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7화 (267/605)

동방의 불꽃

2021년 2월 20일 21:00,

제주도 남단 99km 해상(제2함대 제2구축함전단, 제71기동전대).

요코스카 근해에서 핵폭탄에 버금가는 여러 발의 대폭발이 일어난 후 제3함대 소속 3개 항모전단이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에 제7항모전단은 밀집 대형에서 산개 대형으로 긴급 전환하며 흩어지고 있었다.

산개 대형은 전략급 무기인 탄도탄 핵미사일에 피격당했을 때 산개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함정 간 거리가 3km씩 떨어지기에 전단의 전방위 대공 방어가 취약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제주도 남단에서 연합함대를 구성하고 남진 중인 제2함대의 제2구축함전단과 제71기동전대에서 볼 때 지금이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볼 수 있었다. 이에 해성A 함대함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 속도로 남진했다.

“언제쯤이면 대함 미사일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가?”

연합함대 총지휘권을 가진 제2함대 제2구축함전단의 전단장인 김이원 준장이 기함인 태종대왕함(DDG-996)의 함교에서 뒤집을 지고 제21구축함전대장이자 함장인 오형기 대령에게 물어봤다. 이에 함장 전용 모니터를 확인하고는 바로 대답했다.

“앞으로 30km 정도 남았습니다. 사령관님!”

“이럴 때 이순신함처럼 아바리스 미사일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김이원 준장은 사거리 450km에 속도가 마하 810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아바리스를 말하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아바리스 대함 미사일은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슈퍼호큘라 잠수함에서만 운용 중이다.

“하하하, 사령관님! 아바리스를 운용하려면 적어도 만재배수량이 15,000t는 되어야 합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나? 어쨌든 아쉽다는 거지.”

“전투 지휘는 기동전단 광해함에서 지휘하니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하면 보고가 올라올 겁니다.”

“그동안 11항모전단이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겠어.”

“산개 대형으로 전환하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40여 분 후, 산개한 제11항모전단의 모든 수상함이 해성A 대함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제71기동전대의 지휘함인 광해함(DDG-1001)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충성! 광해함 함장 안형균입니다.”

“충성! 수고가 많다.”

“제독님! 현재 제11항모전단의 모든 함정이 우리 대함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습니다. 공격 승인 요청합니다.”

“지금부터 광해함에게 공격 권한을 부여한다. 아군의 피해 없이 교전에 임하도록.”

“알겠습니다. 충성!”

모든 공격 권한을 넘겨받은 광해함(DDG-1001)의 안형균 대령은 즉시 모든 함정에 적 함정에 대한 표적 할당을 하고는 이내 해성A 미사일 공격 명령을 내렸다.

RGM-84D 하푼을 운용하는 을지문덕함(DDH-972)을 제외한 8척의 구축함에서 연달아 각기 4기씩 총 32기의 해성A 미사일이 K-VSL 수직발사대와 4연장 발사관에서 희뿌연 연기를 흩날리며 날아오르며 남쪽으로 선회하며 사라져갔다.

32개의 하얀 항적을 토해내며 어두운 남쪽 하늘로 날아간 그 시간, 전략요격위성인 CS-AD 제우스 1호에서 마지막 4기의 에피루스(수퍼 EMP탄) 미사일이 엄청난 속도로 제11항모전단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전 함대 2차 해성A 미사일 발사한다.”

1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광해군함(DDG-1001)으로부터 해성A 미사일의 2차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8척의 구축함에서 또 한차례 해성A 미사일이 곳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 ★ ★

2021년 2월 20일 21:45,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섬 북단 372km 해상(제3함대 제11항모전단).

산개 대형을 막 마친 제11항모전단에 초비상이 걸렸다. 북단 250km에서 발사된 함대함 미사일을 조기경보기인 E-2C 호크아이즈가 탐지하여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발사된 64기 초음속 대함미사일 해성A는 씨 스키밍 모드로 해수면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같은 함대 소속인 3개 항모전단이 괴멸적인 피해를 봤다는 소식 때문인지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CVN-78) 아일랜드 함교의 전용 의자에 앉아있던 로저 헤이니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유인즉 제3함대 사령관인 마크 헤이니 중장이 그의 아버지였고 승선했던 제3항모전단 전체가 증발하다시피 사라졌다는 보고내용 때문이었다. 이처럼 강한 충격에 지휘관으로서 이성적인 지휘를 하지 못하자 옆에서 명령을 기다리던 제럴드 R. 포드함(CVN-78)의 함장인 존 에단스 대령이 그 마음을 이해하는지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로저 헤이니 제독에게 물었다.

“제독님! 항공기 이함 시키겠습니다.”

로저 헤이니 제독은 대답 대신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제독님 잠시 제가 지휘권을 넘겨받아도 되겠습니까?”

“미안하네, 잠시만 그렇게 해주겠나?”

“걱정하지 마시고 잠시 제가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존 에단스 대령의 명령에 따라 비행갑판에 대기 중이던 VMFA-323(해군 전투비행대대) F/A-18E/F 슈퍼호넷 12기가 2곳의 비행갑판 활주로를 따라 이함을 했고 뒤이어 어제 낮에 공중전을 펼치고 살아 돌아온 3개 VFA(전투비행대대) F-35C 라이트닝II 16기가 전자식 캐터펄트의 도움을 받으며 차례대로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항모전단의 조기경보를 맡는 VAW-117(항모조기경보비행대대)에서도 2시간 전부터 출격하여 상공에서 비행하는 E-2C 호크아이즈에 이어 나머지 2기도 이함 시켜 조기경보 능력을 극대화하였고 남진 중인 한국 연합함대를 정찰하기 위해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MQ-9B 리퍼 2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MQ-9B 리퍼 2기는 서로 간 2km의 간격을 유지하고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북쪽 상공으로 날아갔다. MQ-9B 리퍼는 기존 MQ-9 리퍼보다 고도 상승 능력을 20km까지 대폭 업그레이드한 무인정찰기였다.

“여기는 제럴드 R. 포드함 함장 존 에단스 대령입니다. 지금부터 전단장님으로부터 지휘권을 건네받아 제가 직접 지휘합니다. 적 함대함 미사일은 지금부터 팻 틸먼함의 사격 통제하에 요격 진행 바랍니다. 이상.”

“여기는 팻 틸먼함의 함장 메튜 가트니입니다. 사격 통제권 넘겨받아 요격 절차 들어가겠습니다. 이상.”

대공 방어 및 사격 통제권을 넘겨받은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인 팻 틸먼함(DDG-1004)의 전투정보실에서는 모든 구축함과 북쪽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요격할 미사일에 대한 표적 번호를 할당했다. 그리고 잠시 후 수십 발의 SM-2 미사일이 어두운 하늘을 붉은 광점으로 수놓으며 북쪽으로 날아갔다.

또한, 제럴드 R. 포드함(CVN-78)에서 이함 하여 북쪽 상공으로 날아간 F/A-18E/F 슈퍼호넷과 16기의 F-35C 라이트닝II에서도 함대함 미사일을 향해 AIM-120D 알람을 발사됐다.

★ ★ ★

2021년 2월 20일 21:50 (미국시각 08:5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작전브리핑실).

펜타콘 합동참모본부 작전브리핑실에서는 100여 명에 달하는 고위관료들이 모인 상태에서 로버트 버크 해군참모처장이 직접 강단에 올라와 뭔가에 대한 브리핑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제1항모전단은 항모인 칼빈스함을 비롯해 주축 순양함인 챔플레인함과 구축함인 웨인 E 메이어함은 핵미사일 공격으로 모두 소멸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8척의 구축함은 불행 중 다행히도 착탄지점에서 벗어났기에 가벼운 손상만 입었으나 EMP탄의 영향 때문인지 부분적인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모든 작전에서 배제해야 할 듯합니다. 현재 부득이하게도 장거리 기동이 불가능하여 요코스카항으로 기동 중입니다.”

“항모전단에서 가장 주축인 항모와 순양함이 어찌 당한 것이오?”

로버트 버크 해군참모처장이 설명하는 가운데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그것이 1차 EMP탄 공격에 직접적 피해를 보며 모든 시스템이 먹통이 되었고 이로 인해 2차 핵미사일 공격에 적극적인 대공 방어와 회피기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알았소이다. 계속 설명을 이어가시오.”

“다음은 9항모전단입니다. 9항모전단인 경우 다행히도 EMP탄과 핵미사일 공격에 간접적 피해만 보았기에 항모는 물론 구축함 9척 모두 무사합니다. 하지만 3항모전단의 구축함과 같은 시스템 오류가 부분적으로 발생하여 재정비가 불가피합니다. 현재 괌 기지로 긴급 귀항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존 웨이 국방부 장관은 한숨을 쉬며 혼잣말하듯 툭 하니 내뱉었다.

“죄다 전력에서 배제되는군.”

이에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전쟁이 이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니 일단 재정비가 우선이라 보여 그렇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3항모전단으로 보입니다. 현재 9항모전단의 루즈벨트함에서 이함한 무인정찰기로 1시간 동안 해상 일대를 수색 중이나 현재까지 3항모전단 소속의 그 어떠한 수상함도 찾을 수 없다는 보고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이, 완전히 소멸이 되었거나 아니면 죄다 침몰했다 볼 수 있습니다.”

“뭐요? 1개 항모전단이 전체 함정이 침몰했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가장 피해를 적게 본 제3항모전단의 보고에 의하면 6시 15분 EMP 탄도탄에 의해 대부분 수상함의 시스템이 먹통이 되었고 그로부터 20분 후 500m 상공에서 핵폭탄과 맞먹는 위력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보고입니다. 즉, 1차로 EMP탄 공격 후 2차로 핵미사일로 공격했다는 것입니다.”

“탄도 미사일을 이용한 EMP와 핵 공격이라니······. 어찌 되었건 한국은 확실히 핵확산금지조약을 위배했군.”

“장관님! 현재 NRO(국가정찰국)에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공격은 탄도탄 미사일 공격이 아닌 위성 발사체에서 발사한 것으로 간주 됩니다.”

DIA(국방정보국)의 마이클 T. 죠시 국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위성 발사체요? 증거라도 잡았습니까?”

재차 질문하는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의 말에 마이클 T. 죠시 국장은 대답 대신 NRO(국가정찰국)의 안토니오 루니 국장을 바라봤다. 이에 안토니오 루니 국장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부관에게 USB를 건네며 스크린에 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작전브리핑실 대형 스크린에는 우주를 찍은 사진이 보였고 이에 안토니오 루니 국장이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금일 오전에 동북아에 긴급 투입된 군사위성 지오(GEO) 10호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진의 해상도가 왜 저럽니까? 알아보기 힘들군요.”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원래는 초고해상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저렇게 잔상이 흐릿한 사진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에 보이는 사진은 배경으로 보이는 우주는 매우 깨끗하고 고해상도로 보였으나 가운데 찍힌 검은 물체는 매우 흐릿하게 보였다. 자세히 봐야만 위성 같아 보일 정도였다.

“다음은 동영상입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스크린에 화면이 바뀌고 이번엔 동영상이 보였다. 동영상 역시 검은 물체는 흐릿하게 보였다. 잠시 후 검은 물체에서 여러 개의 미사일이 장착된 발사관이 튀어나오더니 이내 지구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후 발사관은 제자리로 들어간 후 그 검은 물체는 이내 촬영된 동영상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이동하여 촬영하는 앵글에서 사라진 게 아닌 잔상이 흐려지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뭐지?”

“갑자기 사라진 거야?”

“아니면 빠르게 이동한 건가?”

이해할 수 없는 동영상에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내던졌다.

“자 보시는 것과 같이 한국의 공격위성으로 보이는 저 검은 물체는 미사일 발사 이후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에 현재 우리 NRO에서는 타 정보기관과 긴밀한 정보공유를 통해 조사 중입니다. 아직 확실한 정보를 밝혀내지 못해 보고가 늦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최대한 저 검은 물체에 대한 정체를 파악한 후 재차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토록 오리발을 내밀더니 한국이 공격위성을 운용해?”

존 웨이 국방부 장관의 얼굴은 노기가 충분했다. 그리고 재차 욕설을 내뱉으려는 그때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 당직관이 다급하게 작전브리핑실로 들어와 소리쳤다.

“제11항모전단이 한국 함대에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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