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2
2023년 4월 10일 16:00,
남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동장리(국립 파주현충원).
동북아 전쟁이 끝난 지 언 2년이 하고도 1개월이 지난 통일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체 면적 22만㎢의 250분의 1에 달하는 992㎢인 예전 비무장지대(DMZ)를 생태계 공원으로 지정했다. 이에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며 1년간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여러 종류의 지뢰 제거 작업을 착수했고 2023년 2월 1일에는 도라산평화공원과 가까운 비무장지대에 제3의 국립 파주현충원을 조성하여 2년 전 있었던 동북아 전쟁에서 전사한 전몰장병의 묘지를 안장했다.
또한, 유가족들의 방문 편의를 위해 한반도의 남주와 북주는 물론 북만주, 중만주, 서만주, 그리고 동주까지 육상과 해저를 통한 하이퍼루프를 건설하여 가장 먼 북만주의 주청시인 강명(하얼빈)에서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제를 완성했다.
이렇듯 멸종위기에 처했던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호국영령이 편히 쉬고 있는 이곳 파주현충원 근처 노상리에는 지난 5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서현우 전 대통령의 안가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서현우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 31일 퇴임 이후 서울 안가에서 생활하다가 파주현충원이 완공된 후 이곳 노상리에 작은 집을 지어 이곳으로 안가를 옮겼다.
“오늘도 갔다 온 거예요?”
경호원 2명을 대동하고 서현우 전 대통령이 막 안가 안뜰로 들어오는 그때 현관문을 열고 전 영부인이 웃으며 맞아줬다.
“당연하지! 나의 유일한 낙인데 말이야!”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한 서현우 전 대통령은 동행한 경호원 두 명에게 편히 쉬라는 손짓을 하고는 안가 안으로 들어갔다.
“씻고 나오세요. 당신 처제가 형부 건강 염려된다고 무릎에 좋은 약 보내왔네요.”
“허허, 무슨 건강이 염려된다고, 이제 백수나 다름없이 매일 놀고먹고 하는 나인데······.”
“당신 나이도 이제 무시 못 해요. 매일 수 킬로나 되는 현충원을 오가잖아요.”
“그거 다 운동이야!!”
“다른 말 말고 어서 씻고 나와서 약 드세요.”
“알았소. 하하하”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던 당시 남북통일을 위한 중국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는 죄인으로서 자책감에 한동안 괴로워했던 서현우 전 대통령은 이후 이곳으로 오면서 매일 파주현충원을 한 바퀴 돌며 호국영령들에 대한 속죄를 조금이나 씻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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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3일 10:00,
남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
동네가 떠나갈듯한 풍악 소리가 울리고 현시대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전통 혼례식이 왕산리 어느 집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얀 천막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왕산리 동네는 물론 이웃 동네 어르신들이 죄다 모였는지 인산인해를 이고 있었다. 가운데 천막에는 전통 혼례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가 맞절하는 교배례 이후 합환주를 나누어 마시는 합근례 순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혼례식 내내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귀까지 걸려 웃고 있는 신랑 때문인지 혼례를 축하하러 온 하객 중에 신랑을 놀리는 말들이 들려왔다. 이 중에는 베레모를 쓰고 정복을 입은 군인 여러 명이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더욱 소리높여 놀려댔다.
“아나! 신랑님! 혼례식 내내 웃기만 하면 허파에 바람들어와요.”
“우리 오 상사님 혼례식 끝나기 전에 쓰러지겠네 하하하”
“야! 첫날밤도 못 치르고 쓰러지면 어쩌냐? 하하하”
이에 혼례 내내 실쭉거리며 웃고 있던 신랑이 놀려대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옷소매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조용히 하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째려봤다.
“와! 우리 오 상사님! 장가가는 날에도 후임들한테 인상 쓰는 거 봐! 무섭다야!”
“야! 신랑아! 신부님이 놀란다. 인상 꺼라! 크크크”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은 바로 동북아 전쟁 당시 무수한 전공을 올린 712호 전차장인 오영택 상사였고 혼례 내내 놀리던 군인 하객은 김영주 중사와 부사관으로 전향한 염훈기 하사, 그리고 오영택 상사가 돌갱이라고 부르던 부사관 단짝인 이경석 상사였다.
오영택 상사는 종전 이후 1년간 자대 행정보급관으로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무공훈장 중 태극 무공훈장 수여와 적잖은 전쟁 참전 수당을 받은 오영택 상사는 고향으로 내려와 유기농 농사를 크게 지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소개로 참한 아가씨까지 소개를 받아 이렇게 오늘 늦깎이 장가를 가게 되었다.
늦깎이 장가가는 오영택은 입이 귀까지 걸리며 전통 혼례식이 끝날 때까지 함박웃음을 지었고 그런 모습에 축하하러 온 하객들의 놀림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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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04일 14:00,
남주 경기도 성남시 제1우주전투비행단 성남기지.
종전 이후 수원 제10전투비행단이 중만주 만경(지린) 공군기지로 이전하자 성남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 수원 공군기지로 이전했다. 그리고 제1우주전투비행단이 정식으로 창설되면서 기존 성남 공군기지를 제1우주전투비행단 기지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에 제1우주전투비행단은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라면 누구나 복무하고 싶은 선망의 기지로 자리를 잡으며 조종사 지원공모가 오르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1년 뒤 기존 4기였던 삼족오 우주 전투기가 24기로 늘어나면서 추가 조종사 지원공모가 올라왔고 이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조종사들의 지원이 빗발쳤다.
2년 전, 동북아 전쟁 당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여 탑건에 오른 최영호 중령과 전창빈 중령 역시 지원 공모에 응시해 최종 35인에 뽑혔다. 그리고 오늘은 주조종사로 첫 우주 비행에 나서는 날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에서 항공우주군 조종사로 전향한 최영호 중령과 전창빈 중령이 조종하는 삼족오 우주 전투기 5호기와 6호기가 기다란 활주로 두고 나란히 출격 대기 상태였다.
잠시 후 관제탑에서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여기는 관제탑! 5호기, 6호기 이륙을 허가한다.-
-5호기 카피 뎃-
-6호기 카피 뎃-
관제탑과의 송수신 이후 삼족오 우주 전투기의 쌍발엔진인 C-PTZ-2000에서 강력한 추진체가 폭발하듯 용솟음치자 가볍게 수직으로 이륙한 후 순식간에 육안에서 사라졌다.
제1우주속도를 넘어 제2우주속도로 넘어가며 대기권을 돌파하는 삼족오 우주 전투기 2기는 이내 대기권을 완전히 돌파한 후 외기권 돌파를 위해 더욱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윽고 고도 1,000km 돌파하며 외기권 밖으로 나온 2기의 삼족오 우주 전투기는 꿈에 그리던 우주 비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종실 유리 넘어 보이는 지구의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예전에 주작 전투기와 흑주작 전폭기를 조종하면서 최대 고도인 30km에서 45km까지 상승하여 지구를 보는 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에박! 야! 정말 아름답다! 안그냐? 창빈아?-
최영호 중령은 아름다운 파란 지구의 모습에 그만 감상에 빠져 훈련이라는 것을 잃고는 친구인 전창빈 중령을 불렀다.
-야! 최 중령 훈련이다! 정신 차려 자식들아!-
쓸데없는 통신에 제1우주전투비행단 관제탑에서 삼족오 비행대대장인 이두호 대령의 불벼락이 전해졌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지구 정해진 비행경로를 따라 지구 한 바퀴를 돈다. 혹 기체 이상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5호기 카피 뎃-
-6호기 카피 뎃-
고도 5,000km 상에서 우주 비행을 하는 삼족오 우주 전투기 2기는 기존 설정된 경로를 따라 지구를 돌기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우주 비행을 하는 최영호 중령의 심장은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그리고 서서히 태양 반대편의 지구 쪽으로 이동하자 지구에 가렸던 달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최영호 중령은 잠시 편대통신만을 켜고는 말을 전창빈 중령에게 말했다.
-창빈아! 저거 달 보이지?-
-야! 또 혼나려고”
-하하! 걱정하지 마라! 잠시 외부 통신망 끄고 편대 통신망으로 말하는 거다.-
-아나! 저놈 때문에···. 내려가면 또 군장 메고 돌겠군!”
-야! 창빈아! 저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미친 척하고 함 갔다 올까?”-
-야! 미친놈아! 너 정말 영창 가고 싶어서 그러냐?”
-하하하, 농담이다 마! 언젠간 달까지 가는 비행 임무가 주어지겠지. 그때까지 기다리련다. 하하하”
-내가 저놈 말 듣고 이곳에 같이 지원한 게 미친 짓이었어~
-야! 뭔 소리를 그리 섭섭하게 하냐? 우린 친구 아이가? 함께 가야지~ 하하하.
잠시 달을 보며 넋 놓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동안, 제1우주전투비행단 관제탑에서는 긴급통신망을 통해 또다시 이두호 대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이~ 새끼들아! 누가 광역 통신망을 끄라고 했어? 죽을래? 너희들 정말 활주로에서 피투성이 될 줄 알아 자식들아!
-악! 여기는 5호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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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9일 10:00 (이탈리아시각 18일 19:00),
이탈리아의 캄파니아주 포지타노 해변.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불리는 포지타노 해변, 조그맣고 둥근 자갈로 이뤄진 해변에 잔잔하면서도 투명한 파도가 반짝거리며 밀려왔다. 또한, 해변 곳곳에는 휴양을 위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저마다 각가지 수영복을 입고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다부진 체형에다가 어깨에 흉터가 있는 동양 남자 1명이 반바지만 입고 이곳저곳 절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이 사내는 정체는 바로 2016년 세부에서 찰스 리를 체포하는데 활약한 이영규 팀장이었다. 그 당시엔 주임이었지만 7년 지난 지금 그는 국가비리암행원 수사1과의 1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해변 뒤쪽 도로에는 건장한 동양 남자 2명이 해변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들 역시 한국에서 파견 온 국가정보원 대외정보2과 1팀 이자성 팀장과 박기웅 대리였다.
이들이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7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방산비리 사건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리지 안을 체포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에는 미국 정부와의 합의로 인해 체포를 포기했었으나, 이후 한일전 종전 후 국제 정세가 변하면서 국가비리암행원은 다시금 리지 안을 체포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지 안은 2021년 한일전 당시 양부인 토니 안이 갑자기 살인을 당하자 보유했던 비자금을 모두 챙겨 해외로 사라졌다. 이에 국가정보원의 대외수사국과 공조하여 2년간 추적을 하였고 드디어 오늘 리지 안을 체포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해변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영규 팀장은 간간이 비치체어에 누워 있는 여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바로 오늘 체포할 리지 안이었다. 리지 안은 2년간 유럽 곳곳을 여행하다가 지난 5월에 이곳 포지타노에서 휴양 중이었다. 보유한 비자금은 천문학적이니 죽을 때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여생을 즐기려는 듯했다.
이렇게 이영규 팀장이 사진을 찍는 사진은 그대로 해변 도로에서 대기하던 이자성 팀장의 스마트폰에 전달되었고 그는 즉시 사진을 조회하여 리지 안이 맞는지 확인했다. 2년간 얼마나 성형수술을 했는지 가지고 있는 사진과 육안으로 비교했을 때 다른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였으나,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조하자 리지 안이 맞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팀장님! 맞나요?”
뒤편에 있던 박기웅 대리가 물었다.
“야! 이거 눈으로 봐서는 같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한데 프로그램은 동일 인물이라고 나온다.”
“오! 그래요?”
“이 팀장에게 신호 보네!”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