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망
2021년 2월 27일 09: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프레스 센터).
금일 새벽 5시 30분에 있었던 일본 전역에 대한 한국군의 전략급 무기 사용에 대해 서현우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춘추관 1층에 들어섰다. 이에 국내 기자는 물론 해외 수많은 기자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지며 서현우 대통령을 맞이했다.
단상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서현우 대통령은 단상 옆에 서서 정숙히 인사를 한 후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높이를 조절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서현우입니다.”
대통령은 간단히 자기소개한 후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이어 오늘 담화 내용에 말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월 26일 19시를 기준으로 도쿄도와 요코다 기지로 진공 하던 한국군에 총 5차례 전술핵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이에 우리 군은 물론 일본 시민까지 큰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군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일본 국민 역시 50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외 기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은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즉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이번 전술핵 공격은 조약 위반에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를 상대로 핵 공격을 가한 국제적 범죄를 저지를 국가입니다.”
다른 대국민 담화 발표 때와 다르게 서현우 대통령의 눈에서는 노기가 흘렀고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여, 국제적 조약을 위반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를 상대로 전술핵 공격을 가한 일본에 우리 군은 그에 맞은 처절한 응징을 가했습니다. 현재 규슈를 제외한 일본 전역은 우리 군이 발사한 탄도탄 미사일과 전략폭격기의 폭격으로 주요 도시를 포함하여 전역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단상 왼쪽 측면에 있던 스크린이 밝게 빛나며 현재 폐허로 변한 일본 도시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였다. 이에 국내외 기자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에 이른 표정을 지었다. 일본 전역이 한국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화면상으로 보자면 일본은 패망 직전의 국가였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국군은 일본과 전쟁을 치르며 최대한 비인륜적인 전략 급 무기 사용을 자제해왔습니다. 사용하더라도 오직 군 기지에 대한 타격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가 비밀리에 핵폭탄을 만들고 급기야 도심 곳곳에 자살 특공대라는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나 있을법한 가미카제 전술로 전술핵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번 한국군의 전략급 무기의 보복 공격은 그에 대한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일본 내각에 정식으로 조건 없는 항복을 권하는 바입니다. 그것만이 양국이 앞으로 함께 살아갈 길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일본은 제2차, 3차 금일 새벽과 같은 공격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서현우 대통령은 단상 옆으로 나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에 외신 기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ABC 기자 로빈 핸더슨입니다. 질문 하나만 받아주십시오.”
원래 기자 질문 예정이 없었으나 서현우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에게 수락하는 눈치를 주자 강단 앞에 나와 제재하려던 강수영 대변인은 뒤로 물러섰다.
“네, 그럼 질문 하나만 받겠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이 로빈 핸더슨 기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한국 정부와 한국군은 일본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조약을 위반하고 또한, 핵무기까지 제조하여 이번 전쟁에 사용하였기에 일본 전역에 대한 비인륜적인 공격에 대한 명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본 민간인 사상자가 수백만이 발생한 이번 한국군의 공격이 정녕 명분에 의해 합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BC 기자의 질문은 핵심을 파고들었다.
“네, 전쟁 당사국이 아닌 제3국에서 듣기에 우리가 내세우는 명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공격을 위한 핑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타국이 보는 시각과 일제강점기 36년을 겪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리 대한민국이 바라보는 시각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군요. 즉, 우리에게는 충분한 명분이며 그에 대응하는 것 역시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인륜적인 공격이라······. 지난 과거 전쟁에서 비인륜적인 전쟁이 아닌 적이 있었습니까? 자! 답변은 이 정도로 하고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인자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을 대하는 서현우 대통령은 오늘 담화 발표 시간만큼은 냉정하고 강인한 인상으로 춘추관 분위기를 압도했다.
서현우 대통령이 단상 뒤로 퇴장하자 국내외 기자들은 일제히 자국의 방송국과 신문사로 이와 같은 내용을 긴급속보로 올리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모든 국가의 방송국에서는 현재 한일전에 관한 기사로 일제히 보도되었다. 전날 일본의 전술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일 새벽 한국군의 전략급 무기가 총동원되어 일본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일본 민간인 사상자만도 수백만에 이르는 대참사가 일어났으며 한국 대통령의 조건 없는 항복을 권했다는 내용과 함께 항복하지 않을 시 금일 새벽에 있었던 공격이 재차 일어날 수 있다는 골자로 세계 모든 방송국은 긴급속보로 방송했다.
일부 친일 국가에서는 비인륜적인 민간인에 대한 대학살이라며 한국군에 대한 악성 보도가 있는가 반면, 그동안 대한민국과 유대관계를 이어온 국가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비밀리에 핵폭탄을 제조하고 이번 전쟁에 사용했다며 국제 조약을 위반한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등 양 국가의 유대관계에 따라 보도 내용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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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7일 11:00,
일본 혼슈 도쿄도 도쿄 도심.
한국군의 대대적 공습 후 5시간이 지난 지금도 규슈를 제외한 일본 전역의 곳곳은 거대한 화염이 이글거리며 처참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에 도시 외곽으로 빠졌던 제20기갑사단(결전)과 수도기갑사단(맹호), 그리고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은 재정비를 마친 후 다시 한번 도쿄로 진공 하면서 마지막 점령 작전을 전개했다.
플라즈마 증폭탄에 직격을 받은 지역은 아직도 거대한 화염이 갈라진 지면 속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심하게는 10m 높이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런 주변을 제20기갑사단의 제26전차대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5시간이 지난 지금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주변 일대는 접근조차도 어려웠다.
“와우! 이거 대단한데요? 중국전에서도 봤지만, 왠지 폭발 위력이 더 강해진 느낌입니다. 오 상사님!”
712호 전차 포수인 김영주 중사가 조준경을 통해 지옥으로 변해버린 신주쿠 일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끔찍하다! 이건 뭔 핵폭탄 저리 가라네?”
엿가락처럼 휘어진 도로와 주변 일대에는 뼈대만 남은 차 안에서 시체로 보이는 검은 숯덩어리가 보이기도 했다.
“와우! 오 상사님 저기 3시 방향 좀 보세요”
김영주 중사가 가리킨 곳은 오영택 상사가 그토록 원했던 도쿄 도청이 있던 방향이었다. 현재는 폭삭 주저앉아 건물 잔해가 수북이 쌓여있는 돌무덤으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야! 저기 저거 도쿄 도청이 있던 자리지?”
“네, 맞습니다. 완전히 가루가 되었는데요?”
“히야~ 저거 40층 넘는 건물이었던 거 같은데······.”
도쿄 도청은 신주쿠를 상징하는 건물로, 항상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의 명소였다. 남쪽과 북쪽 타워에 각각 전망대가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요코하마와 후지산까지 볼 수 있었다. 45층의 무료 전망대까지 55초 만에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었고 23:00까지 개방하는 북쪽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신주쿠의 야경은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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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7일 18:00,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항 남단 5km 해심 (쿠로시오함(SS-596) 조타실).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시간, 도마코마이항으로부터 남단 10km 해심에는 가모가와 항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를 탑승시킨 오야시오급 쿠로시오함(SS-596)과 야에시오함(SS-598), 그리고 모치시오함(SS-600) 3척은 심도 120m에서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쿠로시오함(SS-596)에서는 1시간 전부터 긴급 전문으로 신요코다 지하 벙커와 도마코마이항 해군기지에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은 전혀 없었다. 이에 쿠로시오함(SS-596)의 함장은 고민 끝에 항구로부터 5km까지 다가가 일단 잠망경 심도까지 부상해 주변을 확인하기로 했다.
“심도 30, 잠망경 심도 위치까지 도달했습니다.”
조타장의 보고에 이치로 히데요 함장은 잠망경을 수면 위로 올리고 주변 일대를 확인했다.
해수면 위에는 포착되는 수상함은 없었다. 천천히 360도 방향으로 돌리던 이치로 히데요 함장은 도마코마이항이 있던 방향에 잠망경이 위치하자 두 눈이 커지며 탄식을 질렀다.
“헉”
“왜 그러십니까? 함장님!”
부함장이 다가와 물었다.
“부함장이 보게”
이치로 히데요 함장은 잠망경을 부함장에게 양보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얼굴은 못 볼 것을 본 건 마냥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저, 저곳은 도마코마이항이 아닙니까?”
현재 도마코마이항 곳곳은 거대한 화염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바다에 정박했던 배들은 모조리 침몰했는지 간혹, 수면 위로 마스트가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국군의 공습에 당한 듯합니다.”
잠망경에서 눈을 뗀 부함장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군, 큰일이군! 다른 항으로 이동해야겠어!”
“그럼 어디로?”
“음, 홋카이도에서 우리 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는 어디가 좋을까?”
함장의 물음에 조타장이 대답했다.
“무로란 항입니다.”
“무로란 항? 미사와 기지와 쾌나 거리가 떨어지겠군!”
“어쩔 수 있습니까? 일단 그곳으로 이동해 육상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알았네, 부함장은 잠항 설정 내리고 나는 해막장님을 뵙고 오겠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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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7일 18:10,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항 남단 5km 해심 (쿠로시오함(SS-596) 함장실).
“그게 정말인가?”
이치로 히데요 함장의 말에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이 놀라며 되물었다.
“네, 아무래도 제대로 타격을 입은 듯합니다. 도마코마이 항구는 물론 도심지까지 엄청난 화력을 퍼부었는지 아직도 엄청난 화염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제길! 그렇다면 도마코마이항에는 정박을 못 하겠군!”
“네, 그래서 무모란 항으로 잠항하려 합니다.”
“무모란 항? 아사와 기지와 얼마나 떨어졌나?”
“육상 도로를 이용 시 80km 정도입니다.”
“음, 그리 먼 거리는 아니군! 지금 부총리님 건강이 좋지 않아!”
처음 탄 잠수함 환경에 적응이 안 되었는지 아니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약해졌는지 아소 다로 부총리는 함장 침실에 누워 있었다.
“알았네, 무모란 항으로 잠항하게! 도착까지는 얼마나 걸리겠나?”
이번엔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물었다.
“네, 2시간 정도면 도착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현재 신요코다 지하 벙커와 미사와 기지에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침묵 잠항으로 이동하여 통신개방은 1시간 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시간 전부터 연락이 안 되었다고?”
“네, 해막장님!”
“혹시, 도마코마이 폭격으로 인한 전파장애가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좋아! 어쨌든 최대한 빨리 무모란 항으로 잠항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