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9화 (279/605)

도쿄 진격!

2021년 2월 24일 08: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 집무실.

한일전의 종전을 판가름하게 될 도쿄 진공을 앞두고 서현우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영상통화를 위해 아침 일찍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트럼프 대통령님!”

“허허, 일부러 약 올리시는 건지. 지금 제가 잘 지내게 생겼습니까?”

“음, 아니라면 유감이군요.”

“유감이오? 지금 한국의 공격으로 희생된 우리 군인들만 수만 명이오.”

잔뜩 인상을 쓰고 대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순간 짜증이 난 서현우 대통령도 맞받아쳤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대구를 비롯해 여러 도심 한복판에 미사일을 발사해 많은 국민의 사상자가 발생했소이다. 또한, 핵 어뢰까지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가 있습니까?”

“우리 미국은 한국에 핵 어뢰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역시나 화면에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없다고요? 증거자료가 넘치고도 넘칩니다.”

“그건, 핵 어뢰가 아니라 양성자 어뢰입니다.”

“말장난하지 마세요. 양성자 역시 핵폭탄의 일종이 아닙니까?”

“염연히 다릅니다. 양성자는 방사능 발생량이 아주 소량입니다. 즉 일반 폭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방사능만 없으면 양성자 부류의 어뢰나 미사일은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음!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거 따지려고 지금 전화를 한 겁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느낌에 주제를 바꾸려 했다.

“아닙니다. 현재 우리 군은 규슈 전체를 점령했고 혼슈 대도시인 나고야와 오사카 역시 조만간 우리 군에 의해서 점령이 될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

“트럼프 대통령님! 우리 정부는 미국의 USSC라는 조직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으로부터 USSC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순간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은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특유의 표정과 손짓을 하며 되물었다.

“USSC라는 게 대체 뭡니까? 그게 뭔데 나한테 말하는 것이오?”

“트럼프 대통령님! 진정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래요. 갑자기 알지 못하는 조직의 이름을 아느니 하는 겁니까?”

“모른다고 하셔도 일단 할 말은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예전 혈맹국에 진심으로 요청하는 말입니다.”

서현우 대통령의 눈에는 진정성이 전해지는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승전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광복하였고 이후 625전쟁 역시 미국의 도움으로 북한군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소. 또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경제성장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 역시 미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 이 부분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그때의 정의롭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단지 USSC의 13개 가문을 위한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소. 지금이라도 한일전에서 미국이 물러난다면 지금까지 미국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부디 USSC와 손을 뗐고 함께 갑시다.”

서현우 대통령은 진정성 어린 음성으로 부탁하듯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뭔가를 생각했는지 팔짱을 끼고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일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굳게 닫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혈맹으로 생각한 미국의 요청을 그런 식으로 무시하고 끝까지 일본과 전쟁을 계속하였소?”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독도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고 또한 한중전 당시 지린에 사린가스를 살포하고 그것을 중국이 한 것처럼 위장해 한중전에 관여한 범죄국입니다. 또한, 일주일간 휴전협정 기간에도 일본은 우리 부통령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미국은 한일간의 전쟁을 원치 않았소이다.”

“트럼프 대통령님! 제가 요청한 부분에 대해선 대답을 안 해주시는군요.”

“말할 게 뭐가 있습니까? USSC라는 처음 듣는 조직 이름을 말하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까?”

“정말 모른 체하실 겁니까? 우리 정부는 USSC에 대해서 알아볼 만큼 다 알아봤습니다.”

“서 대통령! 어디서 들은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억척스러운 말은 더는 하지 마세요.”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끝까지 발뺌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건, 수만 명 아니 수십만,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는 전쟁을 막고자 드리는 말입니다.”

“시끄럽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려고 전화를 했다면 이만 끊겠소이다.”

“휴! 어쩔 수 없군요. 오늘 이후의 모든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님께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알려드립니다.”

“홍 대통령! 우리 태평양함대를 이겼다고 안하무인이군요. 우리 미국의 군사력은 아직 10분 1도 보여주지 않았소이다. 그런 협박은 자제하시오.”

“제 말이 협박으로 들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협박이 아니라 경고인데 말입니다.”

“뭐라고요? 경고라고 했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상통화 카메라를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예의가 너무 없으시군요. 그런 의미에서 한마디 더 드리겠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 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자유의 여신상이 반쯤 파묻혀 있더군요. 조만간 영화 CG 장면이 아닌 실제 장면으로 보실 것입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뭐, 뭐라······.”

뚝!

영상통화를 끊고 나서 서현우 대통령은 미리 가지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그래도 한 가닥 기대는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가 잘되어 USSC를 잘라내고 한때 혈맹이었던 미국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부터의 전쟁 양상은 전략급 무기가 제한 없이 사용되는 인류 패망으로도 번질 수 있는 3차 세계 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폐 깊숙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서현우 대통령은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허공에서 사라지는 하얀 연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엔 러시아 대통령과의 영상통화를 위해 핫라인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

★ ★ ★

2021년 2월 24일 11:00,

일본 혼슈 야마나시현 육상자위군 군사기지.

쿠르릉르르르르릉~

1,000여 대에 달하는 전차와 장갑차가 일제히 시동을 켜자 후지산이 폭발하듯 지축을 흔들었다. 도쿄 진공 시간에 맞춰 60기갑여단부터 서서히 기동했다. 도쿄 중심지까지 직선거리 85km로 히가시후지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도쿄 도의 서쪽 관문인 하치오지시까지 60km도 안 되는 거리였다.

대대마다 지휘관의 기동 간 주의사항에 대한 공지가 내려지고 제20기갑사단의 영원한 선봉전차대대인 제60기갑여단의 26전차대대부터 서서히 유지 기동 후 가로로 뻗어있는 히가시후지 고속도로 난간을 밟고 올라가 도로 위로 올라섰다.

치열한 전쟁 양상으로 히가시후지 고속도로에는 한산했다. 이에 상하선 모두를 차지하고 2줄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2줄로 길게 이어진 제20기갑사단의 행렬 길이만 해도 5km에 달했다.

또한, 하늘에서는 제17항공단 소속의 171항공대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16기가 고속도를 따라 공중에서 지상 엄호에 들어갔고 각 대대에서 출격시킨 20여 기의 스파이더II 드론도 각자 정해진 상공을 비행하며 전방위 정찰 및 경계에 들어갔다.

정찰을 통해 제20기갑사단이 확인하지 못한 매복부대의 기습공격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최대한 신중히 앞으로 나아갔다.

사단 직할인 수색전차대대 다음으로 기동하는 제60기갑여단 26전차대대의 712호 전차 포수인 김영주 중사가 전차장인 오영택 상사를 불렀다.

“오 상사님!”

“왜!”

“이번에도 여단 아니지 사단 1등 해야지 않겠습니까?”

“야! 당연할 걸 물어보냐? 사단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기갑부대 중 최고 탑건 전차가 돼야지 않겠냐?”

“그럼 이번에도 일계급 특진입니까? 전차장님?”

712호 전차 조종수인 염훈기 병장도 헤드셋을 통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왜? 너 하사 계급 달고 전역하게?”

“에이! 저보다는 오 원사님 되는 거 보고 제대해야죠. 하하하”

“야! 원사라고 하니까 이거 장가도 못 갔는데 왠지 영감 되는 거 같다?”

“지금도 영감님으로 보입니다. 오 상사님!”

조준경을 통해 바깥 상황을 확인하던 김영주 하사는 히죽히죽 웃으며 약 올리듯 말했다.

“뭐야? 이 자식들이? 영감 갈굼 한번 당해볼래?”

“아! 농담입니다. 오 상사 영감님! 하하하!”

전차 안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30km 속도로 기동하는 712호 전차의 광자포 포신에는 적 전차와 장갑차 킬 수에 해당하는 전차 그림이 검은색으로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전차와 장갑차 그림이 무려 128개나 그려져 있었다. 지난 한중전 당시 제7기동군단 전체 1등의 전과였다.

★ ★ ★

2021년 2월 24일 11:30 (미국시각 23일 22:30),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서단 250km 해심.

한반도 동해에서 출발한 지 80시간 만에 이곳 미국의 서해안 해심에 도착한 슈퍼호큘라 잠수함인 이회영함(SSP-091)과 최준함(SSP-092)은 잠항심도 1000에서 1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서서히 공격준비에 들어갔다.

이회영함(SSP-091)과 최준함(SSP-092)은 서로 간 500k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심도 100까지 서서히 부상했다.

잠항심도 100m에서도 수직발사대를 통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슈퍼호큘라 잠수함의 동체 중앙에는 사거리가 15,000km에 달하며 탄도탄형식과 순항형식 2가지 모드로 발사가 가능한 SD-SLBN 궁니르-II 미사일이 수직발사관 20개에 장착되어 있었다. 재장전도 10분이면 20기 모두 장전이 가능했고 총 미사일 보유량도 80기에 달했다.

이처럼 한 국가의 웬만한 군사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전략 핵잠수함과 맞먹는 슈퍼호큘라 잠수함 2척은 언제든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해군작전사령부의 명령을 기다렸다.

★ ★ ★

2021년 2월 24일 11:30,

서울시 용산구 CC 벙커 (전략요격위성 CS-AD 제우스 3호 관제실).

일주일 전부터 미국 상공 36,000km에서 투명은폐시스템(TCS)으로 모습을 감추고 대기 중이던 CS-AD 제우스 3호를 운용하는 관제실 오퍼레이터들 손놀림이 바빠졌다.

“지그노 미사일 발사관 이상 유무 확인!”

“현재 장착된 지그노 투! 미사일 총 8기 이상 없습니다.”

“좋아! 에피루스 미사일 발사관 이상 유무 확인!”

“에피루스 미사일 총 16기 모두 이상 없습니다.”

해당 오퍼레이터는 콘솔 키보드를 두드리며 운용통제관의 지시에 즉각 대답했다.

“좋다! 에피루스 미사일 1번 발사관부터 오픈!”

“에피루스 미사일 1번 발사관부터 오픈~ 1번 2번 발사관 모두 오픈 완료!”

“지그노 미사일 1번 발사관부터 오픈!”

“지그노 미사일 1번 발사관부터 오픈~ 1번 발사관 2번 발사관 모두 오픈 완료!”

잠시 후 제우스 3호의 외형에는 8연장 C-SE 에피루스 미사일 발사관 2개와 4연장 C-SH 지노그-II 미사일 발사관 2개가 모습을 드러내 언제든 발사 명령만 내려지면 즉시 발사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각 미사일 사격제원 다시 한번 확인하도록”

“네, 에피루스 미사일 18기 각 해당 목표지점 재확인 들어갑니다.”

“지그노 투! 미사일 8기! 해당 목표지점 재확인 들어갑니다.”

해당 담당 오퍼레이터의 복명복창과 함께 관제실 메인 전술 스크린에는 해당 미사일이 표적으로 설정된 지점이 미국을 표기한 디지털 지도상에서 하나씩 표기되었다.

먼저 슈퍼 EMP탄인 C-SE 에피루스 미사일이 목표지점은 미국의 수도이자 정치 도시인 워싱턴 D.C와 금융 경제 수도인 뉴욕 그리고 보스턴, 애틀랜타, 뉴올리언스, 시카고, 댈러스, 휴스턴, 오스틴, 위치토, 덴버,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포틀랜드, 리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스포캔 등 18곳이 설정되어 있었다. 단 한발로 21세기 문명시대를 구석기 시대로 돌려버리는 에피루스 미사일 18기는 그렇게 설정되어 있었다.

두 번째로 기존 제우스 1호의 지노그 미사일보다 위력이 핵폭탄의 1Mt 급으로 개량된 C-SH 지노그-II 미사일이 목표지점으로 설정된 곳은 다름 아닌 미국 MD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주요 군사시설이었다.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기무사령부 정보팀에서는 미국의 MD 체계의 핵심인 요격 대공 부대에 대한 위치에 파악하고자 지속으로 노력했다. 이에 100%는 아니더라도 지하 사일로 형태로 운용하는 미사일 군사시설 위치는 파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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