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6화 (266/605)

동방의 불꽃

2021년 2월 20일 19:05,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남동단 133km 해상(미 제3함대 3개 항모전단).

LGM-30F 미니트맨 IV를 발사 후 2차 발사를 위해 심도 50m에서 대기 중이던 제3함대 소속의 버지니아급(Block IV) 잠수함 3척은 제3함대 사령부로부터 모든 작전을 취소하고 긴급 잠항에 들어가라는 통신을 받고는 제2차 발사 절차를 중지하고 이내 심도 깊숙이 잠항에 들어. 또한, 요코스카항 근해에서 저속 항해 중이던 3개 항모전단 역시 속도를 올리며 분주하게 항해해 나갔다.

25분 전, 제우스 2호에서 발사한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 6기는 마하 45 이상의 속도로 고도 9,000km 상공에 접어들면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D-1 탄도탄 조기경보위성으로부터 탐지가 되었다. 이에 착탄 목표로 확인된 제3함대 사령부에 긴급 상황전파를 하였고 착탄까지 9분 48초가 남은 상태에서 50여 척에 달하는 3개 항모전단 수상함들은 착탄 폭심지를 벗어나기 위해 각자 방향으로 고속 회피 분산 기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6기의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는 각 항모당 2기씩 발사가 되었고 각 항모의 회피기동까지 예상하여 2기 중 2기는 회피기동을 펼치는 외곽 쪽에 탄착 지점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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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9:05,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12km 해상(제2차 상륙 원정군 호위함대).

갑작스럽게 출현한 어뢰 공격에 적 잠수함에 대한 대잠 경계를 펼치기 위해 세종대왕함(DDH-991)과 김종서함(DDG-975)에서 긴급 이함해 동쪽 상공으로 기동하던 3기의 Mk-99A 슈퍼링크스 조종사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는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김 준위님! 저거 쓰나미입니까?”

부조종사 오태원 중사가 헬멧 바이저를 젖히고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도 처음 보지만 확실한 거 같은데?”

반경 수백 미터에 해당하는 거대한 물기둥이 높이 백여 미터까지 치솟으며 엄청난 물벼락이 떨어지는 가운데 그 주위로 원형형태로 밀려오는 파고 높이가 3m에 달하는 쓰나미가 하얀 거품을 휘감으며 몰려오고 있었다. 3km 떨어진 지점인데도 파고는 갈수록 커지며 뚜렷이 보였다.

“큰일이다. 상륙함대가 위험해.”

가장 앞서가던 세종대왕함(DDG-991) 소속 Mk-99A 슈퍼링크스 주 조종사인 김일규 준위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이에 옆자리에 탑승한 부조종사 오태원 중사가 설마 하며 대꾸했다.

“김 준위님! 우리 상륙함 배수량이 최소 4,000t 이상인데 설마 저 쓰나미에 큰 피해를 보겠습니까?”

“저거 안보이냐? 갈수록 더욱 커지는 거? 당장 세종함에 연락해야겠어.”

갑작스럽게 출현한 양성자 어뢰를 늦게 탐지했다고 세종대왕함(DDG-991) 전술통제관에게 면박을 받았지만 사실, 음탐관 허만호 중사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탐지되었다. 더불어 발 빠른 요격절차에 들어가 먼 거리에서 요격에 성공했고 그런 결과로 양성자 어뢰의 엄청난 폭압 지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양성자 어뢰의 탐지와 요격이 늦어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다면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은 적어도 50% 이상의 피해를 봤을 것이다.

이렇게 시속 110km에 달하는 속도로 밀려오는 쓰나미는 앞으로 7분이면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을 덮칠 예정이었다. 너무나 급한 상황에서 김일규 세종대왕함에 보고했다.

해수면으로부터 30m 상공에서 날고 있는 3기의 Mk-99A 슈퍼링크스 아래로 거대한 쓰나미가 거대한 폭포에서 들릴법한 소리를 내며 지나쳐갔다. 이에 Mk-99A 슈퍼링크스 3기도 기수를 돌려 선회하며 함대 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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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9:10,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남동단 133km 해상(미 제3함대 3개 항모전단).

3개 항모가 각자 방향으로 고속 기동에 들어간 상황에서 각 항모전단의 이시스 순양함과 구축함에서는 고도 1,500km 이내로 접어들 때쯤 함대공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SM-3(Block IIA) 미사일을 연신 쏘아 올렸다. 항모전단마다 20여 기의 SM-3(Block IIA)이 Mk 41 VLS 수직발사대에서 붉을 불꽃을 터뜨렸으며 빠져나왔고 이내 거대한 연기 항적을 내뿜으며 하늘 높이 사라져갔다.

총 60여 기의 SM-3(Block IIA)는 C-SE 에피루스(수퍼 EMP탄) 1기당 10기가 목표로 날아갔다. 중간단계 GPS 유도로 날아가다가 종말 단계에서 반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으로 전환되는 SM-3(Block IIA)는 일정 고도에 오르자 1단계 부스트를 분리하고 각자 요격할 미사일을 탐지하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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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9:12,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12km 해상(제2차 상륙 원정군 호위함대).

Mk-99A 슈퍼링크스로부터 쓰나미 상황을 전파받은 세종대왕함(DDG-991)은 최후방에서 항해했기에 가장 먼저 쓰나미의 역습을 받았다. 4m에 달하는 쓰나미가 세종대왕함(DDG-991)함을 향해 덮쳐왔다.

“전원 충돌에 대비해라. 전원 충돌에 대비해라.”

비상 경보음이 함 전체에 울리는 가운데 부함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충돌을 대비해 긴급히 선회하여 함수를 돌려 쓰나미와 마주 보는 가운데 순간 거대한 물결이 함수를 강타했다. 만재배수량 10,000t에 달하는 세종대왕함(DDG-991)의 함수가 강한 충격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거의 30도에 가까운 각도로 기울어지자 각종 단단한 손잡이와 시설물을 잡고 있던 승조원들이 일제히 뒤쪽으로 튕겨 나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함 전체에 전해지는 순간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함내 곳곳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다가 용골까지 부러지며 침몰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승조원의 얼굴은 그야말로 두려움에 떨며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바이킹 타듯 함 전체가 하늘에 붕 뜨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 승조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함교 역시 나뒹구는 승조원들로 난장판이었다.

쓰나미를 넘은 세종대왕함(DDG-991)은 그대로 해수면을 향해 함수가 처박히며 중심이 앞쪽으로 쏠렸다. 이로 인해 뒤로 날아갔던 승조원들이 이번엔 반대로 앞쪽으로 내팽개쳐졌다.

잠수하듯 바다로 빠져들던 함수가 잠시 후 복원력에 의해 다시 해수면으로 튕겨 오르며 크게 흔들렸고 차쯤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자세를 잡았다.

일반 사병은 물론 수년간 바다에서 생활했던 장교와 부사관 역시 이곳저곳에 토하며 기진맥진했다.

그만큼 이번 쓰나미의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각 부장은 피해 현황 정리해서 즉시 보고하라.”

가까스로 쓰나미의 위험에서 벗어난 세종대왕함(DDG-991)은 함장인 고현우 대령의 명령에 따라 각 부서에서는 피해 현황을 확인한 후 보고를 했다.

“기관장 강혁준 원사입니다. 현재 기관 일체 이상 없습니다. 대신 기관병 3병이 작은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알았네, 부상병은 즉시 의무실로 보내도록.”

“네, 알겠습니다.”

“충성! 전투지휘실 통제관 이원우입니다. 현재 운용 관련 모든 장비 이상 없습니다. 또한, 전투지휘실 인원 35명 모두 무사합니다.”

“오케이 알았네.”

“갑판실 갑판장 한경석입니다. 현재 갑판···.”

갑판장의 피해 현황 보고를 받는 중에 부함장이 함교 밖 한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함장님! 저기 김종서함이···.”

600m 떨어진 김종서함(DDG-975)이 쓰나미와 충돌하며 그만 좌현으로 기울어졌고 복원력을 상실했는지 자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제길······. 만재 5,500t으로는 버틸 수 없는 건가?”

짧게 일갈한 고현우 대령은 직접 통신기를 들고 김종서함(DDG-975)에 교신을 보냈다.

“여기는 세종함! 함장 고현우다. 김종서함 들리는가?”

“충성! 항해장, 강오원입니다.”

“함장은?”

“충격에 쓰러지셨습니다.”

“복원력 상실인가?”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현재 좌현으로 55도 기울어졌습니다.”

“제길! 퇴함해! 전 승조원에게 퇴함 명령을 내리게, 자네도 함장 데리고 어서 퇴함해.”

“알겠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시속 110km에 달하는 속도로 밀어붙이는 쓰나미는 불과 10분도 안 되어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 전체를 덮쳤다. 일부 작은 민간선박들은 대형 선박 뒤로 배치해 쓰나미의 충격을 최소화했지만 10여 척이 침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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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9:15,

일본 혼슈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 남동단 133km 해상(미 제3함대 3개 항모전단).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를 요격하기 위해 100여 발에 달하는 SM-3(Block IIA)을 발사하고도 고작 2기만 요격하는 데 성공한 3개 항모전단의 1km 상공위로 엄청난 섬광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총 4번의 섬광과 함께 사방으로 원형형태의 충격파가 해상전체를 휩쓸며 퍼져나갔다.

고속기동에 들어가던 제1항모전단 상공 두 곳에서 동시에 섬광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제1항모전단 소속의 함정을 스치고 지나갔다.

거대한 충격파는 그대로 항공모함인 칼빈스함(CVN-70)은 물론 10여 척에 달하는 순양함과 구축함을 강타하자 EMP 펄스에 의해 운용하던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특히, 칼빈스함(CVN-70)과 이지스 순양함인 챔 플레인함(CG-57 ), 이지스 구축함인 웨인 E 메이어함(DDG-108)은 완전히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각가지 전자 시스템을 운용하는 칼빈스함(CVN-70)의 곳곳에서 불꽃이 튀기며 화재까지 발생했다. 이에 자동 소화 시스템까지 먹통인 가운데 승조원들은 일일이 소방호스를 꺼내 들고 수동으로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제1항모전단의 근처 상공에서 비행했던 항공기과 헬기들 역시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자 그대로 해수면에 추락하며 처박혔다.

한편 방위각 1-7-0으로 기동하던 제9항모전단의 근처 상공에 C-SE 에피루스(수퍼 EMP탄) 1기가 강렬한 섬광 빛을 방출하며 충격파를 날렸다.

다행히 회피 예상 지점으로 낙하하던 C-SE 에피루스(수퍼 EMP탄)가 요격을 당하면서 충격파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제9항모전단은 일부 시스템만 먹통이 되었을 뿐 그리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방위각 2-7-5로 기동하던 제3항모전단의 상공위로 C-SE 에피루스(수퍼 EMP탄) 1기가 폭발했다. 폭심지의 한 가운에 있었던 제3항모전단 소속의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함(CVN-74)과 10여 척의 수상함의 전자 시스템이 일제히 오작동을 일으키며 다운이 되었고 이내 작은 스파크가 불꽃이 튀기며 불이 나기 시작했다.

바다 위를 떠도는 단순 고철 덩어리 신세가 되어버린 제3항모전단 위로 하늘에서는 또 다른 재앙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었다. C-SE-M1 에피루스(수퍼 EMP탄)에 이어 제우스 2호에서 핵폭탄 1Mt에 버금가는 C-SH-M1 지노그(플라즈마 증폭탄) 6기를 추가로 발사했다.

기존 제우스 1호에 탑재된 C-SH 지노그 경우 핵폭탄 15Kt급의 위력을 가진 플라즈마 증폭탄이었으나 제우스 2호와 3호에는 더욱 강력한 1Mt급(1Mt=TNT 2,000,000톤에 해당)의 C-SH-M1 지노그-II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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