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불꽃
2021년 2월 20일 09:20
서울시 용산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현재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 인원들은 오직 메인 스크린에 쏠려 있었다. 남주 주요 도시와 전투비행단 공군기지를 타격 목표로 날아오던 순항 미사일이 요격을 당하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울산과 포항, 구미로 향한 적 미사일 모두 요격 완료! 이에 제우스 2호 부산과 김해 쪽으로 요격 전환합니다.”
“군산과 38전비단을 향하던 적 미사일 77중 현재 기 중 55기 요격 성공! 전비단 대공방어대와 하데스 3호 기지에서 요격 미사일 계속 발사 중!”
“대전과 세종, 논산을 향하던 적 미사일 120기, 요격 완료! 이에 제우스 1호기는 남해 일대로 날아오는 미사일 요격 임무로 전환합니다.”
“광주와 제1전투비행단 공군기지를 향한 적 미사일 모두 85기 중 72기 요격 성공! 나머지 13기도 3분 내로 요격 완료 예정이라고 합니다.”
각 군 사령부로부터 계속해서 올라오는 보고에 오퍼레이터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운용 콘솔을 조작하여 메인 스크린에 정보를 입력하며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 울려댔다.
한편, 미국 최신예 전투기인 F-22SR 슈퍼랩터와 치열한 공중전을 펼쳤던 CF-21P 주작과 CF/A-25P 흑주작도 일부 격추를 당해 피해를 보았지만 2곳 모두 승리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규슈 남서단 상공에서 펼쳐진 공중전에서는 제38전투비행단의 제122전투비행대대 CF/A-25P 흑주작 24기가 공중전 지원을 하면서 F-22SR 슈퍼랩터 46기를 격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CF-21P 주작 14기가 격추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혼슈 내륙 상공에서 펼쳐진 공중전에서는 F-22SR 슈퍼랩터 44기 모두 격추했고 CF-21P 주작 6기, CF/A-25P 흑주작 4기가 격추당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공중전을 통틀어 가장 큰 피해를 보긴 하였지만, 미국 최신예 전투기의 기습공격을 상대로 이 정도 피해는 생각보다 적은 손실이라는 공군작전사령부의 판단이었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관심을 끄는 보고내용이 항공우주사령부로부터 들려왔다.
대구를 비롯한 부산과 김해, 그리고 광주와 군산 상공에 GBU-43/B 모압(MOAB)을 투하한 것으로 보이는 미확인 기체 4기를 탐지했고 정체를 확실히 파악한 후 모두 격추를 했다는 보고였다. 또한, 괌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미국의 군사위성인 지오(GEO) 8호를 탐지하여 파괴했다는 내용이었다.
“우주 폭격기인 B-3 타란튤라라······. 국정원이 USSC로부터 해킹해 온 정보가 대부분 사실인 듯하군.”
“아무래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여러 첨단 무기들이 비밀리에 실전 배치가 된 듯합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옆에 있던 작전본부장인 김용현 중장이 대꾸했다.
“다행히 국정원에서 귀중한 자료를 중요한 시점에 해킹해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작전이 상당히 차질이 빚어질 뻔했어. 안 그런가?”
“저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미국 놈들이 한반도 상공에 군사위성을 또 운용하는 거 같군.”
“그러잖아도 현재 출격한 삼족오 편대에 또 다른 미국 위성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정찰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잘했네! 현재 아폴론 위성 3기 모두 풀가동을 한 상태니 삼족오가 당분간 정찰 임무에 투입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이때 부관이 조용히 다가와 보고했다.
“의장님! 참모진 회의실에 참모진들 모두 모였습니다.”
“알았네, 그럼 우리도 가볼까? 통제관!”
강이식 합참의장은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상황실 전술통제관을 불렀다. 이에 전술통제관이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네, 의장님.”
“자네는 계속해서 요격 현황 확인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회의실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갑시다.”
상황실에 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각 군 지휘관과 참모진은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시간 후, 9시 30분부터 시작된 회의는 2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작전회의의 주 안건은 기존에 수립했던 여러 작전 안을 보완 및 수정하여 전체적으로 현 상황에 맞게 재통합하는 것이 주 안건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눈에 띄는 건 기존에 고수했던 수동적이고 방어적 개념에서 미 본토까지 타격하는 세부 작전 안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명은 최호일 차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동방의 불꽃’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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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0:00 (미국시각 19일 21:0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
엄청난 미사일 물량을 퍼붓고 400여 기에 달하는 항공전력을 투입했음에도 실패로 돌아간 이번 작전 때문에 현재 펜타곤 회의실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이래서 제가 적어도 전술 탄도탄까지는 사용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평소 과묵한 존 리처드가 해군참모총장이 흥분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째려보며 역정을 냈다. 이에 드라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손바닥을 보이며 제지했다.
“리처드 해참장! 진정하세요. 장관님도 계십니다.”
“던포드 의장님! 제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습니까? 4개 항모 항공전력의 50%가 절단이 났습니다. 출격한 항공기 200여 기가 모두 격추당했습니다.”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처음 이번 작전 안을 수립할 때 본토의 전술 탄도탄 미사일 공격으로 순항 미사일과 탄도탄 미사일 그리고 항공전력을 투입하는 입체 전략을 주장했었다. 이것은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하여 한국의 대응력을 떨어뜨려야 작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인 안드레 드루먼드 대장이 한사코 반대했다. 그 이유는 전술 탄도탄 미사일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러시아도 참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수많은 설전이 오간 후 결론은 전술 탄도탄 전력은 이번 작전에 제외하기로 했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지금은 누굴 탓할 때가 아니고 다음 대책을 세우자고 모인 자리가 아닙니까?”
존 리처드 해군참모총장은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현재 가장 급한 건 정찰위성의 추가 배치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공권을 되찾을 수 없을뿐더러 요코스카에 상륙한 우리 해병대와 지상군 역시 작전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매우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전략분석관인 로드 멕카이 중장이 현재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3주 전, 정지 군사위성인 지오(GEO) 3기와 각종 정찰위성 7기를 잃은 후 중동에 배치한 지오(GEO) 8호 군사위성을 괌 상공에 임시로 이동배치를 했다. 이처럼 오직 지오(GEO) 8호 1기만으로 이번 작전에 활용했지만, 금일 갑작스럽게 통신두절이 되자 이후 모든 작전을 최소 하게 되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2차 순항 미사일 공격과 4개 항공모함의 모든 해군 항공전력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루니 국장님! 현재 동북아로 이동 배치할 가용한 군사위성이 있습니까?”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NRO(국가정찰국) 안토니오 루니 국장에게 물었다.
“사실 운용 가능한 정찰위성은 중동에 배치된 지오(GEO) 9호와 이스라엘에 무상 제공한(GEO) 13호, 그리고 유럽에서 운용 중인 지오(GEO) 12호, 마지막으로 미 본토 상공에서 운용 중인(GEO) 10호, 11호, 14호가 있으며 선회 위성 중에는 라크로스 레이더 위성 5기와 KH-11급 3기, KH-12급 2기를 궤도 수정하여 동북아 방향으로 선회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첩보위성을 총괄하는 안토니오 루니 국장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중동과 이스라엘에서 운용하는 위성은 좀 그렇고 유럽의(GEO) 12호와 본토 상공에서 운용하는(GEO) 10호를 동북아에 추가 배치합시다. 그리고 라크로스 레이더 위성 2기 정도만 궤도 수정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어떻습니까?”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은 각 군 참모장과 참모진 장성들을 바라보며 다른 의견이 있는지 확인했다.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거기에 괌 앤더슨 기지에 있는 스텔스탐지정보기인 E-55A 4기와 하와이 기지에 있는 E-55A 8기를 긴급투입 시켰으면 합니다.”
드레인 존슨 공군참모총장이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일본에 대여한 E-55A 4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번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써먹지도 못하고 모두 손실되었다고 합니다.”
“일본놈들, 그런 전력을 제대로 관리도 못 하고······.”
“좋습니다. 루니 국장은 지금 즉시 위에 언급한 위성에 대해 이동배치와 궤도 수정 명령을 내려주세요. 그리고 존슨 공참장도 즉시 E-55A를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이동 배치하세요.”
드마커스 던포드 합참의장이 지시를 내리는 가운데 전략분석관인 로드 멕카이 중장이 다시 한번 중요한 의제를 꺼내놓았다.
“한국의 상륙군이 문제입니다. 만약 한국 일본에 추가적인 상륙이 성공적으로 전개된다면 일본 전역에 대한 수복 작전이 매우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에 지금이라도 리처드 해참장님 말대로 전술 탄도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어떻게 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적인 상륙은 저지해야 합니다.”
“B-3 타란툴라 손실이 매우 아쉽군요.”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의 제프리 로빈슨 사령관이 아쉬움을 내 비취자 존 웨인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장 차림의 신사가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겠군요. MK-110 양성자 어뢰.”
이에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의 시선이 그 신사에게 향했다. 이 신사의 정체는 바로 USSC 의원으로 닉네임은 로키, 국방성 담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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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0일 12:00,
일본 혼슈 시마네현 마쓰이시 북단 36km 해상.
한반도를 향해 날아오는 순항 미사일의 요격 임무를 수행했던 충무공이순신함(CG-1101)는 모든 요격 임무가 끝나자 해작사의 명령을 하달받고 바로 마이즈루항으로 긴급 항진해갔다. 이유인즉슨 제2차 상륙 원정군의 상륙 지점이 미카타군의 사다 해변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그 길목인 마이즈루항에 이번 미사일 공격에 참여한 해상자위군의 제1항모전단이 아폴론 위성으로부터 탐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제2차 상륙 원정군 호위함대와 중간에 합류하여 호위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으나 합동참모본부는 해군작전사령부를 통해 미리 항진하여 제1항모전단을 격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신형 참수리급 고속함보다 빠른 55노트에 이르는 속도로 항진하는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거친 파도를 가르며 막 마쓰이시와 오키섬 해협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부함장 오현우 중령에게 함교 권한을 넘기고 전투지휘실에 직접 내려온 안윤준 대령은 전술통제관인 하영복 소령과 함께 전술 스크린에 눈이 고정된 상태였다.
전투지휘실 전술 스크린에는 현재 마이즈루 해상에서 표기된 10척의 해상자위군 수상함과 이함한 헬기를 비롯해 여러 항공기가 각가지 표기로 상세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저것들 저번 독도해전 당시 피격당한 놈들 죄다 수리해서 재취역했군그래.”
안윤준 대령은 전술 스크린에 표기된 적 수상함의 제원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줌왈트함과 14호위대 호위함을 빼고는 죄다 수리한 듯합니다.”
“저기 우두머리 원숭이가 누구지?”
“저번 독도해전 당시 항모전단장은 야마모투 젠쥬르 해장보였습니다.”
“야마모투 젠쥬르라······. 저 친구 참 안됐군! 그렇게 당하고 또다시 당하게 생겼으니, 이번에 살아남으면 바로 제대하겠는데?”
“그렇게 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할복했을 듯합니다.”
“하하, 할복이라? 그거 다, 거짓이야. 예전 사무라이나 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인의 명예로운 자살이라며 어쩌고저쩌고 다 일본놈들의 과장된 얘기일 뿐이야.”
“그런 겁니까?”
“그래! 어쨌든 슬슬 시작해 볼까? 반경 500km 이내 일본 초계기 재차 확인!”
잠시 후 탐지관이 큰 소리로 보고했다.
“현재 500km 이내 미국과 일본 항공기는 탐지되고 있지 않습니다.”
“통제관!”
“네, 함장님.”
“스퀴테 함포 사거리 안이지?”
“네, 현재 적 함정과 거리 226km로 모두 사정거리 안입니다.”
“좋아 먼저 스퀴테 함포로 교전에 들어간다. 이번에야말로 다신 재취역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바닷속에 수장시켜야겠어. 줌왈트부터 1번 표적 세팅하고 시작하지.”
“알겠습니다.”