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4화 (294/605)

도쿄입성2

2021년 2월 26일 14:00,

일본 혼슈 도쿄도 도쿄 중심가.

전날, 4개 중갑강습여단이 도쿄 상공에서 공중침투하여 도쿄 도심 전체에 전개하자 도쿄 방어를 위해 곳곳에서 진지구축을 하고 대기하던 일본 자위군은 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이때를 놓칠세라 세 방향에서 도쿄도 점령 작전을 전개하여 진공 하던 제20기갑사단(결전)과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 그리고 수도기갑사단(맹호)은 새벽 4시를 준하여 거미줄과 같은 도쿄도를 돌파하고 도쿄 23구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비슷한 크기의 도쿄 23구 안에는 30만에 달하는 양국의 병력이 충돌하며 더욱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고 새벽이 지나 현재까지 각종 포성과 섬광은 도심 곳곳에서 끊이질 않았다.

쿠앙!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득~ 타타타타탕! 타탕! 타앙!

각종 총성과 포성이 울려대는 가운데 거리는 메케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주인이 버리고 간 차들이 도로 위에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서 있었다. 이런 차들은 전차들이 지나가면서 오징어포 되듯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또한, 큰 도로가 주변의 상가 건물들은 전차포 포격으로 발생한 폭발로 인해 대부분 크게 파괴되어 건물 자체가 주저앉았고 다행히 무너지지 않은 건물들이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깨져 길거리에 유리 조각이 난무했다. 어떤 건물은 통째로 큰 화재가 발생하여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점점 주위 건물로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이에 민간인 피해자가 도쿄 도심 곳곳에서 속출하자 대형 병원과 소방대에서는 교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구급차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한국군의 전차와 장갑차의 진공을 막기 위해 육상자위군은 대전차 지뢰를 매설해놨다. 하지만, 한국군의 전차와 장갑차가 아닌 환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출동했던 구급차가 대전차 지뢰를 밟고 폭발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방금도 화재로 인해 위급한 화상 환자를 긴급 후송하던 대학병원 구급차 한 대가 이동 중에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르며 산산이 부서졌다.

한편, 이렇게 생지옥으로 변해가는 도쿄 도심을 진공 하는 일본 원정군 3개 사단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사단이 먼저 도쿄 도청건물에 태극기와 사단기를 다느냐였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각 사단 예하 부대의 대대장들은 사단의 명예와 자기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들에게 적극적인 대공세를 펼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보이지 않은 과잉 경쟁이 되면서 자위군과의 교전 시 최소한으로 민간인 피해를 줄이라는 원정 총사령관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교전 규칙을 살짝 넘나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도쿄 도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판치는 도로에는 수많은 엠플러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목숨 건 질주를 했다.

한편, 일본 원정군 총사령관이자 해병대사령관인 이훈상 중장도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받아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훈상 중장은 모르는 척,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에 참모진에서 향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훈상 중장은 그것마저도 못 들은 척했다.

공식적인 명령으로 예하 부대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지침 사항을 내리긴 하였으나, 약간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 ★ ★

2021년 2월 26일 14:00,

일본 혼슈 도쿄도 도쿄 신주쿠구(도쿄 도청).

도쿄 도청건물 뒤쪽에 조성된 센트럴 공원에 한국 제2작전사령부의 직할 부대인 제2중갑강습여단 소속의 제1강습대대 중갑보병들이 어느새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도쿄 도청을 방어하는 동북방면대 소속 제6차량화보병사단의 1개 연대와 치열한 교전에 들어갔다.

지난 한중전 당시 웨아히이에서 첫 실전에 투입돼 혁혁한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친 제1강습대대는 이번에도 이곳 도쿄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작전에 투입되었다.

전날 밤, 이곳 도쿄에 공중 침투를 한 후 곳곳에서 도쿄 방어부대를 기습 후 빠지는 형식으로 게릴라 전술을 벌여왔다. 이후 잠시 은폐 상태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한국 기갑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후방을 교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기습 타격에 들어갔다.

현재 도쿄에서 일본 내각이 대표로 내세울 만한 건물은 그동안 수차례 날아온 미사일과 전투기의 포격으로 모조리 파괴되어 뿌연 재로 바뀐 지 오래였다. 유일하게 도쿄 도청건물만이 그동안 숱한 공격에도 외벽 일부만 파손됐을 뿐 H 형태의 건물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일본 왕실의 공식 왕궁이자 거주지 및 왕비의 공식 거주지인 후키아게 오미야궁을 비롯한 총리관저와 궁내청, 그리고 일본 내각관방 건물 등 일본 내각의 대표적인 관청 건물은 모조리 폭격으로 인해 파괴돼 뿌연 재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이렇게 도쿄 내에서 일본 정부의 상징적인 건물로 남게 된 도쿄 도청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 육상자위군 역시 사활을 걸고 방어에 임했다.

펑엉! 퍼엉! 펑엉!

동북방면대 소속 제6차량화보병사단의 97식 기동전투차가 긴급 기동해 센트럴 공원을 향해 105mm 주포에서 불을 뿜으며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센트럴 공원 곳곳에서 레이저 빔을 발사하는 한국 강습대대를 덮쳤다. 장갑차에 105mm 주포를 장착한 장갑차와 전차의 중간 형태인 26톤급 97식 기동전투차 64대가 센트럴 공원을 포위한 채 포위 섬멸작전 중이었다. 그리고 후방에는 96식 수송장갑차에서 하차한 자위군 보병들이 각자 엄폐할 곳을 찾아 몸을 숨기고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제6차량보병사단 예하 부대인 제1차량보병연대였다.

쿠앙! 콰아아앙!

울창한 숲은 쏟아지는 105mm 포탄에 뿌리째 뽑히며 갈라졌고 붉은 벽돌로 깔아놓은 바닥은 움푹 패며 쪼개진 벽돌을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만약 일반 보병이었다면 이렇게 집중된 사격에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갑 슈트를 착용한 중갑강습여단 중갑보병들은 최대한 나무와 공원 구조물을 이용해 엄폐한 상태로 버텨냈다. 그리고 잠시 후 대대장인 김윤준 중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대대장이다. 1중대가 적 경전차를 잡는다. 공중기동으로 공격한다. 2중대와 3중대는 이 틈을 노려 정면 공격에 나선다. 중화기 중대는 공중기동 공격 시 30mm 스마트 유탄으로 지원하도록-

-1중대 확인, 이상!-

-2중대 확인 이상!-

-3중대 확인, 이상!-

-중화기 중대 확인, 이상!

잠시 후 만신창이가 돼가는 센트럴 공원 위로 100여 개의 은빛 인형이 순간 튀어 오르며 기동전투차를 향해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냈다.

8mm 레이저 벌컨 빔은 그대로 97기동전투차 상부 포탑을 걸레로 만들며 사격불능으로 만들었다. 어떤 기동전투차는 내부 유폭으로 포탑이 공중으로 날아가며 폭발하기도 했다. 아무리 경전차라지만 8mm 레이저 벌컨 빔에 상부 포탑 장갑이 뚫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중화기 중대가 보유한 6연장 30mm 스마트탄 300여 발이 포물선을 그으며 센트럴 공원을 포위했던 기동전투차와 후방에 있던 수송장갑차 상부에 정확히 날아와 착탄 했다.

콰앙! 콰아앙! 투캉! 콰앙!

일반 155mm 고폭탄의 위력과 맞먹는 폭발성을 가진 30mm 스마트 유탄은 레이저 벌컨 빔에 벌집이 된 기동전투차에 카운터 펀치를 선물했고 수송장갑차 역시 검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르는 고철 신세가 되었다. 이에 각가지 지형물에 엄폐하고 있던 자위군 보병들은 눈앞에서 폭발하는 아군의 장갑차를 보자 위축이 되었는지 지휘관의 공격 명령이 떨어졌는지도 사격을 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더욱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신속하고 정확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1차량보병연대가 정신을 차리 새도 없이 중갑강습여단의 2중대와 3중대 대원들은 지상 바닥을 미끄러지듯 빠른 속도로 날아와 2차 반격을 가했다. 공중과 지상에서 쏟아지는 6열 벌컨 빔은 360도로 퍼져나가며 포위망을 구축하고 섬멸 작전에 들어갔던 제1차량보병연대를 압도했다.

이에 후방에서 지휘장갑차에 탑승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연대장 나카시마 호지오 일등육좌가 통신 수화기를 다급히 들고는 제6차량보병사단 본부에 지원 요청을 했다.

이에 10여 분이 지난 후 가장 먼저 도착한 지원군은 요코다 기지에서 출격한 제12공중기동강습여단의 강습연대였다. 한 대당 2,0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으로 눈탱이를 맞고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AH-64D 롱보우 아파치 13기 중의 4기가 UH-60J 강습헬기의 호위를 맡으며 동쪽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경전차인 97식 기동전투차도 박살 내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보유한 제1강습대대를 상대로 일반 알보병 수준의 강습연대를 보낸 건 패착이었다. 다급한 나머지 1차량보병연대의 연대장 나카시마 호지오 일등육좌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내지 않고 무조건 지원군을 보내달라는 요청으로 인해 보고를 받은 통합막료감부에서는 가장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부대를 보낸 것이었다.

도쿄 도청 주변에 도착한 UH-60J 강습헬기는 10m 상공에서 호버링을 했고 강습 보병들은 헬기 레펠를 이용해 지상으로 강습했다. 이와 중에 호위 임무를 맡았던 AH-64D 롱보우 아파치 4기는 센트럴 공원 상공으로 방향을 틀어 가장 먼저 하늘에서 비행하는 중갑보병들 조준하고는 기체 전방 하부에 탑재된 30mm M230 체인 건에서 분당 650발에 달하는 속도로 불을 뿜었다.

드드드드드드륵~ 드드드드드드륵~

이에 공중에서 지상을 향해 레이저 벌컨 빔을 뿌리던 중갑보병들은 빠른 속도로 등에 달린 자체 추진체를 이용해 뿔뿔이 흩어졌다. 또한, 후방에서 비행하던 롱보우 아파치 헬기 2기는 양쪽 날개에 장착된 19연발 발사관 4개에서 70mm 히드라 로켓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거친 발사음과 함께 불꽃을 터뜨리며 하얀 항적을 긋는 히드라 로켓은 지상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이동하는 중갑보병을 덮쳤다.

롱보우 아파치 2기에서 쉬지 않고 쏟아지는 70mm 히드라 로켓은 지상 곳곳을 붉은 섬광과 함께 희뿌연 연기로 만들었다. 간혹, 폭발 위력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중갑보병들이 있었지만, 바로 일어나 아무렇지 않다는 듯 등에 달린 자체 추진제를 이용해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며 히드라 로켓의 화망을 벗어났다.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쾅앙! 콰앙!

불타는 나무의 연기로 인해 자연 연막이 형성된 센트럴 공원의 한 지점에서 하얀 연기 줄기가 치솟았고 체인 건에서 불을 뿜었던 AH-64D 롱보우 아파치 2기를 그대로 공중 폭파했다. 채프나 플레어를 뿌릴 틈도 없이 날아온 대공 미사일에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난 아파치 헬기의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에 지상을 향해 히드라 로켓을 퍼붓던 나머지 2기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헬기는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급속도로 고도를 올리며 추가 공격에 대비하면서도 방금 대공 미사일이 날아온 곳으로 여러 발의 히드라 로켓을 퍼부었다.

지상에서 폭발한 히드라 로켓의 금속 조각과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방금 아파치 헬기를 요격한 중화기 중대원를 강타했다.

팅! 티티티티팅!

금속조각 같은 크고 작은 파편들이 중갑 슈트에 부딪치고는 그대로 튕겨 나갔다. 대신 폭장력에 중화기 중대원들은 몸이 휘청거렸지만, 이내 자세를 잡고 빠른 동작으로 히드라 로켓의 화망을 벗어났다.

도쿄 도청을 사이에 두고 교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도쿄 도청 서단 방향을 지키고 있던 제1기갑사단의 제32기갑전차연대가 긴급 기동하여 추가 지원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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