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진격!
쿠앙! 쿠앙! 쿠앙!
저층이든 고층이든 가리지 않고 착탄 하는 포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건물 잔해 속에서 시꺼먼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제26전차대대도 드디어 하치오지 시가지에 입성했다. 이에 사병포병여단의 포격도 멈췄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곧게 뻗은 편도 4차선 도로를 따라 기동하는 제26전차대대는 2열 종대 방식으로 좌우를 살피며 고속 기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 적군으로 보이는 전차를 탐지했다.
-전방 8km 전 전차 탐지 확인! 피아식별로는 10식 전차로 확인! 탐지된 적 전차 현재 12대 수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임-
26전차대대에서도 선봉을 맡은 7중대 711호 전차로부터 확인된 정보를 대대 통신망을 통해 전달했다.
-대대장이다. 7중대는 그대로 진공하고 8중대가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한다. 9중대와 본부중대는 7중대를 백업한다. 이상!-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8중대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우회기동에 들어갔다.
“오 상사님! 이거 시가전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전차장 오영택 상사가 확인된 적 전차를 표적으로 설정하자 조준경을 통해 순서대로 지정된 적 전차를 확인하며 전차 포수 김영주 중사가 말했다.
“그렇지, 마지막 시가전이 아마도 북경 진공 때였지?”
“네, 맞습니다. 하하”
“김 중사야! 표적 설정한 거 잘 보고 있지?”
“네, 확인하고 있습니다. 발사 명령만 내려주시면 지금이라도 1번 표적은 그대로 박살 낼 수 있습니다요.”
“중대장님 발사 명령 때까지 기다려라! 예전에 알지? 대대장님 명령 무시하고 선빵 날렸다가 단체로 얼차려 받은 거!”
“아! 그걸 까먹겠습니까? 그때 오 상사님 땜시······.”
쿠앙!
사거리를 통과하는 시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충격이 712호 전차 왼쪽 측면을 강타했다. 이에 기동하던 712호 전차는 옆으로 기울어지는 듯하다가 염훈기 병장의 조종실력 덕분에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충격에 따른 흔들림에 단단한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친 오영택 상사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즉시 현시경을 왼쪽으로 돌려 확인했다.
712호 전차 현시경을 통해 확인한 적 전차는 M4 워독 전차로 표기되었다. 제20기갑사단(졀전)은 본국에서 수송기를 통해 피아식별 DB 소프트웨어를 전달받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상태였다.
-여기는 붉은소 둘! 712호 전차다. 9시 방향, 거리 4,200! 적 전차 다수 확인!-
“야! 저게 그 유명한 미국놈들의 최신예 전차인 M4 워독인가 개독인가 하는 전차인가보다.”
말을 하면서도 세팅된 표적 설정을 리셋하고 새롭게 발견된 M4 전차를 표적으로 설정한 오영택 중사는 중대장의 발포 명령 없이 즉시 포수인 김영주 하사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
“김 하사! 9시 방향 거리 4100, 1번과 2번 표적 설정 완료! 조준하는 대로 즉시 발포!”
“확인 표적 설정과 함께 자동으로 회전하는 712호 전차는 포탑이 1번 표적으로 설정된 미 해병대 소속의 M4 전차에 조준점이 맞춰지는 순간, 또다시 강한 충격이 712호 전차를 덮쳤다. 이에 발포 타이밍을 놓친 712호 전차는 미끄러지듯 뒤로 밀렸다. 16MJ급 레일건 X-16 금속탄은 백호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순 없었지만, 착탄과 함께 전해지는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조준점이 틀어져 다시 조준하는 사이 또다시 연속으로 M4 워독 전차의 레일건에서 금속탄을 발사됐다.
피융우우웅~ 피융우우웅~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X-16 금속탄 2발이 이번엔 능동SECM교란시스템 덕분인지 비켜 날아갔다. 이에 712호 전차는 이때를 놓칠세라 연속으로 광자포 2발을 발사했다.
퓨웅~ 퓨웅~
연속으로 발사된 광자포의 광물질 입자는 그대로 4.2km 떨어진 M4 전차의 포탑과 하단 부위에 명중했다. 베가티늄 장갑과 이중반응장갑으로 방호력을 극강으로 올린 M4 전차였지만 FAH-91SP 송골매의 플라즈마 활성탄하고는 비교가 안 될 광자포의 파괴력은 실로 대단했다. 광물질 입자는 극초고열로 이중반응장갑의 폭발력을 무시했고 이내 베가티늄 장갑을 가볍게 뚫어버리고는 M4 전차 내부를 휘저었다.
엄청난 극초고열의 광물질 입자에 M4 워독 전차의 포탑은 폭발과 동시에 떨어져 나갔고 두 번째 광물질 입자는 전차에 탑승한 승조원을 흔적도 없이 완전히 녹여버렸다.
이처럼 M4 워독 전차의 방호력은 폭발성 화약 형태의 포탄에는 이중반응장갑과 강화된 베가티늄 장갑으로 버틸 수는 있었지만 입자형 형태의 화력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기습공격을 감행한 M4 워독 전차가 도리어 K3 백호 전차의 대응 사격에 시꺼먼 화염을 연기를 내뿜으며 바닥에 주저앉자 다른 워독 전차들은 즉시 골목으로 후진하여 모습을 감췄다. 한마디로 치고 빠지기 전술이었다.
도쿄도 곳곳에 전개한 MEAB(해병원정기동여단)는 서울보다 3배나 넓은 도쿄도의 지형을 이용해 적절한 도심 게릴라 전술로 대응했다. 미 해병대 입장에서는 최상의 대응 전술이었고 한국군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전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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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28 (미국시각 23일 11:28),
미국 버지니아주 엘링턴 펜타곤.
한국군의 도쿄도 진공이 시작되었다는 주일 미군사령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합동참모본부는 펜타곤으로 돌아온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사령관 밥 페리 중장에게 발사 명령을 내렸고 이에 밥 페리 중장은 007 콘솔에서 최종 발사 코드를 입력하고 제20공군의 예하 부대 책임자에게 미니트맨III 발사 명령을 내렸다.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제20공군 와이밍 주 F.E 워런 공군기지 소속의 제90미사일 부대와 노스다코타 주 마이넛 공군기지 소속의 제91미사일 부대, 그리고 몬태나주 말름스톰 공군기지 소속 제341미사일 부대의 사일로에서 일명 미니트맨III(MinutemanIII)로 불리는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제히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를 사방으로 내뿜으려 사일로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적막했던 어둠을 깨웠다.
미사일 부대마다 총 30개의 사일로에서 일제히 솟아오르는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어느 정도 고도에 오르자 자체 추진체가 발동했고 순식간에 제2 우주속도까지 끌어올리며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단지 하얀 항적만이 짙은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또한, 핵미사일의 행렬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30기의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개 미사일 부대에서는 2차 발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리볼벌 탄 장전 방식으로 재정전 절차가 진행되었고 몇 분도 되지 않아 새로운 LGM-30G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사일로에 삽입되어 발사 절차를 끝마쳤다. 이에 각 미사일 부대 책임관은 2차 발사 버튼을 클릭했다.
한편 2020년 창설된 미니트맨IV인 LGM-30F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조지아주 도빈스 공군기지 제31미사일 부대의 지상 사일로에서도 한반도를 목표로 한 미사일 수십 기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곳 미사일 부대에서 발사한 미니트맨IV인 LGM-30F 대륙간탄도미사일 100기 중 무려 50기에 핵탄두가 장착되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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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28,
서울시 용산구 CC 탱커 (정찰위성 CS-SS 아폴론 1호 관제실).
“관제장님! 미 본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다수 탐지되었습니다.”
“위치는?”
“총 4곳으로 좌표 1번 스크린에 띄웁니다.”
광대역대공조기경보 모드로 미 본토 전체를 탐지하던 아폴론 1호는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2분도 안 되어 탐지하기 시작했다.
1번 스크린에는 발사된 미사일의 발사 원천지점의 좌표와 해당 기지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미사일 예상 궤도 측정 계산은 하고 있나?”
아폴론 1호의 관제장인 박정규 대령이 물었다. 이에 운용통제관이 즉시 대답했다.
“현재 1번 미사일부터 궤도 측정 계산 중입니다.”
“서둘러 주게!”
“네, 알겠습니다.”
메인 스크린에는 수백 여기에 달하는 미사일이 계속해서 솟구쳐 대기권을 돌파한 후 외기권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아직은 정확한 타격지점을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단지 타격지점이 한반도라는 것은 뻔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몇 분이 지나고 누군가가 소리쳤다.
“표적 1번 미사일 궤도 측정 완료! 현재 표적 1번으로 지정된 미사일은 한반도 수원인 제10전비단 공군기지입니다.”
“좋아! 탐색담당 오퍼레이터들은 궤도 측정 완료되면 1번 스크린에 모두 띄우도록”
“네, 알겠습니다.”
운용통제관의 지시에 10여 명의 탐색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저마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1번 스크린에 궤도 측정 계산이 완료된 정보를 1번 스크린에 계속해서 띄었다. 그러자 1번 스크린에는 번호가 부여된 미사일의 예산 착탄지점 정보로 도배가 되었다.
1번 스크린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정보들은 대부분 한반도 공군기지 및 해군기지였고 하데스 지상방어위성 기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놈들이 하데스 지상방어위성의 위치까지 파악한 모양이군”
팔짱을 끼고 인상을 쓴 채로 1번 스크린을 바라보던 박정규 관제장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다음 지시를 내렸다.
“합참 상황실과 제우스 3호에 대상 탐지정보 데이터 링크! 그리고 제우스 1호, 2호와 요격체제 모든 부대에도 데이터 링크를 걸도록”
“네, 전달하겠습니다.”
강태형 운용통제관은 대답과 동시에 즉시 해당 담당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렸다.
“할당된 표적! 합참 상황실과 제우스 3호에 우선하여 데이터 링크 후 나머지 요격체제 부대에 차례대로 데이터 링크 걸도록 한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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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4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 (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미 본토 상공에서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정보가 데이터 링크가 되면서 상황실 5번 스크린에는 미 본토 상공에서 빨간 선으로 궤도를 이루며 떠오르는 선들이 수백 개나 그어지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미국이 이 정도로 앞뒤 안 가릴 줄 몰랐습니다. 대통령님!”
서현우 대통령 옆에서 앉아있던 오장수 안보실장이 눈에서 분노를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너는군요.”
“대통령님!”
합참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대통령을 불렀다. 이에 대통령은 강이식 합참의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강이식 합참의장은 신성용 합참차장에게 걸어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이에 신성용 합참차장은 망설임 없이 R J to 1945, 5단계 작전의 하이라이트를 막 시작하려 했다.
“제우스 3호 ‘신의 노여움’ 작전을 시작한다. 또한, 이회영함(SSP-091)과 최준함(SSP-092)에도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신성용 합참차장은 단호하고 명쾌하게 명령을 내렸다.
비핵국가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핵미사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이 발사함으로써 한국의 최종병기가 세상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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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12:45 (미국시각 23일 23:45),
미국 캔자스주 상공 36,000km (전략요격위성 CS-AD 제우스 3호).
신성용 합참차장의 ‘신의 노여움’ 작전을 시작하라는 명령이 제우스 3호 관제실에 전달되자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제우스 3호는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를 해제하여 모습을 드러낸 후 즉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먼저 2개의 8연장 발사관에서 C-SE 에피루스 미사일 16기가 차례대로 발사관을 빠져나온 후 자유낙하를 하다가 이내 타격 대상으로 지정된 목표지점으로 낙하 경로를 수정한 후 강력한 플라즈마 로켓엔진이 점화되자 순간적인 속도를 내며 미 본토를 향해 낙하했다. 1분도 안 되어 16기의 C-SE 에피루스 미사일은 모두 발사가 되었고 각자 설정된 목표지점으로 향해 서서히 각도를 벌리며 푸른 지구로 모습은 사라졌다.
이어 4연장 발사관 2개에서도 핵폭탄 1Mk급 이상의 위력을 가진 C-SH 지노그-II 미사일 8기도 발사관에서 빠져나온 후 에피루스 미사일의 뒤를 이어 미 본토를 향해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