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공세
2021년 2월 23일 09:00,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국의 뉴스에는 어제 오후 7시부로 일본 규슈에 대한 점령을 마쳤다는 보도 내용을 일제히 첫 번째 뉴스로 보도했다. 일본에 상륙한 지 딱 11일 만에 이와 같은 성과를 냈으며 그동안 규슈 점령을 위해 목숨 바쳐 전쟁을 수행한 제2해병사단과 제6해병여단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대한민국 전 국토를 뜨겁게 만들었다.
과거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일제 치하 36년, 일본의 숱한 침략으로 인해 고통받고 암울했던 과거 역사를 잠시나마 대한민국의 규슈 점령이라는 현실로 치유하고자 했다.
또한, 일본 4대 도시인 오사카와 나고야에 대한 대공세 점령 작전이 현재 진행되고 있으면 우리 용감한 해병대와 국군장병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6개 방송사에서 일제히 보도하는 뉴스를 시청하던 사람 중에 과거 일제 치하의 흑역사를 몸으로 느끼고 고통받았던 고령의 어르신들은 ‘죽기 전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계셨다.
일본으로 보자면 치욕적인 날일 수도 있었지만, 과거 역사의 사죄와 반성이 없는 국가에는 치욕이 아닌 당연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었다.
과거 숱한 만행을 저지르고 나 몰라라 없었던 일로 발뺌하며 왜곡된 역사를 가르쳐 자국의 국민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갖게 하여 툭하면 반한 시위를 일삼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거짓 역사관을 바탕으로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끝없이 국제사회에 영토분쟁으로 몰아가는 일본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지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축적되어 피를 토하는 분노였다.
뉴스가 나간 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길거리에는 규슈 점령에 대한 대한민국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승리의 행진이 도시 곳곳에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중앙정부와 6개 연방정부는 사고 없는 선에서 이들의 길거리 행진을 지원했다.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며 취재를 하는 외신 기자와 방송국 기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일본과 전쟁 중이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의 국민이 이처럼 평화적이고 안전한 시가행진을 할 수 있느냐였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 이런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 한 명 한 명에게는 전쟁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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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3일 1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국방부의 의도대로 모든 방송사에서 규슈 점령이라는 뉴스를 일제히 보도되고 국민적 지시 행진이 도시 곳곳에서 일어난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에서는 현재 치열한 시가전을 펼치고 있는 오사카와 어제부터 시작된 나고야를 비롯한 주쿄 지대의 교전 전개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미국의 최신예 무기를 운용하는 MEAB(해병원정기동여단)의 출현으로 예상외의 상당한 손실을 보며 계획 역시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하루 정도면 일본 육상자위군을 격파하고 대표적인 두 도시의 거점을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현재 MEAB와 육상자위대의 잔존병력이 시가전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현재 상황을 타파할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오사카의 경우 약간의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내일 중이면 점령 작전은 완전히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나고야를 포함한 주쿄는 오사카 쪽보다 2배 이상으로 넓고 어제 교전에서 예상보다 병력 손실이 컸던 이유로 점령 시간이 많이 지체될 듯합니다.”
“본부장! 뭐이 그리 두루뭉술하게 말하는기요? 확실히 언제쯤 가능하다 해야디 않갔소?”
합참차장인 최호일 차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질책하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오후, MEAB와 직접 교전을 펼쳤던 수도기갑사단(맹호)의 제18전차대대가 끝내 큰 피해를 보고는 전력에서 배제되었다. 또한, 2개 기계화보병대대가 시가전 전투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서울보다 3배 정도 넓이에 10개의 도시로 구성된 주쿄지대를 점령하기엔 병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현재 주쿄지대의 여러 도시에서는 제81공수육전사단과 제91공수육전사단이 게릴라 전술을 펼치고 있지만, 완전한 점령은 역부족이었다.
“일주일이라······. 원래 계획이라면 도쿄 진공 전에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강이식 합참의장은 전술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일 오전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김용현 중장이 대답했고 바로 제7기동군단 군단장인 양민춘 중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중갑강습여단을 나고야와 주쿄지대에 투입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번 2차 상륙 원정군에서는 제7기동군단의 예하 부대인 제20기갑사단(결전)과 수도기갑사단(맹호)만 참가했다. 현재 일본 원정군의 총사령관은 해병대사령관 이훈상 중장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지휘통계를 원활하게 하고자 중장급 이상의 장성은 원정군에 배제했다.
“중갑강습여단은 이번 도쿄 진공 시 입체작전을 위해 투입할 부대가 아닌가?”
영화 아이언맨처럼 중갑 장비를 착용해 격전지나 시가전에 특화된 부대로 현재 5개 중갑강습여단은 각 군사령부와 제7기동군단 직할 부대로 운영 중이었다. 제1야전사령부, 제2작전사령부, 제3야전사령부, 수도방어사령부, 그리고 유일하게 군단급에서는 제7기동군단이었다. 제20기갑사단이 도쿄를 진공 하게 되면 시간에 맞춰 5개 중갑강습여단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적어도 1개 여단 정도는 도쿄 임무에서 빼서 나고야에 투입 시키는 것이 어떨까 생각됩니다.”
“나쁘지 않군. 김 중장 생각은 어떤가?”
강이식 합참의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작전 총괄을 하는 김용현 중장의 의사를 물었다.
“찬성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혼슈 북쪽 해안 점령을 책임진 9기보사를 제20기사와 함께 진공했으면 합니다. 이번 오사카와 주쿄 교전에서 본 거처럼 1개 MEAB 전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부대가 도쿄 도에 자그마치 6개 부대가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개한 상태라면 제20기갑사단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김용현 중장의 말이 끝나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잠시 곰곰이 생각한 후 결심을 했는지 살짝 회의 탁자를 두드리고는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한가지! 규슈는 6해병여단이 전체 관리를 하고 2해병사단을 급속으로 기동하여 주쿄 진공 지원과 9기보사가 책임졌던 혼슈 북쪽 해안 일대를 맡도록 하지.”
“작전 변경하여 원정사령관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계획은 제2해병사단으로 하여금 점령이 완료되면 규슈를 관리하고 제6해병여단이 시코쿠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합참의장 동지! 기리티면 시코쿠 진공은 취소되는 겁네까?”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다고 봐야겠군요. 일본에 투입된 부대는 제안되어 있고 상황도 상황이니까요.”
“뭐 어쩔 수 없디요. 알갔습네다.”
이제 27시간 후면 한일전의 종점이라 할 수 있는 도쿄 진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도쿄 점령 이후 미국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한미전은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본 수도가 대한민국에 점령된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을 위해 수복 작전을 펼칠지는 판단하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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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3일 10:2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주일 미 사령부와 조에쓰시로부터 대한민국 부대에 대한 정보가 전해졌다. 조에쓰시 남동단 평지에 대략 1,000여 대에 가까운 기갑부대이며 주둔 중이며 하루 내내 군인들은 휴식을 취하며 정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도쿄 중심지로부터 202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면 충분히 도쿄 도에 진공 할 수 있는 거리였다. 또한, 주둔 중인 부대는 한국의 최강 기갑부대 중 하나로 한중전 당시에도 선봉 역할을 하며 수많은 전공을 세운 부대로 알려지자 일본 내각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체 정보수집력을 상실한 통합막료감부는 미 사령부의 정보부와 각 도시의 공무원과 민간인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쾅! 쾅! 쾅!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습니다.”
현재 전쟁 상황을 보고받던 아소 다로 부총리가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규슈가 한국군에게 완전히 점령되었고 일본의 4대 도시인 요코하마가 점령을 당한 후 나머지 2개 도시인 오사카와 나고야가 공격을 받고 있으나 방어하기 힘들다는 내용에 그만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과거 식민지에 불과했던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바뀌고 76년이 지난 후 도리어 침공을 당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운이 바람 위에 촛불이라는 사실에 아소 다로 부총리는 참을 수가 없었다.
“대체 미군은 뭐하는 거요? 당장 라이트 사령관에게 오사카와 나고야에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전하시오.”
아소 다로 부총리는 시바사키 대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이 대신했다.
“죄송합니다. 부총리님! 현재 도쿄도가 한국군으로부터 언제 침공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도쿄도로부터 현재 202km 떨어진 곳에 한국군 기갑사단이 주둔 중입니다.”
“202km요? 벌써 그렇게까지 가까워졌단 말이오?”
“현재 북서단 조에쓰에서 주둔 중입니다.”
“허허허! 이거 참! 그럼 도쿄 방어는 가능하겠소?”
“네, 현재 6개 해병원정기동여단과 미 해병 2사단이 도쿄도 곳곳에서 배수진을 치고 방어태세에 들어갔으며 우리 육자군도 제1기갑사단을 비롯한 12공중기동헬기여단과 이번에 징집으로 창설된 10개 보병사단이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북방면대 소속의 제6경보병사단이 도쿄에 진입하여 방어준비 중이며 제9차량화보병사단은 향후 한국군의 도쿄 진공 시 배후를 공격하기 위해 고센 근처에서 대기 중에 있습니다.”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직접 지도 곳곳을 가리키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정도면 한국놈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거지요?”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무조건 방어할 것입니다.”
“무조건 방어해야 합니다. 천황께서도 이번 전쟁으로 인해 심신이 매우 지쳐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도쿄는 목숨 걸고 사수하겠습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부동자세에서 고개를 숙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방위성 대신의 모습은 가식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아소 다로 부총리는 믿고 싶었다. 도쿄가 무너지면 일본이 무너지는 것이기에, 지난 1945년 미국에 항복 선언을 하고 또다시 그것도 식민지였던 한국에 항복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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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3일 11:3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방위성 대신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시바사키 대신은 잠금장치가 된 책상 서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고는 1번을 길게 눌렀다. 그리고 몇 번의 신호음이 흐른 후 상대방의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당분간 전화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전화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 수도인 도쿄까지 한국의 공격을 받을 판입니다.”
“당신! 우리 미국도 5개 항모전단이 크나큰 피해를 본 걸 모르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면 그만 기다리시오.”
“스핑크스! 그렇게 말만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도와주세요.”
“지금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않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확실하게 지원을 해달라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 도쿄가 한국군에 공격을 당한다면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생각이라니? 이 인간이?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 아닙니다. 아베 총리의 암살 건과 한국 평양 폭탄 테······.”
“닥치시오. 시바사키 대신, 당신은 지금 건너서 안 될 강을 건너려 하고 있소. 마지막 경고요. 다신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아베 꼴 나기 싫으면······. 이만 끊겠소.”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들여오는 스핑크스의 목소리는 서슬 퍼런 한기가 느낄 정도로 차가웠고 마지막 경고를 말하고는 끊어버렸다. 이에 시바사키 대신은 책상에 스마트폰을 강하게 내려치며 아랫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쿵!
“내가 아베 총리처럼 당할 줄 알아? 사람 잘못 봤다, 스핑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