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노여움
2021년 2월 24일 12:45 (미국시각 23일 23:45),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서단 250km 해심 (이회영함(SSP-091)).
심도 100m에서 대기 중이던 이회영함(SSP-091)에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극비 보안 전문이 날아왔다.
부함장으로부터 보안 전문을 건네받은 함장 이연재 대령은 보안 전문에 입력된 인증 암호문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해군작전사령부의 인증 암호문이었다.
보안 전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신의 노여움 작전은 보안 전문을 받는 즉시 시작한다. 기존에 수립된 작전 안대로 시행하라’
간단명료한 보안 전문을 읽어내려간 이연재 대령은 보안 전문을 반으로 접어들고는 부함장에게 조종실 지휘 권한을 넘겼다. 그리고는 전술통제실로 내렸다.
“함장님 전술통제실에 들어오십니다.”
가장 먼저 함장을 확인한 운용 부관이 외쳤다. 이에 전술통제실 승조원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선임 장교인 전술통제관이 대표로 거수경례했다.
“충성”
“충성”
전술통제실에 들어온 함장은 가장 먼저 통신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통신관 나일후 대위를 호출하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회영함(SSP-091)의 승조원 120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 나일후 대위가 전술통제실에 들어서며 경례를 했다.
“충성”
“충성”
거수경례로 답례한 이연재 대령은 반으로 접었던 보안 전문을 나일후 대위에게 건넸다.
이에 군의관 나일후 대위는 반문도 없이 조심스럽게 보안 전문을 받아 읽어 내려갔다. 몇 글자 안 되는 탓인지 금방 내용을 읽은 나일후 대위는 마지막으로 인증 암호문을 확인하고는 목에 차고 있던 군번줄을 상위 속에서 꺼냈다. 군번줄에는 인식표 말고도 사각형 형태의 얇은 카드 하나가 달려 있었다.
나일후 대위는 군번줄에서 얇은 카드를 분리해 이연재 대령에게 건네며 말했다.
“인증 암호문 확인했습니다. 이에 보안 전문 내용에 따라 발사 승인카드 함장님께 건넸습니다.”
이에 이연재 대령도 대꾸했다.
“한국시각 기준으로 12시 43분 나일후 대위에게 승인카드 전달받음 이상”
슈퍼호큘라 잠수함에서도 전략급 무기가 무장되면서 만에 하나 함장의 독선으로 전략급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명령 권한을 제약하고자 하였다. 이에 잠수함사령부 소속이 아닌 의무사령부 소속의 장교에게 발사 승인카드 두 개 중 하나를 맡기는 방법을 채택했다. 당연히 의무관은 의무 행위 말고도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철저히 교육을 받았다.
승인카드를 건네받은 이연재 대령은 자신이 갖고 있던 나머지 하나를 꺼내어 전술통제관에게 건네며 명령을 내렸다.
“현 시간부로 신의 노여움 작전을 시행한다. 전술통제관은 발사 승인코드 삽입하도록”
이에 전술통제관은 두 개의 발사 승인카드를 사격통제실 전용 콘솔에 발사 승인카드를 삽입했다.
“발사 승인카드 삽입 완료”
전술통제관의 보고에 이연재 대령은 이어 명령을 내렸다.
“표적 할당 좌표 확인”
“표적 할당 좌표 확인합니다.”
“발사 수심 확인”
“발사 수심 현재 100 이상 없습니다.”
“표적 할당 80개 좌표 모두 이상 없습니다.”
“루프도어 개방!”
“루프도어 개방”
“10초 카운트 다운 후 발사”
“10초 카운트 다운 후 발사! 지금부터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사격통제관은 카운트 다운을 외쳤다.
“10초, 9초, 8초······ 3초, 2초, 1초, 발사!”
사격통제관이 발사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이회영함(SSP-091)의 동체 중앙 상단의 발사관에서 플라즈마분출발사체계 형식으로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을 강한 힘으로 밀어냈다. 이에 20개의 발사관에서 차례대로 빠져나온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은 엄청난 속도로 바닷물의 저항을 뿌리치며 솟구쳐 올랐다.
쿠앙! 쿠앙! 쿠앙!
잔잔했던 해수면에 연속으로 물기둥이 솟구쳤고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자체 추진체가 폭발하듯 강력한 푸른빛을 발산하며 순식간에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2차 발사준비! 재장전 돌입!”
“2차 발사준비! 재장전 돌입합니다.”
이회영함(SSP-091)으로부터 남단으로 500km 떨어진 최준함(SSP-092)에서도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쉬지 않고 해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미 본토 서해안을 따라 250km 해심에서 발사한 2척의 슈퍼호큘라 잠수함에서 발사한 총 160기의 SD-SLBN 궁니르-II 미사일 중 미국 동부를 타격지점으로 지정된 미사일은 탄도탄형식으로 대기권을 돌파한 후 외기권으로 진입했고 미국 본토 서부를 타격지점으로 지정된 미사일은 순항 비행으로 해수면 10m 위에서 마하 20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갔다.
★ ★ ★
2021년 2월 24일 12:45 (미국시각 2월 23일 23:45),
미국 캔자스주 상공 36,000km (전략요격위성 CS-AD 제우스 3호).
모든 발사관에서 2가지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제우스 3호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위성 하단 정중앙에서 튀어나온 50mm 초고출력 레이저 포는 정확히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향하고 있었다.
대기권을 돌파하고 외기권에서도 계속해서 고도를 높이는 미니트맨 시리즈의 500기는 시차 발사에 따라 길게 이어져 보였다. 이에 제우스 3호는 가장 선두에서 날아오르는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부터 요격에 들어갔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대략 10,000km일 때 대략 비행 고도는 1,500km가 고도 인계점이었다.
레이저 포에서 화려한 스파크가 일어난 후 강력한 고출력 레이저 빔이 지상을 향해 쏟아졌다. 붉은빛의 50mm 레이저 빔은 그대로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몸체를 파고들며 폭발시켰다. 이후 요격절차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외기권에서 수많은 섬광이 번쩍이며 어두운 미국의 밤하늘을 화려한 우주 불꽃 쇼로 만들었다.
발사 초기단계에서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에 해당하는 100여 기의 미사일이 우주에서 산화하며 먼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390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반도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날아갔다.
한편 한반도 서단 외기권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가 마하 30에 달하는 속도로 우주 비행을 하며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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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50 (미국시각 23일 23:50),
미국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제51구역).
최준함(SSP-092)에서 발사된 SD-SLBN 궁니르-II 미사일 중 40기는 해수면으로부터 10m 높이에서 날아가다가 내륙으로 들어서며 고도 100m 높이로 상승하여 날아갔다. 마하 20이라는 엄청난 속도 때문인지 미사일이 지나간 자리는 파공음과 함께 휘몰아치는 후폭풍에 지상에 있는 나무와 건물들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중 네바다주의 넬리스 공군기지를 타격 목표로 날아가던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은 최종 타격 지점에 다다르자 대함미사일과 같은 팝업 기동으로 급속하게 하늘로 상승했다.
패트리어트 PAC-3 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던 넬리스 공군기지의 대공 방어부대는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종말 파업기동으로 하늘로 치솟고 올라가서야 레이더 잡혔다. 하지만 요격절차에 들어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파업기동 후 지상 착탄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쿠아앙아아~ 콰알르르릉~
마하 20의 속도로 넬리스 공군기지 정중앙에 착탄 했다. 그리고 몇 초 후 또 다른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한 번 더 넬리스 공군기지 전체를 뒤흔들려 주변 공기를 순식간에 빨아드렸다.
시차를 두고 두 개의 버섯구름이 수 킬로미터 미터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또한, 엄청난 충격파와 열폭풍이 주변 20km까지 휩쓸어버렸다.
사막 한가운데에 건설된 일명 제51구역이라 불리는 넬리스 공군기지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특별히 2기의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을 할당했다. USSC와 직접적 관여된 기지이기도 했고,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초강대국으로 경쟁하려면 적어도 넬리스 공군기지는 지구상에서 깨끗이 지워야 한다는 대부분의 의견 때문이었다.
이에 핵폭탄의 1Mt급 이상의 위력을 가진 SD-SLBN 궁니르-II 미사일 2기를 할당한 이유였다.
쿠르르르르~
거대한 버섯구름이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넬리스 공군기지는 그야말로 소멸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폭심지로부터 반경 2km는 거대한 웅덩이로 변해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엄청난 화염과 검붉은 연기만이 안개처럼 뒤덮인 상태였다. 또한, 가로세로 30km에 달하던 넬리스 기지의 주변 기지 환경은 빗자루로 쓸어내는 듯한 형태였다. 저층 건물들은 폭짐시로부터 바깥으로 쓸려간 듯한 형태로 5층 이하의 건물은 완전히 무너졌고, 대형 건물도 겉만 멀쩡할 뿐, 내부로는 충격파나 열폭풍으로 인해 내부 구석구석 휩쓸고 지나갔기에 생명체가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20Mk급 핵폭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된 된 넬리스 공군기지의 지하연구소는 전체가 중심도 못 잡을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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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55 (미국시각 23일 23:55),
미국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 (제51구역 국장실).
“국장님 지금 당장 안전대피소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안전관리실 로빈 실장이 헐레벌떡 뛰어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지진에 놀라 책상 밑으로 들어가 벌벌 떨고 있던 제51구역 지하연구소 총책임자인 아워드 할리 국장은 고개만 내밀고는 물었다.
이에 로빈 실장은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저런 육중한 덩치가 책상으로 들어가다니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미사일 공격을 받은 듯합니다.”
“미사일 공격? 이곳은 핵미사일이 떨어져도 끄떡없는 곳인데, 대체 뭐로 공격을 해왔다는 거요?
육중한 거구의 몸이 꿈틀거리며 책상 밑에서 빠져나온 아워드 할리 국장은 얼굴에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일단, 피하고 보시죠. 폭발 위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자칫 이곳도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붕괴? 아, 알았소. 갑시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제51구역 국장 자리를 꿰차고 온전히 국장 자리를 보존한 아워드 할리 국장에게 변한 것은 과거보다 더욱 살찐 몸뚱이였다. 고도 비만인 아워드 할리 국장은 앞서가는 로빈을 따라 뒤뚱거리며 따라갔다.
강철 외벽으로 만들어진 지하연구소 복도가 크게 흔들리며 천장에서는 자재 파편이 떨어졌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조명 불빛들도 깜빡거리며 꺼지기도 했다
“대체 허억! 어떤 미친놈들이 미국의 군사기지에 허억! 공격을 감행한단 말이야! 허억! 허억!. 퍽커!”
흔들리는 복도의 외벽을 짚고 걸어가는 것도 힘겨운 아워드 할리 국장은 헐떡이면서도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3차 세계 대전과 같은 전시를 대비해 지하 200m에 마련된 안전대피소는 자체 추진 발전기와 공기정화 시스템, 그리고 지하수를 이용한 생수전환펌프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1,000명이 1년 동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0분 후 제우스 3호에서 발사한 C-SH 지노그-II 미사일에 제51구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완전히 소멸했다.
플라즈마 증폭탄을 탑재한 C-SH 지노그-II 미사일은 지하 100m까지 뚫고 들어가 폭발했고 이에 대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지하에 건설된 모든 시설물은 깡그리 붕괴거나 고열로 녹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