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8화 (298/605)

철저한 응징!

2021년 2월 26일 19: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대통령 집무실).

예상치 못한 일본 자위군의 전술핵 공격에 합동참모본부의 강이식 합참의장은 제26기갑여단의 피해 현황을 파악한 후 곧바로 하이퍼루프 모선을 타고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를 방문했다.

미리 방문 통보를 받은 서현우 대통령을 비롯한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 그리고 비서실장은 미리 집무실에서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집무실 출입문이 열리고 합참의장 일행이 들어왔다. 들어서는 강이식 합참의장의 표정을 본 서현우 대통령은 왠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갑작스럽게 방문해서······.”

“무슨 그런 말을······. 국가 비상시국에 시간이 무슨 문제입니까? 자! 앉으시고 어떤 일로 급히 왔는지 말해보세요.”

“네, 대통령님!”

합참의장이 자리에 앉고 함께 온,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은 브리핑 전용 스크린 옆으로 가서 준비해온 USC를 단자에 꽂고는 스크린을 켰다.

일본과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합참의장의 방문에 서현우 대통령은 불길한 예감이 아니길 바라며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스크린 키보드를 조작하자 스크린에는 일본 자바 현의 이치하라를 중심으로 지도가 확대되어 보였다. 그리고 4곳에 붉은 원형 선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금일 일본 내각 인사와 통합막료감부 지휘관들이 주둔 중인 신요코다 지하 벙커로 진공 하던 수도기갑사단의 예하 부대인 제26기갑여단이 금일 19시경, 일본 자위군의 가미카제 특공대의 전술핵 공격을 받았습니다. 여기 붉은 선으로 표기된 4곳이 전술핵 공격으로 폭발한 장소입니다.”

“일본이 핵을 말입니까? 어떻게 일본이 전술핵을 보유할 수가 있나요? 그리고 21세기에 무슨 가미카제라니······.”

“정말 일본놈들은 죄다 정신이 나간 듯합니다.”

서현우 대통령이 놀란 눈을 치켜뜨며 말하자 나성태 비서실장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사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결심만 한다면 5개월 이내에 40kg 중량에 폭발력이 5~10kt인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10개월 이내에 50개의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도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 고작 2개월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을 무시하고 비밀리에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말입니까?”

“네, 대통령님 현재로서는 그렇게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이번엔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대답했다.

잠시 대화가 오가며 김용현 중장의 브리핑이 끊기자, 합참의장이 말했다.

“대통령님! 일단 브리핑을 모두 듣고 얘기를 나주시는 게······.”

“아! 그래요. 계속하세요.”

“네, 대통령님!”

잠시 중단되었던 김용현 중장의 브리핑은 합참의장의 말에 다시 제기되었다.

“현재 직접적 공격을 받은 제26기갑여단의 피해 현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스크린 상단 왼쪽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스크린 상단 왼쪽에는 직접적 핵포탄 공격을 받은 제26기갑여단의 예하 부대 피해 현황이 상세하게 입력되어 있었다. 이중 제35전차대대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핵폭탄 공격을 받은 제35전차대대는 70%에 해당하는 전력이 소멸한 상태였다.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제26기갑여단은 60% 이상의 전력을 상실하여 더는 신요코다 지하 벙커 기지를 진공 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갖고자 현재 자바시로 긴급 후퇴 중입니다.”

김용현 중장의 말이 끝나자 입력된 정보를 읽어가던 서현우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사자만 184명에 부상자가 240여 명 이라니···. 지금까지 일본 진공 작전 중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군요. 후우~”

“대통령님! 문제는 추가적인 전술핵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국의 영토 내에서도 이렇게 핵폭탄을 터뜨리는 종족이라, 분명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전술핵 공격을 가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말은 이곳 대통령 집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추가적인 핵폭탄 공격이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나 또한 생각됩니다. 그럼 대책 방안은 생각한 게 있습니까?”

“일본의 핵폭탄 공격이 미사일이나 포탄에 의한 공격이라면 적어도 요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은 있으나 제26기갑여단을 공격한 것처럼 민간인으로 위장해 핵 배낭을 메고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도 100% 막아낼 수 없습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말끝을 흐렸다.

“끝까지 말해보세요. 강 의장!”

“네, 대통령님! 지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일본은 끝까지 항전하다가 핵폭탄 2발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였습니다. 현재 민간인으로 위장해 전술핵 공격을 가하는 일본 자위군과 민간인의 피아식별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초토화 작전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토화 작전이요?”

“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본토에 시행하려던 작전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초토화 작전을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소?”

서현우 대통령이 곰곰이 생각하며 팔짱을 끼고 말하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목소리를 힘주어 말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가 자국의 영토에서 전술핵을 사용했다는 것과 투발 수단 역시 민간인으로 위장한 자살특공대 형식으로 공격하기에 피아식별이 어렵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일본 본토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서현우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떻소?”

“저 역시 합참의장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대통령님!”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손을 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오장수 안보실장까지 동조하는 의견을 냈다.

“저 또한 동감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비밀리에 핵폭탄을 만들고 전쟁에서 사용했다는 건, 중대한 조약 위반이며, 이러한 이유라도 우리 군의 초토화 작전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고위 인사 2명이 찬성하는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는 비서실에서의 연락이 왔다. 이에 잠시 스크린을 통해 화상 통신이 연결되었다.

-충성!-

장면이 전환된 스크린에는 신성용 합참차장의 모습이 보였고 이내 거수경례를 했다.

-무슨 일입니까? 신 차장!-

강이식 합참의장이 물었다.

-지금으로부터 3분 전 도쿄도 북단 고가야 시와 서단 니시토쿄시에 자위군의 전술핵 공격이 가해졌습니다. 현재 아군의 피해 현황을 파악 중입니다. 완료되는 대로 추가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성용 합참차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보고했다.

-신 차장! 원정사령부를 통해 현재 도쿄도에 점령 작전을 펼친 모든 부대에 1급 비상경계 태세로 전환하여 민간인 접근을 5k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리세요. 그리고 협조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해서 상황에 따라 알아서 처리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전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즉시 하달하겠습니다. 그럼, 추가 정보가 올라오는 대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스크린 화면에서 신성용 합참 차장이 사라지고 원래 이치하라의 지도로 전환되자, 서현우 대통령은 결심했는지 회의 탁자를 집고는 일어나 말했다.

“강 의장! 초토화 작전에 관한 모든 전권을 드리겠소.”

짧고 시원한 말이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추가적인 보고 없이 초토화 작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 ★ ★

2021년 2월 26일 20: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 (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돌아온 강이식 합참의장은 초토화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 각 군의 최고 지휘관은 물론 작전사령관까지 화상 통신으로 연결했다.

“대통령님께서 초토화 작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이에 지금부터 일본 영토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시행할 방안에 대해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서두로 시작한 이번 작전 회의는 이날 새벽 1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초토화 작전을 시행하기에 앞서 먼저 혼슈 내 주요 도시를 점령하고 주둔 중인 모든 한국군에게 오전 5시까지 도시 외곽으로 이동을 마치라는 긴급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혼슈 내 나고야를 비롯한 오사카와 히로시마 등, 대도시를 점령한 한국군은 긴급 기동에 들어갔다. 도쿄도와 도쿄 도심까지 진공 했던 제20기갑사단을 비롯한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 역시 합동참모본부의 긴급 명령에 모든 작전을 취소하고 도쿄도 외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금일 도쿄 도청을 점령하고 다음 날 오전에 태극기와 여단기를 게양한다는 자긍심에 심취해 있던 제2작전사령부 직할 부대인 제2중갑강습여단의 제1강습대대 대원들 역시 갑작스러운 이동 명령에 아쉬움을 남기고 신속하게 도쿄 도청 구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 ★ ★

2021년 2월 26일 23:3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각 부대로부터 보고 내용입니다. 현재 한국군이 도쿄도에 일제히 외곽으로 후퇴한다는 보고입니다. 또한, 나고야, 오사카, 20여 개 도시에서도 한국군과 특수부대 역시 외곽으로 모두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신요코다 지바 벙커에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소식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하하하, 전술핵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습니다.”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이 입이 찢어지도록 벌리며 웃었다. 하지만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한국군이 물러난다는 느낌이 드는군”

“통막장님! 핵폭탄 공격이 보통 공격입니까? 이번 공격으로 피해가 심각하니 사전에 피해를 줄이고자 물러나는 거지요. 이 기회를 틈타, 징집된 증원부대로 반격을 가해야 합니다.”

“그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가미카제 공격으로 한국군의 진공을 물리치고 도리어 후퇴까지 만든 이 전술이 흡족하기도 했지만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 ★ ★

2021년 2월 27일 05: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 (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날밤을 꼬박 새우고 일본 주요 도시 곳곳에서 후퇴하는 한국군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합동참모본부 지휘관들은 마지막으로 최종 확인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100여 개에 달하는 대대급 규모의 모든 한국 부대의 현 위치를 보고받고 상황실의 오퍼레이터들은 실시간으로 메인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 각 부대를 각가지 색깔과 아이콘으로 표기했다.

“의장님! 현 시각 기준! 공격 대상으로 지정된 모든 지역에서 한국군의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군의 이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임무를 맡은 작전처장 황대훈 준장이 보고했다. 이에 진한 커피로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며 꼬박 날을 샌 강이식 합참의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손목시계를 슬쩍 한번 쳐다봤다.

“현 시각 05시 25분, 전략미사일군작전사령부와 항공우주군작전사령부, 그리고 공군작전사령부에 앞으로 5분 후인 05시 30분에 초토화 작전을 시행하라고 전하다 록”

“네, 명령 하달합니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은 통신 채널을 개방하고 신속하게 각 군 작전사령부에 최종 명령을 하달했다.

“이거이~ 1945년 이후 76년 만에 일본 대도시에 핵폭탄보다 더 위력적인 폭탄이 떨어지는구만 기래~”

합참차장 최호일 차수는 드러내지 않은 미소를 보이며 스크린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현재 한국 본토 곳곳에는 전략미사일군 소속의 미사일 발사차량들이 사거리 5,000km에 달하는 현무-PIP 미사일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발사대기 중에 있었다. 발사차량 1대당 총 6기의 현무-PIP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었고 미사일 탄두에는 핵폭탄 1Mt급 위력에 버금가는 플라즈마 증폭탄이 장착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 상공 36,000km에서는 제우스 2호가 C-SH 지노그-II 미사일이 장착된 4연발 발사관 2개를 외부로 오픈한 채 최종 발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남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도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8기가 1기당 C-PAB(플라스마 증폭탄) 40기를 탑재하고 고고도로 비행하며 일본 혼슈 상공으로 빠르게 비행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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