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5화 (265/605)

동방의 불꽃

또 한 차례 제우스 2호에서 50mm 레이저 빔을 발사했다. 붉은 하얀 빛줄기가 그대로 마하 40에 가까운 속도로 떨어지는 LGM-30F 미니트맨 IV 1기의 꼬리 날개를 관통하며 파괴했다. 정확한 요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날개가 손상을 입자 자체 중심을 잃은 LGM-30F 미니트맨 IV는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떨어졌고 이내 대기 마찰력에 의해 거대한 반형 형태의 불꽃이 일어났다.

이에 요격 성공으로 판단했던 제우스 2호 관제실은 환호성을 지르다 말고 일제히 얼어붙고 말았다.

대기 마찰력에 의해 반형 형태의 불꽃을 터뜨리며 서서히 불덩어리로 변하는 LGM-30F 미니트맨 IV의 앞부분 페어링이 분리되며 날아가자 동체엔 리볼버 형식의 6연장 MAC(Multiple All-Up-Round Canister)에 장착된 양성자탄 6기가 모습을 보였다. 곧바로 6연장 MAC에서 6기의 양성자탄은 차례대로 자체 추진체를 작동하며 순간속도로 빠져나와 날아갔다. 비스듬한 상태에서 발사된 6기의 양성자탄은 스스로 낙하 위치를 수정하며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는 무서운 속도를 낙하했다.

한편 해상에서 날아오른 S-SSM-500S 트라이아나는 갑자기 7개로 늘어난 표적에 대해 표적 할당을 새롭게 하고는 요격을 위해 힘차게 뻗어 올랐다.

쭈웅! 쭈웅!

여러 발의 하얀 빛줄기가 마지막 남은 LGM-30F 미니트맨 IV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계속해서 빗나갔다. 고도 500km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제우스 1호와 2호는 급한 나머지 지금까지 100% 명중률이 무색할 정도로 계속 실패했다.

마지막 남은 LGM-30F 미니트맨 IV에서도 페어링이 개방되고 6기의 양성자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제우스 1호와 2호는 소형 미사일로 표적 전환하고 다시 빛줄기를 뿌렸다.

강력한 ECM 시스템이 장착되었던 LGM-30F 미니트맨 IV보다는 소형 미사일인 양성자탄을 요격하는데 좀 더 수월했다.

콰앙! 콰앙!

2기의 양성자탄은 레이저 빔에 요격당하며 폭발했다. 이어 고도 400km 지점에서 S-SSM-500S 트라이아나와 충돌한 4기의 양성자탄이 폭발했다. 거대한 불덩어리가 사방으로 비상했고 이내 소멸했다. 이제 남은 양성자탄은 총 6기였고 착탄까지 31초 남았다.

★ ★ ★

2021년 2월 20일 18:30,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12km 해상(제2차 상륙 원정군 호위함대).

또 한 차례 3척의 호큘라 함정에서 다시 한번 6개의 S-SSM-500S 트라이아나가 대기를 찢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하얀 구름 사이로 푸른빛을 발하는 광점 6기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몇 십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섬광 쇼가 연출됐다.

콰앙! 콰앙! 콰앙!

표적 1번 요격 성공, 2번 요격 성공, 3번 요격 실패!, 4번 요격 성공, 5번 요격 실패, 6번 요격 실패,

고도가 떨어질수록 더욱 빨라진 속도 때문인지 50%의 요격률을 보인 상황에서 전술통제관 재차 요격 명령을 내렸다.

“사통관! 표적 재설정 및 3차 요격한다.”

이에 사격통제관 역시 1초가 아까운지 복명복창을 건너뛰고 바로 사격 담당 오퍼레이터에게 명령을 내렸다.

“표적 재할당! 각 함대에서 각기 1기씩 트라이아나 발사!”

“표적 할당 완료! 발사 대기.”

“발사!”

“발사!”

마하 40 이상의 속도로 낙하하는 중성자탄 어뢰를 요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볼 수 있는 S-SSM-500S 트라이아나 미사일 3기가 푸른 빛을 발하며 솟구쳐 오르는 상황에서 전투지휘실의 모든 승조원은 요격담당 오퍼레이터에게 쏠렸다.

만에 하나 현재 떨어지고 있는 적 미사일이 핵미사일이기라도 한다면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물론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은 몰살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충돌까지 5초, 4초, 3초, 2초, 1초,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 요격 실패! 3번 표적 요격 실패!”

1번 표적을 요격했다는 보고에 일순간 두 팔을 벌리며 환호성을 지르던 승조원들은 연달아 요격에 실패했다는 보고에 순간 얼어붙은 사람마냥 움직이지 못했다.

“제우스 2호에 2번 표적 요격 성공! 이제 1기 남았습니다. 착탄까지 앞으로 15초.”

해상에서의 요격능력 범위를 벗어난 중성자탄 1기는 이제 제우스 1호와 2호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요격 통제를 총지휘했던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전투지휘실 전술 스크린에는 제우스 위성으로부터 쏟아지는 레이저 빔을 피하며 떨어지는 중성자탄 어뢰 1기의 붉은 광점이 무서운 속도로 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하지만 착탄 지점이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닌 매우 크게 벗어난 곳이었다.

“전탐관! 적 미사일 착탄지점이 정확히 어딘가?”

“착탄지점은 35°42'46.96"N, 132°21'34.48"E입니다. 본 함대로부터 방위각 2-6-0, 거리 69km 지점입니다.”

“69km? 불발탄이야 뭐야? 아무리 핵미사일이라 해도 저 정도 거리에선 큰 피해를 줄 수 없을 텐데······.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통제관님.”

“어쨌든 다행이군, 요격이 실패한다고 해도 피해가 없다면 말이야.”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전술통제관은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착탄까지 10초, 9초······.”

이때 스피커를 통해 부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착탄 3초, 2초, 1초.”

승조원들은 단단한 구조물을 부여잡고 온몸에 힘을 주며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으나 오퍼레이터의 착탄 보고 이후에도 아무런 폭발음이나 충격파는 몰려오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음탐관이 보고했다.

“적 미사일 해수면에 착탄! 어떠한 폭발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역시 불발탄이었나?”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탄착지도 그렇고 말입니다.”

“천만다행이군,

★ ★ ★

2021년 2월 20일 18:35,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80km 해심 북위 36°3' 동경 133°48'.

끝내 제우스 요격위성의 레이저 빔을 따돌리고 살아남은 양성자탄은 해수면과 충돌 직전, 탄두에서 강력한 역 추진체가 켜지면 속도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대로 해수면을 충돌하면 작은 물기둥 만들며 깊은 심해로 사라졌다.

그리고 심해 100m까지 잠수한 양성자탄의 몸통 페어링이 양쪽으로 열리며 그 안에 다시 MK-110 양성자 어뢰가 튀어나오며 스크루가 돌기 시작했다. 서서히 속도를 높인 MK-110 양성자 어뢰는 사전에 입력된 목표지점을 향해 60노트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목표지점에는 제2차 상륙 원정군 수상함 150여 척이 있는 해상이었다.

한편 우주 상공 36,000km 정지궤도에서 선회하는 제우스 2호는 합동참모본부의 명령에 따라 미 해군 제3함대 3개 항모전단이 전개하고 있는 해상에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 6발이 발사했다. 정지목표물이 아닌 이동할 수 있는 해상 목표물이기에 6기의 C-SE 에피루스(슈퍼 EMP탄)는 광범위 타격을 위해 서서히 거리를 벌리며 낙하했다. 착탄까지 35분 29초였다.

★ ★ ★

2021년 2월 20일 18:56,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12km 해상(제2차 상륙 원정군 호위함대).

울산항에서 정비를 마친 세종대왕함(DDH-991)과 김종서함(DDG-975) 그리고 호위함인 알천함(FF-852)과 흑벌무함(FF-833)은 대한해협을 통과한 제2차 상륙 원정군 수상함과 합류하여 후방 호위 임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후방 호위 임무를 총지휘하는 세종대왕함(DDH-991) 전투지휘실에서 갑작스러운 음탐관 허만호 중사의 외침에 모든 시선이 집중했다.

“방위각 2-6-2, 거리 28km, 해심 100m에 어뢰로 추정되는 미확인 물체! 탐지했습니다.”

“갑자기 뭔 소리야?”

전술통제관은 전술 스크린을 보고 있다가 놀라며 소나 음탐관쪽으로 뛰어왔다.

“뭐야? 무슨 어뢰?”

“저기 보십시오.”

허만호 중사의 음탐 모니터에는 어뢰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가 희미하게나마 표기되어 달려들고 있었다.

“왜 이제야 탐지한 거야?”

“그, 그것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럼 저 위치에 적 잠수함이라도 있다는 건가?”

호위함대는 전방위 360도 방향으로 치밀한 대잠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호위 임무를 해오고 있었다. 또한, 해심방어위성인 포세이돈 1호로부터 실시간으로 음탐 정보를 받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어뢰 출현에 전술통제관은 이마를 짚으며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속도는?”

“현재 80노트로 추정됩니다.”

“목표는?”

“그것이 현재 파악한 결과로는 뚜렷이 어떤 함정을 목표로 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죄송합니다. 현재 파악한 대로면 함정이 목표가 아니라 이쪽 해상으로 무조건 잠항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원우 소령은 갑자기 뭔 생각이 들었는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거 혹시 핵 어뢰 아냐? 저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 어뢰무장관!”

“네, 통제관님.”

“지금 당장 하드 킬 요격에 들어간다. 무장된 어뢰 1번부터 4번까지 1차 요격 발사한다.”

“그리고 본 함에 가장 가까이 있는 잠수함?”

“방위각 3-5-5, 거리 55km에 있는 이봉창함(SSP-81)입니다.

“너무 멀잖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봉창함에 데이터링크 걸고 즉시 하드 킬 요격 지원해달라고 전해!”

전투지휘실에서 긴급한 통신이 오가는 사이 세종대왕함(DDH-991)의 함수에 있는 48셀 K-VLS(수직발사대)에서 함대잠 로켓 미사일인 홍상어 2기가 결렬한 불길을 뿜으며 솟구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핵 어뢰로 추정되는 해당 표적 해상까지 날아가자 이내 부스터를 분리하고는 고도를 낮췄다. 그리고 고도 1km에서 기체를 분리하며 낙하산을 전개하며 서서히 해수면을 향해 낙하했다.

푸와! 푸와!

해수면을 뚫고 입수하며 이내 낙하산과 분리됐다. 완전한 K-745 청상어 어뢰로 전환되자 이내 스크루를 회전하며 잠항에 들어갔고 어뢰 내부에 장착된 지향성 표적탐지 소나(SONA)로 직접 음파를 쏘아 목표물을 탐지했다.

K-745 청상어 어뢰 2기는 크게 선회하며 탐지한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세종대왕함(DDH-991)으로부터 요격 요청을 받은 이봉창함(SSP-81)에서도 잠대잠 초공동 중어뢰인 K-744A 백상어A 어뢰 2기를 발사했다.

전술 스크린에는 핵 어뢰로 추정되는 어뢰에 12시 방향과 3시 방향에서 각기 2기의 어뢰가 모이고 있었다.

“1번과 2번 청상어 어뢰! 충돌까지 13초! 3번과 4번 백상어A 어뢰는 44초와 46초입니다.”

슈우우우!

먼저 1번 어뢰가 표적 어뢰를 지나쳤다.

“1번 어뢰 요격 실패!”

이어 두 번째 2번 어뢰 역시 비스듬히 스치며 요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제길!”

전술 스크린을 지켜보던 전술통제관이 일갈했다.

“통제관님 2차 요격 절차 들어갑니까?”

어뢰무장관이 물었다.

“표적 제원 입력하고 대기! 3번과 4번 어뢰 결과보고 바로 발사한다.”

잠시 후 음탐관이 소리쳤다.

“3번 어뢰 표적 어뢰와 충돌 5초 전, 4초, 3초, 2초, 1초··· 요격 실패.”

전투지휘실 모든 승조원의 시선이 음탐관의 입에 쏠렸다.

“4번 어뢰 충돌 2초! 1초! 요격 성공한 듯······ 아악!”

음탄관은 보고하다가 말고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헤드셋을 벗어 던졌다.

“음탐관! 왜 그래?”

전술통제관은 다가가 음탐관을 살피며 슬쩍 음탐 모니터를 봤다. 모니터에는 거대한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천둥을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축구장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물기둥이 백여 미터까지 솟구쳐 올랐다.

3번 어뢰의 하드 킬 요격을 피했던 MK-110 양성자 어뢰는 4번 어뢰인 백상어A 어뢰와 충돌하며 수중에서 엄청난 폭압을 만들었다. 거대한 폭압력은 반경 5km 이내의 해심 전체를 끔찍한 지옥으로 만들었다. 엄청난 해류가 서로 뒤엉키며 휘몰아쳤고 이렇게 형성된 폭풍파는 점점 더 커지며 빠른 속도로 해심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해수면 위로는 거대한 쓰나미가 만들어지며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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