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7화 (287/605)

도쿄 입성!

2021년 2월 24일 23:0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미일 회의실).

도쿄도의 위성도시 곳곳에서 포격음과 폭발음이 작게나마 지하 벙커까지 들려왔다.

그만큼 현재 도쿄도를 중심으로 7시 방향부터 1시 방향까지 한국 육군의 대대적인 진공 작전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3천만 명에 달하는 도쿄도 시민과 위성도시 시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만 했다.

간혹, 피탄 된 폭탄이 가정집과 빌딩을 덮치며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고 그럴 때마다 민간인 시민들의 피해는 늘어났다. 연연하다.

“저 소리 들립니까? 한국놈들이 도쿄 목전까지 들어왔는데, 미국의 추가 지원은 없는 겁니까?”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주일 미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대장과 회의실에서 목에 핏줄을 드러내며 말했다.

“시바사키 대신!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미 본토 역시 한국군의 공격으로 대공황 상태입니다. 서부권 일대가 초토화가 되었고 상당수 대도시가 EMP탄에 도시 기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항상 차분한 목소리로 대하던 브루스 라이트 대장은 오늘만큼은 흥분된 어조로 대답했다. 그만큼 미 본토 상황이 최악이라는 반증이었다.

“가용한 모든 폭격기라도 동원하여 한반도에 집중 공격을 해주시오.”

“허허! 지금 그런 가용한 전력이 남아도는 줄 아십니까? 미 본토의 미 공군기지 50%가 사라졌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입니다.”

브루스 라이트 대장은 답답한 소리만 해대는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의 얼굴을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좋소이다. 그럼 현재 도쿄도에서 주둔한 모든 미 해병 부대를 도쿄로 집중해 도쿄만이라도 막아냅시다. 어떻소? 우리 자위군도 도쿄로 이동해 집결하라고 명령을 내리겠소이다.”

“방위성 대신! 미 합참에서 방금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도쿄도 방어에서 빠지라는······.”

미 본토가 공격을 받은 후 미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모든 전력을 한쪽에 집중하고자 현재 일본에 상륙하여 도쿄도 방어에 투입된 MEAB(해병원정기동여단)을 비롯해 모든 미군 병력을 즉시 요코스카항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본 도쿄도 방어를 위해 괜한 전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판단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일본을 버렸다고 봐야 했다.

“뭐요? 지금에 와서 빠진다니? 동맹인 우리 일본을 버린다는 겁니까? 우리 일본이 미국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급했는데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이오?”

“우리 미국은 일본을 위해 할 만큼 했습니다. 또한, 합참의 명령이니 군인으로서 명령을 들어야겠지요.”

“미 합참의 누가 이런 개 같은 결정을 했단 말이오? 미 정부도 승인한 내용이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스바사키 대신이 브루스 라이트 대장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방위성 대신! 말이 심하십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승인한 명령입니다.”

“핫! 당신들, 정말! 예전에도 우리 일본에 원자탄을 선물하더니, 21세기 들어와서도 동맹국인 우리 일본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군”

“시바사키 대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 본토 역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명령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됐소이다. 후후, 미 합참과 정부가 우리 일본을 핫바지로 봤구먼, 두고 봅시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오”

시바사키 대신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혼자 남게 된 브루스 라이트 대장은 잠시 손가락으로 회의 탁자를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토니 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주일 미군 사령관 라이트 대장입니다.-

-그래요. 시바사키 대신과 얘기는 끝났습니까?-

-네, 방금 끝났습니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매우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또한, 가만있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했습니다.-

-음, 예상했던 대로군요. 잘 알았습니다.-

-확인해줘서 고맙소이다. 그럼 수고하시오-

-네, 그럼 이만-

★ ★ ★

2021년 2월 25일 09:00,

일본 혼슈 도쿄도 하치오지시 아사카와 강변 (제20기갑사단 제60기갑여단 본부).

도쿄도 진공 임무에 참여한 대한민국 육군 제20기갑사단(결전)과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도쿄도 진공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도쿄도를 돌파한 후 도쿄 중심부까지 진공 하여 이 전쟁을 끝내고자 했다.

그리고 금일 오전부터는 나고야에서 고속으로 기동한 수도기갑사단(맹호)까지 7시 방향에서 도쿄도에 진공 함으로써 한국군의 전력은 더욱 올라갔다.

“뭐야? 짐 그걸 말이라고 해? 안되.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자대로 복귀해!”

“아! 정비관님! 충분히 교전할 수 있습니다.”

“충분하긴 뭐가 충분해? 회전판 기어박스가 아작이 났는데, 주 포탑이 회전도 못 하는데 무슨 개뿔 뜯어먹는 소리야?”

여단 정비대대 주임원사는 오영택 상사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콧방귀를 끼며 질타했다.

“아! 주임원사님! 하루 이틀 알고 지낸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십니까? 괜찮습니다. 이대로 출고 승인 내려주십쇼”

“야! 너만 생각하지 말고 너 따르는 애들도 생각해 마! 그 상태로 다시 교전 들어갔다가 내부 피격이라도 당해서 너나 애들 죽거나 다치면? 누가 책임져? 내가 책임져? 아니면 죽은 네가 책임져?”

“아!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그리고 사단 탑건 전차가 왜 피격을 당합니까. 믿고 출고 승인 내려주십쇼. 부탁합니다. 주임원사님!”

오영택 상사는 주임원사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애원했다.

“야! 놔! 이건 부탁이고 뭐고 문제가 아니다. 원칙과 절차에 따라 난 결정해야 해 바쁜데 방해 말고 임시 막사에 가서 쉬기나 해!”

“아! 너무하십니다. 그렇다면 여단장님을 뵙는 방법밖에는······.”

“너 미쳤냐? 이 자식이 정말로 돌았구먼, 괜히 경위서나 쓰지 말고 쉴 수 있을 때 쉬어라~ 이 미친놈아! 어휴!”

정비 차트를 확인한 주임원사가 나가버리자 정비본부 막사에 홀로 남은 오영택 상사는 머리를 쥐어짜며 임시 막사로 돌아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오 상사님!”

막사 안에서 개인정비를 하고 있던 김영주 중사가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

“제길, 어림없다야. 아무래도 이곳에서 3일 정도 있다가 나가야겠다.”

“야호!”

옆에 있던 염훈기 병장이 양손을 번쩍 들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오영택 상사는 눈을 야리며 말했다.

“염 병장아! 좋냐?”

“아! 당연하지 말입니다. 아주 좋지 말입니다. 하하하!”

“콰악”

“오 상사님! 무리하지 마시고 그냥 이곳에 있다가 자대 복귀하시죠?”

김영주 중사는 곁눈질로 그만하라고 염훈기 병장에게 사인을 보내며 오영택 상사를 달랬다.

“아냐! 여단장님을 뵙고 와야겠다.”

“네? 정말입니까? 이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끄럽고 갔다 온다잉~”

임시 막사 문을 열고 나가는 오영택 상사의 뒷모습을 보며 염훈기 병장이 한탄했다.

“아! 이런 기회에 좀 쉬지! 전차장님 때문에 죽겠습니다.”

“나도 죽겠다. 죽겠어. 아휴! 이번 전쟁 끝나면 나도 전차장으로 승급해서 오 상사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가야겠다.”

“하하하, 오 상사님이 안 보낼 거 같은데요?”

“야! 오 상사님도 상사로 진급해서 이번 전쟁 끝나면 전차장도 못해! 어디 중대 행보관이나 하지 않을까? 하하”

“윽! 오 상사님이 행보관 되면 어쩔!”

“어쩌긴 그 중대는 끝났다고 봐야지 하하하”

★ ★ ★

2021년 2월 25일 09:3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한국군이 질풍노도로 도쿄도까지 진공 하자 이곳 요코스카항에는 해외로 나가려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이런 와중에 국적 미상의 선박을 타고 요코스카 항구에 들어와 막 출입국 심사를 통과한 한 사내가 수북한 턱수염을 만지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미국 대사관 번호판을 단 검정색 승용차가 도착하자 턱수염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검은색 승용차에 탔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본 대사관에 근무하는 행정관 루이라고 합니다.”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루이라는 대사관 행정관은 뒷좌석에 탄 턱수염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턱수염 사내는 대답 대신 출발하라는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에 뻘쭘해진 행정관은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

항구를 벗어나 도쿄 중심부로 향하는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사 루이 행정관은 범상치 않은 인상의 소요자인 턱수염 사내를 룸미러를 통해 힐금힐금 쳐다봤다. 말단 대사관 직원으로서 상급자가 지시에 데리러 나왔지만, 사내의 인상착의를 보고는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에 탄 뒤로 도쿄 시내까지 다다르는 동안 한마디도 않는 턱수염 사내는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장치를 꺼내고는 뭔가를 확인하는듯했다.

-코드 네임 FH225 도착-

-코드 네임 AX001 표적 정보 업로드 완료-

-코드 네임 FH225 접수 완료-

턱수염 사내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장치의 화면에 분명히 코드 네임이 FH225라고 쓰여있었다. 그 코드 네임은 남궁원의 친구인 강정호를 죽였던 러시아계 미국인인 세르게이 하리토노프라는 스콜피온 요원이었다.

★ ★ ★

2021년 2월 25일 09:30,

일본 혼슈 도쿄도 하치오지시 아사카와 강변 (제20기갑사단 제60기갑여단 임시 막사).

룰루루루룰~

기분이 좋았는지 오영택 상사가 콧노래를 부르며 막사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애들아! 군장싸라~”

“네? 왜말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김영주 중사가 물었다.

“왜긴 자식들아!~ 자대 복귀다. 하하하”

“네? 설마, 여단장님이 승인했습니까? 저 고물 전차를 타고 다시 전쟁을 수행하라고 말입니까?”

“응!”

“으엑!”

김영주 중사와 염훈기 병장은 서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런 모습이 재미났는지 오영택 상사는 약 올리듯 말했다.

“여단장님께서 군인은 죽더라도 전장에서 죽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허락을 했다. 그러니 우리 대한민국 최정예 기갑 군인으로서 전장에서 목숨을 걸자! 하하하”

오영택 상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대며 포효했다. 이에 김영주 중사와 염훈기 병장은 다 죽은 사람처럼 표정을 지으며 개인 캐비닛에서 군장을 꺼내 들었다.

“자식들! 죽을상은······. 그게 아니고, 어젯밤 도쿄도 진공 임무를 맡았던 61기갑여단에서 사단에 보고하기를 미 해병대가 일제히 도쿄도에서 후퇴해 새벽에는 육상자위군 하고 만 교전을 치렀다는 거야. 그래서 사단 무인정찰기에도 미군 부대들이 요코스카항으로 기동하는 걸 확인했단다.”

“정말입니까? 그럼 도쿄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를?”

“뭐 작전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시가지 방어 전투에서 일제히 병력을 빼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철수하는 것으로 판단한단다. 고로 우리를 위협했던 그 지랄 맞을 워독인지 개독인지 전차는 없다는 거지. 하하하”

“아! 그렇다고 주 포탑이 회전도 안 되는 전차로 교전에 들어갈 순 없잖습니까?”

“야! 염 병장을 믿어라!”

“네? 저를 말입니까?”

오영택 상사는 염훈기 병장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회전판 안 움직이면 어떠냐? 염 병장이 돌려서 조준시켜주면 되지?”

“네? 짐 그걸 말이라고 하······.”

“됐고! 얼렁 군장 싸! 정비대대 주임원사님한테 승인절차까지 받고 왔으니까”

“아나! 미치겠다. 염아! 우린 대체 전생에 무슨 잘못을 해서 저런 악독 같은 선임을 만났다니?”

“저 사단본부에 소원 수리 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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