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SC의 종말
2021년 2월 26일 12:00 (미국시각 25일 23: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지하 벙커).
시차를 두고 두 번의 강력한 폭발이 지하 150m 지하 벙커를 거세게 흔들었다. 지상에서 핵폭탄이 터지지 않는 이상 이 정도의 흔들림이 일어날 일이 없기에 보안책임자인 로버트 실장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에 로버트 실장은 보안 팀원 몇 명을 데리고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하 벙커 역시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통로에는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은빛 원형 철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신속하게 암호를 누르고 철문을 열자 그 틈으로 희뿌연 연기가 몰려왔다.
철문 넘어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통로는 자욱한 연기에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로버트 실장은 비상 플래시를 비추고 손을 휘저으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리고 몇 걸음을 뗐을 때 발에 뭔가가 걸렸다. 이에 몸을 수그려 바닥을 손으로 확인하자 수많은 돌덩어리 잔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대체 뭐야? 왜 통로에 이런 돌덩어리들이······.”
잠시 후 연기가 빠지고 서서히 엘리베이터가 있던 곳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로버트 실장은 자기 눈에 들어온 장면이 믿기지 않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몇 초간을 바라봤다.
“한국군이 철문을 열었단 말이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로버트 실장은 두 번의 폭발음이 생각났는지 이내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통로가 망가졌을 경우 또 다른 비상 입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거리가 멀다 보니 로버트 실장은 소형 전기차를 타고 비상 입구로 이동했다.
지하 벙커로부터 1.5km 떨어진 비상 입구에 도달했다. 이곳 역시 거대한 은빛 원형 철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즉시 암호화 번호를 눌러 철문을 열었다. 지하 150m에서 대각선으로 지상까지 연결된 기다란 통로 역시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찼고 조명도 켜지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철문을 열게 되면 자동으로 통로 조명이 켜지게 되어있었다. 이에 로버트 실장의 마음속은 불길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헉! 어떻게 이런 일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얼마 가지 않아 로버트 실장은 전기자동차에서 내려 망연자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길게 이어진 통로는 크고 작은 암석으로 막혀 있었다. 이곳마저 붕괴하여 이제 지하 벙커에서 외부로 나갈 방법은 없었다. 외부에서 구조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외부와의 통신까지 모두 끊겼다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곳에서 생매장 신세로 살 수밖에 없다.’
바닥에 주저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로버트 어떻게든 통신을 연결해 외부에 구조작업을 요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내 소형 전기차를 돌려 지하 벙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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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6일 12:00 (미국시각 25일 23: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지하 벙커).
USSC 의원들이 지하 벙커에 갇혀 있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에 방문하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합동참모본부의 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을 소집한 후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지금부터 잘 들으시오.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USSC와 암암리에 연줄이 다는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뭐 이 자리에서 아니다라고 부정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현재 보고에 의하면 USSC 안가가 한국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아 USSC 의원 전원이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지금부터 백악관과 정부는 USSC의 관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체적인 국정 운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려던 말을 다 하고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4성 지휘관들을 둘러봤다. 이들의 눈빛에는 당혹감과 함께 의심의 눈빛도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나 또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USSC의 꼭두각시로 지금까지 미국 국정을 운영해왔습니다. 현재 미한전 역시 USSC의 과도한 욕심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저 또한 가담한 사실 부인하지 않겠소이다. 하지만 지금, USSC가 와해한 지금 잘못된 부분은 제대로 잡고 미한전을 해결해야지 않겠습니까?”
이때 합참의장인 드마커스 던포드 원수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USSC 안가가 공격을 받아 의원들이 모두 죽었다는 보고는 어디에서 받으신 겁니까?”
핵심을 찔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한가지 방책을 준비했다. 바로 닉네임 스핑크스였다.
“사실 USSC 의원 중 살아있는 자가 있습니다. 바로 스핑크스 의원입니다. 스핑크스 의원은 회의 시간에 늦게 갔다가 공격받는 것을 보고는 급히 피했고 이와 같은 사실을 내게 알려왔소이다.”
“대통령님! 그렇다면 공격받았을 때 저희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까? 워싱턴 D.C 수도 방위군을 보냈을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국방부 담당 닉네임 로키 의원과 가장 친분이 있던 드마커스 던포드 원수가 끈질기게 질문을 던졌다.
“스핑크스 의원이 나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는 USSC 안가가 완전히 박살이 난 후였고 한국 특수부대 역시 알 수 없는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고 하는군요.”
“그럼, 현재 스핑크스 의원은 어디에 계시는 겁니까?”
“모르겠소. 안전한 장소로 피하지 않았겠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의심을 어느 정도 해소를 시켰다고 생각이 들자 자리에서 일어나 화제를 바꿨다.
“지금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한국과의 전쟁입니다.”
“네, 대통령님 그러잖아도 한국의 본토에 대한 공격 작전 안을 수립 중이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지휘관들은 아직도 한국과의 전쟁을 계속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볼 때 이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합니다. 한국에서도 평화협정을 요청해왔고 하니 이쯤에서 한국과 전쟁을 끝내야겠습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그런 말씀을······. 아무리 USSC 조직이 와해하였고 의원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해도 이건 미국 자존심이 달린 문제입니다. 대통령님!”
한국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해군참모총장인 존 리처드 대장이 탁자를 짚고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럼 한국을 이길 방도는 찾았습니까?”
“그, 그건 현재 작전 안을 새롭게 수립 중입니다.”
“작전이고 뭐고 수립하면 한국을 이길 수 있냐의 말입니다.”
추궁하듯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4성 지휘관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4시간 전, 전날 한국의 서현우 대통령과 화상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USSC 의장인 빅토리아에게 한국을 이길 방안이 있다는 거짓말로 비상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빅토리아는 모든 의원에게 USSC 별장에서 22시에 긴급회의를 하겠다는 통보를 하였다. 당연히 스핑크스 의원도 통보를 받고 긴급회의에 참석하려 했으나, 중간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회의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USSC 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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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6일 12:20 (미국시각 25일 23:2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팀장님! 이 중령님이 별장에 폭탄 설치 다 되었다고 이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별장 곳곳을 살피던 이자성 팀장의 귀에 장착된 무선통신기에 박기웅 대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B팀은?-
-네, B팀도 철수 완료하여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알았어! 팀원들과 함께 나가도록 해, 나도 5분 이내로 나갈게-
-네, 알겠습니다.-
USSC의 증거품이 될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배낭에 담은 이자성 팀장은 5층까지 샅샅이 살핀 후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 이에 현관 밖에서 기다리던 707특임여단 지역대장인 이원형 중령이 말을 건넸다.
“이 팀장님! 별장 내부에는 팀원들 없죠?”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뭐 좀 가져올 게 있어서······. 네, 팀원들 모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럼 다들 200m 밖으로 피신하세요. 곧 폭파합니다.”
폭파 주특기 특전사들은 별장 곳곳에 박기웅 대리에게 건네고 남은 CH-02탄(플라즈마 소폭탄)을 설치해 놨다.
-알파 제로다. 원, 투, 쓰리, 포 앞으로 5분 후 일제히 폭파한다.-
-알파 원, 확인 이상-
-알파 투, 확인 이상-
-알파 쓰리, 확인 이상-
-알파 포, 확인 이상-
폭파가 주특기인 특전사들이 저마다 무선 통신으로 보고했다.
잠시 후 별장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이자성 팀장 일행과 특전사가 보는 가운데 별장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50m까지 솟치는 화염과 수많은 파편 들이 어두운 하늘로 환하게 비추며 비상했다.
USSC의 흔적을 완벽히 제거한 국가정보원 요원과 707특임여단의 특전사 임무가 마무리되자 어느샌가 어두운 상공에는 각종 조명 불빛을 반짝이며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가 수직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아! 이거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우거진 숲속의 작은 공터에 차례대로 착륙하는 삼족오 우주전투기를 보며 박기웅 대리가 밀려오는 바람을 막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집에 가서 엄마 밥이나 실컷 먹어야겠습니다.”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엄마 밥이냐?”
“에이! 엄마 밥에 무슨 나이가 있습니까? 환갑이 돼도 엄마 밥이 그리운 건 똑같을걸요?”
“그러냐? 난 엄마가 안 계셔서······.”
“애고······. 하하 죄송합니다. 박 대리님!”
“자! 탑승! 집으로 가자!”
착륙한 삼족오 우주 전투기에서 탑승문이 열리자 국가정보원 요원과 특전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탑승이 완료되자 순식간에 상공으로 치솟은 삼족오 우주 전투기 4기는 그대로 대기권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12일 만에 고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삼족오 우주 전투기에 탑승한 8명의 국가정보원 요원과 16명의 특전사에게 임무 완수를 위해 개고생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내부 무장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푸른 지구의 아름다운 야경은 그야말로 그들에게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한편 거대한 화염에 이글거리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USSC 별장에 특수기동차량 수십 대가 들이닥쳤다. 보안책임자인 로버트 실장이 말한 그 외인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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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6일 12:00 (미국시각 25일 23:2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USSC 별장 지하 벙커).
“엘리베이터 통로는 물론 비상 통로까지 죄다 붕괴하여 현재 고립된 상태입니다.”
로버트 실장의 말에 지하 벙커에 있던 USSC 의원을 비롯한 100여 명은 그야말로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니까 보안 실장 말로는 우리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의장님!”
“아니 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이 다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의장님”
“지금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오? 지금 당장 외부와 연락해서 구조 요청을 하세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하란 말이오.”
빅토리아는 현재 상황을 믿고 싶지 않은지 머리를 감사며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항상 침착함과 여유를 보였던 빅토리아가 아니었다.
“그것이 유선 통신은 힘들 거 같고 현재 무선 통신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무조건 1시간 이내에 통신라인을 복구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을 시키세요.”
“네, 노력하겠습니다.”
“노력이 아니라 연결을 하란 말입니다.”
“네······.”
하지만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까지 외부와의 무선 통신은 연결되지 않았다. 폭삭 주저앉은 2개의 통로로 인해 외부와 공기마저 단절된 지하 150m 깊이의 벙커에서 무선 통신의 전파는 바깥세상으로 발산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하 벙커에 닫힌 사람들은 서서히 정신적 대공황 상태에 빠지며 탈진 환자가 속출했다. 일반 보안 직원과 경호원들은 구조가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담담하게 현 상황을 인지했지만, 세계 자본의 십 분의 일을 축적하여 귀족 같은 삶을 살았던 USSC 의원들은 가진 게 많으면 잃은 게 많다고 다른 이보다 정신적 충격은 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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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6일 12:30 (미국시각 25일 23:30),
미국 워싱턴 D.C 외곽 페어 하펜.
워싱턴 D.C로부터 동쪽으로 50km 떨어진 페어 하펜의 해안가 어느 창고에 닉네임 스핑크스 불리던 사내가 온몸에 수십 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또한, 그를 경호하던 경호원 십여 명 역시 온몸에 피가 흥건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빅토리아로부터 긴급회의 소집 명령을 받고 USSC 별장으로 이동하던 스핑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회의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알려준 이곳 페어 하펜에 도착하자마자 정체 모를 무장세력에게 공격을 받고 이렇게 차가운 시체 신세가 되고 말았다.
파리가 들끓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창고 안에서 그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스핑크스의 미국 이름은 토니 안이었지만 실제 본명은 이지용으로 그의 친할아버지인 이완수가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안 씨로 성을 바꿨다.
이지용의 친할아버지 이완수는 구한말 을사5적 신의 한 사람이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최악의 매국노로 불리던 이완용의 사촌 동생이었다. 고종을 협박하여 을사늑약 체결과 서명을 주도했고 의정부를 내각으로 고친 후 내각총리대신이 된 이완용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20여 년 이완용의 가신으로 활동하며 온갖 부를 축적한 이완수는 광복 전인 1940년 그동안 모은 전 재산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 정착한 이완수는 안 씨로 성을 바꾼 후 우연히 빅토리아의 아버지인 벤디 아라론을 만나 투자를 하면서 USSC의 일원이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또한, 광복 전 미국으로 건너가 신분 세탁을 하여 대한민국의 반민족척결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이렇듯 이완수의 손자인 이지용이자 토니 안은 USSC 의원을 승계받았고 미국 정치계에 뛰어들어 미 상원의원까지 하며 세상 부러울 게 없이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였다. 그의 인생 말로는 참으로 비참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