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4화 (284/605)

신의 노여움

2021년 2월 24일 13:00 (미국시각 2월 23일 18:00),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 1,500km 상공.

제우스 3호의 초고 출력 레이저 빔에 요격을 당한 미국의 미니트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총 500기 중 131기였다. 나머지 369기는 외기권을 돌파하고는 1단 부스터에 이어 2단 부스터를 분리하면서 더욱 속도를 높여 고도 인계점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하루 24시간 4교대로 6시간을 우주 공간에서 비상 임무를 수행하던 우주 전투기인 CFS/A-31SP 삼족오 3호가 가장 먼저 태평양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고도 1,530km인 외기권 밖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매일 6시간씩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삼족오 승조원들은 오늘만큼은 요격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는지 푸른 지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다.

잠시 후 고도 인계점까지 도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와 비스듬한 각도를 유지하며 중간단계인 우주 비행 모드로 전환했다. 이렇게 날라오는 미니트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 300여 기는 삼족오 항전 계기판의 레이더 디스플레이에 탐지되어 뚜렷이 표기되어 보였다.

“현재 요격 대상으로 탐지된 탄도탄 미사일은 총 369기, 거리 3,428km, 플라즈마 출력 100% 매우 양호, 앞으로 1분 후 면 요격 사거리 안으로 진입합니다.”

삼족오 조종실 뒷좌석에서 각종 항전 장비를 확인하던 항전운용통제관 김만호 대위가 보고했다.

“오케이! 출력 체크 잘하면서 확실하게 요격해!”

이에 삼족오 3호기 주 조종사인 이일후 소령이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는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현재 삼족오 우주 전투기의 속도와 날아오는 미니트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 속도를 합치면 상대속도가 마하 42에 달했다. 이에 눈 깜짝할 사이에 사거리에 진입했고 김만호 대위가 최종 보고했다.

“1차 요격 대상 표적 지정, 1번부터 10번까지 지정 완료!”

항전운용통제관 김만호 대위는 빠른 손놀림으로 콘솔을 조작하며 미니트맨-III 중 선두로 날아오는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 10기를 차례대로 요격 대상 표적을 지정했다.

“김 통제관! 나머지 삼족오 편대가 도착할 때까지 실력발휘 해! 적어도 50기 이상은 잡아야지?”

“네? 50기요? 하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족오 우주 전투기의 조종실 앞부분 상단의 해치가 열리고 50mm 레이저 빔 발사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발사관 끝쪽에서 현란한 스파크가 튀기고는 이내 강력한 레이저 빔을 발사했다.

쮸웅~

빛 속도로 날아간 하얀 빛줄기는 그대로 첫 번째 표적인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의 3단 부스터에 그대로 적중했다. 이에 내부 연료가 폭발하며 화려한 불꽃 쇼를 연출했다.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 들어갑니다.”

김만호 대위의 보고와 동시에 다시 한번 50mm 레이저 발사관에서 강력한 빛줄기가 뿌려졌고 백발 백 중으로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 1기가 추가로 폭발했다.

“김 통제관! 보고할 필요 없어! 요격하는 데 신경 써!”

“네, 알겠습니다. 기장님!”

★ ★ ★

20021년 2월 24일 13:00 (미국시각 22:00),

미국 콜로라도주 피터슨 공군기지 (제100미사일방어여단).

미 본토 정중앙에 있는 콜로라도 주의 피터슨 공군기지에는 미 육군 소속 우주 및 미사일 방어사령부와 함께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가 주 임무인 제100미사일방어여단이 주둔 중이었다. GMD는 적국의 ICBM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망으로 원래는 국가 미사일 방어(NMD: National Missile Defense) 프로그램으로 알려졌었다.

이렇듯 제100미사일방어여단은 GMD 시스템을 운용하는 부대로써 SBIRS 조기경보위성,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각종 지상의 레이더를 이용해 적의 탄도 미사일을 사전 탐지 및 추적하여, 적 ICBM이 중간단계에 이르면 GBI 미사일로 요격하기까지 전반적인 미국 본토의 대공망을 방어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현재 외기권 밖에서 요격이 가능한 미사일인 GBI 미사일은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기지를 비롯해 미 본토 6곳에 실전 배치되었다. 이 중에 미 본토 중앙 대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슨 공군기지 내의 제100미사일방어여단은 40개의 사일로 발사 플랫폼을 운용했다.

상승한계 2,000km에 발사 중량이 21톤인 GBI 미사일은 탄두만 미니트-III의 탄두를 장착할 경우, 유사시 6,000km 정도의 ICBM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미사일로 방금 중간단계를 지나 종말단계로 치닫고 있는 SD-SLBN 궁니르-II 미사일과 제우스 3호에서 발사한 두 종의 미확인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40개의 사일로에서 차례대로 엄청난 연기를 내뿜으며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서부권 북쪽 대공망을 책임진 워싱턴주의 아키마 육군기지의 제99미사일방어여단과 서부권 남쪽 대공망을 책임졌던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제87미사일방어여단이 제구실을 못 하고 한국 잠수함의 함대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에 초토화가 된 지금, 미 본토 중앙의 제100미사일방어여단과 동부권 북쪽의 펜실베이니아주의 룩헤븐 육군기지의 제101미사일방어여단, 그리고 동부권 남쪽 테네시주의 스쿼티 공군기지의 제105미사일방어여단만이 미 본토 곳곳을 향해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GBI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한, 각 여단에서는 1개의 SM-10 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는 미사일 포대가 운용 중이었다.

★ ★ ★

2021년 2월 24일 13:10 (미국시각 23일 24:10),

미국 뉴욕주 뉴욕시 상공.

룩헤븐 육군기지의 101미사일방어여단에서 발사한 GBI 미사일과 사드 포대, 그리고 저고도 요격체제인 PAC-3 패트리어트(MIM-104 Patriot) 미사일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요격에 들어갔지만, 끝내 뉴욕을 목표로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실패했다.

파앙아! 퐛아아아아아아앙~

뉴욕 상공 1km 지점에서 엄청난 섬광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음속 이상의 속도로 퍼져나가며 뉴욕 일대를 덮쳤다. 반경 30km까지 뻗어 나간 충격파로 인해 전자 회로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에 치명적인 과부하 발열 현상을 일으켰고 이내 급기야 회로가 불타며 불이 나기도 했다.

일명 플라즈마 펄스탄이라 불리는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 한 발에 세계금융의 메카라 불리던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은 현대 도시로서의 모든 기능을 잃고 불빛 하나 없는 암흑으로 빠져버렸다.

한때 미국의 수도이자 상업·금융·무역의 중심지로서, 또한 공업 도시로서 경제적 수도라 불리기에 충분했던 뉴욕,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박물관을 비롯한 극장과 영화관까지 즐비하여 미국 문화의 중심지로도 불리던 1,600만 명의 항구 도시 뉴욕은 한순간 구석기 시대로 도래해버렸다.

콰앙! 콰앙아아! 쾅

한순간 도시 전체가 정전되고 자동차의 뇌라 할 수 있는 ECU 회로가 타버리면서 시동이 꺼지자 도로를 달리던 차들은 추돌사고로 이어졌다.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 대가 연쇄 충돌이 일어났고 급기야 폭발하는 차량까지 발생해 도로 곳곳은 화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병원 같은 경우, 중환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각종 의료장비의 전원이 나가버리면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했고 산소호흡기를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들은 의자들이 직접 수동 호흡기를 조작해 생명을 연장하게 하였다.

대형 병원인 경우 정전을 대비해 비상 발전기가 있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비상 발전기 역시 충격파에 모든 전자 회로가 망가져 그 기능을 상실했다.

사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미 본토 도시 중 에피루스 미사일로 공격할 도시 중 뉴욕을 빼자는 의견과 꼭 넣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설전이 오고 갔었다. 자칫 세계금융의 흐름이 끊겨 일순간 대혼란으로 번져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게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공격 국가인 대한민국이 세계 모든 국가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의 반대 의견이었다. 하지만 찬성 쪽 의견은 전쟁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며 또한, 이번 공격을 통해 세계금융 중심을 뉴욕에서 대한민국 서울로 가져올 기회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여 끝내 뉴욕도 에피루스 미사일의 공격 대상 도시가 되었다.

★ ★ ★

2021년 2월 24일 13:1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 (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항공우주군사령부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재 한반도를 향하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모두 요격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우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상황실은 일순간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삼족오 3호로 시작해 후발대로 긴급 출격한 삼족오 1호, 2호, 4호가 중간단계에서 180여 기를 요격했고 이후 한반도 상공 정지궤도 상에서 대기하던 제우스 1호와 제우스 2호에서 추가 요격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지상방어위성인 하데스 기지에서 50여 발의 S-LSM-600 바이던트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500기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기존에 항공우주군에서 예상했던 동시다발 요격 한계점인 400기를 훨씬 뛰어넘은 CAMD 시스템의 놀라운 성과였다.

상황실 메인 스크린에도 미국 본토에서 길게 이어졌던 수많은 붉은 선들이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대통령님 한시름 놨습니다.”

나성태 비서실장은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통령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서현우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메인 스크린 옆의 다른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통령이 보고 있는 스크린에는 아폴론 1호로부터 미 본토 곳곳을 촬영하여 보내온 영상과 사진들이었다. 스크린에 보이는 장면들은 죄다 검붉은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끔찍하고 참혹한 장면뿐이었다.

★ ★ ★

2021년 2월 24일 14:30 (미국시각 01:3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우거진 나무 사이로 VR 기기와 같은 VR-M 광학 장비를 착용한 한 사내가 계속해서 나무 틈으로 보이는 USSC 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내는 바로 지난 17일 USSC 별장에 침투한 국가정보원 소속의 현장 요원 A팀 박기웅 대리였다.

“어때? 또 들어온 놈들 있어?”

박기웅 대리 뒤에서 노트북으로 뭔가의 작업을 하는 이자성 팀장이 물었다.

“아니요. 낮에 보고한 이후로 별장에 들어온 놈들은 없습니다. 팀장님!”

“지금 몇이 있는 거지?”

“네 현재, 3명으로 확인됩니다. 확인한 바로는 남자 2명, 여자 1명입니다.”

“여자라···. 음, 한국에서 보내온 정보인데, USSC 의원 중 여자는 1명이고 그 사람이 바로 USSC의 의장이라고 하는군”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에서는 USSC로부터 해킹으로 취득한 정보 중 암호화를 푼 정보 중에 이자성 팀장이 알아야 할 정보들은 암호화를 푸는 즉시 바로 보내주고 있었다.

“팀장님! 대빵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대빵이라 해봤자, 또 다른 인물이 대빵하면 도루묵 아니냐? 본국에서는 USSC 의원 모두를 원하고 있어!”

“아! 이거 날씨도 춥고 언제까지 이렇게 밖에서 날쌔가며 이 짓을 해야 합니까?”

“박 대리는 보호 슈트 안 입었나?”

“입었습니다. 하하 춥다고 말한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춥습니다.”

“그래? 그럼 신 대리와 같은 조로 해줄까?”

“네? 아나! 선머슴 같은 여자는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박 대리가 잘 모르는가 본데, 예전에 한번 신 대리 화장하고 꾸민 거 봤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신 대리가 아니었다.”

“그럼, 이 팀장님이 꼬셔보시죠?”

“음, 음, 난 마음이 안 추운데?”

“네? 하하하 앗, 차 한 대 들어옵니다.”

대화하면서도 광학 장비를 이용해 USSC를 감시하던 박기웅 대리는 차 불빛을 보자 광학 장비의 배율을 높여 더 자세하게 확인했다.

“누가 왔어?”

“네, 고급세단 한 대랑 대형 밴 한 대가 정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예상한 대로군”

“예상이라니요?”

“미 본토에 대한 우리 군의 대공세가 이어지면 이놈들이 이곳으로 모여 대책회의나 아니면 지하 대피소로 몸을 숨길 수 있다는 말이야.”

“아! 그럴 수 있겠군요.”

“그래, 저번에 침투했을 때 봤지 않아? 겉은 허술한 옛날 건물로 보여도 안은 장난 아닌 거?”

“네, 그렇긴 해죠. 근데 방금 온 놈, 무슨 이사하는 것도 아니고 뭔 짐을 저리 바리바리 싸 들고 왔을까요?”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고급세단에서 내리자 뒤에서 따라오던 대형 밴에서 여행용 십여 개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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