기술이 상당했다.

“좋습니다. 러시아의 본심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대통령님께 최종적인 답변을 받아 연락 드리겠습니다.

강경희 장관의 말에 에고르 티토프 대사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소파에서 띄었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강 장관님 믿고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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