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6화 (286/605)

도쿄 입성!

흑룡 미사일의 파괴력을 버텨낸 워독 전차 2대는 레일건에서 금속탄을 날림과 동시에 어디선가 날아온 광자포 입자에 그만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뒤따라오던 7중대 1소대 소속의 711호 전차와 712호 전차에서 위기에 빠진 712호 전차를 구원했다.

한편 폭발과 동시에 발사된 16MJ급 레일건 X-16 금속탄은 허공을 찢으며 712호 전차의 주 포탑 정면을 살짝 스치며 날아갔다. 만약 이번 금속탄까지 맞았더라면 안 그래도 만신창이가 된 712호 전차는 모든 외부 광학 장비가 망가져 더 이상의 임무 수행을 못 하는 상황이 될뻔했다.

“야! 이거 십년감수 했다! 휴우~”

오영택 상사는 포수 조준경을 통해 포탑 전체가 분해되듯 쪼개져 틈 사이로 검붉은 연기를 내뿜으며 활활 불타오르는 워독 전차를 보면서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상사님! 우리 어쩝니까? 우리 애마 완전히 맛탱이가 간 듯합니다.”

포수 김영주 중사는 수동으로 주 포탑 회전 레버를 돌려보며 기계 오작동이 심각함을 느끼고는 전차장인 오영택 상사에게 물었다.

“야! 우리 애마가 이 정도는 끄떡없다. 대대 정비만 받으면 문제없을 거야.”

“휴! 오 상사님! 이 소리 안 들립니까? 삐걱삐걱하는 소리 말입니다. 회전판 기어박스 나간 거 같습니다. 제길!”

이때 7중대 1소대 소대장이자 711호 전차장인 박호준 중위가 통신망을 통해 물었다.

“여기는 붉은소 하나! 붉은소 둘 712호 전차 상태는 어떤가? 이상”

“여기는 붉은소 둘! 오른쪽 캐터필러와 주 포탑 회전판 기어에 문제 발생, 이상”

“여기는 붉은소 하나! 붉은소 둘은 기동 가능한가? 이상”

“여기는 붉은소 둘! 가능은 하나 정상적인 기동은 어렵다. 이상”

“여기는 붉은소 하나! 붉은소 둘은 대대 구난 전차 호출할 테니 여단 본부로 이동해 정비를 받기 바람, 이에 붉은소 소대는 지금부터 이곳에서 구난 전차가 올 때까지 잠시 엄호를 한 이후에 계속 임무를 수행한다. 이상”

“여기는 붉은소 둘 확인 이상!

“여기는 붉은소 셋 확인 이상!

“여기는 붉은소 넷 확인 이상!

통신을 마친 오영택 상사는 양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휴우~ 제기랄! 도쿄 도청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싶었는데······. 이거 다른 부대에 뺏기겠다. 사단 최고의 탑건 전차가 말이야.”

“전! 도쿄 시청 진입이고 뭐고, 안 다치고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한중전 때와는 다르게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특히 그 워독 전차의 레일건 탄은 휴우~”

“마! 이 정도로 쫄면 어째? 그렇게 얻어맞아도 내부 피격은 없잖아? 우리 애마를 믿어라”

1소대 전차의 호위 속에 잠시 휴식 아닌 휴식 시간을 가지며 대화를 나누던 712호 전차에 대대로부터 긴급 출동한 구난 전차가 도착했다. 이에 712호 백호 전차는 구난 전차에 견인되어 여단 임시 본부로 이동했다.

금일 12시부터 시작된 도쿄도 진공은 9시 방향에서 진공을 시작한 제20기갑사단(결전)은 하치오지시를 시작으로 사가미하라시와 히노시 그리고 다마시로 전장 범위를 넓히며 도쿄도 점령 작전에 박차를 가했고 11시 방향인 다카사키시로 진공한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은 마에바시시와 이세사키 시가지에서 미 해병대 MEAB(해병원정기동여단)와 육상자위군 동북방면대 소속인 제6차량화보병사단의 방어를 위한 게릴라 전술에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상태였다.

이렇게 두 방향에서 진공을 시작한 대한민국 육군은 격전을 치른 피로를 풀기 위해 자주 경계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고 주쿄와 나고야를 점령한 제7기동군단 소속의 수도기갑사단(맹호)은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에게 인수인계를 한 후 도쿄도 7시 방향으로 진공 하기 위해 고속기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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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6: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 집무실.

강이식 합참의장 일행과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의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하여 미 본토 공격 결과와 도쿄도 진공 상황에 대해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 예상했던 것보다 미 본토 서부권 피해가 아주 심하군요. 특히 샌디에이고 도시 반이나 물이 찼는데 시민들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작전본부장의 브리핑을 듣던 중 서현우 대통령은 샌디에이고 시민의 피해가 마음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이에 옆에서 함께 브리핑을 듣던 강이식 합참의장이 대신 대답했다.

“대통령님! 미 본토 서부권의 공군과 육군기지는 대부분 대도시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으나 해군기지인 경우는 샌디에이고 항에 주둔 중이었기에 시민들의 피해를 감수하고 공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직접적 공격이 아닌 항구로부터 대략 8km 떨어진 미 해군 함대가 항해 중인 해상에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폭발했으나 미사일의 위력이 워낙 컸던지라 합참에서도 저 정도의 쓰나미가 발생할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에서 개발이 완료되어 올림푸스 기지에서 생산된 각종 무기 중 최근에 개발된 무기들은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못했다. 이에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의 공간에서 여러 무기를 테스트 성능 실험을 진행했고 그러한 결괏값만으로 방위사업청에서는 승인 여부를 내렸다.

이번 샌디에이고 쓰나미도 이와 같은 실제 성능 테스트를 통해 정확한 폭발 위력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에서 비롯된 경우라 볼 수 있었다. 가상 성능 테스트 실험 당시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순항 모드로 날아가 해수면 10m 상공에서 폭발했을 때 폭발 파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쓰나미는 최소 4m에서 최대 6m 정도라는 결괏값이 나왔다. 이 정도면 샌디에이고항의 방파제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봤다.

마음이 무거워진 서현우 대통령의 표정을 읽은 강이식 합참의장은 한마디 더 보태어 말했다.

“대통령님! 미국은 우리 영토를 향해 무려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500기를 발사했습니다. 이 중에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아폴론 3호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정보를 확인한 결과 적어도 80여 기 이상이라는 보고입니다. 비핵국가를 상대로 이런 공격은 샌디에이고의 불가피한 피해와는 비교 대상이 안 됩니다.”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한가지 대략적인 사상자 인원은 파악이 되었습니까?”

“전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통령님?”

대통령의 질문에 브리핑을 잠시 멈추고 기다리던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되물었다.

“아니요. 샌디에이고 시민들의 사상자 수만 말씀해 주세요.”

“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샌디에이고 인구가 130만으로 추정 사상자는 대략 20만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적은 않은 수치군요. 잘 알겠습니다. 계속합시다.”

“네, 대통령님! 이번엔 현재 진행 중인 도쿄도 진공 현황에 대해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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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21:00 (미국시각 07:0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화이트홀(지하 방공호).

미 본토 전체에 한국의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공격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백악관 지하 방공호인 화이트홀에 가족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이동해 뜬눈으로 날을 샜다.

다행히 워싱턴 D.C에 떨어진 미사일은 요격에 성공하면서 안전할 수 있었지만, 워싱턴 D.C에 모든 대공 방어를 집중한 나머지 뉴욕 상공에 EMP탄이 폭발하면서 지금 뉴욕은 암흑천지가 되었다는 군 관계자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안해진 마음에 육중한 거구를 가만두지 못하고 널따란 대통령 전용 공간을 서성거렸다.

“대통령님! 합참에서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의 연락입니다.”

대통령 정무비서관이 보고하자 서성거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 앉고는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을 바라봤다.

잠시 후 스크린이 환해지며 10년은 늙어 보이는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의 모습이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짜고짜 버럭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요? 대체 뭐하다가 이제야 연락을 하는 겁니까? 그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드려 완성한 MD는 뭐에 쓰고 이렇게 미 본토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표정과 과장된 몸짓을 하며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을 다그쳤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워싱턴을 향해 미사일의 요격은 성공했으나 가까운 상공에서 요격하는 바람에 강력한 펄스 현상으로 통신이 이제야 재가동이 되었습니다.”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쩔쩔매며 대답했다.

“어쨌든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까? 우리가 발사한 ICBM은 어떻게 되었고 우리 미 본토 피해 현황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영상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

30분 후,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할 말을 잃고는 맥 풀린 자세로 소파에 의지하고 있었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한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되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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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22:00,

일본 혼슈 하치오지시 아사카와 강변 (제20기갑사단 제60기갑여단 본부).

아사카와강 오오와 다리 밑, 강변에 제60기갑여단 본부와 직할 부대가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주둔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편 공터에는 밝은 조명 불빛 아래 금일 교전으로 손상당한 백호 전차와 장갑차들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었고 여단 본부 정비반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며 수리 중이었다. 당연히 26전차대대 7중대 1소대 소속의 712호 백호 전차 역시 구난 전차에 견인되어 이곳에서 수리를 받고 있었다.

“어이! 강 중사! 빨리 좀 고쳐달라고! 군기가 빠져서리 너무 느린 거 아니야?”

손상된 712호 백호 전차의 오른쪽 캐터필러를 수리 중인 중년 군인에게 오영택 상사가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약 올리듯 말했다. 이에 얼굴에 기름칠을 한 강 중사라는 군인이 정비복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인상을 구겼다.

“야! 오 상사! 너 죽을래? 이게 일계급 특진했다고 부사관 기수를 무시하고 앵기네?”

“어라? 중사가 상사한테 지금 인상을 쓰며 협박을 해?”

“아나! 이 자식 너 이리와”

강 중사는 들고 있던 렌치를 휘두르며 오영택 상사를 내려칠 기세로 달려들었다.

“아 강 중사님! 죄송합니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한 번만 봐 주십셔잉~ 하하하”

“콱! 이 새끼가 죽으려고···.”

강 중사라 불리는 사내는 이름은 강혁수였고 오영택 상사의 부사관 선배였다. 하지만 오영택 상사가 일계급 특진을 하면서 계급 서열이 뒤바뀐 상태였다.

“강 중사님! 빨리 고쳐주십시오, 빨리 중대에 합류해서 도쿄에 제일 먼저 입성해야 합니다.”

“야! 걸레로 만들어놓고 뭘 빨리 고쳐달래?”

“아나! 여단 최고의 정비부사관인 강 중사님은 이런 거 껌이지 않습니까?”

“야! 웃기지 말고, 여기 오른쪽 캐터필러와 현시경은 내일 새벽까지는 작업을 끝낼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다 여기!

강혁수 중사는 렌치로 주 포탑과 전차 몸통 사이를 가리켰다.

“회전판 말입니까?”

“그래! 이건 며칠 걸려!”

“네? 며칠이라니요? 그럼 도쿄 진공은 끝납니다.”

“어쩌라고? 네 전차 좀 봐라! 대체 몇 발을 맞은 거야? 사단 탑건 전차라더니만 장갑만 믿고 들이대면서 싸웠구먼!”

712호 전차의 주 포탑과 몸통에는 최소 10여 발의 금속탄 착탄 흔적이 움푹 팬 형태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강 중사님이 몰라서 그럽니다. 미국놈들 신형 전차 레일건 화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됐고, 계속된 충격에 회전판 기어박스가 완전히 나갔어! 다른 정비할 전차도 있고 부속품도 사단으로부터 가져와야 하고 암튼 3일 걸린다.”

“에잇 제기랄! 개 같은 미군 새끼들~ 아우 열 받아”

오영택 상사는 베레모를 벗어젖히며 욕설을 내뱉고는 뭔가 결심을 했는지 강혁수 중사에게 말했다.

“강 중사님! 그럼 내일 새벽까지 캐터필러 수리와 현수경 장치만 교환해 주십시오. 그리고 회전판은 그냥 두십쇼.”

“왜?”

“아! 다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니 회전판은 건들지 마십쇼”

“지랄! 네 맘대로 해라”

“네, 그럼 저는 여단 본부 좀 갔다 오겠습니다. 충성!”

“충성!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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