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공세
2021년 2월 22일 13:45,
일본 혼슈 아이치현 오가키시 남서단 8km.
양 진형의 전차 간 거리는 대략 5km 다행하게도 시야를 방해하는 마을과 집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5중대 중대장으로부터 일제히 사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소대별 시야 확보되었으면 교전에 들어간다.”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진 후 최전방에서 질주하던 14대의 백호 전차 광자포 포신에서 일제히 광자포 입자를 날렸다.
5중대를 향해 밀려오는 검은 전차 여러 대가 붉은 화염을 일으키며 땅바닥에 주저앉음과 동시에 검은 전차 포신에서도 일제히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금속탄을 날렸다. 백호 전차의 현시경에 잡힌 검은 전차의 포신은 일반적으로 기다란 원형형태가 아닌 두 줄기 기다란 막내 모양에 갈라진 틈에서 뭔가가 발사되었다.
발사와 함께 2초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5중대 백호 전차를 덮쳤다. 강력한 SECM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가 정체불명의 금속탄에 피격되었다.
피격당한 백호 전차들은 내부 유폭은 없었지만, 기동하던 백호 전차의 외부장갑에서 전해오는 엄청난 충격에 그만 순간 중심을 잃고 급선회를 하며 멈추는 전차도 발생했다.
또한, 5중대 위로 10여 발의 적 포탄이 일직선에 가까운 각도로 무섭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포탄의 정식 명은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으로 일명 GPS 유도 스마트 포탄이라 불렸다. 초창기 버전인 XM982 엑스칼리버 포탄은 첨단 컴퓨터 시스템에 타격 지점의 좌표를 입력하면 상승고도가 자동 결정되고 인공위성의 유도를 받아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발사 이후 엑스칼리버 탄두와 탄미 부분에서 날개가 튀어나온다. 상승할 때는 탄미의 회전날개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최고 상승지점까지 도달하고 하강할 때는 탄두 부위에서 4개의 날개가 펴지면서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고도와 방향을 자동으로 수정하며 목표물을 명중시킨다. 최대 사거리가 무려 50㎞에 이르지만, 오차 범위가 10m 이내였다.
최신예 155mm 자주포인 M-2001 크루세이더(Crusader) 자주포가 개발된 후 전용 포탄으로 사용하기 위해 XM982의 개량형인 XM982-B가 개발되었다. 지상과 해상에서 이동하는 표적까지 오차 범위를 수정하여 타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하여 시속 100km로 이동하는 표적도 오차 범위가 고작 2m 이내로 매우 놀라운 표적 타격률을 보였다.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의 기폭장치는 세 가지로 전투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했다. 첫째는 공중 폭발(height-of-burst) 방식이다. 머리 위에서 폭발해 광범위한 지역에 파편을 퍼부으면서 적군에 타격을 가한다. 둘째는 지연폭발(delay)이다. 이는 건물이나 벙커를 뚫고 들어간 다음에 폭발하는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실험에서 엑스칼리버는 콘크리트 건물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벙커버스터’로서의 위력을 선보였다. 셋째는 포인트 폭발(point detonate)로 맞는 순간에 고폭약이 터져 장갑차나 차량 등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현재 5중대 백호 전차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의 기폭장치는 포인트 폭발로 세팅되어 있었다.
기존 XM982보다 한발 당 가격이 3만9천 달러에서 8만 달러로 가격이 무려 두 배로 뛰었지만 8만 달러로 700만 달러짜리 전차를 피격하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표적 대상인 5중대 백호 전차를 향해 직각으로 떨어지는 XM982-B 엑스칼리버를 탐지한 제5중대 소속의 K-30A2 비호와 KSMA-1A2 천마에서 S-LAM-60 천룡 미사일과 S-LAM-100 광룡 미사일이 즉시 발사되었다.
어느 정도 회피기동이 가능한 XM982-B 엑스칼리버는 자신을 요격하기 위해 하얀 항적을 뿌리며 지상에서 솟구쳐 오르는 천룡과 광룡 미사일을 떨치기 위해 사방으로 방향을 틀며 떨어졌다.
지상에서 치열한 기갑전이 일어나는 가운데 상공에서도 붉은 섬광이 번쩍이며 폭발했다. 하지만 요격에서 살아남은 XM982-B 엑스칼리버 1발이 5중대 533호 전차의 포탑 상부를 강타했다.
콰앙!
전차 장갑 중 가장 취약한 포탑 상부라 하여도 C-3 백호 전차는 웬만한 155mm 고폭탄의 피격에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은 열화우라늄탄과 같은 성향의 포탄이었다.
포탄 상부 전체를 날려버리듯 한 엄청난 파괴력이 533호 전차를 휘감았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기동을 멈추고 주저앉은 533호 전차는 검붉은 연기를 내뿜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여기는 하마 하나! 소대장이다. 하마 셋, 하마 셋, 들리는가?
533호 전차가 불길에 휩싸인 걸 확인한 해당 소대의 소대장이 걱정된 목소리로 통신망을 울렸다.
- 들리면 대답해라 하마 셋, 전차장 오 하사! 들리는가?
몇 번을 불러도 대답 없는 533호 전차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 으으으윽.
- 하마 셋, 전차 괜찮나?
- 여기는 하마 셋, 전차장 하사 오혁민입니다.
- 피해가 심각한가?
531호 전차는 기갑전을 펼치면서도 계속해서 533호 전차와 통신을 이어갔다.
- 다행히 내부 피격은 없습니다. 승조원 3명 모두 무사합니다. 그런데 외부 광학 장비가 모두 박살이 난 듯합니다. 포수 조준경과 제 현시경 모두 망가진 상태입니다.
- 기동은 가능한가?
- 가능합니다.
- 좋아! 533호 전차는 교전 지역을 이탈해 후방으로 기동한다. 이상!
- 알겠습니다. 이상.
열화우라늄 형태와 엄청난 속도로 포탑 상부를 강타한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이라도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백호 전차를 완전히 피격하긴 불가능했다. 하지만, 교전 불능의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5중대 전력에서 제외된 533호 전차는 후진 기동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교전 지역에서 서서히 이탈하기 시작했다.
한편 나머지 전차들도 오사카 시가전에서 처음 출현한 M4 워독 전차와 두 번째로 조우하며 강력한 16MJ급 레일건 X-16 금속탄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XM982-B 엑스칼리버 포탄에 애를 먹었다.
일본 요코스카에 상륙한 8개의 MEAB(해병원정기동여단) 중 6개 MEAB만 도쿄도 방어 작전에 투입되었고 나머지 2개 MEAB에 대해선 합동참모본부에서 그 행방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현 상황으로 봤을 때 1개 MEAB는 오사카 시가지 방어에 나머지 1개는 이곳 나고야 주쿄 방어에 전개한 것이 확실해졌다.
미 해병대의 정예 중의 정예라는 MEAB(해병원정기동여단)의 부대 단위는 여단급이었지만 운용하는 장비와 규모는 웬만한 사단급 이상이었고 화력 역시 대단했다.
처음 중대 규모로만 알았던 적 전차, 즉 M4 워독 전차수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5중대 중대장은 급히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제18전차대대 전체가 워독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급히 오른쪽으로 선회해 5중대에 가담했고 수도포병여단에서도 포격 지원에 들어갔다.
양 진형의 기갑전력과 포병전력까지 끼어들면서 주쿄 지대의 기갑전은 수도기갑사단(맹호)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치열해졌고 피해 역시 늘어났다.
“사단장님! 현재 이쪽에 대한 공중 지원이 필요할 듯합니다.”
후방 지역에서 현재 교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 하던 수도기갑사단(맹호)의 사단 작전관 박전일 준장이 디지털 지도상에서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지점은 제18전차대대가 새롭게 나타난 미국의 MEAB 부대의 M4 워독 전차와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점이었다.
“현재 포격 지원은 하고 있지?”
“18대대 대대장의 요청으로 2개 포대가 그 방향으로 포격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금일 아침에 합참에서 내려온 전달 상황 때문에 걸립니다.”
“MEAB에서 운용하는 최신예 전차인 M4 워독이라는 전차 말인가?”
오사카 시가전에서 M4 워독 전차의 성능에 대한 보고를 받은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든 부대에 주의사항을 전달한 상태였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18전차대대가 상대하는 게 그 전차들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쪽 촬영하는 영상 확대해봐.”
사단장과 작전관이 대화를 듣고 있던 부관은 바로 스파이더 드론을 운용하는 부대에 연락을 취했고 이내 전술 스크린에는 영상이 확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18전차대대와 교전하는 검은색의 전차 수십 척이 곳곳에서 엄폐하고 있다가 나타나 제18전차대대를 향해 레일건을 쏘는 M4 워독 전차의 모습이 보였다.
“합참에서 제공한 적 전차 사진과 유사합니다.”
“아쉽군, 1여단의 101대대만 있었어도···.”
사단장 황태원 소장은 상륙 전, 쓰나미로 인해 제1기갑여단의 제101전차대대 전차와 장갑차가 바닷속으로 수장되어 사단 전력에서 배제된 것이 매우 아쉬웠다.
“추가 지원이 필요할 듯합니다.”
“현재 전개 중인 기갑부대를 이동시키는 것은 그렇고 172항공대에 연락해 이쪽에 4기 정도 투입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제7기동군단의 제17항공단은 이번 2차 원정군에 합류한 상황이었고 예하 2개 항공대 중 171항공대는 제20기갑사단(결전)의 공중 지원 임무를 맡았고 172항공대는 수도기갑사단(맹호)을 공중 지원 임무를 맡았다.
후방 수도포병사단의 공중 엄호를 맡고 있던 제172항공대 소속의 공격헬기 FAH-91SP 송골매 4기는 제18전차대대를 지원하기 위해 헬기 특유의 비행소음을 울리며 남단 방향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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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2일 14:00 (미국시각 2월 21일 23:0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대회의실).
펜타곤 회의실은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가며 설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있었던 2차 회의에서 해군참모총장 존 리처드 대장이 내놓은 대대적인 추가파병 건의 승인 여부 때문이었다.
육군참모총장 안드레 드루먼드 대장을 위시한 온건파 지휘관들은 이쯤에서 한국과 타협을 하여 아무 이득도 없는 한일전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나머지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강경파 지휘관들은 태평양함대의 치욕적인 패배로 인해 불같이 일어난 시민들의 전쟁 옹호 시위대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어제 제안했던 작전 안을 대통령에게 승인 요청을 하여 대대적인 추가파병을 보내 한국에 대한 확실한 전쟁 승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이 제안 한 작전 안은 원래 이번 한국과의 전쟁에서 수립되어 있었던 작전 계획에 모두 들어있었다. 하지만, 5개 항모전단이 별 활약도 못 하고 괴멸되면서 전체적인 계획이 틀어져 쓸모없는 작전 안이 되었고 또한, 새롭게 작전 안을 수립해야 하는 가운데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이 기존 작전 안에 한 가지만 변경해서 그대로 다시 제안했다.
변경된 한 가지는 일본은 포기하고 오직 한국에 대한 공격을 가하는 계획이었다.
“아직 우리에게는 7개의 항모전단이 있습니다. 또한, 30만 파견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 말고도 산둥반도와 만주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넓어진 전선만큼 우리 미국에 유리할 것입니다.”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당찬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때 뒤쪽 줄에서 지켜보고 있던 USSC 조직의 국방성 담당자인 닉네임 로키라는 사내가 국방부 장관을 한번 쳐다보고는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는 국방성 전략기획위원이라는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나도 리처드 공참장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또한, 대통령님께서도 기존 작전 안과 공참장이 제안 한 작전 안도 모두 신중히 판단하여 승인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성이 오가며 설전을 펼쳤던 회의 시간을 무색하게 결론짓든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아니! 무슨, 그럴 거면서 이런 회의를 왜 하신 겁니까?”
반대 주장을 펼쳤던 안드레 드루먼드 육군참모총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에 합참의장인 드마커스 던포드 원수는 자제하라는 손짓을 하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드루먼드 육참장, 대통령님의 결정이 어떻든 우리 지휘관들이 심도 있는 회의를 거치는 건 중요합니다.”
사실 전날 작전브리핑실에서 1차 회의가 끝난 후 남았던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과 존 웨인 국방부 장관, 그리고 USSC 의원인 닉네임 로키라는 사내로 인해 모든 결정은 진작에 난 상황이었다. 단지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을 앞세워 강행하게 하는 모양새를 취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