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4화 (274/605)

파상공세

2021년 2월 22일 09:00,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가노야시 남동단 18km 호요시산.

지난 2월 11일 새벽 히라도섬 네시초코 해안에 상륙한 제2해병사단과 제6해병여단은 사가시부터 구루메시 그리고 후쿠오카시를 연결하는 방어선을 격파하고 파죽지세로 규슈 남동단으로 진공 하여 10일 만에 가노야시 남단 일부만을 남기고 규슈 모든 지역을 점령한 상태였다.

가노야시 남동쪽으로 길게 이어진 호요시산 일대에는 규슈 방어부대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특수과여단의 잔존병력이 숨어서 저항 중 있었다. 호요시산의 해발높이는 925m로 산지가 험악하지는 않았지만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에 제2해병사단 본부는 까치독사연대를 즉시 탐색격멸작전에 투입했다.

호요산 주요 산자락 밑에는 제5기동타격대대와 제6기동타격대대의 기동전투장갑차로 주요 길목을 차단한 상황에서 제7기동헬기대대의 KUM-M50 슈퍼수리온 기동헬기는 저마다 정해진 산릉선 상공에서 호버링을 하며 헬기 레펠로 이용한 해병대원들이 하강했다.

슈퍼수리온 헬기마다 32명의 해병대원이 하강했다. 그리고는 산릉선을 기준으로 좌우로 이동하며 하산수색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병력수송을 마친 슈퍼수리온은 산릉선 중간 지점부터 적외선 모드로 산속 곳곳을 탐지하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생명체가 탐지되면 가차 없이 양 날개에 장착된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을 발사했다.

산 중턱 곳곳에서 슈퍼수리온 헬기에서 발사한 플라즈마 활성탄 날아가 폭발했다. 총 40발의 플라즈마 활성탄을 모두 소진한 슈퍼수리온 헬기들은 그제야 기수를 돌려 임시 주둔기지로 돌아갔다.

한바탕 화려한 불꽃 쇼가 치러진 호요산 중턱은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 앞으로 5분 후 탐색격멸작전에 들어간다. 소대장들은 분대별 작전 시 주의사항 다시 점검하고 특히 분대별 간격 유지하는 거 강조하도록, 이상.

중대 통신망을 통해 38중대장의 작전 개시를 알리는 명령이 들려왔다. 이에 3소대 소대장인 유형민 소위는 분대장들을 불러놓고 마지막 점검사항에 대해서 말했다.

“작전 시 각 분대 간격 최대 30m 이상 떨어지지 말고 특히 X-C01 단말기의 피아식별 기능 활성화해 아군끼리 오인 사격하는 일 없도록 분대로 돌아가면 분대원들에게 숙지시키도록,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3분 남았다. 준비해.”

분대장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2분대 김일호 병장은 손짓으로 분대원들을 모이게 했다.

“야! 너희들 단말기 봐봐!”

김일호 병장의 말에 원형형태로 모인 분대원 7명은 각자 왼팔을 내밀었다. 이에 김일호 병장은 하나하나 단말기 설정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분대 막내인 홍정표 이병의 헬멧을 두드렸다.

“넌 왜 피아식별 설정 안 되어있는데?”

“죄송합니다. 아까 전지 교환한 후 재설정하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길성아, 막내 좀 챙겨라. 알았냐?”

“네, 죄송합니다.”

오길성 일병은 자기가 잘못한 거처럼 어찌할 줄 모르며 대답을 했다.

“죄송은 개뿔! 이렇게 숲이 울창한 산속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오인 사격한다고! 알겠냐?”

“명심하겠습니다.”

“우리는 서쪽 산자락으로 내려간다. 간격 유지하고 수색한다. 이동.”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분대원 8명은 타 분대원과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호요산에 숨어 들은 특수과여단 병력은 적어도 500여 명이 넘었다. 아무리 육상자위군이 당나라니 뭐니 해도 각 방면대마다 직할부대로 1개씩 운영하는 특수과여단은 나름 일본의 특수부대 중의 하나였다.

일본 육상자위군의 대표적인 특수부대는 중앙즉응집단 소속의 특수작전군이었다. 특수과여단 역시 특수작전군과 별 차이 없는 전투력을 보여주는 부대였다. 이에 이번 탐색격멸작전은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하지만, 오늘 특수과여단만 제압한다면 규슈 전체가 대한민국 수중에 떨어지는 역사적인 일이기도 했다.

★ ★ ★

2021년 2월 22일 09:00,

일본 혼슈 니카타현 조에쓰시 호쿠리쿠 자동차 도로.

새벽 02시를 기해 도쿄 진공을 위한 기동에 들어간 제20기갑사단(결전)은 호쿠리쿠 자동차 도로를 따라 1,000여 대에 달하는 전차와 각종 장갑차가 제7기동군단 직할 부대인 제17항공단의 171항공대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16기의 공중 엄호를 받으면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란 행렬을 이어갔다.

사단 전체가 한 번에 기동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적진 한복판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렇게 제20기갑사단 전체가 적진 한복판에서 과감하게 사단 기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일본 전역에 대한 제공권의 확보였다. 한일전이 개시되고 몇 차례 대규모 공중전을 치르면서 항공자위군의 총 전력 50%나 손실을 봤다. 이후 계속된 소규모 공중전 치르면서 항공전력은 계속 줄어들면서 현재 항공자위군은 전투기 TO를 100% 보전한 항공단은 북부항공방면대의 제2항공단(치토세)과 제3항공단(미사와)이 유일했다.

나머지 중부항공방면대에서는 제7항공단(햐쿠리)과 제9항공단(요코다)은 50%, 제12항공단(쓰루오카)은 30%의 TO만 남은 상태였다. 이외 일본 본토가 아닌 오키나와의 제83항공단(냐하)만이 100% 전력을 보존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83항공단을 제외한 모든 항공단의 기지는 그동안 한국군의 지속한 미사일 공격으로 격납고와 활주로 등 기지 전반의 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어 일부 전투기들은 타 기지로 이동 조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 속에서 항공자위군은 미국 태평양함대의 전개가 있을 때까지 필요 이상의 손실을 막고자 출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틀 전 미국 태평양함대가 전멸 수준의 피해를 봄으로써 항공자위군은 비빌 언덕이 사라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주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어제도 요미우리 골프장에 주둔 중인 제3해병기동사단의 본부를 타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격했다가 공격도 못 해보고 F-35A 라이트닝II 16기와 JX-1 카미원 12기가 한국 전투기에 모두 격추되고 말았다.

두 번째는 일본 감시 시스템의 부재였다. 정찰위성은 물론, 지상의 각종 레이더 기지가 파괴되어 실시간으로 한국군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사라졌다. 오죽했으면 일본 전역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한국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했겠는가? 그리고 첫 번째 이유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항공자위군의 공중조기경보기와 각종 정찰기 역시 제공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마음 놓고 비행하며 정찰할 수가 없었다. 출격 후 10분도 안 되어 한국 전투기가 출격하여 바로 공격을 가해왔다. 말 그대로 지금은 있으나 마나 한 신세였다.

이렇게 하늘을 지배한 공군 덕분에 제20기갑사단은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총 6시간을 달려 중간 거점인 조에쓰에 진입했고 남동단에 넓게 펼쳐진 농경지에 차례대로 들어서며 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공에는 미리 도착한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8기가 여러 방향에서 공중 경계를 펼치며 호버링 비행을 하고 있었다.

선두 그룹이 도열한지 1시간이 지나서야 후미 그룹의 차량이 도착해 도열에 들어갔다.

지난 한중전 당시에도 북경 진공의 선두 부대로 큰 공을 세웠던 제20기갑사단(결전)은 이번 한일미전에도 일본의 수도인 도쿄를 진공 하는 선두 부대로 그 역할과 책임이 매우 컸다.

★ ★ ★

2021년 2월 22일 13:20,

일본 혼슈 아이치현 오가키시 남서단 8km.

나고야는 일본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특히 도요타와 같은 주변 도시와 함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동차 공업지역을 형성하여 주쿄 공업지대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한일전이 시작되고 한국군의 계속된 순항 미사일과 전술 탄도탄 미사일, 그리고 폭격기의 공습과 일본 전역에 투입된 5만에 달하는 특전사의 활동으로 인해 지금은 찬란했던 주쿄 공업지대는 폐허가 되다시피 변해버렸다. 지독히도 공격을 받았는지 2층 높이의 공장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조리 파괴되어 무너져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는 문을 닫고 말았다.

이렇게 폐허로 변해버린 주쿄 공업지대에 또 한차례 지축을 흔드는 포성이 울려 퍼졌다. 금일 오전 8시에 쓰루가에서 출발한 1기갑사단은 호쿠리쿠 자동차 도로를 타고 남진한 후 요로 군에 접어들면서 끝이 보이지 않은 주쿄 지대에 예하 부대인 제1기갑여단과 제26기갑여단의 백호 전차가 기동하며 공격 대형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그 뒤로 제1기계화보병여단이 현무 장갑차가 후방 지원에 들어갔다.

나고야 점령을 위한 공격 대형을 갖추는 가운데 중부방면대 소속의 주쿄 방어부대와 마주쳤다. 이들은 제10기갑사단을 비롯해 예비역을 중심으로 편성된 1개의 차량화보병사단과 긴급비상징집으로 편제된 2개의 보병사단이었다.

수도기갑사단(맹호)은 공격 대형을 마치면 잠시 점심시간을 갖고 본격적인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 하지만 뜻밖에 주쿄 방어부대가 방어적 개념이 아닌 공격적 개념으로 전환하면서 도리어 공격해오는 상황이라 수도기갑사단(맹호)은 그대로 교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후방에서 방열하고 대기 중이던 수도포병여단 소속의 각종 포병전력이 불을 뿜었다. 넓은 평야 지대라고 하지만 오밀조밀 몰려 있는 마을들이 많아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곳곳에 포탄이 착탄 하면서 흙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진형의 전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중전에 이어 오랜만에 대규모 기갑전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총 500여 대의 전차와 400여 대의 장갑차가 광활한 평야에서 부딪쳤다.

중부방면대의 제10기갑사단 10식 전차들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쏟아지는 포탄을 헤집고 저돌적으로 기동해왔다.

선두에서 기동하는 10식 전차 여러 대가 수도포병여단이 발사한 포탄에 명중하고는 분해되듯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상했다. 하지만 일본 10식 전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속도로 기동했고 잠시 후 수도기갑여단의 백호 전차에서 일제히 사격에 들어갔다.

표적 시야만 확보되면 10km 밖에서도 사격이 가능한 백호 전차는 중간중간 모여 있는 마을 때문에 시야가 방해를 받았지만, 오른쪽에서 기동하는 10식 전차가 보이자 가차 없이 사격을 가했던 것이었다.

일제 사격으로 표적으로 지정되었던 10식 전차 18대가 한순간에 불타는 고철 덩어리로 변하고는 그대로 얼어붙은 땅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타격을 입은 중부방면대 소속의 제10기갑사단은 교전이 시작한 지 10분 만에 50여 대의 전차를 잃었다.

이에 사기가 오른 제1기갑여단의 제18전차대대 전차들이 더욱 속도를 높이며 일본 전차들을 짓밟는 가운데, 3시 방향 검은 형체의 전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후방에서 뒤따라오던 제18전차대대 대대장인 이연일 중령이 탐지하고는 바로 대대 통신망을 통해 알려왔다.

- 새로운 적 전차 3시 방향 출현! 다들 조심해라! 5중대가 가로막아 대응한다. 이상!

-5중대 확인했습니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기동하던 5중대 백호 전차 14대는 그대로 오른쪽을 회전하며 갑자기 나타난 검은 형태의 전차와 마주 보며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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