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3화 (283/605)

신의 노여움

2021년 2월 24일 12:55 (미국시각 23일 19:55),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

샌디에이고 항구로부터 서단 8km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대서양함대의 제4함대와 제6함대, 그리고 해군중부사령부 소속의 제5함대에서는 일제히 비상체제로 전환했고 총 5개 항모전단의 구축함에서 일제히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7 함대공 미사일(RIM-77 ESGM(Evolved Sea-Gull Missile)을 발사했다.

미사일 1기당 1,500만 달러로 매우 비싼 편에 속하는 SM-7 함대공 미사일이 항모전단 소속의 모든 구축함에서 발사되었고 제15항모전단 소속의 줌왈트급 7번함 더글라스 맥아더함(DDG-1006)과 8번함 토머스 S 게이츠함(DDG-1007)에서 SM-7 함대공 미사일의 개량형인 SM-7B 함대공 미사일을 각기 2기씩 발사했다.

총 20여 기에 달하는 SM-7 함대공 미사일은 해수면으로부터 10m 높이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파도막을 형성하며 날아오는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을 향해 고도 인계점을 지나 급격히 기수를 내리며 내리꽂듯이 떨어졌다.

근접신관을 장착한 SM-7 함대공 미사일은 요격 대상의 미사일과 가까워지자 자체 폭발을 하며 폭풍형 파편을 사방으로 비상시켰다.

쾅아! 콰앙! 쾅아!

해수면 위로 20여 기의 미사일이 약속이라도 한 듯 연속으로 폭발했고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요격 파편들이 빼곡히 화망을 구성했지만, 아쉽게도 D-SLBN 궁니르-II 미사일은 이미 지나친 후였다.

사실 SM-7 함대공 미사일의 요격능력은 지난 2월 5일 있었던 해상전에 기대 이하의 요격능력을 여실히 보였다. 당시 마하 8의 속도를 자랑하는 아바리스(SSM-1000K) 함대함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상대로 총 7기 중 1기만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물며 지금 요격하려던 미사일은 아바리스 미사일보다 3배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갔다. 당연히 요격 확률은 0%였다. 개량형인 SM-7B 함대공 미사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요격 기회를 날린 미 함대에 도달한 D-SLBN 궁니르-II 미사일은 해상에서 자체 폭발을 했다. 엄청난 폭발 위력의 충격파가 해수면을 일제히 짓눌렀고 수면 파장은 그대로 거대한 물기둥으로 변하여 파고 높이 20m에 달하는 쓰나미를 만들었다. 또한, 충격파와 더불어 열폭풍이 미 해군 함대를 쓸고 지나갔다.

바다 위의 산소를 모조리 빨아들이며 초고열 화염 구름이 이글거리며 퍼져나갔다. 1차 충격파가 샌디에이고 군항을 비롯해 시내까지 날아가 모든 건물의 창문을 모조리 박살을 내 후 1분도 안 되어 3도 이상의 화상을 입힐 수 있는 화염 구름이 도달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곳은 폭심지로부터 8km 떨어진 샌디에이고 군항에 정박한 각종 수상함이었다. 한반도에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위해 항구에 정박하여 각종 전쟁 물자를 선박 하던 강습상륙함과 수송함은 거대한 열폭풍에 그대로 노출하며 거대한 불덩어리 신세가 되었고 승선하기 위해 군항 근처에서 야영하던 미 해병대와 육군병력 역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20여 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그대로 샌디에이고항의 방파제를 가뿐히 넘어버리고는 시내 전체를 휩쓸었다. 저층 건물은 추풍낙엽처럼 붕괴했고 수많은 시민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또한, 수만 톤에 달하는 강습상륙함과 소송함 역시 거센 물살에 중심을 잃고 밀려 나가며 고층 건물을 부딪쳤다. 거센 쓰나미의 위력과 각종 수상함이 고층 건물과 부딪치며 일부 고층 건물 역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 ★ ★

2021년 2월 24일 13:10 (미국시각 : 00:1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

탄도탄 미사일의 종합적 대공 방어 체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완성한 MD 체제는 수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걸치면서 완벽에 가까운 미 본토 대공방 방어 체제를 완성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지면 위 100m 높이에서 마하 20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 미사일에는 요격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리 탐지했어도 요격할 체제가 없었다. 초저고도에서 마하 2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할만한 요격 체계까지 개발하진 못했다.

가장 먼저 미 본토 서부권에 있는 공군기지와 육군기지가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의 위력 앞에 초토화가 되었다. 특히 캘리포이아 주에 있는 공군자재사령부의 공군비행시험센터인 에드워즈 공군기지, 공군우주사령부의 제14공군 반덴버그 공군기지, 우주 미사일시스템 센터인 로스앤젤레스 공군기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는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또한, 한반도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예하 부대인 제20공군의 F. E. 워런 공군기지, 마이넛 공군기지, 말름스톰 공군기지 역시 핵폭발 시 일어나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어두운 밤하늘을 뒤덮었고 지면은 진도 10도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거처럼 들고일어나 지상의 모든 건물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갈라진 틈으로 붉은 용암과 같은 물질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펜타곤 상황실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상황을 지켜보며 이번 미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느긋하게 지켜보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들은 청천벼락과 같은 보고에 상황실 공기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가용한 통신라인으로 서부권 공군기지의 피해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다. 한마디로 서부에 있는 모든 공군기지가 핵폭탄에 버금가는 한국의 잠대지 미사일에 기지는 물론 주변 일대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는 보고들뿐이었다.

존 웨이 국방부 장관은 상황실로 날아오는 모든 보고가 마치 거짓처럼 느껴졌다. 보고마다 너무나 믿기 어렵고 말도 안 되는 내용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상황실 스크린에는 미 본토 상공에 떠 있는 광학 위성으로부터 현재 넬리스 공군기지였던 곳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공군기지가 아닌 거대한 불에 이글거리는 사막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가까스로 서 있던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급기야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참모장교들이 다가가 부축을 했다. 힘겹게 의자에 앉은 존 웨이 국방부 장관은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힘없이 말했다.

“저, 저곳이 넬리스 공군기지란 말이오?”

“네 현재, 광학 위성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입니다.”

“아니! 대체 넬리스 공군기지가 어디 있다는 겁니까?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군 지휘관들을 보며 말하자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로부터 상황실 전체가 최악의 보고가 올라왔다.

“샌디에이고 항구에 근해에 있던 제4함대, 6함대, 그리고 제5함대의 제15항모전단이 큰 손실을 당했다는 보고입니다.”

보고 내용을 전달하는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대체, 얼마나? 피해가 어느 정도란 말이야?”

미 본토 서부지역의 공군기지 피해 보고만 올라오다가 처음으로 해군기지의 피해 보고가 올라오자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닦달하듯 반문하여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에게 물었다.

“그것이, 아직 확실한 피해 규모는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이나,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대서양함대에 핵미사일로 추적되는 폭발이 일었고 이에 쓰나미까지 발생해 샌디에이고를 덮쳤다는 내용입니다.”

“더! 더 자세하게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샌디에이고 근해에서 태평양함대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게 되면서 미 해군전력에서 배제됨에 따라 미 해군전력은 기존 전력 대비 30%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의 마음은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미 본토 대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육군 소속의 우주 및 미사일 방어사령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방금 전달받은 내용을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읽어나갔다.

“이곳 펜타곤을 목표로 한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탐지했다는 보고입니다. 또한, 요격 성공이 불투명하니 즉시 피하라는 내용입니다.”

일순간 상황실에 있던 모든 군인의 시선은 일제히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에게 쏠렸다. 그리고 이어 국방부 장관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대체 무슨 말이야? MD 체제를 완성하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요격을 하라고 전해!”

자신을 향해 존 웨이 국방부 장관이 버럭 하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자 안드레 드루먼드 육군참모총장이 대신 대답했다.

“아무래도 서부권에 있는 MD 체제에 속한 요격 미사일 부대가 한국 잠수함의 미사일로 공격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요격 확률이 내려간 듯합니다.”

“이런 제길!”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앉아있는 존 웨인 국방부 장관에게 드라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장관님! 지금 즉시 레이븐 락 복합시설(Raven Rock Mountain Complex)로 이동하 하셔야 합니다.”

“그, 그럽시다. 한데 대통령님께서도······.”

“아마도 이곳보다 먼저 보고가 되었고 대통령님도 화이트홀로 대피하셨을 것입니다.”

“알았소, 어서 갑시다.”

★ ★ ★

2021년 2월 24일 13: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과장실.

스콜피온의 실체를 알고 난 후부터 매일 날을 새며 스콜피온의 모든 것을 조사한 남궁원은 호큘라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스콜피온 내부 통신망을 해킹해 접속할 수 있었다.

통신 DB에는 그동안 모든 스콜피온 요원들이 연락했던 메시지와 통화정보가 삼중 보안으로 파일이 압축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이에 자료를 내려받은 남궁원은 삼중 보안으로 압축된 파일을 일일이 풀기 시작했다. 호큘라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남궁원 실력으로는 최소 1개월 이상 걸렸을 작업이 단 하루 만에 푸는 데 성공했다.

남궁원의 관심은 오직 지난 6년 전인 2015년 12월 통신 정보였다. 스콜피온 조직원 중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죽였는지 그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방대한 보안압축 파일 중 오전 내내 2015년 파일을 푸는 데 성공했고 드디어 12월 통신내용이 담긴 보안압축 파일을 푸는 작업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키보드를 두드려 나갔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후 남궁원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눈앞에서 열렸다.

먼저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가 합쳐진 5자리 코드 네임 SD887라는 자였다. 이 자가 바로 남궁원의 가족을 죽인 자였다. 어쨌든 코드 네임을 알게 된 남궁원은 바로 스콜피온 조직원의 명단에서 같은 코드 네임을 사용하는 자를 찾았다.

- 코드 네임 : SD887

- 이름 : 타카다 마코토

- 나이 : 40세

- 국적 : 일본계 미국인

- 경력 : 육상자위군 SAT 12년 복무 및 총리 경호실 3년 복무

- 현재 주거지 : 미상

- 주요 실적 :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료인 루테로...... 기타 22명 암살함

남궁원은 기타 22명 암살함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저 기타 22명에 내 가족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코드 네임 FH225라는 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 코드 네임 : FH225

- 이름 :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 나이 : 42세

- 국적 : 러시아계 미국인

- 경력 : 스페츠나츠 10년 복무

- 현재 주거지 : 미상

- 주요 실적 : S급 기밀로 모든 자료 삭제됨

코드 네임, SD887 남궁원인 줄 알고 친구인 강정호를 죽인 바로 그 스콜피온 요원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두 명 모두 거주지가 미상이었다. 이에 남궁원은 최근에 통신한 파일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최근 통신한 내용을 확인한다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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