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1
2022년 3월 01일 14:00,
대한민국.
3차 세계 대전의 위기까지 몰고 갔던 동북아 전쟁이 끝나고 1년이 흐른 지금, 연방제 통일을 이룬 대한민국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7개의 연방 주정부와 1개의 자치 주정부가 술래 바퀴 돌 듯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한민족 반만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발전을 이어갔다.
외계 과학기술의 초석이 집결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는 그동안 군사 무기에 관한 연구 비중을 낮추고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신개념의 과학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성과를 도출했고 국가기관인 차세대기술협력부를 통해 국내의 모든 기업에 국가 지분을 설정하고 기술 이전을 진행했다. 이에 중소기업을 비롯해 대기업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 및 생산하여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예로 동북아 전쟁에서 일본이 패전과 함께 세계 자동차 점유율 2위였던 도요타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자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기업이 세계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기업에서 자동차 산업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신개념의 신차를 발표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로 공중에 떠서 하늘을 나는 호버-C 자동차였다. 차세대 저출력 플라즈마 엔진을 바퀴 대신 자동차 밑바닥에 장착하여 지면으로부터 30cm 이상 떠올라 편안한 최고의 승차감을 보였고 내장된 인공지능 컴퓨터로 인해 자율운전은 물론 모든 자동차의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원활한 차량 흐름과 예측하기 힘든 불시의 돌발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자체 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향후 교통과 관련된 법률적인 문제와 비행경로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지면 30cm가 아닌 상승고도 2km까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다가올 예정이다. 이러한 신기술이 적용된 한국기업의 자동차는 생산과 동시에 순식간에 세계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에서는 벌써 실용화하여 대중교통의 한 축이 된 하이퍼루프 대중교통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자 국가 영토가 넓어 고속전철과 국내 항공업이 발전한 국가에서는 서로 먼저 도입을 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는 속도와 안전성, 그리고 운용비 절약이라는 탁월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광학 통신, 백색가전, 선박, 항공기 등 IT 전반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상위에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기업의 독주로 타 국가의 경제불황이 발생하여 세계 대공황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이에 외국 기업과의 적절한 기술 이전과 협력으로 세계 경제 흐름을 조절하며 주도해 나갔다.
이처럼, 2022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 전쟁비용과 통일 이후 수천조에 이르는 통일복구사업비 재정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 대국은 물론 군사 대국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선 통일 대한민국은 중국을 제치고 UN 상임이사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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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01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2021년 1월 5일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중국은 남부 전구의 한 폥 총사령원을 의장으로 한 4개 전구 총사령원 4명으로 구성된 신군부세력인 총사령원 결정의회 기구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중국 역사를 써가게 되었다. 초반 총사령원 결정의회 기구는 패전으로 인해 폐망 직전까지 내몰린 중국의 재건을 위해 1921년 7월에 설립한 중국공산당 해산 및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 거듭 태어나고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패전에 따른 대한민국과의 항복체결 문서 9항에 따라 2022년 6월 15일 소수민족인 티베트, 신장위그루, 장족 등 10개 소수민족이 독립하면서 중국 경제가 일순간 위축되면서 출범 초기 한뜻으로 의견을 모았던 총사령원 결정의회 기구는 시간이 갈수록 각 전구의 이익 타산에 맞는 이기적인 주장을 하면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4개 전구 중 산업시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던 동부 전구가 독립을 주장하면서 한순간 분열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산당 정치체제의 중심이었던 중부 전구에서 기존 시진핑 주석의 추종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함으로써 그동안 협력했던 모든 주장을 철회하고 기존 공산당 정치체제를 계승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한편, 소수민족 독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서부 전구가 남부 전구에 붙으면서 중국은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주장하는 남서부전구와 기존 공산당 체제를 계승하려는 중부 전구, 그리고 경제 이익을 위해 독립을 선언한 동부 전구로 갈라지면서 중국 전역은 내전 발발위기에 빠져버렸다.
한때 G2 국가로 불리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던 중국은 이제 미래를 알 수 없는 암울한 시대로 넘어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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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01일 12:00,
일본.
종전 후 아베 정권의 고위관료와 여당이었던 자민당 정치인들이 전쟁전범자로 내몰리며 일제히 구속되자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일본으로 탈바꿈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일전 당시 국가 경제를 지탱했던 산업시설 50% 이상이 파괴되면서 종전 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 복구사업은 미진했고 한국에 천문학적인 전쟁배상비를 지급하느라 일본 경제는 허덕였다. 이로 인해 한때 GDP 5조 2천억 달러로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은 지금 GDP가 8,0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경제 소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치상 GDP 8,000억 달러면 세계 17위인 터기와 비슷했지만, 문제는 이를 발전하고 지탱할 산업시설 전반이 파괴되어 한동안 경제불황의 숲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더군다나 일본 영토 4대 섬 중의 하나인 규슈가 종전 후 한국에 이양되었고 홋카이도마저 한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비밀문서에 의해 러시아가 홋카이도 영토 이양을 주장하자 자위군이 해체된 일본은 타국간 의사결정에 따라 내줘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했다.
과연, 일본 정부를 배제한 채 한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비밀문서로 인해 홋카이도가 러시아로 이양될 것인지는 현재 동북아에서 가장 큰 이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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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01일 12:00 (러시아시각 05:00),
러시아.
동북아 전쟁 당시 중국에 이어 일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을 계속해서 받았던 러시아는 최종적으로 한국과 손을 잡고는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첫 번째는 미국에서 실전 배치까지 완료된 레일건 원천기술을 이전받았다. 두 번째로는 시베리아의 자원개발과 대규모 산업단지에 대한 대한민국의 투자유치였다. 서부권에 비해 동부권인 시베리아 개발이 저조했던 러시아로써는 매우 필요로 했던 일이기도 했다. 세 번째로는 한국과 러시아의 비밀문서로 체결된 일본 홋카이도 영토에 대한 이양 약속이었다.
이처럼 동북아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가만히 앉아 코 푼 격으로 여러 이득을 취한 러시아는 한국에 이어 군사력은 물론 경제성장에 힘입어 서서히 신흥 선진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지난 현재, 홋카이도 영토 이양과 관련해 한국과 러시아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틀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양 국가 관계가 악화하였고 이에 러시아는 자체적 군사력을 투사하여 홋카이도를 점령하려는 계획을 수립한다.
일본 자위군이 해체되고 한국군이 일본 본토에 주둔하여 방어를 책임지는 가운데 러시아군과 한국군과의 홋카이도를 두고 군사적 충돌은 서서히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2년간 급격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냉전 시대의 소련만큼 군사 대국으로 성장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홋카이도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어 국민적 지지를 받고자 했다. 이는 헌법 제정을 통해 3선 대통령에 도전하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선 지대한 국민의 지지가 필요했다.
이로 인해 한국과의 합의가 아닌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해 홋카이도를 점령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 푸틴 대통령은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라 최첨단 무기를 일 순위로 동부군관구에 실전 배치함으로써 군사력 증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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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01일 12:00 (미국시각 2월 28일 22:00),
미국.
2년 전, 동북아 전쟁에서 가장 미스터리 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한일전 당시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들었던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 본토에 한국군의 공격을 받은 후 보복은커녕 일본이 패배한 후 바로 한국과의 종전을 선포한 일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세계 모든 국가에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의 행보에 의구심을 보였다. 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 중립을 고수하던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받은 후 일본과의 전면적 전쟁에 돌입했다. 이런 과거가 있던 미국이 진주만 공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준 한국을 상대로 철저하고 무자비한 응징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일전이 끝날 때쯤 돌연 모든 군사적 행동을 멈추고 한발 물러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기습으로 인해 미 본토 공격에 큰 피해를 봤더라도 미국의 군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고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전환한다면 미국은 세계 모든 국가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고 군사 관련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종전 선포는 매우 크나큰 의구심을 만들었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는 자국의 정보기관을 총동원하여 그 이유를 알아내려 했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오직 한국 정부 관계자 일부와 미국 트럼프 정권의 관계자 일부만 아는 비밀이었다.
국가정보원 특수요원과 707특임대원들의 활약으로 USSC 의원들이 지하 벙커에 갇히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USSC와 관련된 정부 관료와 미 의회 정치인 그리고 군 인사들을 협박과 회유로 장악해 나갔다.
사실 USSC와 관련된 정부 관료, 미 의회 정치인 그리고 군 인사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지만, 그들도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USSC라는 비선조직의 정체와 그동안 해왔던 모든 불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세상 밖으로 밝혀지고 자신들 역시 연루되어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국가내란죄로 최소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대표 국가로 추앙받던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회복할 수 없는 크나큰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어쨌든 한국 정부의 묵인 속에 미 의회와 정부 기관을 장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그 어떠한 피해보상금도 요청하지 않았고 단지, 동맹국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일시적 군사적 충돌이었다는 성명발표를 한 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미군 전사자 유족과 극우 시민들의 반한 시위가 불었지만, 한국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지원과 비공식 사과로 미국 시민들을 설득해 나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전역 곳곳에서는 종종 반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하 벙커에 갇혔던 USSC 의원과 관련자들은 끝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지하 벙커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자체적인 식량과 식수 공급은 인원대비 대략 4년은 가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USSC 위원들을 구조하지 않았다.
지하 벙커에 갇힌 채로 2년 지난 2023년 2월 11일, 빅토리아 의장이 폐소공포증과 같은 정신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나머지 위원들과 관계자들 역시 도미노 현상처럼 빅토리아 의장의 뒤를 따랐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손바닥 위에서 주물렀던 USSC 위원들은 이렇게 허무하고 비참한 생을 마감하며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