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불꽃
2021년 2월 20일 22:25,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섬 북단 453km 해상 상공.
CF/A-25P 흑주작 24기와 F-22SR 슈퍼랩터 19기, 그리고 후방에서 B-1R 아처 4기가 추가된 공중전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주작과 흑주작의 탁월한 스텔스 능력을 무력화시킬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를 비롯해 여러 수단으로부터 대공 탐지정보를 지원받은 미 해군 함재기와 공군 F-22SR 슈퍼랩터의 조종사들은 기대했던 결과와는 다르게 승리의 여신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10여 분간의 치열한 공중전의 결과는 이랬다. 대한민국의 공군 전투기는 주작 3기와 흑주작 2기만이 격추당했고 또한 모든 조종사는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 해군 함재기인 슈퍼호넷 12기와 라이트닝II 16기 모두 격추를 당해 공중에서 산화했고 조종사 10명만이 탈출시스템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슈퍼랩터 19기 중 10기만이 살아남아 아처의 후방 공격 지원을 받으며 분전했다.
후방 80km 지점에서 비행하는 B-1R 아처에서 무장했던 AMG-120D 암람과 AMG-120F 암람을 모두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크게 선회하며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향하며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B-1R 아처가 토해낸 암람 미사일은 빨랫줄처럼 곧바로 날아갔다. AMG-120F 암람은 마하 6에 달하는 속도로 1분도 안 되어 각자 회피기동을 펼치며 곡예비행을 하는 주작과 흑주작을 노렸다. 이에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고 강력한 EMC까지 방출하며 회피기동에 들어가자 F-22SR 슈퍼랩터 10기는 이 틈을 이용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더욱 거리를 좁히며 저돌적인 공격비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들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근접 교전이라면 우수한 기동력으로 우위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던 슈퍼랩터 조종사들은 5분도 안 되어 잘못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그파이트 교전에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하물며 상상도 못 해 본 고기동과 회피기동을 펼치는 주작과 흑주작의 기동 능력에 후미를 빼앗기며 차례대로 공중 산화하거나 바다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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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22:30,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북단 372km(제3함대 제11항모전단).
제11항모전단을 향해 낙하하는 4기의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은 외기권 안으로 진입했다. 이제 착탄까지는 길어야 1분! 이에 줌왈트급 구축함인 팻 틸먼함(DDG-1004)과 크리스 카일함(DDG-1005)은 1번의 요격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1기당 200억 원에 달하는 SM-3(Block IIA) 미사일을 무려 40기나 발사했다. 말 그대로 3기의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8,000억 원을 하늘에 뿌린 꼴이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낭비라고 볼 수 있었으나 행여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로 인해 제11항모전단이 피해를 본다면 8,000억 원은 껌값으로 볼 수 있었다. 제럴드 R. 포드함(CVN-78)만 해도 6조 원에 달했고 이외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급 구축함 2척 역시 척당 4조8천억 원이었다. 이외 구축함과 각종 장비를 합친다면 수십조 원이었다.
이처럼 8,000억 원을 아끼려다 수십조 원을 날릴 수 있기에 제11항공모함의 전단장인 로저 헤이니 제독은 메튜 가트니 함장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탄도탄 미사일을 요격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제3함대 사령관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마크 헤이니 중장이 실종되었다는 보고 때문에 잠시 슬픔에 잠겨 존 에단스 함장에게 지휘권을 넘겼던 로저 헤이니 제독은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독기 서린 눈으로 전술 스크린을 주시하며 명령을 이어갔다.
고도 800km에서 2번의 섬광이 일어나며 에피루스(슈퍼 EMP탄) 2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나머지 2기의 에피루스(슈퍼 EMP탄)는 그대로 대기권을 돌파하려 할 때 12척의 미 해군 함정에서 실용 상승한도가 500km인 SM-3(Block IB) 미사일 수십 발이 쉬지 않고 연달아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았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없는지 끝내 에피루스(슈퍼 EMP탄) 1기만 요격하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1기의 에피루스(슈퍼 EMP탄)는 산개 대형을 유지한 채 기동 중인 제11항모전단의 상공 1km에서 폭발했다.
엄청난 빛을 발하는 섬광이 번쩍이며 어두운 하늘을 일순간 대낮과 같이 밝게 비추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폭심지로부터 원형을 그으며 날아온 강렬한 충격파가 제11항모전단을 휩쓸고 지나갔다.
강력한 EMP(전자기펄스)를 동반한 충격파가 휩쓴 제11항모전단의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CVN-78) 전체에 울리던 공습경보 사이렌이 순간 멈췄고 열출력 700MWt, 전기출력 150MWe을 생산하는 항공모함의 심장인 벡텔 A1B 원자로 2기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에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모든 전자 시스템의 전원이 끊어졌고 순간 과부하로 인한 전자 회로에 스파크가 튀기며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모함을 비롯한 9척의 수상함은 한순간 해류에 떠밀려 다니는 고철 신세로 전락한 상황에서 다행하게도 폭심지로부터 50km 떨어진 해상에 있었던 기존 제7항모전단 소속이었던 알레이버크급(플라이트 IIA) 이지스 구축함인 맥캠벨함(DDG-85)과 머스틴함(DDG-89)만은 EMP에 부분적인 피해만 보았다.
운용 시스템은 물론 전원이 나가버려 비상 조명탄과 플래시 불빛만으로 어두운 해상을 비추고 있는 제11항모전단 소속의 수상함에 대한민국 연합함대에서 발사한 해성A 대함미사일 32기가 날아왔다. 이에 부분적으로 시스템이 운용되는 맥캠벨함(DDG-85)과 머스틴함(DDG-89)만이 즉시 요격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지스 레이더로 날아오는 해성A 대함미사일을 탐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지속적인 추적과 함께 사격통제시스템 쪽에 오류가 발생해 일일이 표적을 세팅하느라 요격 대응이 늦어졌다. 어쨌든 1차 요격으로 2척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24기의 SM-2(Block IIIA) 미사일을 발사되었다. 그리고 다시 수동으로 표적 세팅에 들어갔다.
현대전에 있어서 1초라는 시간은 매우 귀중했다. 수동 세팅으로 수십 초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해성A 대함미사일 32기는 제11항모전단으로부터 50km까지 날아왔다.
해수면을 스치며 씨 스키밍 모드로 날아오던 32여 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은 60도 각도로 날아와 파편 폭풍을 일으키는 SM-2(Block IIIA) 미사일에 13기가 요격을 당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나머지 19기는 각자 설정된 표적을 향해 부드러운 선회기동을 하며 날아갔다.
맥캠벨함(DDG-85)과 머스틴함(DDG-89)은 어떻게든 항공모함을 살리고자 본 함을 향해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 요격 순위를 뒤로 미루고 제럴드 R. 포드함(CVN-78)을 향해 날아오는 해성A 대함미사일에 모두 집중했다.
제럴드 R. 포드함(CVN-78)을 향해 날아오던 5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 중 3기만이 해수면에 처박히며 폭발했고 나머지 2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은 순간 팝업 기동으로 솟아오른 후 일정 고도에 이르자 이내 급격히 기수를 내리고는 제럴드 R. 포드함(CVN-78)의 비행갑판을 향해 내리꽂듯 떨어졌다.
비행갑판 정 중앙에 떨어진 2기의 해성A 대함 미사일은 두꺼운 비행갑판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폭발했다.
두 차례의 거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뚫린 비행갑판 위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두꺼운 장갑으로 이뤄진 항공모함 내부의 격벽은 종잇장처럼 꾸겨지고 찢기며 거대한 화염 폭풍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배수량 10만 톤의 제럴드 R. 포드함(CVN-78)은 침몰하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이 망가진 상황에서 침몰하거나 하지 않거나 별다를 게 없었다.
스텔스 구축함인 팻 틸먼함(DDG-1004)과 크리스 카일함(DDG-1005) 역시 각기 3기의 해성A 대함 미사일을 맞고는 흉측한 몰골로 이글거리는 화염에 휩싸인 채 연기를 뿜어내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그리고 항공모함을 살리고자 본 함에 대한 대공 방어 순위를 밀었던 맥캠벨함(DDG-85)은 날아오는 2기의 대함미사일 중 1기를 근접방어체제인 20mm 펠링스로 요격했지만, 나머지 1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에 함교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머스틴함(DDG-89) 역시 함미와 중앙 선체에 2기의 해성A 대함미사일을 맞고는 급격히 후미 우현으로 기울어지며 서서히 침몰해갔다.
이외 이지스 순양함인 초신함(CG65)과 카우펜스함(CG-63). 그리고 이지스 구축함인 폴 존스함(DDG-53), 피크니함(DDG-91), 샘프슨함(DDG-102), 윌리엄 P. 로렌스함(DDG-110), 스프루언스함(DDG-111), 페리급 호위함인 커티스함(FFG-38)과 밴데그리프트함(FFG-48) 등 잠수함을 제외한 제11항모전단의 수상함 12척은 계속된 연합함대의 대함미사일 공격에 피격을 입고는 완파 내지 깊은 심해로 침몰했다.
10분 후 제11항모전단이 있던 해상에는 시꺼먼 연기를 흩날리며 검붉은 화염에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제럴드 R. 포드함(CVN-78)과 흉측한 몰골로 불타고 있는 2척의 구축함만이 해류에 떠밀려 움직이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수많은 구명정과 함께 급한 마음에 구명조끼만 착용하고 물속에 뛰어든 수많은 수병이 가득했다. 물 반 물고기 반이 아닌 물 반 사람 반이었다.
처음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의 충격파에 모든 운용 시스템이 다운이 되자 제11항모전단의 전단장인 로저 헤이니 제독은 모든 함정에 수신호로 퇴함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이에 추가적인 연합함대의 해성A 대함미사일이 도달하기 전 대부분 승조원은 긴급 퇴함하여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요격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맥캠벨함(DDG-85)과 머스틴함(DDG-89)의 승조원 피해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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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23:55 (미국시각 10:55),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작전브리핑실).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제11항모전단마저 괴멸되었다는 소식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양손으로 회의 탁자를 내려치며 목소리로 높였다.
쿵!
“지금 당장 전략급 핵미사일을 모두 발사하여 즉각적인 보복을 해야 합니다.”
잇따른 교전에 해군전력의 손실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자 해군의 총 책임자인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이성을 잃을 정도였다.
작전브리핑실에는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해군참모총장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군 지휘관들 역시 상당한 충격에 빠져버렸다.
“장관님! 무슨 말이라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장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승인을 받아주시오.”
막무가내로 요청하는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의 말에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대답했다.
“리처드 총장! 진정하게. 지금은 11항모전단의 승조원들을 구조하는 게 우선이야. 지금 수만 명이 바다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자네 부하들을 모두 저 깊은 바다에 수장시킬 것인가?”
분노에 잠시 이성을 잃은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 부분을 놓쳤습니다.”
“이번 교전에서 진 거지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야. 앞으로 보복할 기회는 많네, 리처드 총장은 지금 당장 11항모전단의 승조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해당 부대에 지시를 내리고 계속해서 확인하게.”
“네, 알겠습니다.”
“자! 다음 작전 회의는 금일 오후 4시에 합시다. 그때는 이번 교전에 대한 보복과 대응 전략을 각 군에서 작전 안을 수립하여 가져오도록 하세요. 이상 회의를 마칩니다.”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은 지금 분위기상 회의를 지속해봤자 사기가 떨어져 적절한 작전 안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모든 지휘관이 밖으로 나간 후 작전브리핑실에는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과 존 웨인 국방부 장관, 그리고 전날 양성자 어뢰를 사용하자고 의견을 냈던 USSC 조직의 의원인 닉네임 로키라는 사내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