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2화 (272/605)

파상공세

2021년 2월 21일 19:30,

일본 혼슈 후쿠이현 쓰루가시 동단(시민문화회관: 제20기갑사단 임시 주둔기지).

새벽까지 상륙작전을 펼쳤던 대한민국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제20기갑사단(결전)은 쓰루가시 동단 시민문화회관 주차장과 바로 앞 농경지에 1,000여 대에 가까운 전차와 각종 장갑차 그리고 자주포와 대공포 차량이 도열 한 채 오후 내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틀 이상을 배에서 지냈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상륙작전을 전개한 병사들의 사기와 체력 보충을 위해 하루 내내 쉬게 해줬다.

한편 사단장 막사에는 대대장 이상급의 지휘관들이 모여 작전 회의가 사단 참모 작전관의 주관 아래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 지도를 보시면 이곳과 이곳에 도쿄 방어의 핵심 부대인 제1기갑사단이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육상자위군 중 가장 전투력이 높은 제1기갑사단은 도쿄도로 들어오는 큰 길목 2곳에 분산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북부방면대 소속인 제6차량화보병사단과 제9경보병사단 역시 현재 도쿄도까지 내려와 도쿄도 방어에 투입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비상긴급징집으로 10개 보병사단이 긴급 편성되어 도쿄도 전체에 고루 분산된 듯합니다. 재밌는 건 이번에 만들어진 10개 보병사단의 병사들은 50% 이상이 군대에 군자도 모르는 청년들을 1주일간 훈련 시키고 자대배치한 당나라 부대라 볼 수 있습니다.

회의 분위기가 딱딱했는지 사단 작전관 허진우 준장은 분위기 좀 풀고자 살짝 농담을 섞어 말했다.

“당나라는 짱게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 원숭이국에도 있는가 봅니다.”

허진우 준장과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제60기갑여단 김주명 준장이 맞받아쳤다.

“그래, 당나라 제거 전문 부대인 60여단이 혼내주면 되겠군.”

사단장 안국진 소장마저 농담조로 말하자 일순간 회의실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때 농담을 시작했던 작전관 허진우 준장이 좋았던 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부었다.

“문제는 MEAB입니다. 엊그제 요코스카항에 상륙한 MEAB 8개 중 6개가 현재 도쿄도 일대 곳곳에 배치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나머지 2개 MEAB의 위치는 파악 중입니다. 그리고 기존 주일 주둔군인 캠프 자마의 육군 2사단과 요코다 기지의 8사단, 그리고 해병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31해병기동부대까지 도쿄도 방어에 전격 투입되어 무시 못 할 전력으로 바뀌었습니다.”

* MEAB(Marine Expeditionary Activation Brigade): 해병원정기동여단

허진우 준장은 도쿄도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도쿄도 방어에 투입된 병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 겁니까?”

저번 중국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홍경준 준장 대신 이번에 제61기갑여단 여단장으로 오게 된 나동택 준장이었다. 허진우 준장보다 육군사관학교 한기수 아래 후배였다.

“대략 16만 명입니다.”

“적지 않은 인원이군.”

“인원도 인원이지만 이번에 투입된 MEAB부대가 운용하는 무기입니다. 현재 확인된 정보로만 말하자면 전차 같은 경우 16MJ급 레일건을 장착한 차세대 전차인 M-4 워독 전차를 비롯해 M5 후사르 장갑차,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 32MJ급 레일건을 장착한 M-1203 NLOS-C 자주포 등, 자세한 제원은 없지만, 지금까지 무기와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해병 항공전력으로는 스텔스 공격헬기인 AH-66 코만치 100여 기가 이번에 항공모함을 통해 일본에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 즐겁게 회의하던 지휘관들은 하나둘 웃음기를 잃었다.

“전차에 레일건까지 장착할 정도로 기술이 매우 향상되었군. 16MJ급 레일건에 백호 전차나 현무 장갑차가 직격당했을 때 장갑이 버틸 수 있나? 합참에서 테스트한 정보라도 전달받았나?”

“16MJ급 레일건에 직격을 당했을 경우 백호 전차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무 장갑차입니다. 백호 전차보다 방호력이 낮게 때문에 정면 외 측면과 후면, 그리고 상부에 직격을 당했을 경우 피격될 확률이 높습니다.”

허진우 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휘관 중 몇 명은 인상이 일그러졌다. 바로 현무 장갑차를 운용하는 기계화보병대대 대대장들이었다. 지금까지 현무 장갑차로도 적 전차와 1대 1로 붙어서 10에 9는 별 피해 없이 승리했다. 하지만 앞으로 1대 1은 고사하고 자칫 잘못되면 철통 속에 통구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도쿄 진공 작전 시 현무 장갑차는 특별한 임무가 아니면 선두 진공은 자제해야겠군.”

“작전 안을 수립할 때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잘했네.”

“문제가 또 있습니다.”

“뭔가?”

“백호 전차 역시 32MJ급 레일건 포탑을 장착한 M-1203 NLOS-C 자주포는 조심해야 합니다. 백호 전차의 상부에 직격을 당하면 100% 피격됩니다.”

허진우 준장의 말이 끝나자 현무 장갑차를 운용하는 대대장에 이어 백호 전차를 운용하는 대대장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럴 수 있겠지. 자네들 표정이 왜 그래? 우리가 언제 장비 발로 싸웠나?”

사단장 안국진 소장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대장들을 보며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중국전을 통해 너무 강한 무기에 익숙해져서 그런 듯합니다. 사단장님 하하하.”

김주명 준장도 대대장들의 표정이 웃겼는지 살짝 농담을 던졌다.

“지금부터 1차로 수립된 도쿄 진공 작전 안에 관해 세부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1년 2월 21일 22:00,

일본 혼슈 효고현 오사카 시내.

오사카 시내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매복했던 제3차량화보병사단과의 교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반 평지가 아닌 시가전에서 공격자 입장은 매우 불리했다. 특히나 기갑부대로 편제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은 더욱 그랬다. 이에 전차대대와 기계화보병대대를 혼합하여 장갑차 하차조의 보병 지원을 받으며 조금씩 도시 내부로 진입해 들어갔다.

교전이 치열해질수록 오사카 시민들의 피해는 늘어만 갔다. 양 국가 전차와 장갑차에서 쏟아대는 포탄과 로켓탄에 허물어지는 건물 안에서 깔려 죽거나 아니면 각종 중화기 총탄과 파편에 맞아 죽는 시민들이었다.

그렇다고 적대국의 시민을 위해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교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일본 정부가 오사카 시민들의 안전이 걱정되었다면 소계 명령을 내려 모두 피난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염려하는 대로 자국의 시민을 방패 삼아 오사카를 지키려 했고 더 나아가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것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는 크게 변동하고 있었다.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은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남과 북이 통일하고 한때 대한민국을 속국이니 뭐니 하며 거들먹거리던 중국과의 전쟁에서 2개월 만에 한반도의 3배가 넘는 옛 고토를 되찾고 무릎을 꿇게 하였다. 그리고 지금, 일본은 둘째 치고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현재 매우 유리하게 전개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이러니 일본이 원하는 거처럼 국제사회가 무서워 오사카 시민을 위해 위축된 교전을 벌이지 않았다. 또한, 시가전 초반 제7중대 전차장이 일본 노인 때문에 중화기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 때문인지 제3기동해병사단(화룡)의 해병들 눈에는 자비란 보이지 않았다.

시가전이 시작되고 가와니시를 시작으로 도요나카시를 넘어 4시간 왕복 8차선 25번 도로를 타고 오사카 시청 앞에 도달한 수색전차대대의 7중대 2소대 C-3 백호 전차 4대와 제52기계화보병대대 소속의 12중대 2소대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 4대는 전방위 경계 대형으로 도열 했다.

“각 단차 하차조 하차!”

221호 장갑차 단차장이자 2소대 소대장인 강태웅 중위의 명령에 따라 4대의 장갑차 하차조 보병들이 후방 해치 문을 열고 쏟아져 나왔다.

하차한 보병대원들은 각자 실드 글라스를 적외선 모드로 설정한 후 분대별로 오사카 시청 건물로 내달렸다. 한편 25번 도로 남쪽 방향 3.17km 지점에는 제3차량화보병사단의 제3전차대대 소속 10식(Type 10 BMT) 전차와 그 뒤로 96식 장륜 장갑차(Type 96 Wheeled APC) 여러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남쪽을 보고 도열에 있던 722호 전차장인 강경헌 중사는 현시경을 통해 탐지한 적 기갑에 대한 정보를 소대 통신망으로 알렸다.

- 25번 도로, 방위각 180, 거리 3,170에 적 전차와 장갑차 다수확인, 계속 늘어남.

시청부터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25번 도로는 3.2km 지점에서 우측으로 휘어져 있었다. 바로 일본 전차와 장갑차가 휘어진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기동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10식 깡통 전차는 722호 전차가 알아서 해결 바람.

- 소대장님! 진심입니까?

- 네, 전차장님.

- 알겠습니다. 대대 전차 중 탑건이니 제거하고 오겠습니다.

- 너무 멀리는 가지 마세요.

721호 전차장과 722호 전차장은 장교와 부사관 관계였으나 나이도 같고 해서 사적으로 중대에서 가장 친한 동료였다.

“김 병장, 가자!”

721호 전차와 나란히 도열에 있던 722호 전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 하사, 표적 연속으로 지정한다. 세팅 끝나는 대로 사거리 알아서 밟아라.”

722호 백호 전차는 왕복 8차선의 끝과 끝을 지그재그로 기동하며 남쪽에서 기동해 오는 선두 10식 전차부터 차례대로 표적 지정을 해갔다.

왕복 8차선 직선거리 3.2km 중간마다 부서지고 세워진 차들이 있었지만 3번째 10식 전차까지 표적으로 설정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이 하사! 일단 3번 표적까지 간다. 알아서 발사해.”

이호준 하사가 발사 판을 밟자마자 광자포 포신에서 번쩍하더니 붉은 입자는 순간속도로 10식 전차를 강타했다.

콰앙!

일직선으로 날아간 광물질 입자는 선두에서 기동하던 10식 전차의 포탑에 정확히 명중했고 포탑에서 검붉은 화염이 솟구치며 그대로 도로에 주저앉았다.

“1번 표적 피격! 2번 갑니다.”

“좋아! 계속 쏴와!”

또 백호 전차가 들썩거리며 광자포 입자를 토해냈다. 한편 선두 전차가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 주저앉자 두 번째 세 번째 10식 전차는 좌우로 갈라지며 대응 사격에 들어갔다.

펑! 펑!

두 번째 10식 전차의 120mm 활강포에서 날탄을 발사하자마자 광자포 입자에 피격당하며 폭발했다. 반대로 백호 전차의 강력한 SECM에 방금 폭발한 10식 전차에서 쏜 날탄은 허공을 가르며 지나쳤고 이내 은행 건물로 보이는 1층 현관에 착탄 하며 현관문을 박살 냈다.

콰앙!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세 번째 전차에서 쏜 날탄의 관통자는 어이없게도 722호 백호 전차의 정면 장갑을 강타했다. 하지만 날탄의 관통자는 정면 장갑을 뚫지 못하고 스파크만 튀길 뿐 그대로 튕겨 나가 도로에 처박혔다.

“제법인데?”

관통자와 충돌하면서 들려온 불쾌한 소음에 강경헌 중사는 소리쳤다.

“이 하사! 3번째 표적 연속 2방 날려라!”

하나의 표적에 대해선 1초 간격으로 발사가 가능한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722호 백호 전차에서 연속으로 2방의 광자포를 날렸다.

콰앙! 콰쾅!

포탑과 전차 몸체 사이에 정확히 1초 간격으로 2번의 광자포 입자가 파고들자 포탑은 몸체와 분리되며 5m나 날아가 떨어졌다. 이에 뒤에서 따라오던 10식 전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1타 2피다!”

현시경으로 방금 장면을 본 강경헌 중사는 웃긴 나머지 킬킬거렸다.

이때 허공을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722호 백호 전차의 포탑 왼쪽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콰캉!

장갑이 깨질듯한 소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에 722호 전차는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틀어지며 인도 화단에 처박힐 뻔했다. 이에 강경헌 중사와 포수 이호준 하사 역시 순간 충격에 내부 장치에 부딪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뭐야? 미사일에 맞은 거야?”

옆구리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으며 강경헌 중사는 현시경을 바라봤다.

현시경에는 불타는 10식 전차 사이로 온통 검은색으로 도색 되었고 저돌적으로 생긴, 난생처음 보는 전차가 불타오르는 불빛에 비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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