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3화 (263/605)

동방의 불꽃

전술통제관은 직접 함포 운용파트 쪽으로 다가가 함포 운용관인 하일수 상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스퀴테 함포 사격 준비!”

전술통제관의 명령에 따라 함포 운용관인 하일수 상사는 함포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퀴테 K-2 함포 사격 준비!”

“스퀴테 K-2 함포 사격 준비!”

실제 함포운용 담당인 함포사가 복명복창을 하며 콘솔 레버를 조작했다. 이에 함수 갑판의 페어링이 좌우로 열리고 2연장 포신이 달린 100mm 스퀴테 K-2 함포가 올라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위이이이잉, 위이잉.

“함포관! 표적 세팅! 1번 표적 줌왈트함! 2번 표적 카가함, 3번······. 제원 입력.”

“표적 세팅! 1번 표적 줌왈트함! 2번 표적 카가함, 3번······. 표적 세팅 및 제원 입력 완료.”

“1번 표적 응집탄 8발, 나머지 2번 표적부터 각각 응집탄 4발씩 발사한다. 완료되는 대로 보고.”

“표적 및 탄 발수 세팅 완료!”

“1번 표적부터 발사!”

“발사!”

쿠앙, 쿠앙, 쿠앙, 쿠앙, 쿠앙.

분당 50발의 연사가 가능한 2연장 스퀴테 함포는 반복적인 주퇴 운동을 하며 연신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을 토해냈다. 50초도 안 되어 응집탄 40발은 마하 11에 가까운 엄청난 속도로 표적으로 지정된 제1항모전단 소속의 함정을 향해 날아갔다.

전술 스크린에는 응집탄을 표기한 파란 점의 기호가 비스듬한 각도로 10개의 표적을 향해 각기 8개와 4개의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각 표적함에 착탄까지 앞으로 28초!”

현재 제1항공모함전단에서 고밀도 플라즈마 응집탄을 요격할 수 있는 탐지능력과 대응 요격 무기는 줌 왈트함(DDG-0001)의 16MJ급 레일건이 유일했다. 나머지 구축함은 마하 11에 크기가 1.2m밖에 되지 않은 작은 물체를 요격할 대응 무기는 없었다. 이에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줌왈트함(DDG-0001)을 1번 표적으로 가정 먼저 격침하고자 총 8발의 응집탄을 발사했고 나머지 제1항모전단의 수상함에는 각 4발의 응집탄을 발사했다.

“1번 표적함에 착탄까지 앞으로 17초!”

오퍼레이터의 계속된 보고 속에서 응집탄을 표기한 파란 광점이 전술 스크린 화면에서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아마도 줌왈트함(DDG-0001)에서 16MJ급 레일건으로 요격하는 듯했다.

“1번 표적을 향한 응집탄 8기 중 4기 요격됨, 나머지 4기 착탄까지 9초! 나머지 36기도 해당 표적에 이상 없이 날아가는 중 착탄까지 15초.”

★ ★ ★

2021년 2월 20일 12:10

일본 혼슈 교토부 마이즈루 해상 북단 43km 해상(해상자위군 제1항모전단)

제1항공모함전단의 기함인 휴우가함(DDH-181)이 아닌 항공모함 카가함(CV-2001)의 아일랜드 함교에서 긴급한 요격 상황을 지켜보는 전단장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의 등줄기에는 굵은 땀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은 이번 교전을 빼고도 벌써 2번을 싸워 괴멸 수준의 쓰디쓴 패배를 맛본 경험이 있었다. 겉으론 복수니 뭐니 이를 갈았지만 사실 마음속 한편에는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충무공이순신함······.”

이곳 마이즈루 해역까지 기동해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 다음 명령이 기다리던 상황에서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출현과 포격 공격 보고를 받은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의 마음속 한편에는 자꾸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44기 중 7기 요격 성공! 본 함으로 향하는 적 포탄! 현재 4기! 총 37기 본 전단을 향해 날아옵니다.”

전탐관은 절규에 가까운 음성으로 외쳤다. 이에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도 함대 통신망을 열고 목이 힘줄이 튀어날 정도로 힘을 주고 외쳤다.

“전 함대에 전부 모두 다 펠링스도 가동해서 요격하란 말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모두 요격하라!”

줌왈트함(DDG-0001)의 16MJ급 레일건 2문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응집탄을 요격하기 위해 푸른 하늘에 금속 장막을 쳤다. 또한, 수상함에서도 딱 1번의 기회를 살리고자 20mm 펠링스에서 불을 뿜었다.

마하 11에 달하는 응집탄 속도로 인해 펠링스가 요격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은 매우 제약이 따랐다. 펠링스의 사격 거리가 5km이었기에 길어야 1.5초였다. 그것도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그 파편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는 극히 요격하기 희박한 확률이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10여 문의 펠링스에서 불을 뿜었다.

쾅! 콰앙! 콰앙!

운이 좋게도 펠링스 기관포탄에 몇 발의 응집탄이 요격을 당하며 공중 폭발을 하며 파편을 사방으로 비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30발에 가까운 응집탄이 차례대로 제1항모전단의 수상함에 꽂혔다.

“악! 본 함을 향한 적 폭탄! 3기 요격 실패! 착탄까지 2초···.”

쾅! 콰앙! 콰앙!

줌 왈트함(DDG-0001)의 전탐관은 보고를 마저 끝내지 못하고 강한 충격에 그대로 콘솔에 머리를 박고는 기절했다. 이에 더는 줌 왈트함(DDG-0001)으로부터 그 어떠한 보고도 카가함(CV-2001)의 함교에 들려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줌 왈트함(DDG-0001)의 함교 상부에 2발, 함미 우현 부위에 1발이 착탄 했다. 강한 충격이 연달아 함 전체를 흔들었고 얼굴만 한 구멍을 뚫고 내부까지 들어간 응집탄은 순간 엄청난 폭발력으로 함 내부를 거대한 화염 폭풍으로 휩쓸었다. 함 내부의 이중 강철 격벽은 호일 마냥 손쉽게 갈라지며 뚫렸고 이에 내부 VSL 발사관까지 휘몰아치자 장착된 각가지 미사일이 폭발하며 연쇄적인 내부 유폭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앙! 콰쾅! 쾅!

줌왈트함(DDG-0001) 전체가 내부 유폭으로 인해 크게 한번 들썩였고 용암이 분출하듯 검붉은 화염이 사방에서 분출했다. 그리고 함교 역시 바닥에서 치솟는 화염에 함교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함교 강화 유리는 모조리 깨지며 용의 혀가 날름거리듯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춤을 췄다.

줌왈트함(DDG-0001) 전체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채 서서히 양 갈래로 갈라지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고작 3기의 응집탄을 맞고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1번함 피격! 침몰하다니···.”

카가함(CV-2001)의 함교에서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는 가운데 함교를 향해 작은 점 하나라가 빠르게 날아왔다.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의 눈동자에도 뚜렷이 확인되었다.

콰앙! 콰앙!

카가함(CV-2001)의 아일랜드 함교가 반이나 찢겨 지며 거대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항공모함 카가함(CV-2001) 곳곳에서 연속적인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화염 기둥이 치솟았다. 비행갑판은 불붙은 파편에 맞아 엉망이 되었고 함수 갑판 쪽은 커다란 구멍과 함께 화염이 춤을 췄다.

갈기갈기 찢긴 상태로 화염이 휘몰아치는 함교에는 지난 2차례의 해상전에서도 살아남았던 야마모투 젠쥬르 제독이 바닥에 쓰러진 자세로 온몸이 시꺼먼 숯덩어리가 되어 불에 타고 있었다.

또한,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인 타카오(DDG-191)도 1발의 응집탄을 요격했을 뿐 나머지 3발의 응집탄을 얻어맞고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내뿜으며 서서히 좌현으로 기울어지며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공고급 이지스 구축함인 묘코함이 2발의 응집탄에 직격당해 좌현으로 살짝 기울어진 상태로 함미에서 시꺼먼 연기를 흩날리며 자체 추진력을 잃었는지 유수에 떠밀리듯 흘러가고 있었다. 이외에 헬기항모인 휴우가함(DDH-181)과 다카나미급인 마키나미함(DD-112)과 스즈나미함(DD-114)도 각기 4발의 응집탄을 얻어맞고 서서히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마지막으로 제1항공모함전단에서 가장 배수량이 작은 마이즈루 지방대이자 제14호위대 호위함인 미네유키함(DD-124), 하마유키함(DD-126), 마쓰유키함(DD-130)이 있던 바다 위에는 수많은 부유물만이 어지럽게 떠다닐 뿐 이미 깊은 심해 속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2개월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리를 통해 어렵게 재취역한 제1항모전단의 소속 수상함들은 이렇다 할 활약 한번 하지 못하고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의 단 한 번의 스퀴테 함포 공격에 일제히 바닷속에 수장되어 역사의 등 안길로 사라졌다.

이제 해상자위군에 남은 해상 전력은 2개의 지방대 오미나토 지방대(제15호위대)와 요코스카 지방대(제11호위대) 뿐이었다. 기존 전력의 10%도 안 되는 암울하고 심각한 상황이었다. 일본 해상자위군의 전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 ★ ★

2021년 2월 20일 15:20,

제주도 남동단 72km 해상.

제주도 서남단을 방어하던 제2함대 소속의 구축함전단인 태종대왕함(DDG-996), 율곡이이함(DDG-992), 대조영함(DDG-977), 왕건함(DDG-978), 을지문덕함(DDG-972), 대중상함(DDG-983)도 제주도 남동단으로 기동하며 제71기동전대와 합류했다. 이렇게 함대급 이상의 전력으로 재편성된 연합함대는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서서히 속도를 높여 남진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방 20km 심해에는 3척의 호큘라 잠수함인 이운형함(SSP-086), 장준하함(SSP-087), 문익환함(SSP-088)이 전방위 대잠 경계를 펼치며 어두운 심해를 잠항해 나갔다.

연합함대의 주 임무는 제주도로부터 남단 426km 떨어진 남한국해에서 서서히 북상하는 미 해군의 제3함대 제11항모전단을 타격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작전대로라면 제주도 제25전투비행단을 항공모함처럼 활용하며 방어 개념의 작전을 펼쳤으나 금일 오전 합동참모본부에서 적극적 공격 개념의 작전 안으로 긴급 전환되자 해군작전사령부는 가용한 해상 전력을 합류시켜 제3함대 제11항모전단에 대한 선제 타격 명령을 내렸다.

* 그동안 동중국해로 불리던 이름은 저번 중국과의 승리 이후 남한국해로 불리게 되었다.

이에 전방 심해에서 잠항 중인 호큘라 잠수함 3척을 비롯해 호큘라 구축함 3척, 이지스 구축함 2척, 방공 구축함 4척은 25노트에 달하는 속도까지 올리며 신속하고 은밀히 푸른 파도를 가르며 남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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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8:20,

일본 혼슈 시마네현 오키섬 남단 12km 해상.

유일하게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상륙 길목을 막고 있었던 해상자위군의 제1항공모함전단이 충무공이순신함(CG-1101)에 격파당함에 따라 안전한 해상로를 확보했다. 이에 제2차 원정 상륙군 수상함들은 더욱 속도를 높여 6시간 후면 미카타군의 사다 해변에 상륙할 수 있는 지점인 혼슈와 오키섬 사이의 해상까지 도달했다.

한편 취역한 지 3일 만에 제2차 상륙 원정군 수상함의 대잠 경계 임무를 맡고 심해에서 잠항하던 슈퍼호큘라 잠수함 2척은 합동참모본부의 긴급 명령에 따라 대잠 호위 임무를 호큘라 잠수함인 이봉창함(SSP-81)과 함석함함(SSP-82), 조봉암함(SSP-83)에게 인계한 혼슈 서해안을 따라 홋카이도 방향으로 최고속도로 잠항해 갔다.

하늘에서 보자면 총 150여 척에 달하는 각종 수상함은 그야말로 대장관이었다. 혼슈 시마네현 내륙과 오키섬 거리가 42km였으나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규모 면에서도 대함단이었다. 이런 멋진 장관을 보여주고 있는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수상함을 향해 새로운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시각, 혼슈 반대편 남단 제3함대 소속의 제7잠수함전대의 버지니아급(Block IV) 버몬트함과 오리건함(SSN-793), 그리고 제11잠수함전대의 버지니아급(Block IV)인 몬태나(SSN-794)과 허아몬 리코버함(SSN-793)은 해수면 바로 아래 10m 수심까지 부상한 4척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직경이 1.5m인 수식발사관의 루프도어를 개방하고 발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치가 열린 수직발사관에는 MK-110 양성자 어뢰 6기가 탑재된 SLBM 탄도탄 미사일인 LGM-30F 미니트맨 IV가 장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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