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5화 (295/605)

도쿄입성2

2021년 2월 26일 15:00,

서울시 용산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의 메인 스크린에는 도쿄도 전체를 보여주는 디지털 지도가 보였고 수많은 표기가 어지럽게 표현되고 있었다. 특히 파란색으로 표현된 각가지 표기들은 현재 도쿄 도심으로 진공하고 있는 3개 사단의 예하 부대인 대대급 부대들이 빼곡히 표현되고 있었다.

또한, 청와대로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요코스카항으로 집결한 모든 미군은 현 시간부로 한일전에서 조건 없이 무조건 빠진다는 얘기였다. 이에 요코스카항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고 미군과의 마찰이 없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합동참모본부는 일본만 신경을 쓰면 될 일이었다. 이에 어느 정도 부담감이 해소된 합동참모본부는 조금의 여유를 갖고 도쿄 교전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디요. 하하하”

합참차장 최호일 차수가 메인 스크린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 오전부터 지켜보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그리고는 도쿄 도청으로 진공 하는 부대가 과도할 정도로 집중된 걸 느낀 강이식 합차의장은 작전본부장을 불렀다.

“작본장!”

“네, 의장님!”

“구 요코다 공군기지나, 현재 통합막료감부가 있는 신요코다 기지보다 도쿄 도청 진공 부대의 전력이 상당한데?”

“그것이 각 사단에서 도쿄 도청에 대한 점령 욕심이 난 듯합니다.”

“아니 왜?”

“사단마다 도쿄 도청에 사단기를 올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런가? 합참에서 하급부대 운영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좀 그렇지?”

“네, 의장님, 원정 사령관이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좋아! 그럼 언제쯤이면 도쿄 점령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적어도 하루면 도쿄 도심 전체에 대한 점령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전쟁도 이제 하루만 남은 거로군. 원정 사령관에게 필요한 전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요청하라고 해! 하루 남은 전쟁 아끼면 뭐하겠나?”

“네, 알겠습니다.”

“의장 동지! 점심도 걸렀는데 이제 밥 한 숟가락 떠도 되지 않카습네까? 이거이 허기져서리 앉아있을 수가 없습네다.”

“하하, 그럽시다. 간단히 식사나 하고 오지요.”

★ ★ ★

2021년 2월 26일 15:3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경질의 충격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시바사키 대신 일로 괴로운 건지 아니면 압박해오는 한국군의 진공 상황 때문인지 아소 다로 부총리의 심적 상태는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어쩌다가 총리 대행을 맡아서 이런 개고생을 한단 말인가.’

아소 다로 부총리는 다른 정치인처럼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그냥 고 아베 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적당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국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아베 총리가 암살을 당하면서 의전 서열상 총리의 대행을 맡게 된 아소 다로 부총리는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만약 반대로 일본이 한국을 압박하고 전쟁의 승기가 일본 쪽으로 넘어왔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부총리님! 어디 몸이 편찮으십니까?”

아소 다로의 심적 불안상태가 표정에서 보여줬는지 상황실에서 전쟁 상황을 지켜보던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이 걱정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

“아닙니다. 요새 소화가 좀 안 돼서 말이오. 그나저나 도쿄 방어는 문제없는 겁니까? 시간이 갈수록 포성 소리가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아소 다로 부총리의 질문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그것이, 현재 한국군의 공세가 너무나 강해서 현재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요? 그게 정말이오?”

“죄송합니다. 부총리님!”

“읔!”

아소 다로 부총리는 통합막료장의 대답에 배를 부여잡고는 고통을 호소했다.

총리 대행을 맡은 후로 급성 신경성 위궤양에 걸린 이유 때문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상황실에 있던 각 군 지휘관들이 몰려들어 부총리를 부축했다. 그리고 누군가 군의관을 불렀다.

“막료장 현재 방위성 대신이 없으니 막료장이 책임을 지고 무조건 방어하시오. 도쿄가 한국군에 떨어지면 그거야말로 지난 제2차 세계 대전 패전에 이어 또 한 번의 치욕적인 역사로 남을 것이오”

“부총리님! 목숨 걸고 도쿄를 방어하겠습니다. 그러니 잠시 의무실에서 쉬시지요.”

“알, 알았소. 막료장만 믿겠소이다.”

“네, 부총리님!”

급히 달려온 군의관과 간호장교의 부축을 받으며 아소 다로 부총리가 상황실에서 나가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미군이 떠난 요코다 지하 벙커 회의실에는 장보 이상급의 지휘관들이 모였다. 그리고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의 입에서 충격적인 작전 안이 흘러나왔다.

★ ★ ★

2021년 2월 26일 16:00,

일본 혼슈 도쿄도 도쿄 신주쿠구(도쿄 도청).

도쿄 도청 주변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돼가고 있었다. 도로 곳곳은 각종 포탄으로 움푹 패었고 크고 작은 돌덩어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고 주저앉은 기동전투차와 소송장갑차가 즐비했다. 또한, 수송장갑차에서 하차한 육상자위군의 보병들 역시 성한 시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팔다리가 잘려나가거나 아니면 사람의 사체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찢겨 나간 인간의 고깃덩어리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혐오 자체였다.

도쿄 도청을 방어하기 위해 제12공중기동강습여단에 이어 제1기갑사단의 전차대대까지 지원을 왔지만, 한국군의 제1강습대대의 무지막지한 방호력과 공격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기존 전술 교리의 틀을 깬 한국군 강습대대의 공격에 시간이 갈수록 증원군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한국 기갑부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강습대대만으로 도쿄 도청을 점령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공중과 지상을 맘대로 날아다니며 육상자위군을 유린한 중갑강습대대는 17시를 기준으로 도쿄 도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강습대대에 매우 놀랐다.

1시간 후 가장 먼저 도쿄 도청에 도달한 제20기갑사단 제60기갑여단의 제26전차대대(악어)는 닭 쫓던 개 지붕 쳐 바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특히 주 포탑 회전판이 고장 난 전차를 가지고 개고생하며 이곳까지 끌고 온 712호 승조원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히 전차장 오영택 상사는 멘붕이 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무룩하게 현시경만 바라봤다.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친 제2중갑강습여단의 제1강습대대 중갑보병들은 주어진 임무를 넘어 자체적으로 도쿄 도청을 점령했다는 사실에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300여 명의 중갑강습대대의 피해는 고작 2명의 부상자뿐이었다.

이에 27일 오전 도쿄 도청에 태극기와 함께 제2중갑강습여단기를 게양하는 걸로 결정이 되자 제1대대장 이윤준 중령은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 ★ ★

2021년 2월 26일 16:00,

일본 혼슈 지바현 지바시 14번 도로.

현재 일본 내각 인사와 통합막료감부 지휘관들이 주둔 중인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향해 수도기갑사단의 예하 부대인 제26기갑여단이 전속력으로 도쿄 도심을 우회하여 126번 도로를 타고 막 자바 시에 들어섰다.

도쿄만 아쿠아라인 도로를 통해 기동한다면 시간 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었으나 지하 도로로 연결된 다리 형태의 도로였기에 혹여, 적군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면 엄폐할 장소가 없어 혹여, 아군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원정사령부에서는 자바 현 쪽으로 우회하여 기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고야 교전에서도 여단 전력의 90%를 보존한 제26기갑여단은 편도 4차선 도로를 모두 차지하고 2열 종대 형식으로 빠르게 기동했다. 그리고 막 자바 시를 통과하려는 그때 여단 본부로부터 각 대대에 지시가 내려왔다.

-여단장이다. 현재 전방 15km 지점 이치하라 후방 평원에 적 기갑군 포착! 규모는 사단급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북부방면대 소속의 7기갑사단으로 보인다. 현재 기동 순서에 맞게 8대대가 도로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35대대는 오른쪽 103기보대대는 그대로 도로를 따라 타격에 들어간다. 이상-

현재 스파이더II 드론을 통해 확인된 전방의 상황은 이랬다.

126번 도로 위에는 대대급 규모의 전차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주력 전차들은 이치하라시 곳곳에서 건물들을 엄폐 삼아 주포를 고속도로를 향해 지향하고 매복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력 전차는 이치하라시 남동단 방향으로 이동하여 아파트와 건물 그리고 무너진 건물 틈을 헤집으며 우회 급속전진 중이었다. 제26기갑여단의 배후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북부방면대 소속의 제7기갑사단은 제1기갑사단과 더불어 육상자위군의 중전력을 보유한 부대로서, 71, 72, 73전차연대와 7포병연대, 7정찰대, 7통신대대, 그리고 제7항공단으로 편제되어 있었다. 경비지구는 홋카이도의 1/8의 면적이며, 신치토세 공항, 무로란, 토마코마이항, 석유비축기지 등, 평소에는 홋카이도의 주요한 교통 생활 기반의 경비를 담당하고 만일의 사태 시 러시아군의 대공세를 방어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특히 2016년까지 OH-6D 관측 헬기와 UH-1J 수송 헬기 2개 기종만 운용했던 제7항공단은 전력 강화를 위해 일본이 자체 개발한 AH-1 닌자 공격헬기를 무려 32기나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제7기갑사단의 전투력은 배로 상승했다.

한편, 혼슈로 넘어와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제7기갑사단의 지휘부에서는 126번 도로를 타고 빠르게 기동하는 한국 기갑부대를 확인하고는 기존에 수립된 방어 작전을 전개했다.

이에 제7기갑사단에서도 전투서열이 가장 높다는 10식 전차로 구성된 제7정찰대가 128번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그 위로 제7항공단 소속의 제1공격헬기대대 16기가 특유의 로터음을 발산하며 북쪽 상공으로 날아갔다.

시바노 도라마루 비행대대장은 헤드셋을 눌러썼다. 그리고 한참 들려오는 보고를 들었다. 앞서 출격한 OH-6D 관측 헬기의 편대장으로부터 한국 기갑군의 규모와 전개 형태를 보고받았다. 이에 시바노 도라마루 비행대대장은 보고를 듣자마자 비행대대 공용통신을 개방했다.

-전 편대 들어라. 전방 10㎞ 지점에 적이 산개 대형으로 접근 중이다. 현재 추측으로는 1개 여단급 병력으로 한국 신형 전차가 다수로 보인다. 정보에 따르면 적 전차는 대공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고도 3㎞ 이상에서 교전에 임하도록 한다. 최대한 적 전차를 단기간에 섬멸하고 복귀한다. 이상-

명령이 떨어지자 16기의 AH-1 닌자 공격헬기들은 편대단위로 일제히 분산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엔진 소리가 높아지며 속도를 올리는 AH-1 닌자 공격헬기들은 126번 도로의 난간을 넘어 양 갈래로 갈라지는 한국 전차를 향해 공격준비에 들어갔다.

AH-1 닌자 공격헬기 1기당 70mm 히드라 로켓 발사관 2개와 헬파이어 미사일 8기, 그리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JM-104 미사일 2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AH-1 닌자 공격헬기의 공격 사거리 안으로 백호 전차가 진입하자 일제히 양 날개에 장착된 70mm 히드라 로켓을 발사했다. 순간 불꽃이 일고 자욱한 연막이 피어올랐다. 19연장 70mm 히드라 로켓이 불길을 뿜으며 한국 전차를 덮쳤다.

126번 도로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논두렁에서 야지 기동을 펼치는 백호 전차 사이사이로 흙기둥이 솟아올랐다. 강력한 백호 전차의 SECM에 조준점이 벗어났는지 200여 발의 히드라 로켓 중 백호 전차를 피격하는 로켓은 극히 일부였다. 또한, 70mm 하드라 로켓에 피격되었다고 백호 전차가 주저앉을 일은 아니었다.

이에 시바노 도라마루 비행대대장은 2차 공격 명령을 내렸다.

-헬파이어 미사일 발사!-

1차 히드라 로켓이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면 2차 공격은 헬파이어 미사일로 한국 백호 전차의 주 포탑 상부를 정확히 노리는 일격 필사 공격이었다.

시바노 도라마루 비행대대장의 2차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AH-1 닌자 공격헬기의 무장관제관은 헬멧 바이저의 조준점에 락온 된 백호 전차를 향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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