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8화 (268/605)

동방의 불꽃

2021년 2월 20일 22:00,

제주도 남단 99km 해상(제2함대 제2구축함전단, 제71기동전대).

제럴드 R. 포드함(CVN-78)에서 함재기가 이함함과 동시에 제주도 제25전투비행단 공군기지에서 CF-21P주작 24기와 서귀포 공항에서 임시로 주둔 중인 제17전투비행단 소속의 제153전투비행대대 CF/A-25P 흑주작 24기가 긴급 출격했다. 그리고 이내 슈퍼 크루즈 비행 모드로 마하 6.5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이륙한 지 3분 만에 연합함대의 상공위를 지나쳤다.

7세대급에 가까운 48기의 최신예 전투기가 편대 그룹으로 상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소음을 발생했고 순간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는 연합함대의 승조원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며 괴성을 질렀다.

이에 보답을 하고자 했는지 CF/A-25P 흑주작 24기에서 일제히 공대함 미사일인 S-ALM-100 아나콘다 내부 무장실에서 튀어나와 제11항모전단의 함정을 향해 일제히 푸른빛을 발하여 날아갔다. 총 48기에 달하는 수량이었다.

한편 연합함대와 제11항모전단의 중간 상공에서는 여러 폭발이 줄기차게 일어났다. 88기에 달하는 해성A 함대함 미사일이 제11항모전단의 구축함에서 발사한 SM-2와 함재기에서 발사한 알람 미사일과 충돌하는 폭발이었다. 하지만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의 요격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1차 요격에서 살아남은 52기의 해성A 미사일은 해수면을 이리저리 스치며 저돌적인 비행으로 제11항모전단의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노렸다.

“현재 요격된 해성A 미사일은 총 28기! 나머지 36기 정상적으로 표적을 향해 날아갑니다. 앞으로 선두 미사일 착탄까지 116초!”

현재 공격 권한을 부여받고 지휘 중인 광해군함(DDG-1001)의 전투지휘실에는 함장인 안형균 대령이 직접 내려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통관! 3차 미사일 발사 준비하지?”

“진행하겠습니다.”

“사통관, 각 함대 대함 미사일 재장전 상황은?”

“대조영함과 왕건함은 앞으로 재장전까지 5분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해군 CD-2급 이하의 구축함은 함대함 미사일이 4연장 발사관 2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1차 해군전력 증강사업 당시 CD-2급 구축함은 해성 미사일을 해성A로 교체했지만, 공간 협소로 인해 발사관 수량을 늘리지 못했다. 하지만 재장전 속도를 기존 2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는 신형 발사관으로 장착했다. 그리고 CD-1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을 대처할 차세대 방공 구축함인 CD-1A 강이식급 대중상함(DDH-983)은 처음 설계부터 대함 미사일 전력을 높이기 위해 4연장 발사관 4개를 장착했다.

“좋아! 나머지 5개 함에서 각기 8기씩 대함 미사일 발사한다. 각 함정에 표적 할당 지정!”

“5개 함정에 표적 할당 지정 완료.”

“미사일 발사!”

“해성A 미사일 발사!”

서서히 일자 대형으로 기동하는 연합함대의 5척에서 해성A 대함 미사일이 또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현대 해상전의 대함 미사일 공격은 한 번에 최대 수량으로 일제히 공격하여 적 함대의 대공 방어능력 인계점을 넘겨 공격하는 것이 정공법이자 일반적인 공격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연합함대는 일부러 시차를 두고 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것은 대함 미사일에 대한 요격에 시선을 집중시켜 제우스 1호에서 발사한 에피루스(슈퍼 EMP탄)의 탐지 및 대응을 방해하려는 기만에 따른 의도 공격이었다.

연합함대와 CF/A-25P 흑주작 전폭기에서 시차를 두고 발사되는 대함 미사일에 제11항모전단 구축함은 요격 대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CF/A-25P 흑주작을 뒤로 하고 앞서가던 CF-21P주작 24기는 적 전투기와의 본격적인 공중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피루스(슈퍼 EMP탄) 미사일은 마하 45에 달하는 속도로 무섭게 낙하하고 있었다.

★ ★ ★

2021년 2월 20일 22:05,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후텐마 미 해병대 비행장과 함께 오키나와 지역에서 양대 거점 기지인 가데나 공군기지는 미국 태평양 공군의 가장 큰 군용비행장이며 제5공군 소속의 제18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날아온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 4기가 활주로를 타고 막 이륙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금일 오전에 치열한 공중전을 펼치고 살아 돌아온 F-22SR 슈퍼랩터 19기가 재정비를 마치고 유도병의 유도 신호를 받으며 활주로에 들어섰다.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 4기는 고도를 높이며 광대역 레이더 X파를 날리며 탐지에 들어갔고 뒤이어 이륙한 F-22SR 슈퍼랩터 19기와 B-1R 아처 4기는 현재 치열한 공중전을 펼치고 있는 북단 상공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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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22:05,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북단 453km 해상 상공.

F/A-18E/F 슈퍼호넷의 양 날개 하드 포인트에 장착된 2기의 AGM-158C LRASM 공대함 미사일의 락 기어가 풀리며 분리되자 이내 자체 추진력을 일으키며 순간속도로 하얀 연기를 그으며 앞으로 날아갔다. 한편, 육중한 공대함 미사일 2기가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자 그만큼 가벼워진 F/A-18E/F 슈퍼호넷 12기는 각자 기동을 펼치며 본격적 공중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수적 유리함에도 괴멸에 가까운 패배를 이어온 미 해군 함재기의 상황은 매우 나빴다. 현재 공중전에 돌입한 대한민국의 CF-21P주작 24기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CF/A-25P 흑주작 전폭기 24기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미 해군 함재기는 F/A-18E/F 슈퍼호넷 12기와 F-35C 라이트닝II 19기가 전부였다. 양 국가의 전투기 성능으로 봤을 때 매우 적은 수량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지금까지 공중전과 다른 점이라 하면 먼저 스텔스기만을 전문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E-55A 스텔스탐지정보기의 레이더 정보 제공은 물론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3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MQ-9B 리퍼 2기, 그리고 정지궤도 군사위성인 지오(GEO) 10호와 12호로부터 다방면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데이터 링크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한국 전투기의 탁월한 스텔스 능력에 눈이 먼 채로 불리한 공중전을 펼치며 치욕스러운 패배를 봤던 미국 전투기들은 그동안의 치욕을 갚고자 미친 듯이 이를 갈며 저돌적으로 CF-21P 주작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한, 아군 전투기를 지원하기 위해 후방에서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F-22SR 슈퍼랩터와 B-1R 아처에서도 미사일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 중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미 해군 함재기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한국 차세대 제공 전투기인 CF-21P 주작은 스텔스 기능뿐만 아니라, 미국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여러 첨단 기술이 집약된 6.5세대 이상급이라는 점이었다.

양 진형의 전투기 거리가 100km 이내로 접어들면서 서로를 향해 대공 미사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한꺼번에 쏟아진 100여 발에 달하는 대공 미사일들이 중간 지점에서 교차하며 지나쳤고 양 진형의 전투기들 자신의 기체를 표적으로 지정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떨치기 위해 각자 회피기동을 펼치며 채프와 플레어를 어두운 하늘에 뿌려댔다.

좌우로 뿌려지는 플레어는 마치 불사조와 같은 형상으로 주위를 밝게 비췄다.

미 해군 함재기가 운용하는 AIM-120D 암람보다 속도 면에서 2배나 빠른 공대공 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이 먼저 F/A-18E/F 슈퍼호넷과 F-35C 라이트닝II를 향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마하 8에 달하는 속도에 F/A-18E/F 슈퍼호넷의 급격한 회피기동은 무용지물이었다. 좌우로 갈라지며 기수를 급속도로 상승시키던 슈퍼호넷의 하단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방울뱀이 강타했다. 하단 동체 중앙에 명중 당한 슈퍼호넷은 그대로 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조종사는 탈출할 틈도 없이 폭발에 따른 화염에 휩싸이며 산화했다. 이런 폭발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콰앙! 콰아아앙! 쾅!

순식간에 슈퍼호넷 6기가 공중에서 산화하거나 아니면 검붉은 연기를 흘리며 바다로 추락했다. 일부 조종사가 탈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F-35C 라이트닝II 역시 우수한 조향력으로 급선회하며 끈질기게 쫓아오는 방울뱀에 직격을 당하며 격추되기 시작했다.

제112전투비행대대 소속의 CF-21P 주작 24기도 날아오는 AIM-120D 암람을 회피하기 위해 각가지 고기동을 펼치며 죽음의 문턱을 벗어나려 했다. 조종사의 조종능력과 자체 슈퍼컴퓨터의 도움으로 각가지 고기동을 펼치며 악착같이 날아오는 AIM-120D 암람을 따돌렸다.

하지만 근접 신관이 장착된 AIM-120D 암람은 표적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자동으로 폭발하며 어두운 상공 하늘을 밝게 비췄다. 그럴 때마다 고기동으로 쏟아지는 파편을 회피했다. 그리고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파편 중에는 간혹 주작 전투기의 동체와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리퀴드메탈 합금으로 감싼 주작의 동체는 한두 개의 파편쯤은 튕겨낼 정도로 고강했다.

강력한 스파크가 튀기며 동체 상단을 강타하고 튕겨 나가는 파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 조종사는 이내 항전 계기판을 주시했다. 주작 전투기의 전반적인 이상 유무를 확인해주는 디스플레이에는 그 어떠한 이상 신호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안심한 조종사는 조종 레버를 당겨 계속해서 현란한 기동을 펼쳤다.

이렇게 고도 5km 상공에서 화려한 불꽃 축제가 펼쳐지는 가운데 해상에서도 목숨을 건 교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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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22:20,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북단 372km(제3함대 제11항모전단).

계속해서 날아오는 연합함대의 대함 미사일에 일일이 표적 할당을 지정하며 요격 상황을 지휘하는 팻 틸먼함(DDG-1004)의 전투정보실은 메뉴 가트니 함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술통제관이 모든 요격절차를 지휘 중이었다.

“1번, 2번 표적 요격 실패! 3번부터 12번 표적 요격 성공!”

“4차 요격을 위한 표적 전 함대에 할당합니다.”

“실격 실패한 1번과 2번은 크리스 카일함, 13번 14번 15번 표적은 존 폴 존스함.”

십여 명의 오퍼레이터는 실시간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며 보고하느라 전투정보실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전통관!”

이런 상황에서 메뉴 가트니 함장이 전술통제관을 불렀다.

“네!”

“적함 위치 확인되었나?”

“방위각 3-4-5에서 3-5-5, 거리 262km입니다.”

“그럼 이렇게 요격만 해서 되겠나? 본 함은 지금 하던 대로 요격절차 지휘하고 자매함인 크리스 카일함에 공격 권한을 넘긴다.”

잠시 후 팻 틸먼함(DDG-1004)의 지휘 아래 대공 미사일을 공격하던 13척의 순양함과 구축함은 이제 요격과 더불어 크리스 카일함(DDG-1005)의 대함 공격 지휘 아래 RGM-84 하푼과 RGM-85 슈퍼하푼이 연달아 VSL 수직발사대에서 솟구치며 높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함정당 4기의 함대함 미사일이 발사되자 총 52기의 하푼과 슈퍼하푼이 어두운 북쪽 하늘을 뒤덮었다. 하얀 연기를 그으며 붉은 광점이 서서히 사라지는 가운데 전탐관이 루이 잭슨 상사가 자신의 모니터를 보며 소리쳤다.

“전통관님! 고도 7,600km 상공에 탄도탄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 4기 탐지! 현재 마하 45 이상의 속도로 본 함대를 향해 떨어지고 있습니다.”

“뭐야? 그걸 왜 지금에야 탐지한 거야?”

전술통제관인 허슬리 베이커 소령이 전탐관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때 제럴드 R. 포드함(CVN-78)과 크리스 카일함(DDG-1005)에서도 우주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탐지했는지 탐지정보를 데이터 링크가 되었다.

“착탄까지 얼마 남았나?”

“8분 27초입니다.”

8분이라는 시간은 회피기동으로 피할 수 있는 시간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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