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1화 (291/605)

USSC의 종말

2021년 2월 26일 10:30 (미국시각 25일 21:3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국가정보원 안전가옥).

10여 일 동안 이곳에 도착해 대기만 하던 707특임여단 특전사 16명은 개인장비를 착용하고 출동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USSC 별장에 대한 공격 명령이 특전사령부로부터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별장 내부의 도면을 가지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숙지하고 준비했던 지역대장 이형원 중령을 비롯한 특전사 15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준비는 다 되셨나요?”

이자성 팀장 역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특전사 방으로 들어와 물었다.

“아, 이 팀장님! 네, 다 돼갑니다.”

“이 중령님! 지금 USSC 건물을 감시하는 팀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요. 현재 13명 의원 중 12명이 도착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는 연락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한 명 남았군요.”

“네,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1팀, 2팀 모두 준비되었나?”

“네, 완료되었습니다.”

USSC 건물과 12km 떨어진 국가정보원 안전가옥에서는 이자성 팀장을 비롯한 팀원 1명과 특전사 16명이 준비된 밴에 나눠타고는 이동했다.

★ ★ ★

2021년 2월 26일 10:40 (미국시각 25일 21:4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사방이 숲으로 우거진 낯선 외곽의 허름한 USSC 별장에는 평소 때보다 경호 인력이 배로 늘어난 상태였다. 저번 침투 당시 폭발로 인해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경호 인력이 배치되었고 더군다나 USSC 의원을 경호하는 인력까지 추가된 상황이었다.

저번에 우스갯소리로 박기웅 대리가 마음이 춥다 하여 그랬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신보라 대리와 함께 이곳에서 감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신보라 대리와 있으면 서먹해진 박기웅 대리는 나름 내색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박 대리님! 10분 안으로 이 팀장님과 특전사 대원들이 도착한다고 하네요.”

VR-M 장비를 통해 USSC 건물을 감시하던 박기웅 대리에게 뒤에서 노트북을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신보라 대리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 명이 안 와서 작전 취소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음, 그러게요. 한 놈이 안 오네요. 정보에 의하면 소집시간이 22시로 알고 있는데······.”

박기웅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혹, 작전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었다. 어색한 신보라 대리와 함께 있는 것도 그렇고 매일 이곳 숲속에서 모기와 벌레들과 싸우는 것도 지겹고 빨리 USSC 건물을 털어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뿐이었다.

잠시 후 후방에서 수상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바로 이자성 팀장과 707특임여단 소속의 특전사였다.

“수고가 많아! 표적 대상 모두 모였나?”

이자성 팀장은 감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VR-M 장비로 USSC 별장 내부를 한번 확인하고는 물었다.

“아니요. 아직 안 왔습니다. 팀장님!”

“뭐야? 짐 시간이 50분인데? 이거 어쩌지?”

계획과 다르게 USSC 의원 한 명이 도착하지 않자 이자성 팀장은 이원형 중령에게 물었다.

“이 중령님! 사령부에 연락해봐야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1명이 빠진 상태에서 공격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받는 게 좋을 듯합니다.”

“네, 그래야겠습니다. 잠시 만 기다려주세요.”

이원형 중령은 팀원 중 통신 담당에게 다가가 지시를 내렸고 이네 통신담당 특전사는 광역 무전기를 통해 본국 사령부에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통신을 마친 이원형 중령이 이자성 팀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기존대로 진행하랍니다.”

“네, 그럼 22시에 정확히 시작하시죠.”

남궁원 팀장과 이원형 중령의 대화가 끝나자 특전사들은 각자 위치로 조용히 움직였다. 건물 외곽 곳곳에 설치된 행동인식 센서가 장착된 기둥을 피하면서 조금씩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 ★ ★

2021년 2월 26일 11:00 (미국시각 25일 22: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오늘도 변함없이 검은 복장에 검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타원형 형태의 큰 탁자에 둘러앉아 비상소집 건에 관한 회의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금일 회의를 소집하고자 했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닉네임 스핑크스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대체! 이러한 시국에 비상소집을 한 대통령과 스핑크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USSC 의원 중 가장 고지식하고 고집이 센 닉네임 콜롬버스가 탁자를 치며 흥분했다.

“지금 전쟁 중이니 안전상 조금 늦을 수 있을 겁니다. 잠시 만 더 기다려 보죠.”

USSC 의장인 닉네임 빅토리아가 흥분한 콜롬버스를 진정시키며 어수선해진 회의 분위기를 잡았다.

그리고 몇 분 후······. 트럼프 대통령과 닉네임 스핑크스를 기다리던 회의실은 일순간 울려대는 폭발 소리에 긴장했다.

콰앙! 콰앙아아~ 쾅!

이틀 전, 한국군의 미 본토 공격 이후 추가적인 공격이 없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폭발 소리에 회의에 참석한 USSC 의원들은 일제히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가면에 가렸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순간, 당혹함이 물씬 묻어 있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의원 중 누군가 소리쳤다. 이때 USSC 보안을 책임진 한 사내가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쳤다.

“기습입니다. 다들 지하 벙커로 피하십시오.”

“아니, 대체 누가 이곳을 기습한단 말입니까?

다들 당황하며 두려움에 떠는 USSC 의원과 다르게 닉네임 빅토리아는 여성이었지만 강단 있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자 질문했다.

“의장님! 지금 그것을 논할 때가 아니라 어서 피해야 합니다. 현재 외곽 경호대가 밀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건물 내부로 들이닥칠 겁니다.”

한편 별장 밖에서는 22시를 준하여 국가정보원 4명과 707특임여단 특전사 16명이 TCS(투명은폐시스템)모드를 활성화한 후 신속하고 은밀히 USSC 별장 앞까지 진입했고 이어 TCS 모드를 오프 한 후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건물 외곽 경호를 맡았던 경호원 200여 명은 갑자기 나타나 공격하는 신출귀몰한 세력에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내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TCS 모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신출귀몰하듯 곳곳에서 사라졌다 보였다 하며 레이저 빔을 난사하는 국가정보원 요원과 특전사로 이해 10배에 달하는 경호원들을 쉽게 제압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파팟팟팟~

5층 옥상 다락 창문에서 중화기 기관총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별장 쪽으로 다가오는 특전사원들을 노렸다. 예광탄 때문인지 12.7mm 중화기 기관총은 빛줄기를 뿌리는듯한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며 철판에 콩 볶듯 중화기 탄이 땅바닥을 훑었다. 이에 특전사들은 모습을 감추며 곳곳에 설치된 여러 지형물 이용해 엄폐했다.

-박 대리! 우리는 별장 안으로 진입한다. 현관문 박살 내버려!-

이자성 팀장은 쏟아지는 중화기 기관총탄을 피해 현관 앞 분수대 조각상에 몸을 숨기고 무선 통신으로 박기웅 대리를 불렀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30mm 스마트탄 한발이 USSC 별장 현관문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30mm 유탄 치고 파괴력이 상당했는지 문을 비롯해 외벽까지 몽땅 날려버렸다.

-A팀은 즉시 별장 내부로 진입한다.-

-지역대장이다. 1팀은 현재 위치에서 빌어먹을 옥상 중화기 제압하고 2팀은 국정원 A팀과 함께 별장 안으로 진입하여 내부 적들을 섬멸한다.-

타타탕! 타타타타탕!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연발 모드로 갈기는 수많은 총탄이 내부 진입을 막고자 쏟아져 날아왔다. 하지만 최신 장비를 착용한 특전사 앞에서는 어림없었다. 부서진 현관문 안쪽에서 자동화기가 빗발치는 가운데 특전사 두 명이 좌우로 벽에 기대어 전방 파우치에서 섬광탄을 꺼내 안으로 집어 던졌다.

푸웅~ 콰아앙!

바닥을 굴러 안으로 들어간 발광탄은 작은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르며 폭발했다. 엄청난 빛이 순간 1층 로비 전체를 밝게 비추고는 사라졌다. 이에 적외선 비전 모드 기능이 탑재된 선글라스를 쓴 USSC 경호원들은 저마다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쮸웅쮸웅쮸웅쮸웅~ 쮸웅쮸웅쮸웅쮸웅~

기회를 놓칠세라 이자성 팀장을 비롯한 특전사들이 내부로 진입하며 정확히 사격을 가해 바닥에 나뒹굴거나 몸부림치는 경호원들을 사살했다.

-1층 로비 제압 완료!-

-A팀은 지하로 내려간다.-

-1팀은 2층으로 올라가 적들을 제압한다. 2팀장 그쪽 상황은 어떤가?-

-2팀 팀장 오경진입니다. 현재 옥상 중화기만 처리하면 됩니다.-

-좋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내부 지원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이자성 팀장과 이원형 중령은 적절한 지시를 내리며 USSC 의원들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지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저번에 투입했을 당시 박기웅 대리가 설치한 영상도청장치로 USSC 의원들이 지하 대피소로 피신한다는 것을 알게 된 A팀 요원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지하 복도에서 매복하고 있던 경호원이 M4A1으로 난사를 했다. 벽과 천장에 총알이 박히며 파편이 튀었다.

팟팟! 팟팟!

‘이 새끼가~’

박기웅 대리가 짧게 일갈하고는 계단 난간을 뛰어넘어 떨어지면서 CS1 레이저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연발로 날아간 빛줄기는 그대로 M4A1을 난사하던 경호원의 몸뚱이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으엌~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온몸에 바람구멍이 뚫린 사내는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고 바닥에 무사히 착지한 박기웅은 벽에 기대어 살짝 고개만 내밀어 길게 이어진 복도를 실드 글라스를 통해 확인했다. 복도를 따라 여러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 문마다 안쪽에서 개인화기를 든 인형들이 확인됐다. 이에 박기웅 대리는 무음성 통신을 통해 A팀 요원에게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했다.

“잘했어! 박 대리!”

박기웅 대리 뒤쪽으로 다가와 박기웅 대리의 어깨를 한번 두드린 이자성 팀장은 팀원 중에 유일하게 고출력 모드가 적용된 CS2 레이저 라이플을 가지고 있는 오진석 주임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 주임! 자네거 CS2 라이플 줘봐!”

“네, 여기 있습니다.”

CS2 레이저 라이플을 건네받은 이자성 팀장은 그대로 레이저 출력을 고출력 모드로 전환한 후 어깨에 단단히 견착하고는 실드 글라스의 인버터 모드로 벽 넘어 몸을 숨기고 있는 경호원들을 일직선으로 조준했다.

쭈아앙~

저출력 발사음보다 두세 배는 큰 발사음을 낸 CS4 레이저 라이플 총구에서 고열의 레이저 빔이 발사되었고 일직선으로 날아간 빛줄기는 차례대로 벽 넘어 숨어있는 4명의 가슴팍과 어깨를 관통하고 급기야 건물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단, 1발로 4명을 해치웠다.

“좋아! 이동하자!”

박기웅 대리를 선두로 조심스럽게 사주경계를 취하며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복도 끝에 도달한 후 기역 자로 꺾인 통로에 출입문 하나가 있었다. 실드 글라스로 출입문 너머를 확인했지만, 생명체로 보이는 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박기웅 대리가 힘껏 발로 차서 출입문을 박살 내고 안으로 진입했다. 넓은 공간에 커다란 원형 철문이 보였다.

“워~ 이건 뭘까요? 원형형태의 은빛 철문은 보기에도 매우 단단해 보였다. 꼭 대형 은행 금고처럼 생긴 철문 앞에서 요원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이놈들이 이곳으로 도망갔나?”

원형 철문을 발로 툭툭 찬 박기웅 대리는 인버터 모드로 철문 안쪽을 확인했다. 하자 철문 두께가 생각 이상으로 두꺼웠는지 인버터 모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와우! 팀장님! 이 철문 두께가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인버터 모드로는 정확히 확인이 안 되는데요?”

“내 것도 그래! 그거 있잖아. VR-M 장비 그걸로 확인해봐!”

“아! 네, 오 주임 꺼내봐!”

“네,"

오진석 주임은 전투 배낭처럼 작은 배낭에서 VR-M 장비를 꺼내 들어 박기웅 대리에게 건넸다.

커다란 VR-M 장비를 착용한 박기웅 대리가 철문을 바라보며 안쪽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VR-M 장비를 통해 철문 넘어 보이는 장면은 기다랗게 이어진 복도와 그쪽에 엘리베이터 문이 있었다. 그리고 출력을 더욱 올려서 확인하자 그 엘리베이터는 지하 수십 미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이상은 VR-M도 한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팀장님 여기가 지하 대피소와 연결된 통로인 듯합니다. 전방 한 50m 지점에 지하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음, 그렇군! 일단 상부에 보고한 후 기다려보자!”

“네, 그나저나 이 철문 부시려면 그 뭐냐. 백호 전차 뭔가 하는 광자포가 필요하겠는데요?”

오진석 주임이 원형 철문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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